* 사흘 간 푹 쉬었다. 일이 조금도 없었다. 월요일에는 점심 약속이 있어서 통역사 친구들과 수다를 잔뜩 떨고, 운동을 하고, 바로 또 다른 통역사 친구와 급 만남을 가져서는 술을 진탕 마셨다. 다음 날인 화요일에는 전날의 숙취에서 회복하는 데 하루를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차피 일도 없었으므로 하루종일 드러누워서 검블유를 정주행하다가 저녁에는 동생과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 급 저녁을 같이 먹었다. 이렇게 쉬었다고는 하지만 꽤나 바빴는데 오늘은 정-말로 아무 일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짓고 마지막 남은 드라마 한 화를 보면서 밥을 먹은 뒤, 카톡으로 낄낄거리기나 하고 집 정리나 좀 하다가 휘적휘적 카페에 나와 반 년만에 블로그에 일기를 좀 써보려고 앉았다. 다이어리를 펼쳐서 확인해보니, 이렇게 주중에 사흘이나 아무 일이 없었던 건 거의 1월 말-2월 초, 구정 즈음이 마지막이었다. 노는 일수를 이틀 정도로 줄여봐도, 부담되는 다음 일이 없는 상태라는 단서를 붙이면 거의... 상반기 중 휴가를 떠난 때를 제외하고는 그런 날이 없었던 수준이다. 특히 지난 2개월은 거의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매일 같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고 다녔다. 이렇게나 바빴으니, 지치는 건 너무 당연하지. 

일기를 써두지 않아서 언제쯤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프리랜서로 전향한 1년차인 작년에는 일이 좀 많을라치면 금방 버거워졌다. 친한 언니들과 대화를 하면서 테트리스를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여러 번 서로 공감한 적이 있는데, 정말 딱 그런 느낌이 꽤나 자주 찾아왔다. 테트리스 타일들이 80% 선 언저리에서 계속 쌓이고 터지고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이번 판을 연명하는 그런 느낌. 그게 아마 한 주에 일이 서너 건 잡혀있거나 하면 중간 어디쯤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가 테트리스 공간을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100% 지점을 잘못 설정해둬서, 이 정도 워크로드에도 이미 80% 정도를 허덕이는 기분이 드는구나, 하고. 그래서 마음 속으로 100% 선을 새로 그었다. 100%는, 다른 직장인들처럼, 주중 5일을 연속으로 일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판을 새로 깔고 나니 신기하게도 허덕이는 느낌은 거의 없어졌다. 일이 없으면 쉴 수 있어 기쁘고, 있으면 당연하고 감사한 상태로 올 상반기를 났다. 

그런데 아무리 테트리스의 판을 넓혀도, 프리랜서로 매일 일하는 건 몸에도 정신에도 무리가 되는 일이다. 일은 기본적으로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매번 새로운 부담과 불안을 안고 일터로 뛰어드느라 잠을 설치거나 악몽을 꾸는 건 예사였다. 그렇다고 덜 부담스러운 일이 있을 때면 좀 사정이 나은가하면, 오히려 그런 때는 내가 일부러 스스로를 몰아세워야 해서 어떤 면에서는 더 힘들었다. 부담과 불안에서 나오는 특유의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하면 일을 망치기는 너무 쉽기 때문에, 일에서 불안하지 않으면 내가 불안하지 않아서 일을 망칠까봐 불안해졌다. 그리고 그런 불안이라도 느껴야 안심이 됐다. (적고 보니 정말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다.) 일을 하면서 분명 설레고 뿌듯한 순간도 많았지만 매일같이 불안에 떠는 생활은 나를 아주 지치게 했다. 매번 고비를 넘기는 심정으로 일을 하니 그럴 수밖에. 불안이 너무 버거울 때면 나는 생각하곤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부담이 되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으면, 내 능력에 비해 너무 편한 일을 하고 있는 거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거라고. 지금 느끼는 이 불안은 내가 제자리에 와있다는 증거라고. 여전히 저 생각에는 동의하지만 그런 판단과 심정적 피로는 다른 문제다. 

일기를 쓰다보니 내가 왜 지쳤는지 두 갈래로 이해가 된다. 우선은 내 능력의 한계와, 내 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불신 때문에 지쳤다. 능력을 기준으로 내가 적당한 위치에 와있는지 가늠하는 사람이니 당연히 능력에 대한 현실 진단과 끊임없는 갈증이 있을 수밖에. 이건 공부를 해서 채우면 조금은 나아질 부분일 거다. 다음은 내가 만들어낸 불안 때문에 더 지친 거였구나. 앞선 잣대를 들이대서 내 능력에 조금 안락하게 맞아들어가는 일을 할 때도 온갖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을 생각하면서 불안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괴롭혔으니. 이 부분은 어떻게 하면 건강한 긴장감은 유지하면서도 나를 지치게 하는 거짓 불안은 최소화할 수 있을지 조금 고민을 해봐야겠다.

갑자기 깨달은 내용만 대충 휘갈겨놓고, 일단은 일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2019년 상반기에 대한 단정한 소회를 남기고 갔더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간만에 글을 써서 그런지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된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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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8일

프사 생성하러 왔다 


2018년 2월 3일 

서프라이즈! 이런 게 있었구나 뫄하하하 기분 좋은 프로출장러 #대한항공100회탑승기념1000마일적립


2018년 2월 5일

오늘... 집에서 일하는 줄 어떻게 알고 보일러와 누전차단기가 동시에 망가지니...? *^.^* 아이 씐나... 이번 겨울 참 재난적으로 춥구나...


2018년 2월 17일

외삼촌, 아빠, 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나.


2018년 2월 23일

꽃 먹어야징 와구와구 #대전현충원


2018년 2월 23일

하승민찡이 석사 졸업을 한다! 비싸고 무거운 편지지에 쓴 편지를 읽고 해준 것도 없는데 주책스럽게 눈물이 난 것... 또륵 민이찡 졸업 축하해!! 🎉 #주제는총오존량산출어쩌구저쩌구 #읽어도모르겠다


2018년 3월 1일

적어놓는다고 딱히 보지는 않는데 안 적어놓으면 왠지 불안해서 꼭 통역 직전에 급히 쓰게 되는 것 #숫자변환


2018년 3월 1일

가장 좋은 만화방은 뭐다? 집에서 가까운 만화방임. 아 전기장판은 뜨시고 커피도 맛있고 극락이 따로 없구만


2018년 3월 5일

나 말고 다 고양이 있어서 샘나서 장만해본 삼색 뚱냥이. 소파에서 노트북 갖고 놀다가 옆에 손 뻗어서 머리 쓰담쓰담하는 내가 웃겨서 찍어봄. #스마트폰중독다스려보겠다고그레이스케일적용하고난리치더니또인스타라니smh


2018년 3월 16일

이사 온 지 일 년 하고 한 달... 친구들의 은총으로 드디어 램프 장만! 빰빠밤! 이제 형광등 아래서 술 마시던 시절 안녕!!! 술 마시러 와 얘들아!!!


2018년 3월 20일

Celebrate life while you can. 


2018년 3월 24일

내 생일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그날 그리도 날이 궂더니 발인 날은 전날까지 쌓인 깨끗한 눈밭 위로 봄햇살이 내렸다. 많은 것들을 할아버지의 선물로 생각하며 위안 삼은 며칠이었다.


2018년 4월 4일

그와 함께 파리에서 살 순 없다는 결정을 내리고 돌아와 한동안 마음을 잘 추스르고 지내고 있었는데 뒤늦게 도착한 생일 선물에 와르르 무너져버린 어떤 하루가 있었다. 행복에 겨웠던 지난 십여 개월에서 건져낸 몇 장의 사진이 나를 자꾸만 자꾸만 울게 했다. 그는 그 많은 사진들 중 이 사진을 가장 큰 사진으로 골라 카드를 만들었다. 우리가 연인인 시간이 끝났음을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따스한 카드였지만, 카드 속의 나는 등을 돌리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나는 이 사진이 왠지 낯이 익었다. 우리집 문 앞에 걸어놓은, 몇 년 전 친구가 써준 커다란 카드에 있는 그림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라며 lone girl이 있는 풍경을 마지막에 그려넣은 커다란 카드. 나는 내 이미지가 몇 년이 지나도 어떤 관계에서도 이렇게까지 일관적일 수 있는 건가, 하며 울다가 웃다가 울었고, 그래도 그 옛날처럼 저 여자가 외롭지는 않다는 것을 위안 삼았다. 


2018년 4월 4일

어느 날, 통역사의 가방.


2018년 4월 4일

봄꽃구경. 이르케 단 칵테일은 시키는 거이 아니어쒀. 


2018년 4월 6일

갑작스레, 오랜만에, 그래도 어색하지 않게.


