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데이&인스타 - 해당되는 글 25건

Aug 27

내 안의 노래가 죽은 것 같은 하루였다. 바른 생활은 건강하지만 진이 빠진다. 평온하지만 피곤하다.

 

Aug 25           

제발 좀 한국어를 해라. 아니 인간의 말을 하라고. 제발 좀. 통역사로 근무하면서 돈을 받고 있지만 내 월급의 8할은 멍청함을 견디는 대가로 받는 것 같다.

 

Aug 23

누구도 끊어내지 않는다. 누구와도 언제라도 끝난 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누구와도 새삼스레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다.

 

Aug 20

이번 주에 술을 하나도 안 마시고 있다. (돈이 없어서.) 디톡스가 따로 없구만. 안 마시니 또 살 만하네.

 

Aug 19

스케줄러 정리하는데 주말마다 일정이 빡빡하다. 이번주는 동생이 서울 올라와서 사촌동생이랑 셋이 볼 거고, 다음주는 세종시, 그 다음 부산, 그 다음 진주, 한 주 쉬고나서 뉴욕(!), 또 한 주 겨우 쉬고 다낭으로... 소개팅 제안이 가끔 들어오는데 전애인을 잘 정리했느냐, 새 사람 만날 준비가 되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심 시간이 없고 나 사는 게 재밌어 죽겠어서 만나볼 생각이 안 든다.

 

Aug 18

그 문제의 게이 친구 오늘 본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는데 집에 와 보니 일전에 나한테 줄까 물어봤던 그림 뒷면에 커다랗게 편지를 써서 우리집 우편함 위에 두고 갔다. 어떻게 이렇게 깜찍한 짓을 할 생각을 다 한 거니 너. 잘 가. 또 만나.

 

Aug 18

최근에 읽은 책을 선물하고 있다. 아일랜드로 돌아가는 친구에게는 The Sense of an Ending(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밀롱가 DJ 데뷔하는 친구에게는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을 선물했다. 그리고 단골 술집에는 골리앗, 너 좋아한 적 없어, 그녀의 완벽한 하루, 수상한 연립주택, Bright-Sided(긍정의 배신), 미움받을 용기, 한 달 후 일 년 후를 갖다줬다.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이고지고 있어 뭐하나 싶어서 눈 질끈 감고 주기 시작하니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그은 밑줄을 반가워하는 말 한 마디, 이렇게 좋은 책을 줘도 되냐는 인사 한 마디가 무척 기쁘다. 그리고 덕분에 책을 읽을 동기가 더 생긴 느낌.

 

Aug 17

같은 부서 선배 통역사를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로 취급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때때로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러는 나도 오늘 인턴한테 인사 안 하고 나왔다는 거.

 

Aug 13

아주 높은 곳에서 부들부들 떨며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는 꿈은 그리 낯선 꿈은 아니다. 그런 꿈을 꿀 때마다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과 동시에 나는 괜찮아, 떨어지지 않을 거야 라는 확신을 느낀다. 그런데 어젯밤 꿈에서는 그렇게 몇 차례 옮겨다니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저 깊은 곳으로 곤두박질치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하 뭐 별 수 없지 라고 1초 정도 생각했다가,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걸 몰라 난 누구에게도 구조요청을 할 수 없어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면서 소리를 한번 크게 지른 뒤 누구에게도 내 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란 절망감에 번쩍 눈을 떴다.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귀엽게 그려내준 인사이드 아웃에 매우 감사한 밤이었다.

 

Aug 13

오늘 내일 선배 휴가라서 선배가 들어갈 콜을 대신 들어갔는데 내가 발언(통역)하니까 상대쪽에서 선배의 이름을 불렀다. 물론 몇 개월 째 같은 시간에 콜 하는 멤버고 얼굴도 두어 번 본 사람이 있으니 그렇겠지만 거기에 선배 이름이 영어라는 점도 (미국 국적임) 한몫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이름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지라 영어로 얘기할 때면 늘 ''이라는 이름을 써왔는데 사실 이게 완전 영어 이름은 아닌지라 생경해하는 사람이 많다. ... 나도 영어 이름을 하나 만들면 대면 통역 아니라 콜에서도 이름을 불릴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예전에 추천 받은 이름으로는 Erin이 있다.

 

Aug 13

2008년에 수업 들을 때만 해도 2015년에 교수님과 우연히 같은 술집 단골이 되어 헤어질 때 비주를 하는 사이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

 

Aug 10

워낙 얘는 게이니까 레이더에서 제외!의 마음으로 오래 봐서 그런가 잠을 잔 뒤에도 콩닥콩닥한 마음 같은 건 생기지 않는데 이 친구 자체보다도 그의 태도가 종종 떠오르곤 한다. 여체를 처음 접한 그 눈빛. 경탄과 찬미로 가득한. 다리가 너무 부드러워 라든지 가슴이 너무 아름다워, 같이 순수한 감동에서 터져나오는 단순한 말들이 가끔 마음에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Aug 8

저도 시류(?)에 편승하여 만들어봤어요, 성격페이지 :) http://char.guessing.me/26605 우붐을 설명하는 10가지 성격 골라주세요! XD

 

Aug 7

기묘한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3년 된 게이 친구랑 잔다든지... 그런 눈빛으로 "여자의 가슴골이 예뻐보이는 건 처음이야"라니...

 

Aug 7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 아니 뭐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 사실 뭐 그래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Aug 5

격하게 할 일 없는 날 오늘로 사흘째...

 

Aug 4

어젯밤 단골 술집에서 벌어진 땅고판. 나는 마치 그 사건이 내게 "닥쳐온"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전말은 이렇다. 할 일 없이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룹이고 한국이고 온통 휴가라 아무도 일을 안 해서 통번역할 일도 없는 단비같은 시기임) 단골 술집에서 사진전을 열 것이며 오프닝에서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홍보글을 봤다. 그런데 작가 소개에 작가가 땅고를 춘다고 되어 있다. 그러고보니 이름이 낯이 익다? - 며칠 전에 친구의 페북에 태그된 사람이구나 정말 세상 좁네. 흥미가 생겨서 보러 갈 생각을 한다. 퇴근 후 방을 청소하고 샤워를 한다. 회사에서 화장이 무너져서 그대로 나가긴 싫으니까. 다시 화장을 할까 하다가 그건 너무 힘준 것 같아 싫다. 늘 동네 슈퍼 나가는 복장으로 가던 곳인데 이상하잖아. 혹시나 춤을 춰도 썩 불편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평소처럼 마실 나온 것 같은, 하지만 평범하지는 않은 옷을 골라입는다. 세탁소에 맡길 옷 바구니를 들고 길을 나서는데 평소에 늘 신고 가던 크록스를 신지 않는다. 샌들 정도면 땅고를 추려면 출 수도 있지만 크록스는 정말 거의 불가능이니까. 그렇게 집을 나서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고 단골 술집 문을 연다. 한참 혼자 앉아서 프로젝터로 띄운 사진을 본다. 들려오는 대화로 작가가 누군지 짚어낸다. 여러 번 같은 사진이 돌 때까지 앉아서 사진을 감상하다가, 맥주가 두 잔째로 넘어갈 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엽서와 방명록을 보러 간다.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 엽서로도 있는 걸 보고 잠시 흡족해한 뒤 방명록을 뒤적인다. (이건 우연이지만) 몇 장을 한번에 넘겼는데 작가와 며칠 전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린 내 친구가 남긴 메시지가 바로 나온다. 에 설마했는데 여기까지 왔다갈 만큼 친한 사이였던 거야? 신기해하며 훑어본 뒤, 친구에게 연락하며 쿡쿡거린다. 사장이 묻는다 무슨 재밌는 일 있냐고. , 나 친구가 작가분이랑 아는지 왔다 갔나봐. 어떻게 아는 친군데? 땅고 친구. 그러고보니 너도 땅고 춘다 그랬지, 이 작가분도 땅고 춰. 알고 왔지만 놀란 티를 낸다. 작가와 인사를 나누고 마음에 드는 사진에 대해 얘기한다. 한 차례의 대화가 끝난 후 나는 자리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방금 대화에서 작가의 땅고 선생님이 방문할 예정임을 알게 되었다. 책 읽고 사장이랑 종종 대화도 하면서 맥주를 마신다.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그들이 왔다. 그리고 또 계속 책, 대화, 맥주. 시간이 늦어지자 다른 테이블이 하나둘 비고 사장은 입간판을 정리한다. . 그러다 갑자기 땅고 음악이 들린다. ?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사장이 저분들이 요청하셨어 바로 설명해준다. 그리고 작가가 내쪽을 보면서 혹시 땅고 추시는 걸 얘기해도 될까요 묻는다. 물론이죠. 사실 저기 계신 분도 땅고를 추신대요. 얼마나 되셨어요? 1년 정도요. 그런데 최근에 네 달쯤 쉬었어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먼 시야 속에 사장이 테이블을 미는 모습이 보인다. -. 그 땅고 선생님이라는 분이 다가온다. 한 곡 춰도 될까요. 세상에 내가 일부러 샌들을 신고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진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오랜만에 내 앞에 내민 손을 잡고, 다른 손을 뻗어 테이블에 안경을 올려두고, 그 손을 등에 올린다. 함께 무게 중심을 이동하면서, 첫발을 내딛는다. 아 오랜만이구나 생각하면서 춤을 췄다. 그리고 작가와, 또 다른 남자와도 춤을. 춤을 추고 나니 나는 어느새 그쪽 테이블에 앉아 있고 샴페인은 터지고 몇 시간 뒤에 한국을 떠날, 처음 만난 작가의 환송회가 무르익어갔다. 기묘한 밤이었다. 기묘한 밤이지만 이 밤은 내게 그저 닥쳐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게 훨씬 쉬운 설명일 뿐이다.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11월 & 12월  (0) 2016.03.12
2015년 9월 & 10월  (0) 2015.11.28
2015년 7월  (0) 2015.11.28
2015년 6월  (0) 2015.07.05
2015년 5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11. 28. 20:48




Jul 23

거지같은영어로번역해놓고고쳐달라하지말고제발그냥한국어로줘서번역을요청해줄래 니한국어만으로도이미충분히엉망진창이니까

 

Jul 20

전애인과 헤어지고 나서 날 염려한 많은 이들이 얼굴 보자는 손길을 내밀어주어서 정말 바삐 놀았다. 오늘도 있는데 이제 슬슬 지친다... 미안해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orz 지금 잡힌 약속까지만 끝나면 칩거 모드 돌입해야지...

 

Jul 16

2012년에 만나던 전애인이 미국에서 잠시 한국 놀러와서는, 부산에 여행가서 우리 엄마 작품을 두 점 샀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Jul 16

동시통역 있는 날이라서 회사 가기 싫다... 끄으으응... 침대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스트레스 받는 중...

우붐_부움 아침으로 복숭아와 체리를 씹으며 마인드컨트롤 중...~_~ 아오오오오 빨리 하고 치우고 싶은데 왜 회의는 4시인가

Yamunsen 내가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과 같은 기분이겠구나.... 시러요오...

우붐_부움 @Yamunsen 그럴 듯...? 할 수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 피하고 싶다ㅋㅋㅋㅋㅋㅋ 하지만 물론 그럴 수는 없지...

 

Jul 15

어제는 오반 14년과 라프로익 10. 오반은 너무 얌전해서 그냥 그랬고 라프로익은 맛있었다. 쿼터 캐스크랑 어떻게 다른지는 다음에 같이 먹어봐야지. 그리고 이번 주는 이제 토요일까지는 안 마셔야겠다. 책 좀 읽구로.

 

Jul 14

어제 퇴근하는데 협력업체 과장님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다. "그런데 목소리가 어쩜 그렇게 좋으세요. 처음에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요." 아니 뭐 깜짝 놀라실 것까지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원래 목소리도 낮은 편이지만 회사용 목소리는 더 낮고 통역용은 훨씬 차분함.

 

Jul 14

어제는 맥캘란 12, 오늘은 탈리스커 10년이랑 라프로익 쿼터 캐스크를 먹었는데 그 중에서는 마지막이 제일 맛있었던 걸로. 아무튼 꾸준히 먹고 있고 내일은 또 9시까지 야근이다. 참고로 오늘 업체는 프레젠테이션... 뭘 모르는 내가 봐도 폭망하셨습니다...

 

Jul 12

그의 가게에는 여전히 자주 드나들고 있다. 나는 여전히 그의 침대 속 얼굴이 종종 생각나지만 사장과 단골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이제 그를 보는 게 좋아서술을 더 주문하는 짓은 하지 않게 되었다. 어차피 자주 드나드는 거 이 기회에 위스키에나 눈을 떠볼까 싶어서 오늘부터 위스키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Jul 12

"Damaged people are dangerous. They know they can survive."

 

Jul 12

주말에 시간을 비워놓곤 했다. 그리고 너와 시간을 보냈지. 하지만 네가 말한 대로 우리에겐 접점이 너무 없었고 네게 맞추기 위해 나는 늘 애를 쓰고 있었다. 면 요리를 하려고 면부터 뽑고 허브를 쓰려고 씨앗부터 키우는 너를 보면서 나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만듦의 기쁨이 이런 건가, 진심으로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게 내가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들은 아니었다. 영화를 별로 보지 않는 너, 만화도 보지 않는 너, 음악은 듣지만 취향과 목적이 달라도 너무 다른 너. 평지 걷기를 좋아하는 나와 등산을 좋아하는 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할 수 없다는 게 나를 얼마나 움츠러들게 했는지 너를 만나지 않는 지금 알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비워놓은 시간에 네가 들어와주지 않았을 때 하는 것으로 전락시킨 시간이 미안하다

 

Jul 12

목금은 업체선정 프레젠테이션 통역 때문에 9시까지 야근을 했더니 (그러고 집에 걸어왔더니) 하루가 금방 갔다. 통역사란 섬 같은 존재라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그나마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차장님이 직장에서 계속 엮일 사이 아니니까 오히려 편하게 대해도 된다고 말해줘서 그건 또 나름대로 섬의 장점이구나 생각했다. 오늘은 벼르던 빨래와 화장실 청소를 했다. 집앞에 새로 생긴 만화방도 다녀왔고 영화도 한 편 봤다. 하루가 참 길구나 생각하면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자고 싶을 때 잠들었다 깨어나는 하루를 보냈다. 눈을 떴더니 4시길래 순간 식겁했네, 일요일 낮에 깬 줄 알고 ㅋㅋㅋㅋㅋ 다시 자야지.

 

Jul 9

"나는 선을 넘는 것이 두렵지 않아. , 내가 하고 싶을 때만이야." 이런 식의 태도를 꾸준히 취해왔지만 어제 문득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언제나 (네가 괜찮은 선에서만)이 생략되어 있었던 것이다. 왜 이게 헛웃음이 났냐 하면 나는 어릴 때부터 하나도 자라지 않은 것 같다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어릴 때 나는 가지지 못하는 장난감이 없었다. 봉제인형이나 미미 시리즈는 물론이고 인형의 집이나 실물 사이즈 인형, 폴리포켓, 갖은 최신 기능이 딸린 자질구레한 장난감을 다 갖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 장난감들은 주말에 나를 보러 온 부모님이 선물로 들고 와서는, 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사이에 몰래 떠나기 위해서 준 것들이었다. 하도 가지 말라고 떼를 쓰니 생각해낸 궁여지책이었겠지만, 그래도 떼를 쓰게 해줬어야 됐던 게 아닐까. 어느 순간부턴가 나는 부모님이 보고 싶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할머니댁 방 구석에서 조용히 울다가 눈물을 닦고 얼굴이 발개지진 않았는지 거울로 살피던 장면이 기억에 너무 많이 남아 있다. 보고 싶다는 걸, 당신이 떠나는 게 슬프다는 걸 드러내지 말 것. 그것이 내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이었고 나는 그 안에서만 제멋대로 굴 수 있었다. 나는 (네가 괜찮은 선에서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선이 내 앞을 가로지르는 것을 오래도록 보지 못한 채 나는 선을 자유자재로 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선은 고사하고 근처에만 가도, 진심을 꺼내려고만 해도 눈물이 나는 주제에. 너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친구에게도 그 말을 못해서 쩔쩔 매는 주제에. 내가 원하는 건 이건데, 넌 어떠니? 이런 간단한 질문을 하지 못하고 언제나 네가 원하는 건 뭔지부터 묻고는 눈치를 보며 그 안에서만 "내가 원하는 것"을 정하는 주제에. 떠날 때 뒤만 돌아봐줘도 사랑받는 기분에 감격하는 주제에.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한다고.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원하는 건 그냥 어떻게 해서든 사랑받는 것일 뿐이면서. 거기서 정말 하나도 안 자랐다는 생각이 드니 허탈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Jul 8

나는 격렬한 섹스 뒤 그들의 몸에 난 할퀸 자국을 보며 짐짓 놀라는 체를 해왔지만,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건 그냥 내 습관이야. 누구와도 반복해 온 내 습관이라구.

 

Jul 8

아 스트레스... 걸어가자 집에.

 

Jul 8

11:30 미팅이 1시 다 되어서야 끝났다. 부장님이 밥 같이 먹자고 했으나 나는 좀 됐습니다... 약속 있다고 하고 (실제로 있어서 나 빼고 친구 둘이 만남) 혼자 나와서 친구들이랑 인사만 하고 늘 줄이 길어서 못 오던 식당에 왔다. 아 좋다아. 2시까지 놀고 들어가리.

 

Jul 7

오늘 콜 네 개인 줄 알았는데 하나는 선배가 들어갈 콜이 내게 중복으로 요청된 거였고 다른 하나는 담당자가 앞 회의가 늦게 끝난 관계로 참석 안 하겠다고 해서 그냥 취소됐다. 결국 매우 짧은 콜 두 개만 실제로 진행. 해서 매우 바쁜 날이 매우 한가한 날로 급 탈바꿈했다. 그래서 위키로 에곤 실레 검색해보다가 아이폰으로 작품 찾아보고 그냥 시간 보내는 중...~_~

 

Jul 7

어젯밤에는 다시 잠들기 전에 좀 울었다. 등이 시렸지만 누군가 감싸줬으면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누구든 좋으니까 좀 안아줘, 라는 마음은 익숙하지만 아무도 떠오르지 않고 따스해질 것 같지도 않은 마음은 조금 낯설었다. 꺼이꺼이 울면서, 그래도 어릴 때부터 훌쩍이지도 않고 조용히 우는 게 너무 싫었는데 혼자 사니까 이렇게 시원하게 울 수 있는 건 좋다고 생각했다.

 

Jul 7

원래 물을 정말 안 마시는데 어제부터 이상하게 목이 타서 하루 2리터는 너끈히 마시고 있다.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마르네. 어제 하루는 그냥 뭐 짠 걸 주워먹었나보다 했는데 이틀 지속되니 좀 이상함. 바닷물이라도 퍼먹고 있나... 왜 자꾸 목이 마르지.

 

Jul 7

여기 다짐 올리니까 자제가 좀 된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세탁소 들렀다가 바로 기절해서 잤다. 불편한 자세로 꼬불쳐서 잤는데도 자고 나니 피로가 풀리네. 머리 아프던 것도 좀 나은 것 같고. 잠만 자고 일어나서 회사 가면 슬플 것도 같지만 안 자고 궁상 떠느니 차라리 자는 게 나은 시기다. 그래도 오늘 퇴근할 즈음에는 기분이 조금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빌어먹을 기분에 대한 컨트롤을 잃어가는 건 싫다. 원래도 없었는데 있는 줄 알았던 건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주말에 다시 보고 나니 한달 후 일년 후를 읽고 싶어져서 점심시간에 굳이 나가서 샀는데 자느라 몇 쪽 읽지도 못했네. 그래도 지금 책 안 펼치고 자는 게 현명한 거겠지. 푹 자자 그냥.

