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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1890)

이선주 옮김

황금가지 2004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저자
오스카 와일드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3-10-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는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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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를 취하지 않는 척하는 것이야말로 포즈일 뿐이고, 내가 알기론 그것이 가장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포즈일세.” (16, 헨리)

 

어쩌면 그리스 시대의 이상보다 더 아름답고 풍요한 무엇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우리 중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조차도 자기 자신을 두려워해. 손발이 잘린 야수가 자기 부정의 형태로 비극적 부활을 하며 우리의 삶을 훼손하고 있어. 우리는 우리가 했던 거부 때문에 처벌받고 있는 거야. 우리가 교살하려고 했던 충동은 살아남아 우리의 정신 속에서 새끼를 치고 독을 퍼뜨린다네. 육체는 한 번 죄를 지을 뿐, 그 죄는 사라지지. 왜냐하면 행동은 정화의 한 형태니까. 남는 것은 쾌락의 기억, 또는 회한이라는 사치뿐이야. 유혹을 사라지게 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유혹에 지는 것. 저항한다면, 우리의 영혼은 그것이 스스로에게 금지한 것들을 향한 갈망으로 병들 것이며, 영혼의 괴물 같은 법칙이 끔찍하고 불법적이라고 규정한 것들을 향한 욕망으로 병들 거야. (35, 헨리)

 

“영혼은 관능으로만 치유될 수 있으니까. 관능이 영혼으로만 치유될 수 있는 것처럼.” (38, 헨리)

 

한 주제에 대해 말하면서 그 주제를 모두 소진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듯이, 그는 청중이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는 사람이었다. (63, 토머스 버든 경에 대해)

 

“젊은 시절에 저지른 큰 실수 중에 기억하는 것이 있나요, 공작부인?” (...) “그렇다면 그 실수들을 다시 저지르세요.” 그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젊음을 다시 찾고 싶다면, 젊었을 때의 바보짓들을 다시 저지르기만 하면 됩니다.” (...) “그것이 인생의 위대한 비밀 중 하나예요.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비굴한 상식 때문에 죽어 가고, 우리가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실수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한참 늦은 다음이지요.” (66-7, 헨리)

 

“친구여, 삶에서 한 번만 사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천박한 사람들일세. 그들이 변함없는 사랑이라고, 변치 않는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 나는 그것을 관습의 권태 또는 상상력의 부족이라고 부르겠어. 감정적인 삶에서 변치 않는 마음은 말하자면 지적인 삶에서의 일관성 같은 것일세. 단순히 실패의 고백일 뿐인 것이지. 변함없는 사랑이라고! 언젠가 그걸 치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야. (...)” (78, 헨리)

 

헨리 경이 웃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길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을 생각할 때 두렵기 때문일세. 낙천주의의 근거는 절절한 공포감이야. 우리가 인간의 본성이 관대하다고 믿는 건, 이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미덕을 소유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야. 잔액보다 큰 액수를 인출할지도 모를 때 우리는 은행 직원을 칭찬하고, 혹시 나는 털지 않겠지 하는 희망에 노상강도에게서도 좋은 면을 찾아낸다네. 내가 했던 말은 모두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네. 나는 낙천주의를 그 이상 경멸할 수 없어. 파멸한 인생이라면, 성장이 멈춘 삶만큼 파멸한 인생이 어디 있을까. 본성을 훼손하고 싶다면, 그 모양을 바꾸기만 하면 되네. (...)” (114, 헨리)

 

우리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여 주는 감정에는 언제나 우스꽝스러운 무엇인가가 있는 법이다. (133, 시빌 베인을 향한 그레이의 반응)

 

자기를 책망하는 회한에는 일종의 사치스러운 쾌락이 있다. 자신을 비난할 때, 우리는 다른 그 누구에게도 우리를 비난할 권리가 없다고 느낀다. 우리의 죄를 사해 주는 것은 신부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죄의 고백 자체이다. 편지를 다 쓰고 나서 도리언은 자신이 용서받았다고 느꼈다. (144)

 