2018년 4월 8일

전주에 온 이상한 애


2018년 4월 10일

방문자 출입증 받느라 신분증을 맡겼다가 찾아가는데 내주시는 분이 민증과 나를 번갈아 보며 “하명란씨... 맞으세요...?”라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네 저 맞아영... 2008년 학부 1학년 때의 저영... #민증리뉴얼이필요해


2018년 4월 13일

경 마라탕 국물까지 마실 놈들 대림역 진출 축 #시따따 


2018년 4월 14일

망원동에 점심 먹으러 갔다가 힙한 디저트 같은 걸 사오는 게 아니라 여기 채소 질이 좋고 싸네? 라며 장을 봐오면서 내가 으른이 되었음을 또 느낀 오늘 ㅋㅋ 국가비 레시피로 있는 재료랑 적당히 섞어서 닭가슴살 요리를 해봤는데 오, 맛있어! 애호박보다는 주키니가 더 어울릴 거 같고 좀 덜 굵게 썰었으면 더 좋았겠다. 그런데 요리 핑계로 하프 바틀 와인을 샀는데 왜 병이 다 비었지...? 미스터리군.


2018년 4월 23일

인스타 자아는 일을 시키고 현실 멍란은 빗소리 들으면서 집에서 뒹굴뒹굴 해보자.


2018년 5월 2일

4월 하순, 그 사이 연극을 세 편 보고 (그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은 “낫심”이었다!) 스터디도 하고 일도 하고 사람도 (=술도) 많이 만났으니 그 시간에 대해 누군가 물어본다면 해 줄 말은 많은 시간이었다. 절제와 풀어짐을, 긴장과 인정을, 잊혀지고 싶음과 잊혀지고 싶지 않음을 적절히 섞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과잉 흥분 또는 무기력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느 때와 같이 애썼고 다행히 대체로 성공했다. 나는 서른 즈음 드디어 행복의 축을 찾았고, 그것이 무너지지 않았음에 매일 다행스러워하며 잠든다. 그 축이 충분히 강건하다는 믿음이 생기기 전까지 나는 그 곁에서 맴돌 것이므로, 내가 마음에 담고 있는 ‘당신’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길. 이 시간은 지속가능한 애정을 내 안에 기르기 위함이니까. 올해 나는 눈물을 쏟지 않고 응원하는 법을, 그리워하는 법을, 염려하는 법을, 사랑하는 법을 연습하고자 한다.


2018년 5월 4일

자야 되는데 미련이 남아...


2018년 5월 4일

여러분, 나 이제 다시 연애해도 될 거 같으니 소개팅 좀 잡아줘 보시구랴. 날이 너무 좋네 원! 의외로 캡션을 열심히들 읽어주더라구... 그래서 함 써봄^.^*ㅋㅋㅋㅋㅋ 사진은 아침에 부지런 떤 김에 벼르던 집에서 외식하고 온 거 자랑! 깔끔하고 조용하게 잘 먹고 왔다.


2018년 5월 4일

동생이랑 부산에 같이 내려가려고 했는데 동생이 기차를 놓치셨다 ^^* 출발 1분 전에 표를 반환하셨는데 그래서인지 아무도 안 탐... 만석인 기차에서 나는 만수르가 된 기분이다.


2018년 5월 7일

부처의 힙함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


2018년 5월 11일

아~ 살맛 난다! 2주 만에 맘 편히 맥주를 들이키고 TV를 켜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너무 행복해서 잠도 잊었다ㅋㅋㅋ 힘이 솟아난다고!! #캘리키친


2018년 5월 11일

친구들 놀러 온다고 신난 거 너무 티 나나아~


2018년 5월 16일

지금 필요한 건 모다? #SANITY #출장어디까지가봤니


2018년 5월 16일

Probably the shortest overseas business trip of my life #나는누구여긴어디


2018년 5월 18일

하루종일 잠만 자다가 저녁에 겨우 일어나서 운동하고 활동 재개! 운도리랑 미국 초딩 빙의해서 힐링 타임^.^ㅋㅋㅋㅋ 아니 이게 뭐라고 3시간이 휘딱 간 것?!ㅋㅋㅋㅋ 동네친구 정말 죠아요 여러분 내 동네친구 자랑자랑 이제 맥주에 라임 썰어 넣고 한 잔 씨원하게 하고 자야겠다!! 오늘의 안물안궁 일기 끗


2018년 5월 18일

닭볶음탕 성공적으로 해먹고 운돌&멍란 공방 2라운드. 요즘은 집이 좋아서 밖을 못 나간다.


2018년 5월 21일

어제 날이 너무 좋길래 산책 삼아 걸어서 여의도로 건너가는데 모두 같은 마음이었던지 한강변이 무척 붐벼 보였다. 보기만 해도 설렘이 몽글몽글. 좋은 날씨 정말 소중해!!! 오늘도 날이 참 맑아서 이불 빨래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프로 독신 살림꾼이 다 됐네...ㅋㅋㅋㅋㅋㅋ


2018년 5월 23일

노트북 안 들고 책만 들고 나와서 한량 놀이 하니까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친구들 난 족히 마흔까진 이렇게 살 거 같으니 나중에 나랑 코리빙 해줘... 행복한 독신 마을을 만들자... #번역가되는법


2018년 5월 24일

딴짓하고 싶을 때마다 들어오면 인스타는 언제 끊나요


2018년 5월 25일

이걸 마시면 오늘치 맥주는 시마이! 이제 위스키로 넘어갑시다! 하는 느낌이지만 참 맛난다! 삐메 웨웨 아일레이... 절대 이 이름을 기억할 순 없을 거야... / 술 좋아하는 건 참 꾸준한 부분이지만, 요즘은 달라지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오늘 일하러 나가면서 기합 넣듯이 향수를 뿌리는 나를, 스무살의 나는 이해 못했겠지. 음악은 가리지 않고 듣지만 재즈만은 별로예요, 라고 말하던 나는 요즘 팟캐스트가 아니면 재즈만 줄창 듣고 있고. 사소한 취향의 변화 말고도 나는 꾸준히 변하고 있다. /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생활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우려가 앞선다. 그리고 사실 시간이 아주 많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누군가를 끼워넣을 시간은 참 없기도 하다. 그와 헤어지고 나는 내 생활을 다시 구성했고, 그렇게 구성한 대로 상처가 아문 느낌이다. 이걸 어떻게든 조정하려고 하면 상처를 건드리고 뭔가를 뽑아 옮기지 않으면 안될 거 같은 그런 불안감이, 있다. / 언제쯤 연애와 술을 떠나서 커리어와 야망을 우아하고 고상하게 고민하며 살 수 있으려나! 일단 밤에 할 일이 있음에도 다음 위스키 한 잔 주문하는 걸 못 참는 지금은 아직 그 때가 먼 걸로! / 바이레도 슈퍼시더 사고 싶어엉~


2018년 5월 28일

진주에서 날아온 뽀오얀 할머니표 장어국! 사진에 안 담긴 갈비를 비롯해 급 잔치상을 받고 온 기분. 나도 요즘 요리한다고 깨작대긴 하지만 역시 이 내공에는... 발끝에도 못 따라간다. 넘 맛있어.


2018년 5월 30일

같이 얘기하면 즐거웠던 사람, 절묘하게 위안이 되었던 사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넘쳤던 사람, 사람들. 이런 이들과 소원해지면 당연히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이 많다. 관계는 때로, 누구의 소관도 아닌 곳에서 소멸하곤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쉬움이 덜어진다. 어차피 다 이고 지고 살지도 못하는 걸.


2018년 6월 4일

한 시절의 기꺼운 소환 #weekendrecap #일문반


2018년 6월 4일

자매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아점...이 아닌 점심 식사. 또 밥 먹으러 오거랑! *_* #weekendrecap


2018년 6월 5일

안녕! 이력서 업데이트 중 @성영태


2018년 6월 9일

성민언니랑 같이 Rhetorical writing 수업을 들으면 생기는 일: 눈이 번쩍 뜨이게 맛있는 당근케익을 먹을 수도 있음


2018년 6월 10일

일요일에 시음회 고사하고 혼자 일하고 있으니 쓸쓸한 것. 누구 같이 일할 사람 없나요... 커피 사줄게...


2018년 6월 12일

틀어놓고 일해야지 했는데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것... #북미정상회담


2018년 6월 13일

투표 완료! 오늘 멘붕하며 일하는 멍라니의 곁을 지켜준 동친님 감사.


2018년 6월 15일

간만에 맥주 털러 왔다! 요즘 편의점에서 맥주 사는 일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도-저히 어디 나갈 기력은 없고 기념비적인 하루를 잘 마무리한 걸 자축은 해야겠고 하여 운동 마치고 오는 길에 홀린 듯 삼선차돌짬뽕 전화 주문 + 맥주랑 감자칩 구입을 해버렸다. ㅋㅋㅋㅋ 집에서 간만에 티비나 보고 (i.e., 핱시 막방) 세-상 비생산적인 일만 하다가 자야지!! 인스타로 스타뜨!