 

Jul 6

이번주는 인스타 업로드를 좀 끊어봐야지. 대신 폭피드를...==a 외로움을 휘두르지 말자고 아침에 열 번 낮에 열 번 밤에 열 번 다짐해야겠다.

 

Jul 4

살 날이 너무 많이 남아서 무서울 때가 있다.

 

Jul 4

생리가 시작되면 그달에 한 섹스를 떠올려본다.

vecaholic 나도 ㅎㅎ

Almond_Pink 하하. 저도. 생리통이 약하면 약할 수록 그 달의 섹스가 더욱 소중

우붐_부움 @vecaholic @nana_taurus 특별히 악취미인 건 아니었던 모양이네요ㅎㅎ 그런데 생리통이 약할수록 그달의 섹스가 더 소중한 이유는...?@.@

Almond_Pink 생리통이 극심한 편인데 그게 신기하게 좋은 섹스를 한 달에는 통증이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3일 아플 거 하루 아프다거나. 순환이나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Jul 3

요즘 기분이 오락가락 하긴 하는데 주로 고점에 머무는 것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침에 침대에서 꼬물락거리며 The Edge of Glory 듣다가 브릿지에 팡 터지는 부분에서 용수철처럼 껑충 일어나서 30분 동안 쿵짝쿵짝 춤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좋은 아침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헤어지길 잘 했나봄 흥이 넘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l 1

종각에서 안암까지 걸어서 퇴근한 후 (운동화와 편한 바지 들고 나옴) 페디큐어를 받으러 가면 딱 되겠다며 네일샵에 예약해놨는데 오늘 30분 짜리일 줄 알았던 6시 콜이 7 15분에야 마쳐서 일정이 꼬였다. 그래서 속으로 그럼 여기서 저녁을 가볍게 먹고 걸어가야지 생각하면서 예약 취소하려고 네일샵에 전화를 했는데 언니 그럼 언제까지 오실 수 있어요? 8시 정도는 돼야 할 거 같아요. 네 그럼 그때 꼭 오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 취소한다는 말을 못해서 지하철 타고 퇴근 중인 소심한 영혼... / 오늘 콜은 재밌었다. 늦게 끝난 게 하나도 싫지 않다. 상대방이 직접 만나본 사람이라 말투도 익숙하고 내용도 잘 알아서 수월했다. 잘 되기만 하면 통역은 정말 기분을 좋아지게 한다. 너무 오래 하면 기빨리지만 그거랑은 또 별개.

 

Jul 1

"여든 다섯이 되어서야 행복해질 순 없잖아."

 

Jul 1

다음엔 내게 물을 잘 주는 남자를 만나야지. 잠시 좀 쉬자. 한 시절이 또 갔다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9월 & 10월  (0) 2015.11.28
2015년 8월  (0) 2015.11.28
2015년 6월  (0) 2015.07.05
2015년 5월  (0) 2015.07.05
2015년 4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11. 28. 20:47




Jun 26

원래 수습 개념으로 3개월 계약이었는데, 오늘 다시 계약서 사인했다.

 

Jun 26

, 지금 이건 호박나물이 먹고 싶은 거야. / 돈 벌면 침구랑 커텐을 제일 먼저 바꾸고 싶었는데 두 달은 귀찮아서 미뤄두다가, 그가 집에 왔을 때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싸돌아다니며 침구를 샀다. 그때 이미 왠지 그가 이 이불을 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묘한 느낌이 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오랫동안 사고 싶었던 거니까! 한번씩 세탁하고 쓰려고 하는데 집에 건조대가 하나고 어차피 그렇지 않아도 이불 두 개를 널 공간은 없어서 어제는 까는 패드, 오늘은 이불로 나누어 빨았다. 오래된 이불을 걷어내고 어제 빨아서 마른 패드를 끼우면서 이렇게나 간단한 일을 왜 미뤘을까 하면서도 미룰 만하니 미뤘겠지 라고 속 편한 합리화를 했다. 내일 새 이불을 덮고, 다음날 새 베개 커버까지 씌울 테니 이걸로 사흘의 행복한 순간은 보장되었구나. 방금 전까지 태우던 버베나 바질향이 공기에 남아있고, 새 침대에 옷을 벗고 누우니 여름이 왔구나.

 

Jun 24

아 오늘 콜 세 개 있었는데 마지막 콜 폭망했다. 내용 없는 소리 지껄이는 바다 건너 콜 너머의 누군가를 매우 치고 싶은 심정으로 살벌하게 한 시간 반을 버텼다. .

 

Jun 23

허벅지가 가려워서 긁다보니 얇은 바지 너머로 따끈한 기운과 함께 볼록 솟은 게 느껴졌다. 모기였구나. 어젯밤에 물린 모기였구나. 그가 하는 말은 여전히 내가 하는 말 같아서 이상할 지경이었다. 신기하게도 때로 그의 말은 '이해'가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내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아서 새카맣게 슬퍼진다. 그런 빽빽하여 말끔한 오해를 하게 된다.

 

Jun 21

어제 1시 결혼식에서부터 맥주를 까기 시작해서 신사로 이동해 막걸리 소주 보드카로 주종을 넘나들며 달렸다. 11시 반 쯤 슬슬 파하려는데 내가 올린 카페 공지에 "란 보고싶다고"라는 댓글이 달린 걸 봤다. 그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전애인이 와서 얘기를 좀 할 거라며 내일 보자는 답이 왔다. 마침 3분 거리에서 로데미나 중이라 얼굴이나 비추자는 마음으로 내려갔는데 정말 간만에 본다며 안아주는 사람들 속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굽 높은 구두를 신고 하루종일 놀아서 발이 터질 것 같았는데 한 딴다 추자며 내민 손들에 이끌려 땅고화도 아닌 구두를 신고 세 딴다 췄다. 내가 우는 걸 봐서인지 평소보다도 훨씬 따뜻한 품들이었다. 그리고 뒷풀이까지 가서 앉아있다가 4시반쯤 나와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외롭지 않았다. 등이 시리지도 않았다.

 

Jun 18

회사 인터넷이 다 차단돼 있어서 일 없늘 때 할 수 있는 딴짓이 정말 없다. 오늘은 하루종일 일 없을 때마다 맥주에 대해 읽었다...ㅋㅋㅋㅋㅋㅋㅋ 6시쯤 되니 선배가 뒤에서 피식 웃으면서 설마 OB맥주로 옮기려는 거냐고(최근 통역사 채용 공고가 났단다) 물어왔다ㅋㅋㅋㅋ

 

Jun 17

나는 단어에 집착하는 편이라 AOC check (account opening check check?!), BCP plan (business continuity planning plan??) 같은 말이 너무 싫다ㅋ 우왕ㅋ ATM 머신 같으니라구...

북극곰 역전앞 메밀소바 같은 건가요..ㅋㅋㅋ

ashrum 그래서 저는 남해바다라는 말도 시러합니다~ ㅋㅋㅋ 족발은 그나마 관용어라 봐줍니다만 ㅎㅎㅎ

북극곰 차이티도 차+차래요~ㅋㅋㅋ

 

Jun 17

메르스 사태가 악화되면 분리근무를 시행하게 되는데, 우리 부서가 이런 계획을 짜는 부서라 당연히 시범훈련 대상에 포함되어서 오늘 분리근무를 실시했다. 덕분에 오늘 8-2시 근무! 2시라니!! 세상에 2시라는 시간도 존재했나여? 덕분에 오늘도 선배가 들어갈 내용 하나도 모르는 콜 통역 들어가야 되긴 하지만...ㅋㅋㅋ 아 빨리 2시 되면 좋겠다...

 

Jun 17

내일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비가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어떤 시절의 끝은 막을 수가 없다.

 

Jun 16

칭찬 들었다..._ㅠ 상냥해ㅜㅠ... 통역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망하는 거라 칭찬해주는 사람도 잘 없어서 한번씩 맘씨 고운 사람이 덕담처럼 툭 던져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오늘은 나도 만족!

 

Jun 16

평소에 자주 하고 있는 H&S, BCM, Security, OR은 이제 꽤 익숙해졌고 FM도 그럭저럭 하겠는데 AM은 노출이 안 되다 보니 늘 긴장이 배로 된다. 오늘 간만에 선배 회의가 겹쳐서 내가 들어가게 됐는데 무지 떨린다. 2시간 남았네. 자료를 미리 받아서, 선배가 번역해줄 수 있다고 했지만 내가 하기로 했다. 지금 따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남이 준 걸 읽는 걸로는 한계가 있다. 읽었을 때는 다 알겠는데 막상 번역하려고 보면 구멍이 숭숭 나 있기도 하다. 그러면 말하다가 막히게 된다는 소리지... ~_~

 

Jun 16

야맹증이 심해지는 꿈을 꿨다. 아무것도 앞이 보이지 않았다. 3시 반 쯤 왠지 너의 연락이 와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깼다. 한 시간 쯤 전에 온 메시지를 보는 순간 머리에서 피가 쫙 빠지는 것처럼 서늘한 기분이 들면서 정신이 말똥해졌다. 그게 뭐라고 이렇게 반응하는 거야.

 

Jun 15

애인이랑 관계의 온기가 절정을 달릴 때 오로지 언젠가 그와 춤을 추겠다는 열망만으로 발보아 수업을 신청했는데 수업의 시작은 새 남자가 등장한 이후였다. 발보아가 재미있는 춤인 건 맞지만 (전혀 관심이 없다면 아무리 애정이 커도 수업을 듣겠다고 들진 않았을 것.) 고작 두 번째 시간에 그런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이게 땅고도 아니고!) 해서 지금 수업을 들으러 가고는 있는데 영 즐겁지가 않다. 출장 나간 애인은 연락이 되지 않는 와중에 나는 청력이 저하되든 말든 새 남자와 같이 들은 노래를 닳도록 듣고 있고 가는 길은 멀고 참으로 일차원적인 성가심에 휩싸여 있다.

 

Jun 13

요즘 책이든 뭐든 읽을 때마다 직업병에 시달린다. 한국어로 된 번역서를 읽으면서 원문이 어땠을지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번역을 할 때 했던 고민(예를 들어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주어를 다시 한번 써줘야 할지 그냥 쭉 가도 말이 될지)과 유사한 고민의 흔적이 발견될 때는 문장을 속으로 고쳐보기도 한다. , 이게 최선이었겠군. 일 때도 있고 음, 좀 더 다음으면 좋겠군. 일 때도 있다. 번역서인데도 좋은 단어를 보면 반갑고, 한국어 느낌이 나는 표현에는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걸 생각해내고 얼마나 뿌듯했을까! (물론 이 모든 것은 원문을 모르고 이루어지는 것이긴 하다.) 그리고 영어로 된 기사를 읽을 때는 탐나는 표현들을 머리에 담는다. 이 동사 좋다! 다음에 쓰고 싶다! 라든지. 관사를 뭘 썼는지 확인하고 한국어와는 다른 지칭법 같은 것을 유념하며 읽는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다보면 글 내용이 머리에 잘 안 들어온다. 내용을 봐야 되는데 너무 글자에 관심이 쏠린 까닭이다. 그래서 그냥 한국인이 한국어로 쓴 글을 읽을 때가 요즘은 머리가 제일 깔끔하다.

 

 

Jun 12

왜 사니 OTL 술을 좀 끊자 제발 오늘도 회사에 간다니. 쥐구멍에 가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주에서 포도향이 나는 날은 조심했어야지(...)

 

Jun 11

나름 칼출근에 칼퇴를 하는데도 8시간 근무(+1시간 점심)는 어마어마한 거구나. 오늘 자리에 앉는 순간 헉 내가 왜 또 여기에?! 싶어서 생각해보니 월요일은 퇴근 후 발보아 수업 들었고 화요일은 퇴근 후 알바, 수요일은 퇴근 후 스터디였다. 저녁에 내 시간이라기엔 좀 애매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흘째 사무실에 앉으니 이건 마치 퇴근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은 기분ㅋ 그리고 업무연속성관리(재난 등 위급, 돌발상황 발생 시에도 기업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팀이 내 소관이라 요즘 미친듯이 메르스 번역만 하고 있어서 내 업무의 연속성이 지긋지긋하리만치 보장되고 있는 실정이다보니(...) 정말 퇴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이 번역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겠돠... 매우 짧긴 해도 회사 가려고 준비하는 시간과 이동시간을 생각하면 7시반에 일어나서 7시에 집에 오니 거의 12시간을 회사에 쓰는 거고, 남은 12시간 중 5-6시간 정도 자면 6-7시간 정도가 남는 거잖아. 아 회사에 있는 시간 너무 길어ㅜㅜ

 

Jun 11

남자를 만나는 것 말고도 사실 이것저것 하면서 살고 있다. 오늘은 몇 개월 전만 해도 나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과 스터디를 했다. 선생님(이제 선배나 스파라고 불러달라시는데 잘 안됨~_~ 언젠가 언니라고 할 수 있을까!)은 내일 퇴직연금 관련 통역이 있는데 긴장 된다는 말을 남기고 귀가하셨다. 여전히 좋은 표현을 잔뜩, 그것도 정확하게 잘 쓰고 싶어하신다. 여전히 "ㅇㅇ는 영어로 뭐라고 하지?"같은 질문을 하신다. 여전히 통역 전엔 배가 아프고 긴장이 된다고 하신다. 여러 '여전히'들 중에 원치 않는 것도 있지만 여전히들은 한 묶음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도 몇 년이 지나 '여전히'인 상태이고 싶다.

 

Jun 11

돌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돌았나보다. 그런데 돌다보면 때로 원래 자리로 오기도 한다. , 제대로 돌 것.

 

Jun 9

난 노는 걸 좋아하지만 게임은 좋아하지 않아. 게임을 하지 않고는 노는 것 같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는 놀 수 없지 뭐.

 

Jun 8

6시쯤 만난 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됐더라. 머리를 감겨줬는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어. 평소의 장난기 어린 눈빛이 사라져 있었어. 그보다 훨씬 더 어리고 민감하고 취약한, 아무런 계획도 속셈도 없는 눈이 되었지. 네겐 그 얼굴이 더 어울려. 원래의 눈빛에 흥분되긴 하지만. Make love 같은 건 원하지 않아. 하지만 나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돼. Fuck과 섹스의 경계에서 잘 계획된, 대담하지만 위태롭지 않은 방식으로 놀자. 네 몸은 참 따듯해.

 

Jun 8

바닷물을 잔뜩 들이킨 줄 알았는데 들이켰더니 바닷물이 아니게 된 걸까. 목이 안 마르네. 역시 중독이었던 걸까. 금단증상은 있지만 몸에 넣어주면 기분도 좋고 상태가 괜찮아지지.

 

Jun 4

오늘치 커피를 마시는데 와 이런 쓰레기같은 맛을 보았나. 사무실 머신도 꽤나 커피 질이 나쁜데도 도저히 이건 못 먹겠어서 버리고 사무실 커피 받는 중...

 

Jun 4

어젯밤에 너무 피곤해서 마스크팩을 떼지도 않고 창문도 안 닫고 잠들었다. 그리고 출근. 쉴 새 없이 번역을 하고, 며칠 전 길에서 우연히 만나 바로 옆 건물에 근무한다는 걸 알게 된 고등학교 동창과 점심을 먹고, 또 정신없이 번역을 했다. 퇴근 후 성큼성큼 걸어 대학원 선생님(!)을 만나 저녁을 먹고 스터디를 했다. 스터디가 좀 길어져서 9시반에야 알바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제 마치 통역을 하듯 번역을 하는 득도의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지라 전혀 늦지 않게 끝났다. (생각할 때마다 감개무량함.)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서, 나 오늘 이런 하루를 보냈어 하고 그의 얼굴을 보고 얘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편의점까지 갔지만 차마 가게까지는 갈 수 없었다. 바닷물을 들이키는 거야, 그렇게 생닥했다. 서른 걸음을 남겨두고 돌아왔다. 그리고 내 방 불을 켜면서 생각했다. 내가 언제 그렇게 하루 일과를 조곤조곤 얘기해줄 사람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고.

 

Jun 4

비밀의 공원님 포스팅을 보고 바닷물을 퍼마시지 않기 위해서라고 다짐하며 침대에 누웠다.

비밀의 공원 그게 과연 바닷물인지 혹은 바닷물 퍼먹는게 내게 지금은 안하는게 좋은일인지는 개인에 따라 다른거지만요 ;)

우붐_부움 @2pinkpink2 마실수록 목이 말라지는 걸 보면 바닷물이어요. 사실 그 자체가 바닷물이라기보다는 제가 조금씩이 아니라 막 퍼먹어서 바닷물이 '되어버린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지만요. 오늘밤은 덕분에 넘겨요! :D

 

Jun 3

메르스 덕분에 번역폭탄이 떨어져서 머리가 지끈지끈 (우리 부서에서 health & safety와 업무연속성관리도 담당하고 있다...)

 

Jun 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금주령을 지키지 못할 나인 걸 알지만 적어도 토요일까지는 금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Jun 1

나는 멈추기 싫어서 계속 달리는 걸까, 계속 달리고 싶어서 흘러가는 걸까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8월  (0) 2015.11.28
2015년 7월  (0) 2015.11.28
2015년 5월  (0) 2015.07.05
2015년 4월  (0) 2015.07.05
2015년 3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7. 5. 12:01




May 31

그는 혼자 자는 것이 싫다고 했다. 안아주고 싶었다. 나는 그에게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나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고보면 애인은 나를 전혀 비추지 않은 불투명한 벽인데 그는 나를 거의 똑같이 비추는 거울 같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이미지이고 그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않는다. 그는 결코 너와 같은 방식으로는 외롭지 않아. / 전속력으로 내달리고 있었는데 오늘 본 연극의 잔상이 계속 떠오르면서 브레이크를 걸어주고 있다. 도취만이 아니라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의 몸에 난 할퀸 자국들도 발갛게 부어올랐다 이제 아물고 있겠지.

 

May 29

오늘은 그냥 가는 길에 셌다. 100걸음, 그렇구나.

 

May 28

J와 순천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두 번째 밤에 자위 얘기를 꺼냈다. 나로서는 굉장히 오랫동안 (무려 6!) 참아온 주제. 내가 이 구역의 사만다다 같은 태도를 늘 견지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수줍음이 많은 나는 사실 (친구들은 믿지 않겠지만) 말을 가려서 하고 그 동력은 부끄러움이다. 안 부끄럽고 싶은데 부끄러운 것들이 많이 있다. 어쨌든 자위도 그 중 하나였다. 자위를 언제부터 했느냐,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초등학생 언젠가부터였다. 그리고 클리토리스 자극에서 오는 쾌감을 알지 않고는 할 수 없는 행위를 했던 어린 시절의 어떤 장면이 머릿속에 아주 또렷하게 남아있는데 그 배경은 분명 6살에서 8살 사이에 살았던 집 앞마당이다. 그리고 제일 친하던 초등학교 친구와 아주 야한 설정으로 킥킥거리며 인형놀이를 했던 어떤 방의 기억과 이미지도 꽤 또렷하게 남아있다. 몇몇 외국 소설책에서 어린 아이가 성에 눈뜨는 장면을 묘사해놓으면 그게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 다른 작품은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미들섹스에서 꼬마(였겠지?)가 클리토리스를 문지르며 쾌감을 느끼는 장면이 있어서 안도했던 순간의 기억이 있다. 그러고보면 소설은 언제나 내게 위안을 줬다. 내 주변에는 나 같은 사람이 없지만 소설 속에는 내 조각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쩄든, 언제부터 이렇게 야했냐는 질문을 최근에 받았는데 대답하기가 참 애매했다. 날 떄부터 야했을 걸? 야하다는 것은 순수의 이미지와 반대극에 있는 것처럼 비춰지곤 하지만 나는 정말 순수하게, 야하다. 그게 뭐.