그림 속 얼굴에는 극도의 구토와 혐오감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가 보고 있는 얼굴은 다름 아닌 도리언 그레이의 얼굴이었다! 그게 무엇이든 도리언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추악하게 훼손하고 있는 그것은 아직 도리언을 완전히 삼키지 않은 상태였다. 듬성듬성한 머리칼이지만 아직 거기엔 도리언의 금발 고수머리가 남아 있었고 육감적인 입술 위에는 아직 진홍빛이 남아 있었다. 푹 꺼지고 우둔하게 변해 버린 눈이었지만 눈동자엔 아직 원래의 푸른빛이 가졌던 사랑스러움이 남아 있었고 깎은 듯 한 콧방울과 유연한 목에 귀족적인 윤곽이 아직은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 그림 속 인물은 여전히 도리언이었다. 하지만 누가 이런 짓을 했나? (224, 도리언의 초상을 본 바질의 반응; emphasis added)

 

다른 사람의 실수와 착오를 대신 짊어지기에 인생은 너무 짧다. 인간에겐 각자 살아야 하는 자기의 삶이 있고,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대가 역시 각자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진정 가엾은 것은, 한 번의 잘못 때문에 여러 번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뿐. 진실로 우리는 거듭 대가를 치르고 또 치른다. 인간과 거래하면서 운명의 여신은 결코 장부를 덮지 않는다. (271, 할렘가 같은 곳에서 나오면서 싱글턴의 망가진 삶을 보고 진정 자기 때문인지 고민하는 도리언) -> 마치 한 번의 선택으로 읽히는 것은 지금의 나의 처지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요? 로맨스는 반복에 의해 살고, 반복은 단순한 취향을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게다가 사랑을 할 때마다 그 사랑은 유일무이한 사랑이지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사랑입니다. 대상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이라는 정열의 유일성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유일성이 더욱 극대화될 뿐입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기껏해야 한 번의 위대한 경험을 할 수밖에 없고, 이 경험을 가능한 자주 다시 해 보는 데에 인생의 비밀이 있습니다.” (282) -아 진짜 궤변인데 말 잘한다.

 

그녀는 다시 웃었다. 그녀의 치아는 붉디붉은 과일에 박힌 새하얀 씨앗 같았다. (295, 헨리 누이를 향한. 좋은 표현)

 

“그렇다고 확신하나, 도리언?”

“그래요.”

“하! 그렇다면 그건 환상일세. 사람이 전적으로 옳다고 확신하는 것 중에 진실로 옳은 것은 없네. 그것이 ‘믿음’이란 것의 숙명이고 ‘로맨스’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일세. (...)” (307, 헨리)

 

늙은 사람의 비극은 늙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실은 늙었음에도 여전히 젊다는 데에 있어. 때로 나는 나의 무구한 솔직함에 스스로 놀랄 때가 있네. (308, 헨리)

 

“이보게, 자네 진정 이제 설교를 하려 드는군. 좀 있으면 개종한 사람의 열정을 가지고 신앙 부흥을 외치며 돌아다니겠어. 이제 자네에겐 지겨워진 죄를 다른 사람들에게 짓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말이야. (...) 예술은 인간의 행동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아. 예술은 행동하고자 하는 욕망을 파괴할 뿐이야. 아름다운 불모성, 그게 예술의 특징이야. (...)” (311, 헨리)

 

그가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죄악이 그때그때 확실하고 신속한 벌을 내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처벌은 정화를 가능케 했다. 가장 공정한 신에게 우리가 바치는 기도는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가 아니라 ‘우리 죄인을 벌하시고’가 되어야 했다. (313, 영원히 늙지 않기를 기도한 것을 후회하며, 도리언)

 

젊음이란 게 기껏해야 무엇이던가? 파르께하니 설익은 시간, 얕은 감정과 병적인 생각의 시간이다. 그는 왜 청춘의 제복을 걸치려 했던 것일까? 청춘은 다만 그를 망가뜨렸을 뿐이다. (314, 도리언의 후회)

 

허영심이라고? 호기심이라고? 위선이라고? 개심하겠다는 그의 결심에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나? 그것 말고 다른 것도 있었다. 최소한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 누가 알랴......? 아니다. 저 세가지 외에 다른 아무 것도 없었다. 허영심 때문에 그는 그녀를 타락의 길로 끌고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위선으로 그는 선행의 가면을 썼다. 호기심으로 자기 부정을 시험해 본 것이다. 그는 이제 그렇다는 걸 깨달았다. (317, 도리언이 헤티 머튼을 생각하며)

 

초상은 그에게 양심 같은 것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그의 양심이었다. 그 양심을 이제 그는 파괴할 작정이었다.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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