2018년 6월 18일

(자기애가 넘치는 멍라니는 이런 사진이 진짜 신나 보인다고 생각하지) (필터가 필요 없는 파란 하늘!) (웃고 있는데 사실은 불지옥이었고 저것은 해탈에 가까운 웃음이다) (지금은 예의 그 카페에서 잡다구리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지) (프리랜서가 되고 머리로만 알던 것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출근을 안 하는 대신 진정한 퇴근도 없다는 것임) (일하기 싫어서 올리는 거 맞음) (물론 저 사진은 진정한 퇴근 상태긴 하지만 원래 월요일 되면 주말에 논 건 기억 안 나는 게 정상이자나여) 


2018년 6월 22일

퇴근... 퇴근이 절실하다... 오늘 일 일찍 마무리하고 바에 가고 싶었는데 집중을 안 해서 일이 아직도 안 끝나ㄸr... 어리석은 영혼이여!^^^^ 그냥 가서 일을 했어야 더 빨리 끝냈을지도. 그래서 집에 있는 위스키를 따라 마시고 있는데 탈리스커 스카이 짱 맛없다. 다음에 NAS 위스키 살 때는 조심을 하겠다는 다짐. 부들부들. 하트시그널 2 보다가 샤잠으로 찾은 곡 Nick Jonas - Find You 넘 좋다. 무한반복하며 워드를 노려본ㄷr... #이제일을좀해보자 #일해라어리석은자여


2018년 6월 28일

7시 국내선 비행기라니, 고향에 돌아온 기분.


2018년 6월 30일

노는 게 젤 조아 친구들 모여라! 호우! @오션월드


2018년 7월 4일

사람답게 사는 중. 그러니까, 술 마시고 싶을 때 술 마시는 중. 최근에 친구에게서 삶의 모티베이션이 뭐냐는 질문을 받은 뒤로 늘 그 고민을 한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그 답을 발화할 수 있을 때까지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구석이 하나라도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일상적인 출장이 멈춘 지 반 년, 그리고 장거리 연애를 그만둔 지 반 년. 미우나 고우나 내 집이 한 군데라는 사실이, 그 집으로 걸어들어가는 몇 안 되는 경로를 따라 집에 돌아갈 때면 사무치게 기쁘다. 또 언제 이게 지긋지긋해질지, 또 언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이 길이 다른 길로 바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올여름은 매일같이 그 몇 안 되는 경로로 집에 걸어갈 테고 나는 그게 참 좋다. (술 취한 거 맞아요. 살짝요.)


2018년 7월 10일

Weekend in Singapore! Started off the day with nasi lemak at The Coconut Club and went for a stroll in Botanic Gardens. / Guess who came with me! 싱가폴의 남양주(...)를 누비며 다음에는 차 있는 싱가포리안 애인이랑(?) 같이 오자고(?) 다짐한 나와 연수였다...^^ / Not the kind of music we expected because of the anniversary event, but still an awesome view! Some relaxing swim time and lunch at Maxwell hawker center the next day. 시원언니네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쪼렙인 것...ㅋㅋㅋㅋㅋㅋ / All weddings are special in their own right, but this one will be remembered as particularly endearing and heartwarming. So happy for you, 소명 and 데이빗! Thanks for the unforgettable night filled with shared joy and love. / ATLAS didn’t let us in because... well we should’ve checked the dress code, but that led us to this wonderful bar! Thanks, Bar Stories bartenders for completing our last night in Singapore. 특히나 나보다 먼저 휴양지에 가 계신 나의 첫 잔... “우붐 인 발리” 넘나 인상적이었음! / It was such a compact visit so I couldn’t contact my friends in Singapore; but no worries! I loved it so much that I’m seriously considering visiting again no later than next year. I’ll be back! 


2018년 7월 13일

망원동 점심 마실. 집에서 밥 해먹은 지 좀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구내식당 밥 먹으러! 나간 김에 책도 한 권 사고 그 덕에 커피도 한 잔. 벼르던 약초원과 핫도그는 이번에도 다음 기회로 넘기게 됐지만 오늘은 오늘대로 만족스러운 마실이었다. 아아. 산 책을 읽으려면 집에 좀 진득하니 붙어 있어야 하는데 어쩜 이렇게 나가 놀고 싶은지 모르겠다. 들뜬 거 가라 앉히기가 왠지 앞으로도 한동안 힘들 전망.


2018년 7월 13일

동네 나름 핫한(?) 맥주집 드디어 첫 방문! 그런데 첫 잔이었는데 이만큼 남기고 하품하면서 나온 우리...


2018년 7월 14일

Happy Pride! Joining the parade for the seventh year in a row with my best pride mates 토시오 and 쭈비; and this year, with unexpected yet charming new company!


2018년 7월 15일

왜 일요일 저녁 8시반부터 월요병 오는지 아는 사람...


2018년 7월 24일

가족여행 중 동생쓰랑 가장 발랄한 순간들 in scorching heat


2018년 7월 24일

(내 사진에 지윤이가 "어쩜 저렇게 예쁘게 웃을까"라고 코멘트를 달아주었다.)


2018년 7월 29일

열차가 파워 지연 중이지만 괜찮아여... 여기서 일하나 집에서 일하나...😂 #광명역까지1시간23분지연도착 #과연서울역도착최종지연시간은? 


2018년 7월 30일

폭차의 부산 방문을 계기로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해운대 어센틱에 가봤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백만스물한 번 외쳤다. 진정한 알덴테가 뭔지 보여준 인생 파스타와 부드럽고 친절한 접객, 박민수 바텐더님의 세심한 케어가 빛난 곳. 26시간 여행을 시작하기에 정말이지 완벽했다. 후후. 여름이라 진이 당겨서 진피즈와 네그로니, 그리고 영혼의 노숙자 x 시시콜콜 시시알콜 야시시 특집 (현정님 잘 들었습니다아 :D) 들으면서 너-무 마시고 싶었던 패트론 실버까지 다 이루고 나왔당.


2018년 8월 1일

노는 날이다!!!!! 꺄호!!!!! 날은 덥지만 굴하지 않고 망원-합정 볼일 투어 시작! ‘커피는 자고로 뜨신 커피’파지만 올여름은 어쩔 수 없이 아이스 커피를 많이 찾게 되는구만.



2018년 8월 2일

(통역하다 우주의 먼지가 된 오늘이지만 그래도) 발리 준비 2단계: 왁싱. 이렇게 힙스터의 길로 오늘도 또 한 발짝 더 다가선다 ^_^ㅋㅋㅋ 크컄컄 바나왁싱 원장님 감사합니당!


2018년 8월 4일

이게 대체, 얼마만의 안암.


2018년 8월 5일

안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소맥 또 소맥이렸다. 한때 만사 가장 사소하고 치졸한 고민의 최전방을 지켜준 전우들과, 여전히 전방 어드메에 머물고픈 마음을 가득 담아 연거푸 짠!을 외쳤다. 삶의 면면을 예전만큼 가까이서 보지는 못하더라도 올해분의 기억할 거리는 쌓고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기억이 결국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할 것이므로. 


2018년 8월 10일

내가 에디터인지 번역가인지 현타가 올 때에는 자고로 인스타로 피신을 와야 한다. 헤나마스터 곰돌군이 그려준 헤드윅 타투! 휴가 D-2!


2018년 8월 11일

나의 휴가는 이미 시작되었다-1 오늘의 훼이버릿은 찐하고 달달하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부커스에 드립니다. (와일드터키13, 윌렛 팟 스틸, 짐빔데빌스컷, 노아스밀, 부커스, 짐빔라이, 윌렛라이) 


2018년 8월 12일

나의 휴가는 이미 시작되었다-2 나에게 ‘공연’은 늘 연극이나 뮤지컬이지 콘서트를 가본 적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하양 덕에 노래를 다 들으러 가봤구먼. 정흠밴드, 김슬기, WEEGO 세 팀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무대 에너지가 좋아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 한국어로 된 노래는 가사가 별다른 노력 없이 바로 이해되기 때문에 들을 때 특유의 후련함이 있다. 이해라고 거창하게 부를 것도 없이 가뿐하게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오늘 간만에 한국어 사랑 노래를 몇 곡 듣고 보니, 언어에서 오는 그런 편안함은 당연히 여전하지만 뭔가 어색한 구석이 있었다. 이별 노래를 듣는데 가사는 쏙쏙 들리지만 내용은 절절하게 공감이 되지는 않는 그런 느낌. 감정선이 어딘가 낯설어진 거다. 마치 외국어처럼. 이게 연애 자체에서 멀어진 건지 특정 스타일의 연애에서 멀어진 건지 딱 잘라 판단은 잘 안 되지만, 음, 어쨌거나 어느 쪽이든 오늘도 그렇게 충실하게 한 발짝 연애에서 멀어진 것 같다. 하하 ^_^! @가내수공연


2018년 8월 12일

노트북을 안 들고 비행기를 타다니 그래 이게 진정한 휴가지!! (감격) 혼자 비행기 타는 걸 무척 좋아하는데 그 “좋아한다”는 것도 시간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간다. 아마 처음에는, 떨림을 삼키고 어디론가 혼자 이동할 수 있게 된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때문에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은 사실 그런 느낌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혼자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기를 좋아한다. 혼자 비행기를 타다니 짱 멋있다! 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설렘을 기억나게 해주니까. 나는 그 기억을 여전히 좋아한다.