 

May 28

그의 가게에서 집까지 몇 발자국인지 세어보려고 하는데 매번 가게에서 나올 때면 너무 들떠있어서 까맣게 잊고 만다. 소중한 단골집을 잃고 싶지 않아서 차라리 마음을 멈추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얼굴을 안 봐야 되는데 '보고 싶으면 보자,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주의가 어떻게 제어가 안 된다. 내가 제어를 안 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을 안 해보는 건 아닌데 아니, 정말로 경험 상 절대 끝이 좋을 수 없다는 게 뻔히 보이는데 왜 난들 제어를 안 하고 싶겠나. 게다가 속도 불필요하게 복잡해진다고. 그런데 나는 한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금세 달리기 시작하고 도무지 멈출 수가 없다. 이게 다 요즘 탱고를 안 춰서 생긴 폐해다... 진심 그렇게 생각함...-_-)a 어제는 속이 너무 시끄러워서 혼자 노래방에 가서 세 시간 반을 놀았다. 사실 영화를 보려고 집에서 나온 거였는데 충동적으로 노래방에 가고, 한 시간만 있으려고 했는데 또 충동적으로 계속 계속 곡을 입력하고 있었다. 이런 충동적인 에너지가 이렇게까지 넘치는 건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다. 그렇게 노래를 입력하고 있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에게도 이런 에너지가 있는데 그걸 이해받지 못하고 공유하지 못하고 아빠와 3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내고 있는 엄마 생각이 났다. 얼마나 외로울까 생각했다. 내가 그렇듯이. 하지만 그걸 다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다가는 지금쯤 이혼했을 거 같다는(...)ㅋㅋㅋㅋㅋㅋ 시부럴 사는 게 그렇지 ㅋㅋㅋ... 아빠 핸드폰에 '한 글자만 바꾼 여자 이름'이 저장되어 있고 바람을 피웠던 그런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었었는데 나는 그 얘기를 시간이 흐른 뒤 듣고는 둘 다에게 화가 났다. 아빠가 싫었고 그걸 말해준 엄마도 싫었다. 이해를 할 수 없었던 듯도 하다. 그런데 그 바람이 이렇게 쉽다. 아니 몰랐던 건 아닌데, 이제는 소위 말하는 '주체할 수 없는 성적 욕망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는 식의 합리화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너무 잘 알아서 더더욱 굴복하게 된달까.

 

May 27

은행에서 일하는데 풍수지리 전문가 통역을 하게 될 줄 알았겠나. 통역 지원 나왔는데 지금은 외국인 행장 만나는 중이라 대기 중.

 

May 27

생각해보니 어제 아침에 먹은 사후피임약 때문에 호르몬이 농간을 부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호르몬 띱때끼야. 아 물론 콘돔을 안 쓴 건 아닌데 문제가 좀 생겼던 것일 뿐...==)a

 

May 27

혜성같은 새 남자의 등장으로 일상에 자극이 추가되니 믿을 수 없는 에너지가 샘솟았다가도 믿을 수 없도록 가라앉아서 요동치는 기분을 다스리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 이전까지의 일상이었던 것-직장, 애인-이 한없이 따분해지고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안정의 가치를 없어졌을 때 절절하게 느낀다. 에너지를 주체를 못하겠다. 자기파괴의 데자뷰는 떨치고 싶은데 그만한 힘이 있는지 모르겠다.

 

May 25

종합소득세 납부계산서가 부산집(=내 주민등록 상 주소)으로 갔다. ^^... 엄마 생각의 두 배 이상 금액이 찍힌 걸 본 엄마는 배신감에 몸서리 치고 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제기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게 집으로 날라가는 줄 몰랐다고!!!😂😂😂 당장 주소 이전을 해야지.. 귀찮아서 안 한 내 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국세청이 이렇게 부지런할 줄이야?!

 

May 24

나는 네가 앉은 의자 등받이에 팔꿈치를 괴고 있을 때 행복하다.

 

May 22

손은 건조하고 조금 거칠었지만 속살은 부드러웠다.

 

May 21

화장실이 없었다면 회사를 어떻게 다녔을꼬.

 

May 19

저 싸늘한 여자랑 일하기 힘들다. #으아아아아아_대나무숲

 

May 18

주말 내내 꽤 들떠 있었고 피곤의 정도에 비하면 많은 일을 해내기까지 했는데 오늘은 에너지가 심히 바닥이다. 무슨 조화야...라고 생각했더니 뉴문이군요...

 

May 15

미친 한 주를 마치고 급 머리를 잘랐다. 베카님과 갔던 시간의공기에 앉아 약봉투를 뜯어 일기를 썼다. 아 드디어 끝났네에에에!!

 

May 14

난 젊으니까 체력으로 메꾸면 돼. 이틀만 더 버티자.

 

May 13

힘든 날이었다. 너무너무 힘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일 출근을 안 하면 좋겠다. 그럴 수가 없지만.

 

May 12

곧 일주일 출장을 떠날 텐데 (이제는 정글이 되어버린) 가든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큰 통을 사야 해서 오늘밤 바쁠 예정이었던 애인. 행사를 이틀째 치러내고 들어와 첫 동시통역을 앞두고 매우 긴장 중일 예정이었던 나. 그래서 어젯밤 전화하면서 오늘 저녁에 만나는 건 좀 무리라고 결론 내렸었다. 역시 내 애인 이런 거 섭섭해하지 않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저녁 먹을까? 하길래 알고 보니 나랑 저녁 먹으려고 통을 아침에 사다놨다구우? 오늘치 사랑스러움 급속 충전.

 

May 11

힘들구나. 모래놀이도 사실 6시간씩 통역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힘들진 않았는데. 그건 공간과 사람의 에너지 덕이었나보다. 인자하고 이해심 깊은 할머니가 내담자의 모래상자를 보며 아픔을 짚어내고 치유의 과정에 매 순간 감사하고 경탄하며 보내는 6시간과 (나는 관심도 없는) 기업 리스크 관리에 대한 트레이닝 세션으로 저마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쪼개 필수라서 들어와 앉아있는 직장인들과 보내는 6시간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내용도 하나도 모르고 아직 기호도 없으니 전부 받아 적어야 되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 4시간 남았다. 불편한 정장 원피스를 입고 홀로 밥을 밀어넣고 있으니 아아 기분 한번 처량하군.

 

May 10

집에서 나오는데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셨다. 어제 명지에서 주무셨는데 큰손녀 서울 가기 전에 얼굴 볼 거라고 아침부터 그 먼 길을 아픈 옆구리를 이끌고 달려오셨다. 중간중간 쉬면서 오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내가 집을 떠나기 한 10분 쯤 전에야 도착하셔서는 작별 인사를 하다가 끝내 울어버리시는데 어찌나 마음이 아프고 짠하던지. 뭘 우시고 그러냐고 헤헤거리며 도닥여드리는데 아 이건 마치 내가 아주 어린 아이에게 하는 것과 똑같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안의 아이들.

 

May 10

다음 주가 드디어 큰 행사다. 첫 동시통역(위스퍼링 제외)을 부스에서 하는 날이 중간에 떡하니 버티고 있고 당장 내일도 자료 하나 없고 내용도 하나 모르는 트레이닝을 하루종일 통역해야 한다. 순찬지 위스퍼링인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다만 하루종일인 걸로 봐서 순차일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어쨌든 가장 문제는 동시인데... 마치 처음 운전대를 잡고 도로로 나갈 때 이런 기분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면허는 있지만 (=졸업은 했지만) 실전은 처음. 어딘가에 세울 수는 없고 길을 잘못 들더라도 그대로 쭉 달려서 어떻게든 목적지로 가야만 하는 여정. 그런 긴장을 읽은 엄마가 기차 타러 오는 길에 한 말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ㅋㅋㅋㅋㅋ "욕이 살 뚫고 들어오겠나"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마음으로 하면 된다는ㅋㅋㅋㅋㅋㅋ

 

May 10

다시 서울 가는 기차 안.

 

May 8

서울 생활 8년차. 집에 가는 의식 같은 식사다. 이런 '의식' 메뉴는 하나 정하면 주구장창 그것만 먹는다. 원래 정말 한참동안 버거킹 주니어와퍼세트였는데 누들박스가 생긴 후로는 팟타이만 먹고 있다. 시간이 좀 있어서 푸드코트를 가게 되면 알밥. 특별히 엄청 맛있어서라기보다는 왠지 서울역에만 오면 먹고 싶어진달까. 나는 꽤나 충성도가 높다. 음식이 아니라 기억에. 근데 나 어느새 8년차라냐. 아이고 무시래이.

 

May 8

회사에 도착해 메일함을 여니 오후 2시부터 서너 시간 가량 통역 지원을 부탁하는 메일이 와 있다. 자료를 요구하자 그런 거 없다고 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번역을 하고 있는데 11시쯤 다른 통역사에게 갑자기 3시 콜 지원 요청이 들어온다. 그런데 마침 3시에 다른 콜이 있었던 그 통역사는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내게 넘긴다. 그러면 기존 일정은? 별 수 없다. 3시 요청이 더 직급이 높은 사람이 들어가는 회의니, 내가 거기 들어간 1시간은 통역 없이 진행하고 끝나면 다시 돌아오기로 한다. 3시 콜 자료는 11시 반에 오는데 양이 어마어마하고 원래 내 담당이 아니라 뭔 얘긴지도 모르겠다. 일단 밥을 먹고 오니 2시까지 1시간밖에 안 남아서 열심히 자료를 본다. 그 와중에 간간이 번역 요청을 처리한다. 1 50, 갑자기 3시 지원 요청을 했던 사람이 다른 더 중요한 회의가 생겼다며 콜은 못 들어갈 수도 있다고 통보한다. 그래도 아주 못 들어가는 건 아닐 수도 있으니 자료는 계속 봐야 된다. 정신없이 자료를 훑다가 2시에 지원을 들어간다. 2 50분 쯤 되니 정신이 산만해진다. 3시는 가야 돼 말아야 돼? 아무 말이 없다. 전화를 한다. 안 받는다. 문자를 보낸다. 안 들어가게 됐단다. 지금 참석중인 회의에 집중하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는다. 통역한다, 통역한다, 통역한다. 모르는 내용에 말도 빠르고 나 말고 다들 이 분야 전문가다. 머리에 쥐가 나려고 한다는 생각이 여러 차례 스친다. 길었던 회의가 끝나고 시계를 본다. 5 30. 자리로 돌아가 통역 지원하는 동안 밀린 번역 업무를 처리하고 퇴근한다. 오늘 내 스케줄이었다. 인하우스 통번역사라는 게 얼마나 '' 없는 자리인지. 통역이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지는 고려 사항 중 가장 마지막 순위이기나 하면 다행이고 거의 대부분은 그 축에도 끼지 못한다. 필요할 때는 급하게 찾고 필요가 없어지면 가장 먼저 잊혀진다. 그게 절망스럽지는 않다. 다만 이 한숨 나오는 상황을 오늘만큼은 꼭 적어놔야겠다고 생각했다.

 

May 7

오늘 적고 싶은 일기가 많아서 포스트잇에 단어로 메모까지 해왔는데 하나는 뭔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메모에는 없지만 또 적고 싶은 것도 생각나고 했지만... 졸려서 안 되겠다. 일단 자야지. 칭찬 받은 것만 좀 쓰고. 오늘 그룹에서 보안 쪽 매니저가 방문해서 정신없이 통역했다. 김 부장님이 지난 번 지원 들어왔을 때와 확 달라졌다고 업무 파악이 많이 됐다는 게 느껴진다고 한 마디 하셨다.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그리고 지난 목요일에 남 이사님에게서 "잘 했어."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기록해둔다. 물론 그냥 칭찬 들었다고 헤벌레만 하고 있는 건 아니고 요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칭찬을 스스로 깎아내릴 필요는 없으니 그건 또 충실히 기뻐해줘야지. 아아 아무튼 일단 지금은 매우 졸리다. 자자.

 

May 7

작년 초에 내가 선배들과 같이 알바를 할 때, 나는 어쩌면 선배들이 이렇게 말도 안 걸어주고 나를 쭈구리로 내버려두나 불만을 가졌었다. 그런데 내가 선배가 되어보니 알겠다. 정말 말을 걸고 싶지 않다. 동기라도 말 걸기 귀찮은 마당에 후배는 더 하다. 나는 이미 지나온 세계이기에 크게 궁금한 것도 없다. 그리고 내가 후배일 때는 내가 먼저 말을 건네지 않고 이렇게 있으면 살갑지 않은 후배라고 생각할까 두려운 마음도 좀 있었는데 정말 쓰잘데기 없는 걱정이었다. 선배가 되어보니 후배가 말을 걸든 말든 그것도 관심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냥 어색함 내뿜지 않고 있어주는 게 고맙다. 이 경험을 지금 내게 끌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나와 함꼐 일하는 선배의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아무튼 그렇게 어색 돋느라 선배들에게 딱히 살갑게 대하지 못한 나는 선배들을 잘 모른다. 그런데 지금 후배들 중에 종종 나한테 말 걸고 좀 귀찮게 했던 사람들은 나를 '안다'. 다가가기 귀찮고 다가오는 것도 귀찮지만, 그 단계를 조금 지나면 편해지면서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거참 아이러니다. 선배가 나한테 일말의 관심도 없을 것이고 적극적으로 귀찮아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 사람과 어떻게든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번거로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 관건은 어떻게 불편한 순간을 덜 불편한 것처럼 만드느냐 하는 것일까.)

 

May 6

간만의 한국어 귀여움 폭발ㅋㅋ 요즘 애인이 바쁘고 피곤해서 주로 영어로 얘기하다보니 이런 일이 잘 없었는데 역시 나흘 쉬고 나니 얘도 머리가 돌아가는 것이었다... (애인네 회사는 노동절에 근무하고 토일월화 쉬었음.) 이 뒤에 다른 표현 질문도 했다. 장하구나 애인이여! 아무튼... 나는 오늘 정말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안 했다. --)a 어제 하던 청소 좀 마무리하고 목욕탕도 다녀오고 세탁도 찾아오고 맥주도 마셨지만 아무튼 별 거 안 함. 오늘 로맨스가 필요해 2를 다시 보면서 떡볶이를 먹는데 역시 열매에게는 윤석현보다는 신지훈이 좋은 상대인데 말이다! (버럭) 다음 주에 회사에서 큰 행사가 있어서 자료를 좀 보고 공부를 해야 하는데 요즘 회사에 있을 때는 바빠서 다른 자료 볼 시간이 없다. 그래서 오늘 좀 보려고 자료를 들고 나왔는데 음 역시 노는 날에 그딴 게 눈에 들어올리가...

 

May 4

3일을 쉬니까 드디어 머리가 좀 돌아가는 것 같고 집 청소도 할 수 있었다. 4일 근무의 꿈을 언젠가 실현하고 싶군... 청소를 하다가 페브리즈를 꺼냈는데 커다랗게 "매장용"이라고 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너의 처음과 좌절이 기억났다. 너는 어떻게 그 시절을 보냈을까. 오늘 핸드폰에서 회사 좌석배치도를 지웠다. 사람 이름이랑 직책이 잘 기억이 안 나서 틈날 때 보려고 찍어 놨던 거였는데 어느새 쓸모가 없어졌다. (딱히 볼 일도 없었지만.) 생각보다 금방 많은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 회사에서는 내 "포지션"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과장급에 기대되는 일, 부장급에 기대되는 일, 뭐 그런 식으로. 지금 통역사로서 내 포지션은 기껏해야 사원급일 텐데, 통역계의 부장급이 된다는 건 어떤 능력을 요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꼭 부장급이 중요한 건 아니고, 직책이 올라간다는 것의 의미랄까.) 그런 게 있기는 한 건지도 모르겠고. 하긴 한낱 사원이 부장급의 역할이 뭔지 알 수가 있겠나. / 일을 시작하고 아주 사소한 일상의 변화는, 무엇이든 이어폰을 끼고는 거의 안 듣게 되었다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이제는 내 귀도 밥줄이란 생각이 들어서 조심하게 된다.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7월  (0) 2015.11.28
2015년 6월  (0) 2015.07.05
2015년 4월  (0) 2015.07.05
2015년 3월  (0) 2015.07.05
2015년 2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7. 5. 12:01




Apr 29

요즘 사무실에서 아주 조용히 지내고 있어서 한동안 내가 이렇게 낯을 많이 가렸나 스스로도 신기해하면서 '이 사람들은 내 진짜 모습을 모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 8시간씩 그 모습으로 보내면서 그게 진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얼마나 우스운가. 그게 아니라 이렇게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 나다. 남들이 이야기를 할 때 끼어들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나다. 선배나 연장자 앞에서 몸이 굳는 것이 나다. 그런 생각을 했다. /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지 며칠 뒤에 애인과 애인 친구들과 캠핑을 떠났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사케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데 두 아이의 엄마가 애 둘을 키우다보니 힘든 순간이 많아서 내 본색이 이런 거였구나 생각한다며 자괴감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듣고 있던 누군가가 그게 어떻게 본색이냐고,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건 밑바닥이지 본색이 아니라고 했다. ...까지 썼더니 번역할 꼭지 나왔네, .

 

Apr 27

그저께랑 어제 분명히 캠핑 가서 머리 비우고 행복하게 놀다 왔는데 오늘 번역 폭탄 맞아서 8시간 근무할 동안 내리 번역하고 잠시 비는 한 시간은 땅고 에세이 번역하고 뉴스 번역 알바까지 마쳤더니 어느새 뇌가 파업하기 직전인 그런 느낌이다. 뇌수명 단축되는 느낌. 하지만 문제는 자기 전에 네 장 더 번역해야 돼 이런 미친... 번역로동자의 하루.

 

Apr 16

원래 아침을 잘 안 챙겨먹는데 요즘은 꼬박꼬박 먹는다. 밥을 안 먹고 가면 뇌가 안 돌아서 통역 퍼포먼스에 지장을 받는데 내가 지금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 해도 될똥말똥 하니까...=_= 이거라도 챙기자는 마음으로 먹고 있다. 급하게 밥을 욱여넣다가 문득 어린 시절 엄마가 아침 챙겨주던 생각이 나더라. 엄마도 바빴을 텐데 그래도 밥 먹여서 학교 보낼 거라고 계란간장밥이나 김치국물에 밥 비빈 걸 구운 김에 싼 것 같이, 정말 쌀을 먹는 게 주 목적인 메뉴들을 준비했던 엄마. 이런 급하게 대충 먹는 것들 말고 "제대로 된" 아침도 많이 먹었지만 정작 생각나는 건 그 부실했던 밥상이다. 미션 수행이라도 하듯이 돌아다니며 한 숟가락씩 먹었던 그 밥. 엄마는 뭐든 맛있게 먹는 사람이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처럼 호들갑을 떨며 먹곤 했다.

 

Apr 14

시작하기 전엔 할 만한 줄 알았다. 발싸개 같은 투잡. 갈 때마다 내 마음은 이 지랄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가기가 너무 싫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pr 13

어젯밤에는 갑자기 펜을 들어 애인에게 두 번째로 카드를 썼다. / 근무지가 종각이고 알바가 시청이니 집에 들렀다 가는 것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지만 잠시라도 쉬고 싶고(...결국 집에서 땅고 에세이 번역을 마무리했지만) 비도 오니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싶어서 집에 갔다가 다시 나가는 길이다. 빌어먹을 투잡. / 오늘 콜이 있었는데 선배가 들어갈 수 있을지 자료 읽어보고 결정해서 말해달라고 했다. 자료가 딱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다 읽어본 뒤 한다고 했다. 글로 읽어서 통역이 느는 데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 논의했던 내용이 정리된 글은 빈칸이 많아서 머리로 채우면서 읽어야 하는데 채우기에는 내가 아는 게 너무 없다. 안 깔끔한 현장의 언어로 마구잡이로 들어야 뭐라도 이해가 된다. 영어 네이티브가 아닌 콜 상대방들의 악센트도 자주 들어서 귀에 익혀야 한다. 지금 안 깨지면 나중에 잘하는 건 없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봐줄 때 많이 깨져야 된다. 그리고 콜 시작 전 대기 시간에 실무자와 회의실에 앉아 이것저것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정말 귀중하다. 바쁜 사람들을 붙잡고 시도때도 없이 질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평소에는 웬만큼 눈치로 해결되면 궁금증을 그냥 안고 번역해서 넘기는데 그때 궁금했던 걸 짧게나마 물어볼 수 있다. 그렇게 들어도 이해 안 되는 것도 있지만=_=ㅋㅋㅋ 어쨌든 아무리 짧은 콜이라도 아는 게 쥐뿔도 없는 상태에서 늘 긴장이 되지만, 긴장되는 상태에 자신을 밀어넣는 걸 포기하면 통역사는 끝이 아닐까 한다.