2018년 8월 13일

농장주가 된 기분을 만끽하는 중. 낮에는 폭포 소리 밤에는 풀벌레 소리.


2018년 8월 15일

밤 늦게 우붓에 도착해 잠든 다음 날 아침 느닷없는 The Circle of Life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는 경관이 눈 앞에.


2018년 8월 15일

물과 술이면 어디든 갈 수 있어.


2018년 8월 15일

농장주 딸의 피서법 #사실별로덥지도않소 #2018SS수영복컬렉션 


2018년 8월 17일

이제는 개척자가 된 기분 #nusapenida


2018년 8월 17일

걸어도 걸어도 개와 닭과 멍라니와 운도리만 있는 해변. 아니 핫한 외지인은 다 어디 있나요?! #내가웃는게웃는게아니야 #힐링이절로된다 #이제그만나아도될거같은데 


2018년 8월 19일

Life! #threehourstogo @Oneeighty


2018년 8월 20일

여행에서 돌아오는 것도 여행만큼이나 즐겁다. 다녀왔습니다!


2018년 8월 22일

눈 옆에 손을 딱 붙여 빛을 가리고 별을 보던 시간, 반딧불이가 날던 시간, 달빛 아래 물을 가르던 시간.


2018년 8월 23일

축하해요 위! :) 간만에 땅고 음악 들으면서 땅고 사진을 보니 마음이 술렁였다. 위성환 작가 사진전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 8월 27일까지 압구정 아트스페이스엣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당. 좋은 전시예요!


2018년 8월 26일

물놀이 휘끼휘끼 #아직도휴가중in강릉


2018년 8월 26일

하양과 하양 그리고 유혹하는 강릉의 툭툭운전사는 주거니 받거니, 오리가 산책하는 경포호를 돌았다.


2018년 8월 29일

소명언니 결혼식 통역 사진을 받아서 프로필 사진으로 썼더니 누군가 “아끼는 사람 쳐다볼 때의 표정”이라고 좋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면 나는 그녀를 무수히 이런 표정으로 바라봤겠지. 기꺼이 표류하고 싶은 나에게 정박지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좋아함 직한 면을 발견해주는 사람에게서 온다. 오늘은 거의 한 달 만에 통역을 하고, 간만에 내 의지박약을 여실히 확인하고, 그 덕에 오래전 인연과 만나 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 새로운 에너지가 잔뜩 들어왔지만 묘하게 그 음이 단조인 느낌의 날이었다. 그런 날은 애정에 기대고 싶어진다. 사진 속 한 순간에서 어떤 따스한 기억을 소환해내는 그런 애정에.


2018년 8월 31일

정신을 차려보니 글렌모렌지 시음회를 하고 있었다... (오리지널, 라산타, 두탁, 넥타도르, 시그넷)


2018년 9월 2일

동생이 사준 커피를 마시며 주말에 일하는 동생 옆에서 세상 한량 같은 책을 읽고 있으니 왠지 뭉클해진(?) 한 컷.


2018년 9월 7일

Look who’s here! First time in HK! 


2018년 9월 12일

HK visit: 시원언니 created this new look for me! Thanks for the makeover unni! Can you tell the difference?


2018년 9월 12일

My first durian experience on tap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ngie_d.l 뭔지 알아야됔ㅋㅋㅋㅋㅋ 아진짜웃기넼ㅋㅋㅋ

@jyoonlee 멈추면구역질낰ㅋ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nicolekinhk 앜웃곀ㅋㅋㅋㅋㅋㅋ흑백으로 하니 더웃곀ㅋㅋㅋ우리 왜케 열정적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

@gright2j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omdolku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헐 두리안ㅋㅋㅋㅋ 아 썩은 양파냄새지만 맛있엉

@everydaysol 리얼이닼ㅋㅋㅋㅋㅋㅋ 이거 영상 찍은사람 천재ㅋㅋㅋㅋㅋㅋㅋㅋㅋ

@jaimkim_0207 ㅋㅋㅋㅋㅋ정줄놨어 명라니 ㅋㅋㅋㅋ 웃는거 짱웃겨 ㅋㅋㅋㅋㅋ


2018년 9월 13일

Things I ate in HK with the help of 까스활명수! (마라누들, 망고주스, 싱가폴간식-굴라말라카떡,도넛청펀,무지개쿠에-, 팀호안, 에그와플, 드렁큰팟훠궈, 죽, 뱡뱡면집 두부피&목이버섯)


2018년 9월 14일

퇴근길 @청계천


2018년 9월 16일

저전력모드의 날에는 자쿠지가 간절해. 행복했던 관계의 이면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불안과 불만을 애써 복기하면서 관계의 끝을 위로했지만, 성공적이었지만, 때로는 그렇게 생각해. 불안과 불만 때문에 관계가 끝난 것이 아니라 관계를 끝내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찾아냈던 거라고. 불안과 불만의 반대편에서 균형을 맞춰주는 만족과 안정이 더이상 흘러들어오지 않으니까 추가 기우는 거라고.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종종 생각해. 불안과 불만의 민낯 따위 수면 위에서 보지 않아도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2018년 9월 17일

가을을 맞아 시뻘건 바지를 사봤다 ~.~ 점심은 역시 졸려 ~.~ 일터 사진 간만이다리~.~


2018년 9월 18일

존 카메론 미첼 내한! 세종문화회관에서 10월 첫주 주말에 이런 어마어마한 걸 하는데 홍보가 거의 안 되어서 표가 남아돈다...! ㅇ_ㅇ?! 그가 VR로 등장하는 게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런 일이?! 내가 두 번 가도 되겠다며. 가득가득 찬 공연장이 반겨줬음 좋겠는데 아닐 거 같아서 여기에라도 올려봄 ㅠ.ㅠ 관심 있는 사람은 쳌아웃 해보길!


2018년 9월 18일

드디어 먹었다! 주말에 장렬히 실패했던 밀크쉐이크 헌트를 화요일에 마무리! 쉐이크쉑은 버거보다도 밀쉐 맛집이라구!


2018년 9월 20일

왠지 다정한 풍경 (서로 어깨를 기댄 우산)


2018년 9월 23일

고향 가는 길


2018년 9월 23일

할 일이 있어서 할머니댁 근처 카페를 검색해 왔는데 이런 탈진주적 공간이 펼쳐졌다! 추석의 혼돈에서 벗어나 잠시 달다구리 시간을 가진 두 자매는 매우 행복해졌다 한다. 최근 네덜란드인 팀원이 추석 “홀리데이”가 다가오니 기대가 되겠다고 건넨 말에 말문이 막힌 적이 있었다. 추석을 한국말로는 “명절”이라고 부르고 거기에는 홀리데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가족을 봐서 반갑긴 한데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한다고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줘야 할지 난감했다. 어쨌거나 명절은 또 돌아왔고 결국은 지나갈 것이며 명절에는 이런 오아시스가 더욱 간절하다.


2018년 9월 25일

고향집 뷰 쵝오이다! 부산 날씨 쵝오이다!


2018년 9월 26일

서울집에 돌아와서 노트북을 차고 앉으니 왠지 달달한 게 먹고 싶어져서 우드포드 리저브 더블오크를 땄다. 목과 가슴팍이 따땃해지는 것이 딱 좋다. 역시나 집에 술 한두 병은 상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 고향집에서 잘 쉬고 왔지만 내일과 모레가 지나고 혼자 쉴 주말도 기다려진다. 사진은 하늘색과 바람결에 따라 바닷빛이 달라지는 풍경.


2018년 9월 28일

Done with the project! Back to being a full-time idle..r.. oops, freelancer!


2018년 10월 3일

좋아하는 친구와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마시고 싶은 술을 마시고 화창한 한강변을 마음껏 걷는 휴일. 행복하다 행복해! 행복하기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내가 되어서 참 다행이다. 사진은 바코드, 마포손칼국수, 홍우동명김밥, 온달만두분식.


2018년 10월 4일

하늘 가득, 가을.


2018년 10월 5일

정오가 다 될 때까지 게으름 부리며 늘어져 있다가 느지막히 점심을 챙겨 먹었다. 비가 오니까 김치전! ...은 최근 나온 오뚜기 김치전 믹스 덕을 봤다. 꽤나 제대로 된 맛이라 세 장이나 먹었다우.