 

Apr 11

문득 내가 사랑하는 것은 애인이 살아온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오래된 연인이란 함께한 시간을 사랑하는 관계가 아닐까.

 

Apr 10

이번 주말은 방전을 다짐. 아무리 일이 편해도 투잡은 좀 아니올시다.

 

Apr 8

음 이런 걸 개박살이라고 하는구나.

 

Apr 8

오늘은 선배가 휴가를 썼다. 보통은 내가 들어가지 않았을 컨콜 두 개가 잡혀 있다. 그래도 안 깨져보면 못 배우니까. 박진감 넘치는 하루가 되겠구만.

 

Apr 8

오늘 인턴 아가랑 둘이 점심 먹으면서 대화를 하는데 인턴 월급이 얼마인지를 들었다. 듣는 순간 제일 먼저 '헉 그 돈으로 어떻게 살아?'라는 생각이 스쳤다. 스쳐간 감각이 너무 낯설었다. 사실 그 액수는, 내가 뉴스 번역 알바를 해서 버는 한 달 수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심지어 첫 월급을 받기도 전에 몇 백만원짜리 인간이 되어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느끼고 있었다. 조금 무서웠다.

 

Apr 4

A "B는 이런 점 때문에 싫어"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나는 'B에게 그런 싫은 구석이 있다니!'를 발견한다기보다는 'A는 그런 점을 싫어하는 사람이구나.'를 발견한다. 더불어 A가 그런 얘기를 하게 된 맥락이나 A의 성격이나 A와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Apr 4

1년 만난 남자는 니가 처음이야!는 아니고 두 번째긴 하지만 아무튼 네가 있어 좋아. 1주년 기념일의 초이스는 포장마차 닭꼬치에 소주로 J

 

Apr 3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조용히 있다보니 부작용이... 노래가 나온다... 말을 하고 싶어... 뭐라도 소리를 내고 싶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아프곤 했던 대학원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ㅋㅋㅋㅋㅋㅋ 으앗촤

 

Apr 2

나한테 일을 자주 주던 두 분이 출장을 가셔서 오늘은 8시간 동안 번역도 통역도, 정말 단 한 건도 없었다...=_= 인터넷 다 막아놨지, 외부 이메일과는 메일 보내는 것도 받는 것도 안 되지 (혹시 가능하면 뭐라도 폰으로 메일로 보내서 컴퓨터로 읽거나 번역하려고 했거든),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아무리 바빠져도 일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orz 어마무시한 양의 글로서리가 있어서 공부를 하긴 했지만 맥락 없이 보면 재미는 없잖은가... 그래서 읽을 거리 뭐라도 포워딩 해달라고 했는데 없다 그러고 엉엉 ㅜㅠ 그래도 콜 들어가거나 하면 준비할 시간 따위 주지 않으니 지금 공부하겠어! 라는 굳은 마음으로 보고는 있었지만 정말 쉽지 않은 8시간이었다.

 

Apr 2

사무실에 앉아있다 보면 갑자기 한국 길바닥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6월  (0) 2015.07.05
2015년 5월  (0) 2015.07.05
2015년 3월  (0) 2015.07.05
2015년 2월  (0) 2015.07.05
2015년 1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7. 5. 12:00




Mar 31

오늘도 8시간 버티기 하는 도중 4시반 쯤에 맘씨 고운 인턴이 간식을 가져다줬다. 세상에... 어제 먹은 거는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는데 그래도 이틀째라고 좀 마음이 편해진 모양인지 시상에나만상에나 이렇게 맛있다니...?! 달달한 빵쪼가리 쿠키 두개였는데 너무 행복해서 승천할 뻔... 1) 책상머리에 앉아있기 지긋지긋한데 2) 배는 고플 때 3) 남이 사다가 4) 감질맛 나는 만큼만 준 달다구리는 천상의 맛이었다. 저녁은 나도 모르게 집어온 맥주와 먹고 있다. 크아아아 맥주 크아아아 그리고 오는 길에 반디앤루니스에 들러 (...앞으로 뻔질나게 드나들 듯.) 필통을 샀다.

 

Mar 28

긴장을 하고 있긴 한지 요즘 9-9시반이면 눈이 그냥 떠진다. (내겐 새벽 같은 시간임.) 그리고 밤에는 2시반-3시쯤 기절하듯 잠듦. 첫 출근 D-2 @_@

 

Mar 28

한 시간 쯤 전에 옆방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는데 너무 금방 끝나서 마음이 짠했건만 다시 모종의 소리와 신음이 들리고 있다. 기쁘구나 옆방의 용사여!

 

Mar 24

어젯밤 애인네 동네에서 오리와 술을 마시고 너무 시간이 늦어져서 애인네서 잤는데 너무 졸려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게 잠들고는 오리 꿈을 꿨다. 왠지 설레는 꿈이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한밤중에 이불을 다 걷어차고 자는 내게 이불을 다시 덮어주려는 애인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 깼다. 기분이 이상했다. 애인을 옆에 두고 꿈에서 바람을 피웠구려, 여인이여...-- 이게 현실이야! 하는 느낌이 무지 이상했다. .

 

Mar 24

지원했던 다른 두 곳에서도 각각 서류 통과와 기술면접 통과 연락이 왔지만 면접은 안 가기로 했다. 일단 지금 가기로 결정한 이곳이 집에서 제일 가깝고 (...) 출근 시간도 제일 늦고 (...) 첫 출근날이랑 다른 두 곳의 면접일이 겹친다. 그냥 1 3개월은 여기서 잘 다녀보세. / 좋아하는 친구랑 졸업 시험 전에 매주 스터디하고, 졸업 이후에도 스터디다 이력서 작성이다 뭐다 해서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린 카페에 오늘도 갔다. 둘 다 입사 직전이라 이런 평일 낮시간에 여기 오는 건 한동안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며. 그 똑같은 자리에서 면접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지금의 마음을 상상하지 못했다. 이런 변화는 셀로판지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와 현재 사이 어느 지점에 면접이니 기회니 하는 이름을 단 변화가 슬쩍 끼어들어와서는막을 만들고 있는데, 너무도 쉽게 팡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거다. 그렇게 팡 찢고 지나가면 크게 변한 건 없다. 사실 아무것도 없다. 평온함만 있을 뿐. / 얼마전에 국립외교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서 요즘 어떠냐 물었더니 겉에서 보기에 대단한 거라도 안에 들어오면 다 똑같지 않드나, 그런 말을 했다. 그 말이 딱 맞다. 며칠 전만 해도 학교 게시판, 센터 게시판, 외국계 채용 공고 게시판, 공공기관 채용 공고 게시판을 습관적으로 들락거렸는데 이제는 그런 게 있었나 싶다.

 

Mar 22

취직했으니 한턱 내주고 싶은 사람과 내라고 하는 사람은 여전히 겹치질 않는다... . 진심이라고는 생각하기도 싫고 아마 그냥 언제 밥이나 한번 먹지, 처럼 그냥 하는 말 같은데 그래도 싫다. 때 되면 어련히 안 낼까?

 

Mar 21

초는 없지만 맛난 티라미수로 생일 축하를 했다. 혼자 와인 열심히 마시다가 저쯤에는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가 되었다...ㅋㅋㅋ

 

Mar 20

갑자기 백수 탈출함... 어제의 면접 결과가 나왔습니다. 금요일부터 출근합니다.

 

Mar 19

스프레이 범벅인 머리를 감고 화장도 지우고 일단 누움. 잠시 쉬자. 첫면접은 생각보다 덜 떨렸고 할 만했다. 뽑히는 건 내 손을 떠난 일.

 

Mar 18

금요일이 첫 면접이 될 줄 알았더니 내일도 급 면접 잡혀서 패닉 오브 패닉 중... 덕분에 금요 면접 생각이 안 나니 좋으다(?)

 

Mar 17

금요일에 처음으로 입사 면접을 보게 될 텐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학원 친구랑 같이 보게 되었다.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은 전혀 안 되지만 아무튼 좋다. 눈길이라도 한번 교환하면 큰 힘이 될 거야. 늘 운이 좋았다. 교환학생은 제일 친한 학부 친구랑 같이 붙어서 갔었고, 대학원도 과는 다르지만 학부 친구랑 같이 잘 돼서 3월에 서로 의지했고, 첫 출퇴근 알바는 (남들이랑 다르게) 친구랑 같이 시작했고 첫 통역은 애인이 응원해줬고 첫 돈 받는 통역은 친구가 소개해준 거라 여러모로 많이 알려줬고 첫 빡센 통역은 친구랑 같이 수행 나갔다. 외롭지 않게 잡아준 손들이, 늘 있었다.

 

Mar 16

한겨레에서 알바 광고 메일이 와서 열어보니 "초벌번역가는 완성도 있는 번역을 위해 공정 초반 1차 초벌 번역을 담당하게 된다"고 하는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Mar 10

어제 옛 애인을 만난 후로 슬픔 방울이 가슴에 맺혀있는 기분이다. 간밤에 애인에게 기분이 이상하다며 전화를 했다. "나 정말 기분 이상했다... 직접 만난 게 아니라 스카이프로 헤어졌고, 2년 반동안 못 봤는데 갑자기 실체가 생겨버리니까. 어 그런데 있잖아, 사실 난 너한테 내 기분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니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 같아.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로 돌아오고 싶었던 건가봐." 애인은 그 말이 사랑스럽다 했다. 이미 많은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그와 실없는 소리를 하다 전화를 끊었다.

 

Mar 10

(대나무숲) 잘 못한 번역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래알 씹는 기분이 든다.

 

Mar 9

요즘 옛애인주간인지, 또 다른 옛 애인이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미국에 간 지는 2년 반, 헤어진 지는 2년 만이다. 지금 살고 있는 바로 이 건물에서 만난 한국계 미국인으로, 무려 세탁기 사용법을 물어봤다가(...) 여차저차 친해져서 사귀게 된 거였는데... 아무튼. 곧 만날 텐데 얼굴 보면 어떤 마음이 들지 잘 상상이 안 된다.

 

Mar 7

간밤에, 지금은 친구로 지내는 옛 애인이 전화를 해서는 아직도 널 좋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가만히 있다가 허허 웃고 말았다.

 

Mar 7

-전에 친구가 반 농담 반 진담으로 그려본 내 몇 년 후 모습은 이런 거다. 친구가 낮 정도에 우리집에 방문한다. 그러면 집에서 일하고 있던 내가 담배를 꼬나물고 반겨준다. 그런데 내 뒤에서 방문이 달칵 열리더니 반라의 연하남이(...) 등장한다. 반라남은 아무렇지 않게 눈인사를 살짝 하고 냉장고로 간다. 그러면 내가 친구에게 반라남에 대해 브리핑을 해주면서 어서 들어오라고 환영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심히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고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인 상상인데, 아무튼 이게 내 친구가 그렸던 내 미래상이다. 지금 내 모습은, 글쎄. 적어도 아무도 저런 미래를 상상해주지 않을 것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나저나 위로 나이차 많이 나는 남자들만 꾸준히 만나고 있는 나를 상대로 이 무슨 족보 없는 상상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년 지나면 얘기가 또 달라지려나ㅋㅋㅋㅋㅋㅋ

 

Mar 5

친구가 전화 울리는 걸 보더니 흐아아아 (니가 옆에 있어서) 남자친구 전환데 못 받겠어- 나 영어 너무 못해ㅠㅠ 라며 울상이라 이어폰 끼고 음악 들어주는 중...ㅋㅋㅋ #흔한_통역사의_일상

 

Mar 5

애인이 연락을 뜸하게 한다며 섭섭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는데 여행지에서 뭔가 깨달은 뒤로는 그런 마음이 별로 쌓이지 않는다. 와이파이 없인 먹통인 폰을 가지고 다니다보니 약속을 잡아도 아주 아날로그식으로 잡아야 했다.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자, 하면 거기서 보는 거고 상대방이 없으면 눈에 보이는 자리에서 기다리는 식으로.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와이파이가 있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나만 (졸업식에 깔끔하게 참석하기 위한 마지막 발악으로) 샤워하러 갔을 때, 샤워실 시설에 대해 카톡을 보내려는 나를 '발견'했다. 어차피 십여 분 뒤면 다시 볼 텐데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폰을 집어넣고 조용히 샤워와 화장을 한 뒤 애인이 있는 커피 테이블로 돌아갔다. 샤워실 생각보다 좋더라, 뜨거운 물로 씻으니까 개운해! 내 말을 들은 애인이 빙긋 웃었다.

 

Mar 5

모래놀이의 세계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엄마에게 열변을 토했다. 여러 회기를 거치면서 내담자의 무의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내담자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들까지도 모래 상자에 펼쳐진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엄마가 고개를 갸웃하며 끼어들었다. "너 가졌을 때는 발령 받고 결혼하고 온갖 일들이 일어나면서 정말 힘들었는데 민이 가졌을 때는 엄마가 정말 마음이 평온했거든..." 뭔가 이상다하는 투였다. 그게 다 영향이 있었던 거라면 왜 넌 많은 것을 이뤘는데 네 동생은 안 그런 거니, 하는 느낌으로. 엄마는 늘 내가 동생보다 더 '나은' 케이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글쎄, 태양 같은 미소를 짓고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내 동생보다 내가 잘난 거라고는 학력밖에 없는데 말이다. / 엄마가 옛날에 써준 크리스마스 카드. 엄마는 지금만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나를 친구라고 불렀다. 나는 정말 엄마를 친구로 여겼을까? 지금은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엄마의 친구 소리에 서로 모르는 게 많은 친구지, 라고 씁쓸하게 생각했었다. 어른의 목소리로 말했지만 지금 보면 사실 엄마도 서른밖에 안 됐을 때였구나.

 

Mar 5

오랜만에 운동하고 눈썹 손질도 하고 알바도 했는데 길에서 산 대하장이 소주를 부르는 거 같아 편의점에 갔다가 차마 소주는 못 사고 맥주를 사려고 했더니 오감자가 눈에 밟혀서 같이 사고 흡입 중인데 역시 맥주가 너무 작다. 뭐 간에 기별도 안 가네. 그나저나 원래 소주맛을 혐오했는데 요즘은 종종 생각난다.

vecaholic 소주+레몬+토닉워터.. 👍

 

Mar 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원이란 걸 처음 해봤는데 너무 떨면서 메일을 보내서 파일 첨부하는 걸 까먹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이버는 발송 취소 기능이 있지만 야후는 (요구해서 썼더니만) recall (영어로는 이렇게 쓴단다) 기능이 없단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수 없이 사과와 함께 다시 메일 보냄... 아 텅텅 빈 이력서만큼이나 북흐럽습니다...OTL

 

Mar 4

졸업식 참석 때문에 미션 임파서블을 찍을 예정이라 부모님께 경유 공항에서 출발할 때 스케쥴 변동이 있지는 않았는지 알려드릴 거라고 했더니 애인이 그러지 말고 운항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 링크를 걸어서 보내드리라고 했다. 나는 별로 소용없는 짓이라고 했지만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게 하면 확실히 확인하고 오실 수 있으니 더 편하다고 강조했다. 그 말에 설득당한 내가 링크만 보내는 게 아니라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고, 정보를 입력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까지 하나하나 캡쳐를 해서 설명과 함께 보내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그가 몇 분 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입을 열었다. 나도 언젠가 기술을 이해하기 힘들 만큼 나이들게 될까. 아니나 다를까 우리 부모님은 그런 친절한 설명을 받고도 잘 도착하겠지~ 라며 전혀 그 정보를 활용할 마음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럴 줄 알았지 내가. 우리 부모님은 아마 내가 설명해드린 걸 찬찬히 읽으면 스케쥴 확인을 하실 수 있었을 거다. 다만 그런 머리 아픈 짓을 하기 싫으실 뿐. 하지만 할머니라면 한참을 읽어도 모르실 것이고, 옆에서 직접 눌러서 보여드려도 혼자서는 끝내 못하실 수도 있다. 나도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게 될까? 아마도. 지금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 조금 번거로워도 꾸준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술이 영원할 것이라서가 아니라, 그걸 건너뛰면 그 다음 기술까지는 마음의 장벽이 더 높아질 테니까.

 

Mar 3

어쩐지 어젯밤 알바 마치고 홀린 듯이 편의점에 가서 빼빼로를 집어나오더라니... 오늘이 생리 시작이로구나. 아 배 아퍼 망할! OTL

 

Mar 3

이런 무기력감 느껴본 적이 있다.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뿌리는 비슷한 것 같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같아지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위험하다.

 

Mar 2

악세사리함을 정리했다. 수시 논술 보러 서울 올라와서 갔던 삼청동에서 엄마가 사준 에펠탑 목걸이, 옛애인 애기에게 선물받은 시계와 그와 같이 산 회색 리본 머리핀, 노지에게 선물받은 녀석을 비롯해 한때 열심히 하고 다니던 귀찌들, 첫 과외순이에게 선물받은 인디안핑크 장미 머리끈, 쭈비와 산 집게핀, 옛애인 왈왈이가 사준 청록색 리본 머리핀, 옛애인 마크가 준 탄피 (뭔가 사연이 있었는데 이젠 기억이 안 난다.), 옛애인 모기와 커플로 했던 팔찌를 버렸다. 기억 때문에 오래 버리지 못했던 것들. (물론 아직도 쓰잘데기 없는 것들 많이 남겨둠...ㅋㅋㅋ)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5월  (0) 2015.07.05
2015년 4월  (0) 2015.07.05
2015년 2월  (0) 2015.07.05
2015년 1월  (0) 2015.07.05
2014년 12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7. 5. 12:00




Feb 28

세미나 참석하고 부산 가려고 이동 중인데,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졸업식날 받은 꽃 물병에 꽂아둔 걸 못 치우고 나왔다는 게 기억났다. 솔직히 꽃을 받는 것 자체는 나쁠 거 없지만 다듬어서 물병에 꽂는 것과 그렇게 서서히 죽여가는 것을 싫어해서 꽃 받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받으면 그 마음 때문에 바로 버리기 뭐해서 꽂아두는데 이렇게 깜빡하고 집을 비우면 끔찍한 기분이 된다. / 기차나 비행기에서 우는 애들은 정말 미칠 거 같지만 그만큼 또 짜증나는 게 있다. 바로 웃는 애다. 우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웃는 경우 애가 혼자 오래 깔깔거리고 웃는 경우는 잘 없다. 옆에서 좋다고 웃기는 어른이 있다는 게 정말 악질이지. 저기요, 애 웃는 소리도 소음입니다.

 

Feb 28

땅고 스튜디오 온라인매니저로 번역과 기타 잡무를 돕고 있는데 동의할 수 없는 방침이 있어서 괴롭다.

 

Feb 26

어제 정말 간만에 번역 알바를 하러 갔다. 뉴스 시작에 맞추어 느긋하게 출근했는데도 1번 컴퓨터가 비어있었다. 어느새 내가 최고참 수준이 되어 1번 컴퓨터는 늘 내 차지가 됐다. 오랜만에 한영 번역이란 걸 하려고 앉아서 속도가 안 나올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냥 똑같이 신속하고 영혼 없는 번역이 가능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게로구나 생각했다. 알바를 마치고 나오는데 동료가 내 번역이 좋다고 칭찬해줬다. 잘 읽히는 번역이라 빠뜨린 게 없는지 확인하는데 내용은 또 다 들어 있더라고. 원문에 충실하고 가독성 좋은 번역이란 칭찬을 들어서 기분 나쁠 번역가가 어딨겠어...ㅋㅋㅋ 기분이 좋아서 기록해야지 생각했는데 어제 그러고 12시반에 동네친구랑 치맥하러 갔다가 기절해버렸다. 이제 기록.

 

Feb 25

돌아왔다. 인천에 착륙하고 폰을 켠 순간 밀린 문자 메시지 폭탄을 맞았다. 졸업식 미션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했다. 부모님 모시고 서울역에 갔다가 지하철을 탔는데 혼잡한 역사에서 사람들이 내 공간을 존중하지 않았고 그제서야 한국에 온 걸 실감했다. 다음 주 언제 만날 약속 같은 것들을 정하기도 했고 알바 제의도 받았다.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인 하나 하나가 숨이 막혀서 일을 거절하고 싶은 지경이 되어, 센터 요율 그대로 불렀더니 답이 없다. 그걸 맞춰주면 숨 막혀도 하겠지만 아니면 난 좀 쉬면서 일상에 천천히 적응하고 싶다. 눈을 뜨고 뒤척이면 꼭 끌어안아주는 애인의 품에 안겨 두어 번 다시 곯아떨어지고서야 일어나던 열흘은, 일상이 아니었어. 씻고 나오면 아침으로 파파야나 망고를 코코넛 요거트와 먹을 수 있던 그건 여행이었어. 김밥이 당겨서 사들고 들어와 컵라면이랑 먹는데 여전히 기분이 이상했다. 여행은 후유증이 이렇게나 큰 거구나. 런던에 있을 때 여행 다닌 후로 처음, 그러니까 3년 반 만에 해외 여행을 다녀왔더니 현실 적응이 안 된다. 그리고 런던 시절에는 여행에서 돌아와서 맞이하는 일상이라고 해봤자 그것도 크게 보면 긴 여행이었으니 이렇게 급격하게 푹 떨어지는 기분은 아니었는데.

 

Feb 18

그도 나도 자기 생각만 한다는 건 똑같은데 그는 그걸 숨기는 데 능숙하지 못한 것 같다. #여행_단상

 

Feb 13

내가 이 구역의 진상 고객이다!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천 단어 남았다. 결코 이 짐을 안고 태국 땅을 밟지 않으리.

 

Feb 12

내일 치앙마이로 떠나는데 표 끊을 때 너무 흥분한 나머지 뇌가 제대로 기능을 안 해서 졸업식날 아침에 돌아오는 걸로 끊어버렸다. 인천 도착하면 택시 타고 학교로 날라야 되는 지경인데 그렇다고 내일 졸업식 때 입을 옷을 입고 비행기를 탈 수도 없고 짐 늘리기도 싫고 뭐 방법 없나 했더니... 생각해보니 졸업식날 입을 옷을 미리 학교 사물함에 넣어놓으면 되는 거잖아?! 그런 고로 내일 아침에 외대까지 갔다가 공항 가야 하는 난리부르스를 떨게 생겼다. 비행기 연착만 안 되면 정말 무슨 미션 클리어 하듯이 졸업식 갈 예정이다. 연착이면...... 아니됨...

pink lotus 이미 학교에 들르셨겠지만... 겨울철 더운 나라로 여행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공항에서 두꺼운 겨울옷을 맡기고 갈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요. 상자인지 사물함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요.

 

Feb 11

며칠째 진짜 돈 안 되는 다큐 번역에 매달려 있다 보니 이제 일을 받을 때 생계 유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야지 용돈 벌이를 위한 알바라고 생각하고 받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뭐 생각이야 원래 했지... 몸으로 확 와닿지 않았을 뿐이지. 이런 요율로는 생계 유지가 안 된다. 땅고 에세이 번역이야 즐거워서 하는 취미고 봉사니까 돈을 안 받아도 행복하지만 일은 그런 자세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회사에서 요율 협상한 얘기를 애인한테 했는데 한국 지사 사정을 모르긴 몰라도 그 회사 돈이 많아서 주체를 못 하는 데니까 더 청구해야 된다며 내가 번역을 제대로 해줄 테니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라, 지금 제대로 해주면 나중에 번역 때문에 큰 일 생겼을 때 막는 비용보다 덜 들 거다, 그런 태도로 나가라고 했다. 시장에서 굴러먹던 짬밥이 다르긴 다르구만... 아무튼 맞는 소리다. 협상은 언제나 힘들겠지만 내가 좀 더 내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일을 하긴 해야겠는데 집에서는 능률이 너무 떨어지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스벅은 화장실이 깨끗해서 좋긴 하지만 커피맛 생각하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 쪼끔 더 걸어서 전광수 커피 왔는데 조용하고 맛있다.

 

Feb 10

회사라는 공간에 발을 들인 건 오늘이 두 번째. 첫 번째는 지금 뉴스 번역하는 곳이고 그 다음이 이번이다. 회의실에 앉아서 번역할 자료를 보며 요율 얘기를 했다. 지금 하는 노동 착취 번역의 5배 요율을 부르는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서 제발 겉으로는 너무 빨갛지 않기만을 바랐다. 말할 때는 좀 더 여지를 줘야 되나 생각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니, 그 정도는 받아야겠다 싶다. 엎어질 테면 엎어지라지. 아무튼 생애 첫 "협의"를 하고 왠지 갈증이 나서 생전 안 사먹는 콜라를 사들고 벌컥벌컥 마시는 중이다. 코카콜라가 나보고 "부자되세용"이랜다. ㅋㅋ

 

Feb 10

다시는 이 요율에 다큐 번역 받지 않으리... 라고 쓰고 센터 들어가보니 떡하니 이 요율에 영상번역 모집 공고가 떠있다. 어우 제기럴.OTL

 

Feb 9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번역ing)

 

Feb 9

물건에 대한 애착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애인이 자기는 "앞으로 나아가는(going forward) 데에만 관심이 있다"며 자기에겐 지금과 미래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당고님과 모아레님의 별자리툰 양자리편이 생각나면서 속으로 빵 터지고 말았다. 3 21일의 양자리 남자는 정말로 전진, 전진뿐입니다! 반면 320일의 물고기자리인 나는 (이게 별자리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과거 그리고 지금이 중요하다. 나는 너처럼 그렇게 달리는 때도 있지만, 그럴 땐 늘 어딘가 불편해. 어느 순간에는 꼭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아야만 해. 그래야만 내가 된 것 같아. 라고 답해주었다.

 

Feb 7

다큐는 영상 시간 당으로 일이 들어와서 그냥 50분이라고 받은 건데 예전에 했던 거랑 비교해보니 이번에는 같은 시간 동안 말을 한 두 배는 많이 한다. 아 멘붕...== 멘붕하는 와중에 조만간 치앙마이 놀러갈 거 생각하면서 숙소 사진 보면서 꾹꾹 눌러본다... 파일 받자마자 글자수 확인 안 해 보고 오케이 한 니 잘못이지 누굴 탓하랴. 그리고 한 1/3 정도는 예전에 했던 거랑 겹쳐서 어차피 남 주기 아까워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겠다고 했을 일이다... 걸음마 막 시작하는 '프로'는 오늘도 몸으로 때우며 교훈을 얻습니다.

 

Feb 7

... 오는 이가 많지 않아서 자주 찾던 카페에서 다큐 번역을 하려고 앉았는데... 이 앞 국시집이 수요미식회에 나오면서 붐비는 탓인지 식사 끝날 시간 되니까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이 카페 입장에서야 나쁠 거 없긴 한데 시끄러워서 좀 싫구나. 대학가 카페보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나이대가 높아지니 목소리 자체가 좀 더 큰 느낌이다. 우움... 다 그런 건 아니고 각 테이블마다 한두 명 정도 그런 사람이 있으니까 점점 시끄러워지고 그런 느낌~_~ 어쩌면 20대의 목소리에는 그냥 내가 익숙한 건지도 모르지. 그보다도 왜 또 다큐번역 한다고 했지... 그야 할 일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 으아아아

 

Feb 7

우주선 가습기가 자꾸 중간에 꺼져서 고장났구나 생각하며 그냥 안 쓰고 있었는데 애인이 와서 (나는 나는지도 몰랐던) 소리만 듣고도 뭐가 문젠지 알아차려서 좀 설렜다. 그리고는 신문을 끼워넣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갔다. 다시 보글보글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좋아.

 

Feb 2

엄마고양이 엄마쥐 이렇게 하루종일 통역을 하고 와서 침대에 누웠더니 아... 어미고양이 어미쥐가 있구나 :D... 생각이 든다. 몇 번 말하다가 더 나은 단어가 생각나서 다음에 또 나올 때는 바꿔쓰고 뭐 그런 일이야 부지기수지만 이렇게 끝나고 나서야 생각나는 경우도 많다. 그럼 뭐 다~음에 글케 하겄지.

 

Feb 1

모래놀이 통역 이틀차. 5시간 통역 후의 현상태. 2시간 반 더라니 으아악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4월  (0) 2015.07.05
2015년 3월  (0) 2015.07.05
2015년 1월  (0) 2015.07.05
2014년 12월  (0) 2015.07.05
2014년 11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7. 5. 12:00




Jan 31

오늘 통역에서 좋았던 부분 노트테이킹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려고 했으나 사진은 올라가지 않지, ...ㅋㅋㅋ 간만에 통역하니 어찌나 설레고 좋은지 역시 웬만하면 통역이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렌다의 직관은 정말 뛰어나서 같이 밥먹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느낌이 든다. 지난번에 비해 왠지 내가 훨씬 덜 쫄아 있었고 그러니 대화가 더 잘 흘러갔다. 처음에 살짝 버벅였지만 곧 페이스가 돌아왔다. 하지만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모습도 몇 번 보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못 알아들은 티를 굳이 낸 것. 그렇다 뻔뻔하게 구라치는 것도 프로의 자세다.) 까지 쓰니 배가 너무 고프고 힘이 쪽 빠져서 타이핑을 더 못하겠ㄷ...

 

Jan 31

7시에 일어나서 분당에 모래놀이 통역 가야 되는데 시부럴 너무 늦게 자주시는 거지...OTL 너무 간만에 하는 통역이라 안 그래도 걱정되는데 피곤에 쩔어 가겠네. 당 보충할 거 사들고 가는 거 잊지 말아야지. 아아 뭐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지금부터 푹 자는 걸로.

 

Jan 30

와사비콩을 먹는데 왕건이가 걸려서 DX <-이런 표정으로 한참 코 막고 있었다. 흐아앙 따거. 알바 마치고 지하철역 자판기에서 과자 뽑아 먹으려고 했는데 잔돈이 없어서 못 먹어가지고 집에 오자마자 와사비콩을 너무 열심히 퍼먹긴 했지...

 

Jan 29

내가 일 처리하는 순서를 보면 뭐가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인지 알 수 있다. 해야할 일이 땅고 에세이 번역 말고는 딱히 없었을 때는 절대 그 번역에 손대지 않았는데 이제 이력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땅고 에세이 번역이 술술 된다(...) 아무튼 이렇게 손 놓고 지내는 생활도 슬슬 (~주 슬슬)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지 뭐야.

 

Jan 29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스터디 하고 집에 들어가서 운동하고 알바를 가려고 했는데, 스터디 한 카페가 조용하고 한적하고 시간 보내기 딱인데다 마침 노트북까지 들고와서 여기 쭉 눌러 앉아 있을란다. 운동 빠이염... 그래도 역시 집에서 나오니 좋다. 좋단 걸 몰라서 안 나오는 건 아니고 나오려고 해도 집에는 묘한 마력이 있어서 잘 못 나오는 거지만. 자리 잡고 앉은 김에 국문 이력서 업데이트 했으니 땅고 에세이 번역 하나 끝내고 영문 이력서를... 제발 좀 쓰자 제에바알. 오늘 나 자신과 약속. 그리고 시역 좀 더 연습하고 가리라. / 부산에 있을 때 엄마랑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엄마에게 미리 알려줄 수 있는 걸 술 먹고 들어와서는 툭 던지듯이 늦게 알려줘서 곤란한 일이 있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조금 짜증을 내고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 모습을 봤다.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된 후 엄마가 내게 와서 하소연을 살짝 했는데 내가 아주 까칠하게 굴었다. 어떻게 그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한 사람들 아주 대단하다며 비꼬는 듯이 얘기를 했는데 그러자 엄마가 그 말을 듣고 자기 감정이 상했다는 말을 솔직하게 해주었다. 거기에 대해 답을 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울고 있었고 말을 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내가 느낀 분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비꼬면서 다른 방향으로 얘기를 하고 있긴 했지만 나는 그냥 아빠의 행동에 화가 났던 거였다. 아빠가 그렇게 해서 화가 났어...라는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같이 화를 내지 않고 나를 보듬어줄 수 있었던 엄마의 화법이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기록.

 

Jan 28

손목은 물론 요즘은 팔꿈치 아래로 다 아리다. 스마트폰을 좀 덜 써야 되는데 쉽지 않네.

 

Jan 28

주말에 모래놀이 통역일이 들어왔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다. 땅고 수업이랑 애인 (그렇다... 못 헤어졌다...) 만날 약속이 있었는데 시켜만 주십시오 모드로 급 전환. 통역을 너무 쉬어서 하고 싶었고 이력서 한 줄 늘리고 싶었고 거절하면 다시는 연락 안 올 거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프리랜서는 노예랜서라더니 이런 마음 때문인 거겠지... / 어제 포장마차에서 소주 각 일 병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지하철 플랫폼에서 Remembranzas에 맞춰 땅고를 추고 모힝에서 와인 마신 후에 몇 곡 더 추고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헤어지는 걸 잊었다. 집에 가보니 정말 손톱보다 작을 때 봤던 바질과 코리앤더가 손바닥만큼 자라 있었다. 그걸 보니 우리가 얼마나 오래 못 만났는지 생각이 나서 미친듯이 대성통곡을 했다. 그리고 짐 챙겨 나오려고 갖고 갔던 천가방은 여전히 빈 채로 집에 왔다. 하하...

 

Jan 27

낮에는 할 일이 진짜 없는데 저녁에만 오지게 바쁘다. 일단 알바 두세 번이 고정으로 박혀 있고 땅고 수업이랑 밀롱가도 두세 번 가면 깔끔하게 5일이 차버리니까. 얼굴 한 번 보자는 사람 두 번만 있으면 일주일 끝인데 몇 주에 한 번씩은 단체로 사람 만날 일이 꼭 생긴다. 잉여백수 오브 잉여백수인데 늘 바쁜 티 내며 산다. 그래도 마침 시간 되는 날 한겨레문화센터 연기반 사람들이 만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얼굴 보기로 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일주일에 한 번 웃게 해준 사람들. 그러고보니 여기서 담배를 배웠군...

 

Jan 27

플라나리아(야마모토 후미오, 창해) 수록작 네이키드 Naked 마지막 부분.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 이번엔 성공할까 두근두근하며 일단 녹음. 헐 올라갔어. 자정을 훌쩍 넘긴 낭독클럽.

 

Jan 27

Do you think our relationship is working?으로 말문을 트자 전혀 아니라는 대답과 너털웃음으로 이어졌고 너와 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가 주는 공간에, 네가 그저 있음에 안도했던 나는 이제 그 공간이 지긋지긋하리만치 넓게 느껴진다. 너무 넓어서 네게 갈 방법을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의 의미는 방법을 고민할 의향도, 방법을 궁리해내어 노력해 볼 의지도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내일 이별한다.

 

Jan 25

우연히 2012 2 1일의 일기를 찾았는데 지금의 나랑 상태가 똑같다. 기록을 보니, 이거 겨울병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나아진다. 괜찮다.

 

Jan 25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연인이 어디 있겠냐.

 

Jan 25

내 설렘 세포 좀 사멸시키고 싶다... 근데 왠지 그냥 이게 내 팔자인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술 센 척도 좀 하지 말자... 언제까지 니 주량을 잘못 알고 있을 텐가??? 마실 때 멀쩡하다고 후폭풍이 없진 않다는 걸 이제는 좀 알 때도 안 되었나????? 그러나 나는 꾸준히 술 센 척은 혼자 다 하고 여전히 부대끼는 속으로 잠든다. 심지어 아무도 강요 안 하는데...OTL

 

Jan 25

나는 그냥 낯을 가리는 것 + 지나치게 진지해보이는 말투와 얼굴 탓에 말을 꺼내면 너무 딱딱해져서 말을 가리는 것일 뿐인데 얌전하단다. 얌전... 그래 내가 침착하고 단정하긴 하지... 그래도 아브라소는 안 얌전하고 싶다. 상대방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이 열고 더 많이 쏟아서 내가 얌전하지 않다는 걸 전해주고 싶다. 사실은 그렇게 쏟는 게 내가 얌전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쏟지 않으면 금방 차올라서 폭주해버리니까. / 가끔 겉으로 아무것도 몰라요 의 눈빛을 나도 모르게 발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나 스스로가 가증스러워 미치겠다. 생존 전략처럼, 신경을 안 쓰면 그냥 튀어나오는 그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나는 안다. 모르긴 뭘 모르세요. 사실 관심이 없는 데는 무디지만 조금만 관심을 두면 꽤나 감이 빠른데.

 

Jan 24

어제는 책장과 서랍을 갈아엎었다. 결국 정리 끝난 다음엔 시작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하게 갖다 버렸다. 내가 얼마나 상자랑 공병을 많이 모아놓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3년째 같은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언젠가 이사를 갈 거라고 생각하면서 짐 쌀 때 쓰려고 보관하고 있던 수많은 박스들. 어차피 있다는 걸 잊어버릴 거면서. 그런데 그 중에 몇 개는 어제 실제로 썼다. 낡고 비좁아진 편지함을 큰 상자로 바꾸고 필요 없어진 케이블을 버려서 전선통을 작은 상자로 바꿨다. 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도 상자를 모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 헝얏의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나서 그의 냄새에 대해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 냄새가 자꾸 생각난다. 으으, 그 남자의 냄새를 맡고 싶다! (?) 기억해 둘 것은 숨 쉬는 아브라소.

 

Jan 22

아브라소가 쓰다듬 쓰다듬 해주는 거 같다는 말을 들었다. 언제나 그것이 내 목표.

 

Jan 21

생각해보니 어제 일기를 안 썼다. 1월에 처음으로 스터디 했다. 11시부터 2시까지 수다를 좀 떨었으니 한 2시간 정도 한 것 같은데 나중에 목이 아팠다. 매일 할 땐 오히려 괜찮았는데 하도 안 쓰다가 갑자기 써서 그런가. 생각보다는 안 무너졌지만 역시 무너지긴 했다. 이 상태로 무슨 인터뷰를 보러 다닙니꽈... 다시 공부하자. / 집에 와서 잠시 쉬고 Joe를 만났다. 참 좋아하는 친군데 술을 안 마시기 시작하더니 당과 담배에 중독됐다...=.,=;; 술 좋아할 땐 만나면 나랑 길바닥에서 소주 까고 내 흑역사 제조에 적극 일조하던 친구였는데 난 단 것도 담배도 많이 안 좋아해서 조금 아쉽다. 2012년 봄부터 친구였는데 이번 애인에 대해 마음이 식은 얘기를 해줬더니 너 이쯤 되면 commitment issue가 있는 거 같다며 묘한 패턴이 보인다며 일침을 가했다. 맞는 말일세. 태국 여행 같이 가겠냐고 했는데 비행기표 알아보다 보니 하필 구정이니... 너 이러기니... / 테크니카 피구라 수업은 처음 들었는데 연습할 거리가 잔뜩 생겨서 기쁘다. 지난 토요일에 백스텝을 '스텝'이 아니라 무게 중심이 없는 발을 뒤로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 맥락에서 오초도 해야 하는 거였다. 상하체 분리 체조도 오늘 헬스장 가서 해야지 다짐했는데 벌써 4시반이라니... / 땅고에 아는 얼굴들, 친구들이 생기는 건 기쁜 일이다. 그렇다고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 빨리 오리랑 이과두주 놓고 번역 얘기 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Jan 20

이태원에서 일하고 싶다... 환승 없이 집에서 20분 거리, 엘불린까진 40분 거리라니 여기가 드림 스팟이로구나...