2018년 10월 6일

지난 번 내한 때 고3이었던 나는 부산의 고등학교 교실에서 JCM의 내한 소식을 종이 신문으로(!) 찾아 읽으며 눈물을 흘렸더랬다. 11년이 지나 이제는 망설이지 않고 티켓을 살 수 있는 서른이 되었네. 내 가장 오랜 스타를 만난 밤이었다. 정말로. #존카메론미첼


2018년 10월 6일

번역일 자체도 간만이고 그간 프로젝트다 뭐다 밖으로 돌아다니느라 내 최애 일터 성영태 커피하우스에 아주 간만에 나왔다. 하루 두 잔 맛있는 커피랑 좋은 음악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행복한 오후구먼~ #집중안돼서인스타하는거맞음


2018년 10월 8일

오늘 잡혀있던 일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그럼 노트북에 쌓인 파일 정리나 해볼까 하고 뒤적거리다가 이 사진을 발견했다. 파리에서 돌아와 프리랜서로 일해보겠다 다짐한 뒤 처음 했던 일인데, 뭔가 처음이니까 기념으로 인증샷 하나쯤 찍고 싶으면서도 셀카 찍는 내가 부끄러워서 후다닥 몰래 찍은 그 순간이 퍼뜩 떠올랐다. 새벽 같이 도착한 사이트에서 잔뜩 긴장해서는, 클라이언트가 도착하기 전까지 뭐라도 더 알아두겠답시고 벽에 붙어있는 소음 지도 따위를 찍어둔 사진도 바로 옆에 줄지어 있었다. 이제 8개월 꼬박 하고도 몇 주가 지나, 프리랜서로 네 번째 계절을 보내고 있다. 아직도 어려운 건 어렵고 긴장되는 건 긴장되고 못하는 건 못하는...(따흑) 까마득한 뉴비지만 어려운 것도, 긴장되는 것도 이 사진을 찍을 때와는 왠지 결이 달라졌다. (일을 잘 해낸 날도 아니고 일이 급 취소된 날인데도 이렇게 스스로 뿌듯할 일을 찾아내는 나... 자기애 쩔어주고...^_^*) 처음 프리로 나오면서 딱 1년은 아무런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일해보자고 다짐했는데 그 한 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으론 어떤 다짐을 하면 좋으려나.


2018년 10월 12일

정후님이 나랑 놀아주셨어 ♥


2018년 10월 13일

이중현 바텐더님의 Campari con Contorno. 신선한 바질향과 산뜻한 단맛의 밸런스가 좋아서 두 잔이나 마셨다. 샐러드 전채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다는데 주식 같이 마시고 나왔구먼. 좋은 결과 기원합니다. 다음에 Nirvana도 마시러 갈게요!


2018년 10월 23일

나주역에 편의점 하나랑 던킨도너츠 하나밖에 없는 걸 도착할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_T #돌아온하길동주간


2018년 10월 24일

어제에 이어 오늘은 커피 사들고 타는 걸 깜빡했다... 흐아이고 내 정신... #하길동정신없음


2018년 10월 24일

이거라도 못 먹었으면 오늘 어쩔 뻔했냐 #소주일병각 @나주곰탕하얀집


2018년 10월 25일

시급한 화성대탈출 #만나서드러웠고다시는보지말자 #근데왠지자주볼각


2018년 10월 26일

"이자가 미쳤나, 진짜. 그걸 내가 어떻게 통변햐?" 통역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이라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웃겨서 넷플릭스 보다 캡쳐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도 회의실, 부스, 강단, 행사장, 공사장 어디서든 뇌를 혹사시키며 정신 수련하고 있을 통역사 동지 여러분 화이팅! #미스터션샤인5화 #힘내라통변


2018년 10월 28일

Happy Halloween! 올해도 지켰다 운도리와의 전통! 이번에는 운도리가 호스트로 출격!! 인싸 같은 아싸 코스튬 플레이어들ㅋㅋㅋㅋㅋ #강낭콩아니에요 #완두콩이에요 #케찹이찍어준사진


2018년 10월 31일

오늘도 하길동은 어디론가 @연세에서대구로


2018년 11월 2일

오늘도 무사히 @대구


2018년 11월 4일

드디어 부산! 아빠랑 거의 둘이서 (엄마는 거들 뿐.) 대선을 네 병 까고는 베리타세룸 마신 애마냥 온갖 얘기를 줄줄 풀어놨다...^^ 자나깨나 술조심 호호... 


2018년 11월 5일

엄마의 스물두 번째 진여류전 오프닝 날. 사진에 나온 색깔과 실제 작품 색이 너무 심하게 달라서 올리기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자랑하고 싶은 것! 꾸준하고 은근하면서도, 뜨겁고 거침없는 열정을 지닌 작가로서의 엄마를 만나는 전시회는 언제나 저마다의 뭉클함을 남기고 간다. 11/5-11/11 청사포 갤러리 아트숲.


2018년 11월 6일

아침에 이런 풍경 보고 나왔는데 서울 도착하니까 무슨 당장 세상의 종말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하늘이...


2018년 11월 8일

아시아나 처음 타보는데 USB 충전 포트 없는 거 실화인가... 아무튼 다녀오겠습니다아! #하길동또어디가


2018년 11월 9일

정답은 싱가포르! Here for See What’s Next Asia event by Netflix and interpreted for one of the stars of my life!


2018년 11월 13일

나노 단위로 늙고 있다... 한 일주일 블록하고 매일매일 침대에만 누워있고 싶다... 여름 나라의 바닷가에서 낮잠 자고 싶다... 


2018년 11월 14일

나는 통역을 하고 온 것인지 간식 사냥을 다녀온 것인지... 


2018년 11월 14일

누군가 내 인스타 피드는 일했다-술마셨다-놀러갔다-술마셨다의 반복이라고 매우 합당한 지적을 했다. 그러하다! 한때는 외로움의 감성이 뿜어져 나오고 또 한때는 연애의 행복으로 충만했으나 이제 내게는 술과 일과 여행과 메마른 가슴밖에 남지 않았다!! 후...^^* 그런 의미에서 주말에 다녀온 시음회 사진. 발블레어 1999와 아녹 스택이 맛있었다. 그리고 리뎀션 라이도 매우 훌륭. (아녹12, 아녹라스칸, 아녹스택, 올드풀티니12, 발블레어1999)


2018년 11월 15일

바빴다. 세상이야 뭐라 하든 내 기준에 충분히 바빴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 라는 말로 안부를 묻는 행태에 코웃음을 치면서도 나에게도 누군가 그렇게 안부를 물어주길 바랐다. 그러면 때에 따라 난처한 듯 웃으며 그러네요 조금 바쁘네요, 라든지 손사레를 치며 아유 아니에요 아직 멀었죠, 라든지 둘러대며 예의를 차리다가도 슬쩍, 그런데 어제는 말이죠 이런 재밌는 얘기를 배웠네요, 라고 넋두리를 시작할 텐데. 밤 늦게까지 거실 책상에 또아리를 틀고 자료를 볼 때면 쓸쓸하면서도 만족스러웠다. 바쁨에는 도취되는 구석이 있었다. 인상을 쓰며 전화를 받고 급한 척 메일을 확인하고 게임의 다음 단계를 정복하듯 다음 일을 쏘아넘기는 것은 분명 나를 일종의 중독 상태에 빠져들게 했다.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나 술을 마시는 빈도가 준 것은 내가 특별히 대단한 평정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중독의 대상을 찾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매료되었다. 그런데 싱가폴에 다녀온 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이틀을 꼬박 쉬다 보니 이제 이 상황에 대해, 나의 새로운 중독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자각이 깃들기 시작했다. 집에서 고작 2분 거리에 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집에 커피를 마시러 간 게 얼마나 되었는지, 집구석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장 옆 소파에 앉은 건 얼마나 되었는지, 가벼운 책을 들고 지하철에 탄 건 얼마나 되었는지, 같은 질문이 밀려왔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그런 걸 고작 몇 개월 잊고 지냈다고 이런 일기까지 쓸 만큼 중대한 문제인 양 여기는 것은 사실 사치일 수도 있지만, 나는 바로 그런 방식으로 사치스럽게 살고 싶다. 일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내 태도의 문제다. 중독은 내 주인이 아니라 동반자일 때까지만 곁을 내주고 싶다. (...는 혼술하다가 필 받아서 쓴 일기가 맞고 저 나쵸는 최고다!)


2018년 11월 18일

오늘 아마 세상에서 제일 조용했을 싱어롱 상영을 보고 왔다...ㅋㅋㅋㅋ 당연히 최상급이다. 정말 아무도 아무것도 안 불렀으니깤ㅋㅋㅋㅋㅋ ㅎ ㅏ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에 아무리 귀찮아도 밤 12시반 회차를 보러 갔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부터 영화관에 올 수 있는 건실한 영혼들은 아침부터 떼창을 하기에 너무 제정신이었던 것이다...ㅋㅋㅋㅋ 어쨌거나 저쨌거나 볼 생각이 있으면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하는 영화이므로 보러 가긴 잘했다...만 아쉬워... #우리줄은리듬조차나만탔어


2018년 11월 19일

오늘자 빙구미. 일터가 친구의 일터와 가깝고 시간도 적당하고 직전까지 봐야할 자료도 없고 그렇게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일하러 나오는 김에 친구와 점심 먹기 미션 성공!! 운도리랑 점심 먹고 늠나 행복해하며 인사하는 순간 포착.


2018년 11월 21일

자료 쌓아놓고 공부하기 싫어서 커ffee샵에서 인스타로 도ffeeee


22 Nov 2018

아무래도 인스타에 보는 눈이 너무 많아졌고 블로그를 꼬박꼬박 쓰기에는 긴 글을 모바일로 잘 못 쓰겠고 트위터에 조각조각 필터링 없이 뭐라도 끼적거린 다음 블로그에 모으는 게 그나마 가장 많이 내 일상을 기록해둘 수 있는 방법인 듯.


25 Nov 2018

화요일부터 있는 행사 자료 공부 중인데 너무 전애인 생각이 많이 난다. 하필 분야가 이러냐. 4일짜리라 공부할 양도 많아서 미치겠는데 문장마다 단어마다 까끌거릴 지경이다.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괴롭다. 하...


2018년 11월 26일

Summing up the start of the week.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인간적으로 너무 맛없는 도시락에 너무 살기 힘든 공기네... #하길동onthego @역삼에서여수로


2018년 11월 27일

한 끼에 갈치를 이만큼 먹다니 이런 날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야. @여수삼학집


27 Nov 2018

타지의 훌륭하지도 않은 숙소에서 4박을 하게 되었지만 두 번째 밤인 오늘 이미 나는 이곳에 꽤나 적응을 했다. 집에서 틀던 것과 같은 음악을 틀고 시간을 조금 보내면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진다.


28 Nov 2018

딴딴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그만큼 가끔은 건조해진 느낌도 들지만, 어쨌든 딴딴해졌다.


2018년 11월 29일

게장 쩝쩝 @여수두꺼비게장


2018년 11월 29일

오른귀잡이입니다. 반대로 들으면 통역이 안 나옴.


2018년 12월 3일

“Bar Coded,” as usual.


3 Dec 2018

학교에서 꼭 배웠어야 하는 것은 단지 요율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니라, 내 노동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었다. 당위를 따르지 않는 경쟁자를 나무라는 방식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내 노동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2018년 12월 4일

보통은 창문을 마주하고 앉지만 오늘은 왠지 사람 속에 둘러싸인 기분을 더 느끼고 싶어서 안쪽을 보는 방향으로 앉아봤다. 사진에는 다 안 나왔지만 카페에 연말 느낌이 물씬 난다. 커피는 여전히 맛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카페에 앉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리를 낸다. 나는 내 노트북이 이곳의 와이파이를 천연덕스럽게 잡는 것이 오늘도 퍽 좋다. 다들 오후에 잘 일해봅시다. (아, 그리고 프리랜서 여러분! 나는 주중에 별 일 없으면 주로 공덕 집앞 카페에서 일하거나 자료를 보고 있으니 같이 커피 마시면서 일하고 싶은 날 연락 주어요!)


2018년 12월 5일

아침을 여는 삶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지만 어째서인지 아침을 열고 있습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동서울터미널에서영주로


5 Dec 2018

영주에 일하러 왔는데 호텔은 약간 모텔과 호텔 사이 어드메 느낌이지만 온천수 나오는 게 자랑인지 큰 욕조가 있어서 가득 물 받아서 몸 담그는 중. 어으어 좋다.


2018년 12월 6일

느어무 피곤하다아아... 침대 위에서 한줌의 재로 흩어지고 싶다아아... 사진은 어느 지방 호텔의 갑자기 분위기 자쿠지... 하으어어


6 Dec 2018

내일 건은 자료가 일단 너무 많고 내 알량한 커리어 중 가장 큰 건인데다가 여러모로 처음 겪어보는 세팅이라 내 날뛰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 건 말아먹는다고 커리어가 끝장나는 건 아니다”라고 계속 되뇌어야 하지만 그래서 스트레스 강도가 무척 높지만... 정말 변태 같은 지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 읽기가 너무 재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중이 잘 되는 건 또 아니지만. 계속 생각지도 못한 분야의 속사정을 알게 되는 내 직업, 좋아해! (아 물론 말아먹기 싫음... 절대... 그냥 저렇게라도 생각 안 하면 책상 앞에서 폭발할 지경이라...)


2018년 12월 9일

미리 크리스마스! #멍돌프 #꼬리가포인튼데 #다른멍돌프친구들은다댕댕이네 #난사람인데 / 산타 풍년! 루돌프 고용주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 #멍돌프는자유예여 #멍돌프보고싶음불러주세여 #코스튬입고가드림


10 Dec 2018

수요일 건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며칠만에 얼굴이 시커매지고 푸석해지고 수척해졌지만...^^ 어쩔 수 없이 긴장되는 것 이상으로 “나는 스트레스 받고 긴장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지는 않기로 한다. / 자료가... 너무 많고 미치겠는데 정말 재밌다... 프로 변태...


2018년 12월 11일

두 번 성장했다간 다리 찢어지겠네 살려줘 @성영태커피하우스 / 오... 리허설 하면서 파트너 선생님이 어떤 사람을 보고 graphic guy 라며 저 사람은 배경이 뭐길래 저렇게 그래픽에 집착하지? 라고 하셔서 글쎄요 컨설팅 출신인가 라고 답했는데...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맞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신 안의 컨설을 버리지 못했군녀...


2018년 12월 12일

힘을 줘요 펭귄사마...! 이것은 너무도 가뿐하게, 올해의 하이라이트. #도비는자유예요almost @공정거래위원회심판정


2018년 12월 14일

망원동에 점심 먹으러 나올 날을 얼마나 염원했던가... 아 너무 행복하다... 자유 채고채고!!!!!


2018년 12월 14일

주변에 책 좀 좋아한다는 아가씨들은 다 읽고 있는 것 같은 그 책,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일할 때나 놀 때나 같은 곳. 지박령을 지향합니다.


2018년 12월 16일

연례행사 클리어! 간은 예전 같지 않지만 위장만은 건재하다 #안암ers #어서와터키는처음이지 #젝스님트구매요망


16 Dec 2018

내 영어 능력이 너무 형편없어서 때로 괴롭지만 적어도 내가 형편없다는 걸 알 정도는 되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형편없는 줄도 모르고 잘난 줄 알면 속은 좀 더 편하겠지만 그것보단 이게 낫지, 암.


20 Dec 2018

성수기에 시간도 없었거니와 신기하게 일도 안 들어와서 두 달 간 번역을 안 했는데 오늘 간만에 할 일이 생겼다. 하기 싫다고 생각하며 앉았는데 하다보니 너무 재밌어... 나 참 일 좋아하는구나 다시금 생각하며 두다다다 해서 넘겼다.


2018년 12월 23일

자유가 오는 줄 알았는데... #오늘도지박령 #양말좀 #올해언제끝나여 / 재미...가 있었다... 세 장 받았을 때까진... 오늘 밤 샐 거 같고 이제 재미 읎..숴... 지친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준 성영태 커피하우스 사장님 고맙습니다...


25 Dec 2018

친구가 집에 놀러오면서 사온 얼그레이를 간만에 집어서, 친구들이 놀러올 때 사놨던 나이프를 들어서, 틴캔 뚜껑을 열어 차를 우렸다. 에디히긴스트리오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틀고 지난 번 통역 나갈 때 간식으로 사놨다가 다 못 먹은 홍차 쿠키를 몇 개 꺼내서 자리를 잡고 앉는데 행복감이 막 몰려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불행한 시절로는.


2018년 12월 26일

Heartwarming winter foods (하이디라오, 21세기수산방어회, 샤로수길키요이모츠나베, 누하의숲스튜, 스코프뱅쇼, 마익스캐빈, 강남와인바, 링고기네스, 운도리네루이보스티)


27 Dec 2018

부모님댁에 와서 수건을 쓰는데, 왠지 수건 두 개를 나란히 걸어놓고 쓰던 시절이 생각났다. 내가 늘 쓰는 수건 몇 개는 언제부턴가 내 수건이 되었었지.