 

Jan 20

진짜 맘 잡고 번역하면 두 시간이면 떡을 치는 땅고 에세이 번역을 한 네 시간 붙들고 있었다. 물론 더 보라면 더 볼 수도 있다. 결과물이 반드시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보기만 하는 거라면 한참 더 들고 고칠 수 있다. 이래서 마감이 중요하다. 난 왜 취미로 번역을 할 때도 밤이 이렇게 늦을 때까지 씨루는가... / 편안한 아브라소가 중요하다는 걸 절절히 깨달은 이후 애인과는 더더욱 땅고를 추고 싶지 않아서 내일 밀롱가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거절했다. 땅고는 땅고고 사랑은 사랑일까?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을 때만 그렇다. / 오늘은 현영언니네 집에서 늘어지는 시간을 보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질수록 말하기가 쉬워진다. 요즘 내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스마일에는 매우 능하지만 정작 관계를 맺으려면 낯을 오지게 가린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Jan 19

간만에 가위 눌렸네... 기력이 쇠했나보다. 운동해야겠다. 가위 눌리는 동안 아빠는 이미 일어나셨을 테니 가위 풀리면 안방 가서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자취방이었다. 불을 켜고 서서 찬물을 마셨다.

 

Jan 19

그나저나 오리가 보고싶다. 꾸준히 자주 보고싶은 마음이 든다.

 

Jan 19

새해엔 매일 일기를 써야지! 생각했는데 벌써 한참 안 지켰다. . / 애인을 3주만에 만났다. 만나면 헤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왠지 짠한 마음이 들어 입을 떼지 못했다. 과거의 나는 대체 얼마나 독한년이었던 거냐... / 대화하다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은 오기 전부터 떠날 계획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유는, 영어 가르치는 게 아니면 비자 받기가 어려운데 영어 가르치러 오는 외국인은 주로 그 일을 돈 벌려고 잠시 하는 일로 생각한다는 것. 정책은 어떤 커뮤니티의 특성을 결정하는 데 미묘한 방식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 땅고 에세이 번역 오늘 마치려고 했는데 결국 내일 하겠다. 역시 뭐든 마감이 안 다가오면 절대 안 되는기라

 

Jan 18

어제의 밀롱가는 가슴 뭉클할 만큼 행복했다.

 

Jan 16

정말 간단하기 그지없는 내용이었고 매우 짧았지만, 아무튼 간만에 통역했다. 땅고 쁘락 갔다가. 삼가주세요를 삼가해주세요 하고 틀리는 걸 싫어하는데 나도 실수로 그렇기 내뱉은 거...가 자꾸 기억나는 실수고 아무리 간단한 통역이라도 프로의 자세 잊지 말아야 하는데 사족을 좀 단 게 마음에 걸린다. 다음엔 그러지 말자. 첫 문장 말하고 나서 걷기 연습하는데 다리가 살짝 후들거렸다. 이 긴장감을 좋아한다.

 

Jan 10

선생님들께 감사 메일을 쓰고 있는데 하루에 정말 한 분 정도밖에 못 쓰겠다. 처음보다 조금 딴짓을 덜 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그렇다. 지금까지 겨우 네 분 썼다. 일곱 분 남았음... 어억.

 

Jan 9

졸업이다..._!

 

Jan 6

세 번째 병원에서 탄 약이 잘 받는지 앓을 만큼 앓은 건지 아무튼 좀 차도가 있어서 이제 설사 횟수도 좀 줄고... 조금 살 만하다. 그런데 그러자마자 집 문제 때문에 집안이 시끄럽네. 이 무른 사람들 어떡하면 좋으니... 그리고 나도 저런 무른 호구로 살 게 뻔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근데 우리집은 꾸준히 정말 꾸준-히 부동산 관련해서는 지지리 복도 없는데 이번에도... 아니다... 말을 말자... 아 아 대출.

 

Jan 6

씨발 아픈 지 삼 일 되니까 아프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 엄마가 친구분 가게 샵메이커즈에서 이것저것 사와서는 황홀해하는데 나도 정말 같이 황홀해하고 싶은데 황홀할 기력이 없어서 속상했다. 이런 거 같이 느껴줄 사람은 우리 가족 중에 나밖에 없는데... 근데 진짜 웃을 기력도 없다 엄마. / 역시 희망고문이 최악이다. 오늘 낮까지만 해도 곧 나을 것 같아서 기운이 반짝 났는데 몇 시간 뒤부터 다시 화장실행이 시작되고 배가 꼬이니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오늘 간 병원에서는 의사가 배를 눌러보더니 증상은 장염인데 왜 맹장 부위가 아프다고 하지... 초음파를 찍어봐야 되나... 이런 말을 남겨서 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나 지금 동네 병원에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 맞는겨...?

 

Jan 5

내 자취방은 벽 마감이 잘 돼 있고 주거 특성 상 옆에서 누가 크게 떠들지도 않아서 꽤 조용하다. 문이 벽보다 얇으니 복도에서 누가 말하는 소리가 잘 들린다는 거, 집 앞에 대학가 술집이 즐비하니 밤에 소란하다는 거 정도가 문제일까. (후자의 소음은 내가 즐긴다. 옛날 생각 나고.) 그래도 왠지 방 말고 ""에 살면 지금보단 좀 덜 조심해도 될 거 같고 소음이 더 적을 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이틀 간 동생 방에서 하루종일 누워 지내다 보니 아파트도 별반 다르지 않...다기보단 뭐야 이건 내 방보다 더 시끄럽잖아? 20층이니 도로 소음은 안 들리지만 옆집 애새끼들 소리와 윗집 걸음 소리가 매우 잘 들린다. 아 이래서 층간소음 층간소음 하는 거였구나. 세상에 자취방도 아닌데 이런 부분을 포기해야 하다니 뭔가 이상하다.

 

Jan 4

머리통 안에 뇌가 두 쪽인 게 느껴진다. 이히히히히...

 

Jan 4

아파.........orz 다행히 왜 아픈 건지는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야... 아오...

 

Jan 3

화요일부터 콧물, 근육통 등에 시달리다가 어젯밤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둘둘 감고 잤는데 밤새 어마무시 거창한 꿈을 꾸며 잠을 설치다가 배가 너무 아파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서 힘을 주고 있는데 식은땀이 쭐쭐 나고 메스꺼워져서 토할 뻔 했다. 침대에 다시 와서 누우니 별 생각이 다 드네. 일단 생리 시작 예정일 3일이 지났는데 왜 시작을 안 하나. 콘돔을 안 끼고 한 적은 없으나 하루라도 늦어지면 식겁하게 되는데 뭐 그럴 거 같진 않지만 설마! 이런 생각에서부터 방금은 에볼라 아냐?? 이런 생각까지 듦...=_=;; 아 아니겄지... 이런 느낌으로 아픈 건 또 처음이라 당혹스럽네.

 

Jan 3

할머니의 기억에 따르면 할머니가 나를 데려가신 건 20. 5살까지 할머니댁에서 자람. 주례에서 이사 두 번. 8개월 때 엠비씨와 새콤달콤 등의 말을 하며 업혀다녔다 함. 전자 키보드를 신나게 갖고 놀고 노래도 좋아했음. 이후 진주에서도 잠시 살았는데 그때 엄마가 미술 선생님이란 걸 안 미술학원 선생님이 5살 짜리를 6살반에 넣고 나는 다 색칠하기 싫은 걸 면 채색을 다 하게 시켜서 한동안 그림 그리지 않음. 계곡에 놀러갔다 와서 다시 그리기 시작. 옛날 얘기 자주 듣는데 내 기억력이 너무 개똥이고 특히 숫자는 쥐약이라 이제부터 듣는 족족 써놓으려고 한다. 물론 그냥 어릴 때 얘기라서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고 그냥 기억을 엄청 못 함. 외숙모는 할머니랑 사이가 안 좋은데 일단 우리 할머니가 좀 별나시고(...) 생각해보면 신혼인데 시부모 모시고 사는 것도 싫은데 나 같은 혹도 같이 살았으니 얼마나 팍팍했을까. ~_~

 

Jan 3

연애는 그런 거거든. 숨기지 못하는 거. 계속 웃음이 나고 행복한 에너지가 넘쳐서 숨기려고 해도 들키고 마는 거. 오늘 엄마랑 동생 공항에 데려다주고 오는데 나와 애인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며 덧붙인 엄마의 말. (그랬는데 모아레님의 사자성어 심리테스트에 비슷하게 나와부렀다...ㅋㅋ) 네가 만난 여러 남자 중 널 그렇게 만든 놈은 하나밖에 없다며. 니가 일 년 단위로 애인을 갈아치우는 게 너한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널 싫증나게 하지 않는 놈을 못 만나서라고 단언하신 엄마는 진정 고슴도치데스네... / 글이고 나발이고 춥다. 집은 뜨신데 내가 감기에 걸렸다. 시발. 계속 아픔. / 머리가 아픈 와중에 동생이 계좌이체를 좀 대신 해달라고 부탁했다. 귀찮아 죽겠다며 짜증을 내면서 해주다가 결국 계좌이체 오류로 못했는데... 아 추워서 더 못 쓰겠다. 아무튼 동생이 그걸로 상처받았다는 걸 낮에야 알게 됐다. 할머니가 무릎에 물 찬 걸 빼고 연골주사를 맞고 오셨는데 몸이 아프다고 하셨다. 머리가 아프고 몸살 기운이 좀 있다고 짜증을 부린 내 모습을 기억했다. 할머니 성격이 좀 까칠해져도 어쩔 수 없는 건지도 몰라. 그렇다고 까칠한 부분까지 좋아할 순 없겠지만.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3월  (0) 2015.07.05
2015년 2월  (0) 2015.07.05
2014년 12월  (0) 2015.07.05
2014년 11월  (0) 2015.07.05
2014년 10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7. 5. 11:59




Dec 31, 2014

"처음에 친근하고 적극적으로 나오는 사람들 중에 금방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어쩌면 그 사람들도 아는 거 같기도 해. 자기가 곧 떠날 거라는 걸."

 

Dec 31, 2014

"행복했으면 좋겠고, 네가 활짝 웃기를 바란다."

 

Dec 31, 2014

곧 출산 예정인 친구를 만났다. 질외사정이니 주기법이니 하는 것은 피임법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덜컥 임신하게 된 친구의 부른 배를 눈으로 보니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튼 부디 잘 살길. 내일 아침 부산 갈 짐을 싸야 하는데 10키로 주문해서 다 못 먹은 귤이 한 짐이겠다. 일주일이 길지만 무지 짧은 시간이라 금방 흘러갈 테지만 서울 생활의 괄호 역할은 해주겠지.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놓아버리지 않고 지내다 오고 싶다. 생의 패턴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새해라서라기보다는 그 변화 속에 서 있기 위해서 꾸준히 쓰고 싶다.

 

Dec 31, 2014

밤이 되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느지막히 일어나 빨래를 돌리고 집을 나섰다. 동생 호주 달러 환전 대신 해주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판단 미스로 시간을 좀 날려 먹었는데 중간에 화가 좀 났지만 환전에 성공하니 곧 가라앉아서 당장 화를 표출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게 박인 바쁨의 인을 좀 빼낼 필요가 있다. 10월이 생일이었던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 선물을 이제야 챙겨주었다. 충동적으로 대학로에 가서 옷을 샀다. 길 지나가다가 본 짙은 보라색 니트가 며칠째 아른거려서 사러 간 건데 물어보니 그런 건 들어온 적이 없다고...--;; 내가 색깔을 잘못 봤나봉가... 대신 파란 니트를 하나 사들고 와서 친구 만날 때 입고 나갔다. 마치 이 만남을 위해 옷을 산 것처럼 되었지만 그런 건 아니고...

 

Dec 30, 2014

집에 가는 길, 학교 앞을 지날 때 교통 정리를 하고 있는 경비원 두 분을 버스 안에서 자주 본다. 예전에 보도사진실습 수업 들을 때 부탁드리고 사진 찍은 적이 있어서 얼굴을 알아본다. 그 때가 2011년 가을이었는데 오늘도 두 분은 그곳에 있다. 일을 한다는 것은.

 

Dec 30, 2014

화장하기가 싫다. 하는 것 자체도 귀찮거니와 계속 신경써서 고쳐줘야 되고 내 얼굴 마음대로 만지지도 못하고 피부에 좋지도 않다. 넌 원래 화장을 안 하고 다니니까 안 해도 어색하지 않아서 좋겠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속으로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좋아보이면 너도 그렇게 하지 그러니.) 어쨌든 겉으로는 니가 화장을 안 하고 다녀서 경멸해! 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화장해서 얼굴이 좀 더 또렷해지면 신기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 되는 건 싫다. 어느 정도는 장소와 상황에 맞추는 예의의 영역에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럴 땐 하겠지만 지금은 참 맘 편하고 좋구나.

 

Dec 29, 2014

지금 다니는 땅고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매니저(라고 쓰고 그냥 카페지기라고 읽음)를 맡게 됐다. 이런 걸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래서 늘 카페가 깔끔했던 거고 그 덕분에 (그리고 "안아 주세요"라는 말 덕분에) 1년 전에 아무 정보도 없던 내가 이 스튜디오를 선택했고 눌러 앉았던 거였지. 도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HY도 땅고오리도 좋아.

 

Dec 29, 2014

애인과 긴 이야기를 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무 생각 없는 줄 알았는데 나와 완전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생각을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제 하나도 마음이 안 복잡하냐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얘기해서 후련해졌고 나아졌다. 내게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누군가 그는 잘 있냐고 물었을 때 "살아 있어요."라고 답하는 관계가 나는 만족스러운가. / 갈등 봉합의 일환으로 오늘 찢어질 거 같은 목을 부여잡고 땅고 수업을 들으러 갔다. (송년회 때문에 저녁 8시부터 아침 7시까지 떠들었더니 목이 매우 아팠다.) 내가 지금까지 배워온 방식과 너무 달라서 살짝 멘붕...-_-; 땅고가 중요하긴 하지만 갈등 봉합도 시급한 과제이므로 일단은 몇 차례 더 시도해보기로 한다.

 

Dec 29, 2014

술 먹고 큰 실수를 한 뒤에 다시는 술을 안 마시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절제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실수를 해도 해도 술이 좋고 절제를 하려다가도 결국 고삐를 놓는 나로서는 참으로 신기하다. / 어제는 대학 때 학교 앞에서 자취하던 친구들 모임에서 송년회를 했다. 모두 나의 방탕한 과거사(...)를 잘 알고 있어서 마음이 참 편했다.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았던 시절 일주일에 5일씩 술 마시면서 저질렀던 온갖 병신짓(...) 덕에 지금도 웃고, 모든 집이 걸어서 몇 분 거리 안에 있었던 농밀한 동네 친구 세팅 덕에 지금도 만난다.

 

Dec 27, 2014

익산에 결혼식 가려고 새벽같이 나왔는데도 지하철에 사람이 많다... 내 새벽이 남들도 새벽은 아닌가벼...

 

Dec 27, 2014

정말이지. 사람은 1:1로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 땅고오리가 손을 잡아준 일, 안아준 일을 조각 조각 기억하고 있다. 따뜻한 오리다. / 내 취미는 연애다. 안타깝게도 그렇다. / 쓰다 말고 기절했구먼.

 

Dec 27, 2014

송년회가 전적으로 싫은 건 아니지만 밤이 돼서 누우면 지친다. 단순히 체력 문제가 아니다. / 이번 크리스마스에 카드 쓰고 싶은 사람이 워낙 많아서 여러 장 샀는데 겨우 두 개 썼다. 여유는 어디에. / "오늘 청소해서 깨끗한데 랩에 내 자리 보여줄까요?" 아무 생각 없이 됐다고 했다. 오늘 약속이 두 탕... 아니 2.8 탕 정도 되어서 시간이 넉넉지 않았고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시곗바늘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음 약속으로 이동하면서 순간 아차, 했다. 초대를 했을 때는 완전히 빈말이 아닌 이상에야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게 마련일 텐데. 봤어도 됐는데.

 

Dec 23, 2014

숙취에는 역시 초코우유+콜라+토마토주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술똥이렸다.

 

Dec 21, 2014

점수가 만료돼서 할 수 없이(...) 토익을 보고 왔다. 밤에 찔찔 짜고 지랄방정을 떨다가 일어나니 눈이 부어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런 류의 테스트는 중학생 때 워낙 많이 쳐서 한참 안 쳐도 만렙 포스로 절대 최초 입실 시간엔 가지 않는다(...) 근데 아침에 별 생각 없이 사은회 기념품으로 받은 에코백을 들고 나갔는데 다시 통대 가방 들고 토익 시험장 가니 왠지 아무도 안 보는데 좀 민망했다. 예전에 대법원 견학 가서 검은 연필이라니 예쁘긴 하지만 요즘 누가 연필 쓴다고 연필을 기념품으로 주냐고 욕하면서 받아왔던 연필이 처음으로 빛을 봤다. 리스닝 때 난방을 꺼서 미친듯이 추웠지만 만렙은(...) 그럴 줄 알고 따뜻한 차를 지참하였다. 오랜만에 교정을 가로질러 수험장에 가니 문과대학과 다람쥐길이 매우 반가웠다.

 

Dec 21, 2014

당신이 나를 silly girl이라고 부르던 걸 기억하나요. 하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바보같이 굴지 않게 되었어요. 때로 당신도 바보같이 굴어주길 내심 바라는데,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나 또한 바뀌지 않으니까요. 또 이렇게 같은 패턴으로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나를 멈출 수 없으니까요.

 

Dec 21, 2014

당신과 함께 숨쉬는 것만으로 행복할 때가 있었어요. 당신이 그저 있어주는 것만으로 나를 받쳐주던 때가. 당신은 우리가 예전만큼 가깝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너도 나도 바빴고, 그런 일시적인 이유 때문에 잠시 소홀한 것을 너무 깊이 파고들어 괜히 사실은 좋을 수 있는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야속했어요. 당신은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결정적으로 이 관계를 망쳐버렸노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조용히 있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Dec 16, 2014

하악... 설마 이름이 나오겠어 했는데 스태프롤에 번역도 나오는구나. 어머...;;)♥♥♥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설레서 결국 끝까지 다 봤네. 다 아는 건데도. 근데 번역하면서 봤을 때가 더 재밌었다 ㅋㅋㅋ 아 얼른 자야지. 굿나잇!

 

Dec 15, 2014

오늘 밤 12 10분 채널A에서 내가 번역한 "지구의 경고: 와일드 웨더" 3부가 방영된다. 두근두근하면서 예고편을 찾아봤는데 실제 내용이랑 느낌이 매우 다르다...ㅋㅋㅋ 일단 제목부터 좀 심히 다름. 내가 1, 2부는 못 봐서 앞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3부는 지구의 경고와는 정말이지 전~혀 관계 없다. 그렇게 타이틀 뽑은 줄 알았으면 번역할 때 좀 반영하려고 (물론 원문이 너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별로 할 수도 없었겠지만) 머리는 굴려봤을 텐데 나는 그냥 리처드 해몬드의 와일드 웨더라고 알고 번역했을 뿐이고. 아무튼 지난번 거는 아직 전국구 방송이 안 돼서 못 봤는데 이번에는 온에어로 봐야지. 흐흐.

 

Dec 9, 2014

다큐 번역하다가 Richard Hammond가 아따니체의 까를로스님 닮아서 혼자 빵터짐... 저 브이넥 티샤쓰랑 고단해보이는 얼굴이 닮았어...ㅋㅋㅋㅋㅋㅋ 물론 눈동자에 저렇게 초점이 있으면 안 되지만...ㅋㅋㅋㅋㅋㅋ

 

Dec 9, 2014

통번역 일 맡길 때 클라이언트측에서 '쉬울 것'이라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낮은 요율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둘러대는 말이거나 완전히 무지에서 나온 말이라 실제 세팅은 전혀 안 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니 신뢰하지 않거니와 무례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쉬워서 뭐 어쩔 건데...-_-;) 그래서 이번 다큐 받으면서 '지난 번보다 아마 쉽지 않을까 한다'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진짜 지난번보다 쉽다. 시험 끝나고 진짜 퍼지고 싶어서 집중 하나도 안 되는데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Dec 9, 2014

"Sometimes I feel like you're not in this relationship." 이까지는 가지 말걸... OTL 아오 그래도 내가 후회한다고 자는 애 깨워서 (대화도 아니고) "통화하고" 그러지 말자.

 

Dec 7, 2014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은사님 딸내미가 이제 고등학생 된다며 조언을(...) 부탁하셔서 말만 들었지 목소리는 첨 듣는 애랑 30분 통화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 기억 잘 안 나는데ㅎㅎ 통화가 끝나니 내 앞에 오랜만에 작은 카오스가! 원래 통화는 낙서와 세트인데 정말 간만이다. 생각해보니 옛날에는 전화기 옆에서 통화를 하니 주로 앉아서 전화를 받으면서 낙서를 했는데 요즘은 (메신저를 하지) 전화도 오래 안 하거니와 할 때 장소 제약이 없어서 주로 누워서 하니 낙서할 일이 없었네.

 

Dec 7, 2014

난감하게도 요구하는 데가 있다고 해서 토익 쳐놓으려고 신청을 하는데 한 네 번 결제 단계에서 실패하고 나니 빡쳐서 그냥 핸드폰결제 했다. 핸드폰결제 빚진 거 같아서 싫어하는데 크롬이 싫다는데 어쩌겠냐... 뭐 돈 낼 때마다 이지랄이야 이지랄은.

 

Dec 7, 2014

또 시작이다. 누가 그리운지도 모르게 그냥 그리운 이 기분. 사실 이럴 때 누군가 그리운 게 아니다. 그냥 불안하고 외로운 것일 뿐. 남이 발바닥 때를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인 거다. 발을 빼버릴 만큼은 아니지만 눈을 질끈 감고 참아야 하는 정도로 간지러운 불안. 점심 먹자는 친구와 파티 가자는 애인의 제안을 거절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힘을 그러모아 청소를 하고 잠시 눕고 또 힘을 내서 빨래를 하고 또 눕고 힘을 내서 씻고 눕고 갖은 게으름을 피웠다. 이제 번역 시작하자. 너는 아무도 그리운 게 아니야. 그냥 도망가고 싶은 것일 뿐. 이렇게 간지러워하는 시간을 좀 줄여야 스트레스 덜 받고 능률도 오를 텐데. 그리고 진짜 그리운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땅고다. 시험 끝났는데 슈즈를 신은 일이 없다니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느낌이다. // 게으름 부리다가 밥 사러 가면서 올리브영 들렀는데 세일 중이라 콘돔 충동구매. 사가미 익스트림 도트형. 과연 어떨까나.

비밀의 공원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이라는 시 제목이 가끔 떠올라요. 이 글은 마치 제가 쓴것 같은 느낌;) 이라고 하면 이상하려나요. 파티나 이런건 아니지만

우붐_부움... 제목 좋네요,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든든합니다. :)

 

Dec 6, 2014

토요일 아침, 마미몬의 습격. 나는 아침 일찍부터 설쳐서 애인 집에 폰 찾으러 왔는데 폰을 받아보니 식장으로 안 가고 우리 집으로 향하고 계시던 부모님. 나 집에 없으니 식장에서 뵙자했더니 하신다는 말씀이...ㅋㅋㅋㅋ

 

Dec 5, 2014

애인 집에 폰을 두고 왔다. 사실 폰이 없다는 건 좀 좋은 일이라 굳이 빨리 받고 싶지 않지만 내일 하필이면 부모님과 할머니가 결혼식 때문에 서울 오실 예정이라 문제다 =_=... // 가습기에서 물 끓는 소리가 계속 나니까 친구같고 좋다. // 날씨 다큐 번역 시작해야 하는데 역시 발동이 잘 안 걸린다. 그 와중에 마감은 당겨놔서 골 때리는구만... 일요일에는 꼭 카페로 들고 나가야지.

 

Dec 4, 2014

엄마가 애인 만나는데 뭐 먹냐 밥도 얻어먹고 차도 얻어마시고 돈 10원도 쓰지 마라~ 맨날 그러시는데 예전에는 발끈해서 싸웠지만 그래봤자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서 요즘은 건성으로 알았다고 하고 말지만 알았다고 하는데도 5절까지 가면 진짜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사실 오늘은 내가 살 거유.

 

Dec 2, 2014

사실 지금 '언제부터 망한 걸까...' '노트부터?' '아니 아마 브레인스토밍부터...' '아니 난 입학부터...' 이러고 있는 것도 재밌다. 다 좋았던 시절이 될 거야. // 그리고 오늘 가습기가 도착했다! 거대 우주선 모양 가습기! 과연 내일 아침에는 눈알이 빠질 거 같지 않을런지 기대가 크다. 다들 망한 지점은 다르겠지만 난 노트부터 망했음. nearly 50 years를 미리 시작한 거랑 We appreciate your support 매끄럽게 못 치면서 멘붕한 직후에 못 알아보는 노트가 나온 게 참 컸다...ㅋㅋㅋ 쳇...

 

Dec 2, 2014

오늘 낮에 목이 좀 나은 거 같길래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약 안 먹고 커피 마셨더니 (약사한테 물어보는 거 깜빡해서 약이랑 커피랑 같이 안 먹으려고.) 목이 살짝 아프네. 그래서 아까 올리브 추출액 먹었는데 거기에 목감기약 투척. 그런데 목이 마르네. 근데 물이 없네. 다 씻었고 나가기 싫네. 그래서 홍삼 농축액도 꿀꺽. 몸 안에서 건강보조식품 두 가지와 알약이 친하게 지내고 있길 바란다...-- // 오늘은 산경번역시험 BA, AB 두 개 치고 한영순차 시험을 봤다. 어제 영한순차 시험 치고 장례식장 다녀오니 너무 피곤해서 뻗어버린 덕분에 정말이지 아~무것도 다시 못 보고 갔는데 이미 다뤄본 주제(일본 추가 양적완화)가 나와서 심봤다. 시험 장소가 춥거나 아니면 찢어지게 건조하면서 덥거나 모 아니면 도인 곳이라서 핫팩을 배랑 붙이고 자스민차를 보온병에 담아갔다. 자스민차가 좋다. 만만한 스벅에도 자스민차 있으면 좋겠다. 스벅 차 종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아 이게 아니지. 어제 다리가 쪼개질 거 같길래 오늘은 그냥 늘어나서 커진 청바지에 내복 껴입고 갔다. 건강이 장땡이지, 특히 시험기간엔. 심지어 밥 먹으러 갈 때도 머리 아플까봐 패딩 모자 뒤집어쓰고 다녔다. 허허. 마음씨 좋은 동기 언니가 손수 만든 레몬청이랑 종이컵을 시험장 앞에 차려주었고, 또 다른 언니는 사탕을 두고 갔고, 후배들은 합격떡을 돌렸다. 딱히 떡이 먹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합격'이라고 붙어있는 걸 보니 욕심이 생겨서 가져왔다. 번역 시험은 그냥 무난했다. 밥 먹고 커피 사들고 12 10분 쯤 입실. 실제로 시험 보러 간 건 4 40분 경이니 정말 한참 닭장 안에 있었다. 닭장 안에서 처음에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옆에서 노트테이킹 연습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자 나도 마음이 흔들려서 결국 한 챕터도 다 못 읽고 시험을 앞둔 긴장감에 굴복했다. 한 사람이 읽고 대여섯 명이 노트테이킹을 하고, 읽어준 사람이 시작!을 외치면 다들 중얼중얼 통역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세 꼭지 돌리고 좀 쉬고 또 좀 하다 쉬고 이런 식으로 있다가 머리 식히자며 빙고를 세 번 했다. 마지막 빙고 주제는 '통역 시험 주제'였다... 정말 같이 시험기간이니까 가능한 그런 웃픈 주제... 25칸 빙고를 '기후 변화', '한미 관계', '원자력' 뭐 이런 식으로 채우는 거다. 그 중에 '수자원'을 쓴 애가 있었는데 실제로 한영통역 주제로 나왔다. (시발.) 그리고 또 시간을 이래저래 보내고 있다가 이번에는 전부 (스무 명 좀 넘었겠지?) 아까 한대로 누군가 대표로 읽어주고 노트테이킹하고 혼자 통역하기 연습 두 차례. 사실 다른 것보다도 이 진풍경이 다시는 없을 것 같아서 간단히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교실 가득 웅성웅성거리면서 각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통역을 연습하는 거다. 그리고 4 30초가 되면 어김없이 '그만!'을 외치고 말이다. 한 문장 덜 말했다며 좌절하고, 위로해주고, 이 표현 어떻게 했냐고 여기저기서 질문이 터져나오고 누군가는 답이 있고, 자판기라도 된 것처럼 한국어를 밀어넣으면 영어가 쏟아져 나오고, 뻔하게 연설문에서 나오는 표현을 서로 읊으면서 (I am honored to share the stage with so many distinguished guests라든지 Thank you for gracing this event with your presence라든지...) 낄낄거리고, 그런 시간이 왠지 다시는 없을 것 같아서. 결과적으로 한영순차는 망했지만. (다시 한 번 시발!) 사실... 시험 세팅이 좀 작위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퍼포먼스가 크게 흔들린다면 그냥 떨어지고 다음에 다시 시험 보러 오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미 내 손을 떠났으니 운이 억세게 좋기를 바랄 수밖에. (아무리 생각을 그렇게 하기로 했대도 다시 시험 보러 오기 싫은 건 싫은 거다.) 수자원공사 잊지 않겠다... (고 하지만 똥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통역하고 싶은데 사실 그게 제일 아쉽지 뭐.) // 내일은 과기번역 BA, AB 치는 날. 그러면 이제 한동안 정말, 학생 안녕이다. 아마도.

 

Dec 1, 2014

알바 끝나고 택시 타고 집에 오는 중인데 나도 모르게 한숨을 크게 푹 쉬었다. "왜 그렇게 한숨을 푹 쉬어요?" "큰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요." "그런다고 뭘 바꿀 수 있나요. 닥치는 대로 해야죠."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목소리라 순한 양처럼 설득되어 뒷자리에서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목탁 소리가 조용하게 울렸다. 그렇게 조용히 한참을 가다가 아저씨가 또 말을 건네셨다. "무슨 시험이에요?" "졸업시험이요." "졸업시험이면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을 거 아녜요." 그리고 또 한참을 조용히 달리는데 괜시리 눈물이 났다. 철저한 타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건넨 위로에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 2년에 대한 이미지가 전혀 없었기에, 나는 그 공백을 회상으로 오롯이 채웠다. 라디오에서 David EssexA Winter's Tale이 흘러나왔고 나는 오늘 일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Therapeutic taxi driver.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2월  (0) 2015.07.05
2015년 1월  (0) 2015.07.05
2014년 11월  (0) 2015.07.05
2014년 10월  (0) 2015.07.05
2014년 9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7. 5. 11:59




Nov 30, 2014

내일이 졸업시험인데 동기가 부친상을 당했다. 생리통 때문에 아침에 잠을 설쳤다. 아침 스터디 못 가고 약 먹고 기절했다. 점심 스터디를 했는데 한영이 전부 5분씩 나왔다. (시험 때 제한시간 4 30초임.) 겨울 내내 선방했는데 감기 기운 때문에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애인한테 문자 한 통 없었다. 그 와중에 알바 가야 된다. = 우울의 레시피 완성. 그런 상태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기에에 연락했는데 이런저런 위로를 해주고는 전에 추천해 준 발랄한 노래를 들으며 귀가하라고 했다. 사실 그때 들어보고 내 취향이 아니어서 "경쾌하다!"고만 하고 특별히 좋다고 하지 않았던 노래였는데. 다시 들어본다.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널 응원해, 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좋다. 기분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The Vamps-Hurricane

 

Nov 29, 2014

"학생" 마지막 주.

 

Nov 28, 2014

뚜왓ㅠ_!!!! 다큐 번역 기존에 얘기했던 요율보다 돈을 더 쳐줬다!!!! 왜 더 높게 책정해줬는진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5만원 더 들어왔다. 우와아아 씬나~ 가습기 사야지~

 

Nov 28, 2014

1일에 저녁 먹고 잠. 6일에 저녁 먹음. 9일에 발보아 통역날 만남. 19일에 녹사평에서 저녁 식사. 정말 이것밖에 못 본 거야? 예전에는 못 봐도 통화는 거의 매일 했으나 이번 달은 거의 통화도 거의 안 함. 문자도 정말 가뭄에 콩 나듯 함. 이런 상황에서 한 일주일 내내 밤마다 온갖 전애인들과 오바마 대통령과(...) 친구와 가상의 남자와 연애를 했더니 이제 진짜 애인한테 연락이 오니 너 누구세요 싶게 어색하다. 에라이. 일단 시험이나 치자.

 

Nov 26, 2014

스터디 할 때 말고는 묵언수행이라도 해야겠다. 대체 시험 끝나고 바로 착수해야 하는 번역알바는 왜 받아놨으며 사은회 사회는 왜 보겠다고 했으며 온갖 송년회는 왜 잡혀 있고 이번달에 결혼식은 왜 두 개나 있는 거야. 짜증짜증짜증짜증짜증짜증짜증 버전의 내 마음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선배들한테 눈도장 찍어두는 게 중요하다잖아 따위의 말은 듣고 있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고 (뭐 틀린 말이겠냐마는.) 듣고 나서도 한동안 독처럼 내 안에 쌓여서 괜한 조바심과 불안감의 악취를 풍긴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강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딘가 싫다. 그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도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하나 해치우고 다음일 생각하고. 결국 내가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뿐인 걸. 요즘 짜증스러운 포스팅이 늘어나는 걸 보면 그냥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나보군... 아 그리고 고백하건대 애가 싫다. 예전에는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싫었지만 이젠 그 정도는 아니고 주변에 엄마들이 늘어나니까 그 고충을 조금은 생각할 줄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애가 예쁘다느니 귀엽다느니 천사같다느니 하는 소리에 들뜬 목소리로 동조하는 것만도 힘이 든다. 사실 별로 관심 없어서 다 꾸며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시험이 가까워오는 것도 있지만 그냥 같이 있을 때 완전히 편하지 않은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해서 더 짜증이 나고 있는 거 같기도 하군... 그래서 시험 끝나고 사람 만날 일들도 다 싸잡아서 짜증이 난 거구만.

 

Nov 26, 2014

순차랑 번역 스터디양을 늘렸더니 손이 아프다. 오른손이 쑤신다. 종종 느끼는 건데 아무래도 시험 끝나면 마우스는 왼손으로 바꾸도록 훈련해야겠다. 내 소중한 오른손...-- 그리고 순차 자료 읽어주는데 영혼이 입으로 튀어나가는 줄 알았다. 이제 시험 시작까지 나흘. 첫날 영한순차부터 말아먹지 않게 영혼 관리 잘 해야겠다. 별로 뭐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해서 돌아버리겠다. 그리고 영어도 한국어도 튕겨내고 있어서 땅고 음악으로 힐링 중...

 

Nov 25, 2014

내일 아침 9시에 스터디가 있었는데 거의 매주 취소가 된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는 취소에 내 지분도 있었기 때문에 ( 10프로 정도?) 그리고 나도 정말 아침에 일어나는 거 싫기 때문에 별로 거슬리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는 시험 전 마지막주라 안 취소될 줄 알았더니 아니나다를까 취소. 그것도 내가 방금 물어봤는데 내일 그 시간에 시험 있다고... 저기요 그럼 말을 미리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내가 안 물어봤으면 언제 말해줄라 그랬냐 너... 그리고 스터디를 해도 크리틱을 너무 대충해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요즘. 불만 불만. 이건 그냥 내 느낌인 거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심정으로 소리질러보자면 너 솔직히 내가 작년에 통역 잘 못해서 나랑 스터디하는 게 좋았던 거지! 내가 실력이 쌓이니까 예전만큼 내가 좋지 않지? 질투나지? 이렇게 써놓으니 대따 유치한데 진짜 저런 느낌 받을 때가 있다...--)

 

Nov 25, 2014

생각해보면 내가 번역 첨삭할 때도 한국어 문법 틀린 게 자꾸 나오면 열 받는데 졸시 채점하는 선생님들은 같은 내용 보고 또 보고 하다 보면 관사, 철자, 기본적인 문법 실수는 진짜 꼴 보기 싫을 듯...

 

Nov 24, 2014

목포MBC에서 내가 번역한 다큐가 지금 방영중이겠다... 우왕... 씐기해. 전국 방송은 1월이라고.

 

Nov 24, 2014

몇 주 전에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다가 옆에 있던 통역 노트에 막 메모해놨는데 그 때 이후로 통역 노트를 여러 권 해치워서 대체 어떤 노트에 적어놨는지 모르겠다...-_-;; 그러고보니 고곤의 선물 연극 본 것도 통역 노트에 적어놨는데 그건 좀 더 옛날이라 도저히 못 찾을 것 같다.

 

Nov 24, 2014

피곤한 하루의 끝에. 시험이 다가온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날도 다가온다.

 




Nov 24, 2014

사은회에서 사회 보게 됐다... 교수님들한테 살랑살랑 이런 건 진짜 못하지만 =_= 이런 거 하겠냐고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하기 싫지만 결국 한다고 답하는 건 퍼블릭 스피킹은 결국 해봐야 느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고보니 이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강조했던 거였다. 그리고 나는 무대에 서는 거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지만 끝났을 때의 그 뿌듯함에 중독된 인간이기도 하다.

 

Nov 23, 2014

영한번역 선생님이 과제 검토한 파일 마지막에붙여주시면 인정받았다는 기분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침... 한영은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음... 흑흑...ㅋㅋ 이 학교 들어와서 내가 얼마나 영어를 못 하는지 하나는 기막히게 배웠다......

 

Nov 23, 2014

어젯밤 꿈에 오바마랑 땅고를 췄다.

 

Nov 23, 2014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땅고 수업 안 듣고 밀롱가 안 다니고 그러다보니 술도 덜 마시고 페디큐어도 안 받고, 친구도 별로 안 만나고 쇼핑도 안 했다. 그리고 알바비도 들어왔다. 20일 좀 넘어갈 때가 되면 돈이 궁해지는데 이번달은 놀라우리만치 많이 남았다. 늦잠 자서 택시 탄 적이 많았는데도! 신난다. 시험 끝나면 코트 하나 장만하고 애인이랑 양갈비 뜯어야지. / 엄마와 동생이 응원차 집밥 한 끼 해주러 왔다갔다. 졸업시험이 그렇게 유난떨 일은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엄마가 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서 오시라고 했다. 요즘 집에서 밥을 전혀 안 해먹는데 집밥은 그냥 밥 맛부터 달랐다. 시험 끝나면 밥 자주 해먹어야지. 내게 요리는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는 지표다. 요리 초짜인 나는 뭔가 하나 해먹으려면 한참 뭘 해먹을까 고민하고, 어떤 재료를 사야 하나 생각하고, 그 재료 남은 걸로 뭘 어떻게 할까 구상하는 등 온갖 생각을 하느라 실제 요리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요리 생각에 한참 얽매여있어야 하기 때문에 뭔가 해 먹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써도 괜찮은 상태라는 걸 보여준다. 한국 온 후로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급속도로 사라지는 걸 경험했고 시간을 최대한 남겨서 뭔가 다른, 그 자체로 생산적이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일에 써야된다는 강박이 자라는 걸 느꼈더랬다. 아무튼 덕분에 밥 잘 먹었네.