2018년 12월 28일

오늘 부산은 하루종일 맑음 


2018년 12월 31일

2018년의 마지막 며칠 간 부산에서 먹은 것들. 영혼의 고향 라라관-광명집 아구찜-기장시장 대게-카페밀유-그랜드테이블 가족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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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데이&인스타  |  2019. 1. 7. 21:50




* 프리랜서로 나온 뒤로는 늘 퀘스트 깨기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1월에는 지난 2년 간 같이 일했던 컨설팅펌으로부터 처음으로 프리랜서로서 일을 받아 출장을 다녀왔다. 2월에는 그 컨설팅펌으로부터 첫 번역을 받았고, 첫 서울일을 했다. 4월에는 처음으로 다른 클라이언트의 순차통역일을 했다. 5월에는 처음으로 통역 부스에서 동기와 동시통역을 했고, 이것은 처음으로 에이전시를 통해 일을 해본 것이기도 했다. 첫 해외출장도 다녀왔고, 이것은 처음으로 후배와 일한 경험이기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컨설팅펌 일에서 선배와 함께 일을 했다. 8월에는 처음으로 들어온 일을 거절했다. 9월에는 처음으로 컨설팅펌이 아닌 다른 클라이언트의 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10월에는 처음으로 직접 요율 협상을 했다. (그전까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을 받거나 제시하면 바로 수락이 되는 식이었다.) 세밀하게 보면 더 많은 처음이 있었다. 거의 매번 처음 접하는 분야, 처음 만나는 주제, 처음 만나는 기업 (혹은 심지어 처음 들어보는^^ 기업), 처음 만나는 동료, 처음 겪어보는 어려움 같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12월, 그래도 웬만한 처음은 다 겪은 것 같으니 이제는 그 위에 조금씩 경험을 덮어가며 익숙해지는 일만 남았나 했더니 어마어마하게 큰 처음이 왔다. 컨설팅펌 외의 일은 모두 동기들과 한 것이었는데, 처음으로 선배와, 그것도... 까마득한 대선배와 부스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처음 해보는 분야에서. 그리고 처음으로 통역사 세 명이 들어가는 세팅으로. (이 일을 제안받을 때 들은 정보 중에 클라이언트가 누구인지 말고는 하나도 맞는 내용이 없었다는 것을 적어둔다...^^) 아, 리허설도 처음 해봤지, 참. 리허설이 필요할 만큼 중대한 일도 처음이고. '처음'을 다루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고? 그럼 어디 처음들을 똘똘 뭉쳐서 던질테니 받아봐! 라고 하는 것마냥, 뭉텅이가 날아왔다. 그것도 천 장짜리 자료랑 같이. 하하하. 

어제의 리허설은... 정말 힘들었다. 아니, 뭐, 그래도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거나 그런 류의 고통은 다행히 아니었지만 내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힘들었다. 도움을 계속 받으면서 내가 도울 일은 거의 없었다. 적확한 단어만이 서있을 자리에서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두루뭉술하고, 듬성듬성하고, 뒤죽박죽이고, 때로는 치명적으로 틀렸다. 최선을 다해 통역을 하고 있지만 필요한 수준에 한참 못 미쳤다. 노력을 하면서도 결과는 게을렀다. 그래서 고통스러웠다. 

끝나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면서 뭐라고 뭐라고 지껄였다.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거기에 선배는 "좋은 통역사라면 이런 상황에서 투지가 생겨야죠"라고 담담하게 답을 해주었다. 작별인사를 하며 연신 사과의 말을 내뱉고 있던 내게 "I think you passed the test"라고 말해주고는 유유히 걸어가셨다. 대선배와의 첫경험. 정말 고통스러웠고 아마 앞으로 더 고통스러울 테지만 정말로 이번 퀘스트를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살아서 통과한다면 분명히 담력 하나는 제대로 길러질 거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그저 하루 일한 것만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자료를 제본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나, 당일에 하드카피 몇 부를 출력해달라고 요청하는 것, 어떤 식으로 통역 자리를 세팅하는지("라이트"), 어떤 식으로 통역을 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을 체크해야 하는지("비")... 실력이 최상이고, 모든 면에서 노련하고, 그러면서도 근면한 프로. 같이 부스에 들어가 앉아있는 것만으로 영광이었다. 단지 대선배라서가 아니라, 그럴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정말 이런 걸 내가 지금 해야만 했을까? 이런 난이도의 일을 훌륭하게 해낼 사람들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그것도 한 다스로. 나는 뱁샌데. 어느 모로 보나 이 일은 내 일이 아닌데, 어쩌다가 이게 나한테 와서는. 내심 기쁘고, 내심 기대되고, 내심 긴장되고 걱정되고 (그래서 밥도 못 먹고 소화도 안 되고 잠도 못 자고 온갖 난리는 다 피우고), 내심 우쭐하고, 내심 절망적인. 모든 퀘스트에 앞서 느꼈던 감정들이 잔뜩 증폭된 형태로 비처럼 내렸다. 나는 장대빗속에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있다. 

그러니까, 어제 리허설이 끝나고 받은 느낌은 비에 푹 젖어버린 느낌이었던 거다. 눈물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는데, 그건 슬퍼서도 분해서도 부끄러워서도 아니었다. 나를 적신 비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빗방울마다 다른 감정, 느낌, 생각, 맥락이 녹아있었다. 나는 그 부스에 오기까지, 그리고 그 한나절 내내 부스 내에서 내린 비에 overwhelmed된 것이었다. 

오늘 설거지를 하면서 계속 왜 하필 내게, 왜 하필 내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런 대사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하필 내게... 왔냐고 묻지 말라. 그건 분명히 이집트왕자였어. 설거지를 하다말고 허겁지겁 음악을 틀었다. 무슨 노래였는지 기억이 안 나서 Through Heaven's Eyes를 틀고 다시 설거지를 하는데 울음이 터져나왔다. 내가 찾던 그 노래는 아니었지만 결국 생각은 맞닿아있었다. 그리고 몇 소절 더 듣자 기억이 났다. "When the gods send you a blessing, you don't ask why it was sent." 이집트왕자의 다른 노래에 나온 가사였던 거다. 마치 해독제를 찾은 듯이, 두 번 연속으로 이 노래를 들으며 찔찔 울면서 설거지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 몇 번이고 가사를 보고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엉엉 울었다.

버겁기는 하지만 이건 확실히 축복이다.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 왜 하필 내게 왔는지 물으면서 내 자신에게 재앙을 만들지 않겠다.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 퀘스트를 깰 때마다 게임처럼 어디서 축하의 팡파레라도 울리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는 점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어려운 퀘스트를 잘 뚫고 지나와도, 과거의 것에 비추어 현재의 것이 얼마나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였는지 아무도 제대로 알고 싶어하지 않고 알지도 못하며 알 수도 없다는 사실, 그걸 꾸준히 관찰해주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에. 그러나 그와 동시에, 모순적이게도, 타인에게 나의 퀘스트를 설명하고 가끔은 타인으로부터 박수를 받아야만 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조율은 결국 내가 해야 한다. 마음의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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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나는 왠지 딴짓의 정상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토요일에 큰 건 리허설이 있는데 자료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종일 집에 처박혀있어 놓고는 딱히 한 건 없고, 지금 막 해나 개즈비의 "나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더 봤다. 이 스탠드업 코미디 쇼는 정말 보기 드문 수작이다. 별점 6개 주고 싶은 그런 마음. 내가 재밌게 본 코미디쇼는 이거 외에는 앨리웡, 하산 미나즈, 트레버 노아 (그런데 트레버 노아는 데일리쇼나 팟캐스트에서 얘기 들을 때는 꽤나 브릴리언트한 반면 넷플릭스에 올라온 쇼 두 개 봤는데 둘 다 갸우뚱하긴 했다)의 쇼가 있는데 공통점을 생각해보면 나는 소수자 정체성에서 나오는 펀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지적으로 자극도 되어야 하고. 반복이나 남을 깎아내리기를 통해 그저 웃기기만 하려는 건 도저히 볼 수가 없다. 아무튼. "나의 이야기"는 다시 보고 싶을 뿐만 아니라 아예 트랜스크립트를 받아서 읽고 싶다. 그리고 엄마에게 잘 번역해서 소개해주고 싶다. 오늘 한 딴짓은 일단 청소, 빨래, 장보기, 요리, 다이어리 정리 등이 있는데 이 쇼를 굳이 다시 본 게 정상이고 이제 내일부터는 후다닥 산을 달려내려와 공부를 할 수 있길. 

* 주말에 본 영화 "툴리"도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다. 보고 나오면서 첫 인상은 좋은 영화인 것 같긴 하지만 너무 후다닥 끝난 거 아냐? 였지만 곱씹을수록 아름답다. 물에서 숨이 막히지 않는 인어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도. 툴리와 마를로의 투샷이 지니는 의미도. 툴리가 하는 말들이 마를로와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는 것도. 미디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엄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라고 해봤자 현실은 따라오지 못할 것이지만). 나무되기 놀이를 가르쳐주는 장면도 전체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의미가 있고. 다시 보고 싶다. 엄마랑. 

* 바쁘다고 어쩌고 저쩌고 나불나불거리긴 하는데 사실 그렇게 바쁘진 않은 건지도. 

* H언니와 S언니를 만나서 맥주 마시다가 뭔가 이야기를 했는데 제대로 전달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그 이후에 든 생각을 조금 적어놓는다. 툴리와도 연결되는 얘기다. 여자다움이라는 건 대체 뭔가? 나는 여자다움을 생각하면 엄마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보기에 엄마는 거의 수퍼우먼이다. 열정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랑했고, 열정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절박함으로 그림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 와중에 나와 동생도 깊은 사랑으로, 정신적 회복탄력성이 높고 건강한 수준의 자존감을 지닌 성인으로 키워냈다. 그러면서도 딸과 며느리로서의 역할도 매우 모범적으로 해냈다. 꽤나 흠이 많은 남편과도 상당히 원만한 수준의 관계를 지켜왔다. 그런 모든 일을 다 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정신을 돌볼 줄 알았고 사유할 줄 알았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을 보내고 애정을 표현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떻게 저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었는지, 나는 상상이 잘 안 될 지경이지만 아무튼 다 해냈다. 현명하고 진실된 사람. 엄마는 그런 사람이지만, 유독 여성성의 영역에서는 자신이 없다. 아빠가 좋아하는 어떤 스타일로 옷을 입지도 못하고 꾸미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두 아이를 낳고 저 모든 일을 하느라 만들어진 자신의 "못난" 육체에 컴플렉스가 심하다. 엄마의 존경할 만한 점이 저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엄마를 만나 대화를 하면서 화를 낼 일이 생긴다면 그건 십중팔구 여자다움과 연관이 있다. 자기 몸무게가 얼마인데 그래서 옷을 입으면 예쁘지 않은 몸무게가 되었기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없다느니, 무엇을 입을 수 없다느니, 무엇을 살 수 없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화가 치밀어오른다. 대체 그 여자다움이 무엇이라고 이런 훌륭한 것들을 이뤄낸 사람이 그 부분에서만큼은 자기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면서 고작 1, 2 킬로그램에 매일 같이 정신적 에너지를 쓰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왜 그 부분에서만큼은 마치 자신이 남편에게 매력적인 여자로서 기능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모종의 미안함을 안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 가정이 거의 전적으로 엄마의 공으로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데도? 고작 그딴 몇 키로의 몸무게와, 소위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자신의 취향 때문에? 이런 생각은 내 안의 울분으로 남았다. 

그날 언니들에게 내가 메이크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얘기를 했는데 굉장한 메타 인지를 하고 있구나, 하는 평을 들었다. 메이크업에 대한 내 태도란 이런 것이었다. 일하러 갈 날이 연이어 있어서 며칠 간 계속 메이크업을 하고 나면 어느새 나도 그 얼굴이 익숙해져서 메이크업을 지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된다. 그러면 일이 없는 날도 거울을 보면 메이크업을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럴 때, 하지 않는 것을 택한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면 또 얼굴이 볼만해진다. 다시 익숙해지는 거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내게 피부가 좋아서 그러는 거라고 말한다. 이날도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나는 내가 주로 메이크업을 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메이크업을 한 얼굴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내 얼굴은 그게 디폴트라고 인지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똑같은 피부 상태라도 내가 늘 풀메이크업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메이크업을 지운 순간 내 피부를 보고 여전히 정말 좋다고 말할 사람은 지금에 비해서는 훨씬 적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도 여느 여자들처럼 거울을 보면 내 잡티나 모공이 보인다는 거다. 그런 것들을 다 가리고 싶고 부끄러워지는 순간도 분명 있다. 나도 남의 피부를 보고 부러워하곤 한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들으면 아니다 내 피부는 아주 엉망진창이다! 라고 말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 게임에 참여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나도 모르게 휘말려 있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그 게임에서 비껴서 있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고 메타 인지를 하고 있다는 평을 들은 것인데, 나는 다른 사람들도 그런 메타 인지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 내가 거창한 뭔가를 하고 있는 건 없지만, 내가 하는 생각들은 가급적 같은 선상에 있도록 하고 싶다. 내 주변의 많은 여자들은 외국에 나가면 한국의 억압적인 미의 기준 때문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거기에서 자유로운 느낌을 받고 그래서 좋았다면, 그걸 한국에서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느 정도는 물론 양보를 하게 된다. 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이라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그 수준을 반드시 맞춰야만 하는 때가 아닌 순간들도, 삶에는 얼마든지 있다. 거부할 수 없다고 느끼는 선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보면 좋겠다. 그래서 적어도 내 주변에서만큼은 내가 그런 자유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얼굴에 칠을 도무지 별로 하지 않는 내가 못 버리는 한 가지는 바로 립스틱이다. 눈썹을 안 그리고 맨얼굴로 나가는 날에도 입술만큼은 뭔가를 바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래부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입술에는 색이 있어야 한다는 걸 배운 순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배우기에는 상당히 늦은 때였다. 이십 대 중후반 무렵이었을 테니까. 어느날 부산에서 엄마가 내게 이렇게 말한 순간이 기억이 나는 것이다. "다른 건 다 안 하더라도 입술 만큼은 뭘 발라야지!" 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입술에 립스틱을 칠했다. 확실히 얼굴에 생기가 확 살아났다. 그날 이후로 나는 립스틱을 바르지 않은 내 얼굴은 역시 생기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이건 확실히 학습이다.

* 아... 이런 일기까지 써버리다니. 확실히 딴짓의 정상에 있는 게 맞구만. 더 쓰다가는 잠을 못 잘 것 같고 내일은 꼭 아침 일찍부터 공부를 해야 하니 일단은 그만 접어두고 와야겠다. 사실 지난 몇 달 간 일을 하면서 느꼈던 공허감과 뿌듯함에 대해서도 꼭 기록해놓고 싶은데. 바쁨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런 영향의 많은 부분은 사실 내가 바쁨에 대해 조금 잘못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깨닫게 되었는지, 그런 깨달음 뒤에 나의 마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기록해두고 싶은데, 일단은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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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  2018. 12. 4. 02:41




* 고요하지만 무료하고 평화롭지만 한심한 일상.

* 나라는 인간 정말 징한 인간... 주로 기업 대상으로 통역을 하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재무제표 읽을 줄도 모르는 똥멍청이인데 이번에 주식 스터디 그룹에 들어간 걸 계기로 드디어!!! 결심한 지 무려!!! 1년 가까이 되어서!!! 재무제표 읽는 법을 공부하고 있다. 오늘 하루 그거 책 좀 읽었다고 이해가 안 되고 미추어버리겠어서 지금 블로그로 도망옴. 그렇게 어려울 이유도 없는데 왜 이렇게 안 와닿고 어려운지 정말 꼴도 보기 싫고 이해도 잘 안 됨. 그냥 멍청해서인가? ^^ 라고 하기에는 나 그렇게까지 멍청하진 않을 텐데...? (제발.) 이게 소위 말하는 "영어울렁증"을 겪는 사람들이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할 때 느끼는 증상이라면, 그거 과장이 아니라 정말 울렁거리는 거였구나. 하하. 정말 재무제표 for dummies 수준인데 나에겐 dummy도 아깝다...^^

* 인스타 중독이 또 심각한 수준이 되어서 한 주 간 업로드를 끊어보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후, 내가 의지박약의 아이콘이다. 

* 지난 목요일에 은행 자산관리 관련 통역 들어갔다가 매우 고통 받고 나왔는데 금융지식도 너무 미천한 와중에 통역실력도 미천해서 그 꼴이 난 것 같아서 아직까지도 괴롭다.

* 전 애인 Y에게서 9월에 편지가 왔는데 답장 쓰기를 회피하고 있다. 답장이 숙제로 여겨지면서 원래도 별로 달갑지 않았던 그의 연락이 더더욱 싫어지고 있다. 그와 만날 때 정말 행복하고 안락했고, 지금 잘 살고 있는 게 그때 배운 안정감에 크게 기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고맙기까지 한 인연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금 그에게 뭔가 빚지고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게 그와 연애하던 시기는 그것으로 충만하게 완결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연애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전적으로 감정의 게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결심의 산물임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관계였다. 그리고 어쩌면 잔인하게도 나는 그 깨달음에 따라 그와의 연애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결심들로 하루 하루를 채워왔다. 그 시간이 이제 1년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는 아직도 내가 떠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럴 줄 알았기 때문에 떠나기 전 몇 가지 구체적인 당부도 해두고 왔고, 연락이 올 때마다 그 당부를 일깨워주고 있는데도 그렇다. 아마도 그는 아직도 매일,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로, 그 자리에 있기로 결심하고 있는 것일 테다. 처음 편지를 받고서 이런 편지에는 답장을 쓰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기에 꼭 답장으로 이런 내용을 다시 설명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답장 쓰기를 미루는 동안 점점 더 헷갈린다. 나는 이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할 때 분명 이런 설명을 몇 번이고 여러 형태로 했는데 그가 듣지 않았다면, 왜 지금에 와서 또 해줘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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