 

Nov 18, 2014

말이 많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게 점점 더 피곤해지고 있다. 그게 싫어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내 얘기를 너무 아끼게 되면 또 너무 의뭉스럽게 구는 것 같고 사람들을 쳐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 염려스럽기도 하다. 요즘 애인에게 좀 심드렁한데 사실 모든 사람에게 심드렁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을 보내는 면면을 살펴보면 여유가 없지도 않은데 내 마음에 여유가 없다.

 

Nov 16, 2014

카페에 나가서 스터디하고 공부하고 들어와서는 저녁 내내 길모어걸즈를 봤다. 으어. 이래서는 안 되는 건데 OTL... 그래도 귀여운 말을 하나 건졌다. "It's like having a perfect haircut every single day." // 로렐라이가 루크랑 헤어지고 he could've been the one 이라며 침대에서 찔찔 짜는데 나도 같이 눈물이 나는 것이... 슬픈 장면을 보고 가슴에 통증이 올 때가 있는데 꼭 특정 종류의 슬픔에만 반응한다. 드라마 보다가 느낀 건 오랜만이네. 헤어짐이 나를 그렇게 마음 아프게 한 게 대체 언제가 끝이었지. 이번주에 애인을 한 번도 못 봤는데 많이 아쉽지가 않다. 그리고 그와 헤어져도 내가 그렇게 괴로울 것 같지가 않다. // 드라마 보다가 문득 마우스 손목 받침대를 보게 됐다. 매일 쓰고 있지만 그걸 "보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지. 꿰맨 자국이 눈에 띄었고, 곧 내가 한 학기 하우스쉐어로 살았던 집 주인할머니가 내 방에 들어갔다가 옆구리가 터진 녀석을 보고 꿰매놓았던 게 기억났고, 그 당시에는 내 방에 들어간 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난 덕분에 손목받침을 계속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기억은 내게 매일매일 메일을 썼던, 그리고 인정하건대 내가 마음을 쏟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많이 사랑했던 구남친과 매일매일 굉장한 행복과 어마어마한 불행을 격정적으로 오가던 시기였다는 것으로 점철된다. 계속 녀석을 들여다보니 그때 내가 귀여운 닭 캐릭터를 꾸준히 좋아했다는 게 생각났고, 그는 내가 귀여운 닭 캐릭터를 좋아하는 게 귀엽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뇌를 공유하기라도 하는 양 귀신같이 내 취향을 알았다. 오늘 기억났으니 한동안은 아련하게 여기겠지만 곧 또 매일 쓰는 손목보호대로 전락하겠지.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

 

Nov 15, 2014

길모어걸즈를 보고 있는데 루크 아저씨 좋다. 원래 매사에 상냥한 사람이 아니고 로렐라이에게도 늘 상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덜 행복하고 덜 사랑하는 것 같지 않은 그 느낌이 좋다. 어제 시즌 5... 에피소드 10? 정도였던 것 같은데 내가 아니라고 했으면 아닌 건데 왜 내 입장에서 생각 안 하고 니 입장에서 생각해서 내 말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일 때도 좋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자기도 로렐라이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좋았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남자를 만날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Nov 14, 2014

꺄르르르르르륵 자유의몸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드디어!!!!!!!!!!!!!!!!!!!!!

 

Nov 14, 2014

8분 분량 남았다^^... 워메 힘든 거.

 

Nov 13, 2014

다큐 번역에 시간이 엄청 들어가면서 내 시급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ㅋㅋㅋㅋ 지금은 어디까지나 용돈 벌이에 연습이라는 느낌이고 재미도 있어서 괜찮지만 (내가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볼 수 있는 영한번역이란 이다지도 즐겁다!++ 친구가 편한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내 마음대로 쇼핑하는 즐거움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그렇다. 영어를 보는 순간 몇 가지 한국어 대안이 떠오르고 머리를 좀 더 쓰면 더 늘어나고, 아예 구조를 가지고 놀 수도 있고, 영상에 나오는 제스처에 맞게 순서를 가다듬으면서 뭔가 떠오르기도 한다. 매우 신남.) 나중에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할 때는 내 노동의 가치가 얼마인지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협상을 해야지 안 되겠다... 근데 식물다큐라 하다가 도저히 못 찾겠는 용어 같은 거 있을 때 디씨식물갤에 물어봤는데 바람처럼 답이 달리고 정확해서 매우 고맙다...ㅠㅠb 식물갤을 떠올린 내가 매우 대견하닼ㅋㅋㅋㅋㅋㅋ

 

Nov 12, 2014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번역일 받은 건 이번이 두 번째 밖에 안 되지만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정말 내 생각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든다. 이래서 영상 번역이 돈이 안 된다고 하는 거군...ㅋㅋㅋㅋㅋ 다행히 재미는 있다. 점점 내려놓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들었을 때 자연스러운, 좋은 번역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 일요일 통역이 수강생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연락이 왔다. 나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스탭 대화창에서 얘기한 걸 누가 캡쳐해서 보여준 거라 왠지 더 기뻤다. 그 내용 중에 "아무래도 본업이라"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내 '본업'은 쭉 학생이기만 했는데 이제 본업 이름표를 바꿔달 때가 얼마 안 남았네. // 토요일에 과제하고 일요일에 통역하고 번역 깨작거리고 월요일에 학교갔다가 번역 깨작거리고 오늘 아침에 번역하다가 학교갔다가 다시 와서 번역하고 있으니 만날 그렇게 일하는 내 애인이 참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면서 학교 다니는 동기들, 심지어 엄마이면서 다른 일을 하면서 학교 다니는 동기들(대체 이건 어떻게 가능한 거지)도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지만, 나는 대단하지 않아도 되니까 졸업 후에 일의 적정량을 찾아서 조율을 잘 해봐야겠다. 생각대로 다 되는 건 아니지만서도...

 

Nov 10, 2014

가을 스카프는 다 세탁했는데 겨울 머플러는 아직 세탁을 못 한 채로 바람이 갑자기 차져서 급한대로 그냥 며칠 두르고 다녔더니 바로 뾰루지가 올라와서 간만에 짜고 패치 붙이고 누웠다. . // 뾰루지 보고 있는데 문득 이번주에 있었던 어떤 일이 떠올랐다. 대학원 친구 일곱 명이서 신나게 닭 뜯은 날. 늘 렌즈를 끼고 다니는 친구가 안구에 상처가 나서 요즘 안경을 쓰고 다니고 있다. 처음 쓰고 온 날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손에 들고 다니더니 이젠 그냥 쓰고 있다. 아무튼 뭔가 그 친구의 안경 얘기를 하다가 다들 안경 관련 에피소드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학교에 안경을 쓰고 오는 사람은 나뿐인데 알고보니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안경을 쓴 경험이 있고 두 명은 라섹을 했지만 나머지는 집에 가면 안경을 착용한다고 한다. 게다가 다들 눈이 꽤 나쁘거나, 나빴거나. 유럽 여행을 같이 다녀온 사람들이 있는데 서로의 안경 쓴 모습을 수줍게 공개하던 순간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안경 쓴 걸 보자마자 "빵 터졌던" 얘기. 부끄러웠다는 얘기. 자기가 학교 다닐 적에 안경을 쭉 썼는데 대학 가면서 렌즈를 맞췄더니 동생이 사람됐다고 했다는 얘기. 안경을 쓰면 정말 쌍꺼풀만 보여서 엄청 공부 열심히 할 거 같은 얼굴이 돼서 끔찍하다는 얘기. 렌즈를 못 끼는 상황에서 안경 쓴 모습을 애인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보이는 척 밥을 먹느라 뭘 먹었는지도 모르겠고 거의 반봉사 같은 데이트를 한 얘기. 뭐 온갖 이야기들이 이어졌지만 주제는 "안경을 쓰면 너무 못난 나"였다.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듣고 있었지만 모두가 겪은 일인 만큼 공감은 공명하며 점점 커졌고 누군가가 안경을 쓴 자기 모습이 지하철 차창에 비친 걸 보고 너무 못생겨서 죽고 싶었다고 말하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여러분, 이건 너무 슬픈 일이에요."라고 불쑥 내뱉었다. 그리고 일단 내가 안경을 쓰고 있잖아요, 라고 말을 이었다. 그랬더니 내가 안경을 쓰니까 속상했다고 생각했는지 너는 잘 어울리니까 괜찮아! 안경이 이목구비 같은 사람이 있어! 그냥 내가 못생겨져서 그래!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아니, 나는 내 안경을 아주 좋아하고 여러분이 한 말은 내게 전혀 그런 의미로 상처가 되지 않아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 여러분이 말하고 있는 그 "죄악과도 같은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을 바로 앞에 떡하니 두고도 이 얘기가 저 사람한테는 어떻게 들릴까를 고려해보지 않았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이런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써 줄 수 없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면들에 대해서는 더 말해 뭐하겠어요. 그 점이 참 싫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안경을 쓴 "자기 자신"을 증오하게 됐어요? 여러분 얘기를 듣고 있으니 그냥 안경이 나한테 좀 잘 안 어울리는 물건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지 않았어요. 안경 쓴 "여자"는 못났다는 그 생각은 어디서부터 그렇게 강력하게 내재화돼서 여러분을 괴롭힌 거예요? 남자애들이 그렇게 말했다, 동생이 그렇게 말했다, 부모가 그렇게 말했다 같은 것들. 반박할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아까 나한테 안경이 이목구비 같은 사람이라고 했죠. 그건 그냥 내가 자주 안경을 쓰기 때문에 익숙해서 그런 거예요. 주체를 못하고 줄줄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 "언니, 우리가 진짜 심각하게 그런 말들을 받아들였으면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 못했지"라 말했다. 더 이상 분위기 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웃으면서 얘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생각은 더 공고해지고 누군가는 자기 생각보다는 좀 더 과장된 얘기가 오가도 마치 동조하는 것처럼 굴게 되고 그런 불쾌한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너도 누군가에게 툭 안경은 죄악이라는 메시지의 말을 내뱉게 될 거라고, 그리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거니까 불편해도 뭐라 말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질이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나도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 그래요 솔직히 예뻐보이고 싶을 때 웬만하면 안경을 벗어요. 나도 자유롭지 않다는 걸 인정해요. 어디까지가 괜찮은 선인지는 모든 문제에서 답을 내리기 힘든 문제예요. 답이라 할 만한 걸 내려면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그래도 나는 여러분이 얘기한 것 중에 많은 부분이 괜찮은 정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고 특히 (심각한 건 아니었겠지만 말이나마)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Nov 9, 2014

발보아 강습 통역 끝. 지난번 린디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뜻밖의 복병은 사람 이름이다. (, 그러고보니 교과서 때도 그랬구나. 그때는 사람 이름이랑 직책이 문제였지. 누가 질문을 했는데 그 사람 이름은 보이는데 직책이 안 보여서 그냥 ~~님으로 통역했던...) 지난번에는 프랭키였고 이번에는 맥시.. 둘 다 워낙 big name이라 당연히 이름은 알고 갔는데 오늘은 성이 잘 안 들리는 거다... Maxie Dorf인데 Maxie... Dwarf...? 이렇게 들려서 차마 성은 말을 못했다. 이럴 때는 shout in doubt 하라고 하는데 그것도 배짱이 있어야 하지 원.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시작 직전에는 어김없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오늘도 직전에 뭐 먹다가 체할 뻔. 끝내고 나오면서 애인에게 언제쯤 스트레스를 덜 받을까 물었다. 대답은... "너랑 나랑 하는 일은 다르지만 내 일을 기준으로 말해주자면, 시간이 지난다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진 않아. 오히려 경력이 쌓이고 잘하면 잘할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니까 스트레스 더 받지. 관건은 스트레스 관리법을 익혀서 스트레스의 영향을 줄이는 거야." 맞는 말이다~_~ 그래서 이번에도 하기 직전에는 진짜 내가 왜 한다고 했지 엄청 후회했지만 다 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내가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지 겪어보고 그 과정에서 내성도 약간씩 쌓아가는 거다. 그리고 애인의 스트레스 관리법은 "미리미리 해서 스트레스 받을 타이밍을 내가 정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Nov 8, 2014

세탁소에서 받아온 세탁증을 봤는데 내 이름을 말한 적 없는데 이름이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손님이 한둘이 아닐 텐데 어떻게 기억하셨지? (하고 보니 6년 째 같은 곳을 이용하고 있긴 하지만...ㅋㅋㅋ) 그러고 나와서 집앞 이니스프리에서 핸드크림을 샀는데 직원분이 하명란 님 맞으시죠~ 하고 바로 적립을 해줬다. 아리따움에서 종종 눈썹 정리 해주시던 분! 허허. 그래도 이름을 기억하다니. 왠지 진짜 이 동네 주민 같은 밤.

 

Nov 8, 2014

우리는 옛날에 손으로 막 써서 외우고 그랬잖아요. 요즘 애들은 시청각 자료로 보고 배우더라니까. 그래서 요즘 애들이 우리 때보다 더 창의적이라는 거지. 암기한 거는 그렇게만 딱 나올 수 있잖아요 왜. 그리고 우리는 그림 그리러 밖에 나가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사진 딱 찍어가지고 교실에서 보고 그리더라구요. 그리고 미술 시간에 클래식 같은 걸 틀어주다가, 요즘은 그걸 안 한대요. 아이들 음악 취향이 다 다르니까, 인권을 무시하는 거라고.” 머리 싸매고 번역하고 있는데 뒷 테이블에서 이런 얘기가 스멀스멀 들려서. ... ? 시청각으로 보고 배우면 어떻게 자동적으로 창의적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고, 밖에 나가서 그리는 것보다 사진 찍어 와서 띄워놓고 그리는 게 왜 더 좋은 변화인지 잘 모르겠고, 인권을 왜 저런 데서 찾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워졌다. ...????? 아무튼 다시 음악을 들으며 번역해야...

 

Nov 8, 2014

토요일마다 스터디하러 오고 있는 카페. 오늘은 스모키하고 초콜릿 잔향이 두드러지는 커피를 내왔다. 안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었더니 오더를 깜빡해서 늦어진 게 미안하다며 과자를 같이 갖다 주셨다. 그렇게 늦은 줄도 몰랐는데! 하루에 커피 한 잔만 마시는데 그 커피가 맛있으면 기분이 좋다. 아침에 왠지 어두침침하니 날씨가 안 좋아서 마치자마자 집에 기어 들어가고 싶어졌는데 좀 버텼더니 다시 해가 반짝 뜬다. 안 가길 잘했다. 오늘의 목표는 일단 과제 두 개를 마치고 번역할 다큐 영상을 한 번 보는 걸로. 스터디하러 오는 길에 보니 이 부근 성북천 어드메에서 12월 초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다. 그때면 시험이 끝났을 때니, 가벼운 마음으로 (...과연?) 와봐야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니 오랜만이다!

 

Nov 8, 2014

영한번역 의뢰를 받아서 오늘 파일을 받았는데 수업 때 보던 포맷 그대로라서 신기하다. 그런데 수업 때보다 좀 더 길고, 좀 더 정확성에 대한 부담이 있고, 이걸 마치면 돈을 준다! 주제는 밑도 끝도 없이 식물이다. 통번역 일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소마틱스, 린디합, 모래놀이, 교과서, 발보아, 이제는 식물 다큐라니. 들어왔다가 중간에 엎어진 것 중에는 김치랑 패션이 있었다.

 

Nov 7, 2014

엄마가 매년 사라고 성화였는데 괜히 짐 늘려 뭐하나 싶어서 안 샀던 미니 돌뜸. 왠지 요즘 잠자리 누웠을 때 으슬으슬한 게 싫어져서 못 이기는 척 샀는데 워메 좋은 거. 전기 장판 싫어해서 안 쓰는데 이거 딱 좋구만! 배가 뜨끈뜨끈하다아. // 어제 처음 헤어팩이란 걸 해봤는데 확실히 머릿결이 좋아지는구나! 동생이 선물해준 스크럽으로 몸도 문질문질하고 손톱 발톱 손질도 받았고 왠지 이런 사소한 것에 시간과 마음을 쓰면서 지내고 있다. // 영한미디어번역에서 손 댈 데가 없는 번역이라는 칭찬을 들어서 왠지 자신감 업 돼 있던 차에 마침 영한 다큐 번역 의뢰가 들어와서 냉큼 받았다. ... 재밌겠지?

 

Nov 5, 2014

주말에 발보아 행사 통역 봉사 의뢰가 들어왔는데 고민하다가 한다고 했다. 봉사니까 대충 해도 되는 건 절대 아니지만 확실히 시작 전까지 긴장도는 많이 낮고, 그러면서도 스트레스 관리법 익히는 데는 적당히 도움이 돼서 아직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내게 좋은 연습이다. 그리고 예전에 생판 모르는 린디 통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발보아라. 이렇게 한번씩이라도 발을 담궈놓으면 다음에 언젠가 땅고 통역할 기회가 왔을 때 '그래 내가 안 추는 춤도 통역했는데 추는 춤이면 더 쉽지!'라며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맡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다.

 

Nov 5, 2014

갑자기 청소 발동 걸려서 싹 치우고 겨울 옷도 꺼냈다. 선물 받은 옷, 누구랑 어디서 같이 간 옷, 언제 입었던 옷 이런 식으로 기억들이 확 올라오는 그 감각 때문에 물건을 잘 못 버린다. 내놓고 입다 보면 익숙해져서 별로 생각하지 않게 되는데 옷 챙겨 넣고 꺼낼 때면 기억들이 이렇게 덮쳐온다. // 네이버 메일은 알림이 빠릿빠릿 오는데 지메일은 왜 알림이 안 오는 거냐, 앞으로 지메일을 주로 쓰려고 했는데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만져보는데 정말 간만에 옛애인의 메일 폴더가 눈에 들어와서 열어봤다. 8월부터 12월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빼곡하게 쓴 메일들이라니. 내 지난 애인들 중에 유일하게 지독히도 많이 싸웠던 남자. 세심한 남자는 내 마음결을 잘 어루만져주고 재밌지만 예민함도 동반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해준 사람. 에너지 소모도 엄청났고 결국 이를 득득 갈면서 헤어졌지만 생각해보면 나랑 제일 쿵짝이 잘 맞았었지. 아무튼 다 지난 일. 기록을 해놓는다고 늘 다시 꺼내보는 건 아니고 영영 안 보는 기록도 많겠지만 그래도 기록이 있어야 이런 우연한 상기도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를 되살려야겠는데...-_-;; 마음만 먹고 실행이 안 된다. 가끔 긴 글도 쓰고 주단위로 피드 포스팅도 묶어놓고 싶은데 늘 마음만 있다. .

 

Nov 5, 2014

애인 폰에 있던 여름 사진을 이제야 받았다. 간만에 모아 보니 여름 햇살이 벌써 그립다... 끄흥. 좋은 시절이었구나. 지금도 분명 좋은 시절이겠지. // 사진이랑은 별개로, 한동안 그릇이란 그릇마다 찐득한 뭔가가 묻어나와서 이게 대체 뭔가 궁금해하기만 하던 것에 대한 답을 찾았다. 고무장갑이 낡아서 녹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건 또 처음이네. 말하자면 그릇마다 고무장갑 껍질이 찐득하게 붙어 있었던 거지. 칼 씻다가 왼쪽 고무장갑에 구멍이 나서 낱개로 파는 걸 산 건데 질이 안 좋았던 모양이다. ~_~ 아무튼 궁금증 해결. 애꿎은 스펀지만 바꿨네.

 

Nov 4, 2014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중에 스터디가 낮부터 시작하는 유일한 날, 화요일. 청소...를 할 수도 있는데 일단 돈 들어온 기념으로 벼르던 네일을 받으러 왔다. 목욕탕과 네일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왠지 목욕탕 갔다가 스터디 가면 몸에 한기 들 거 같아 ~_~)a 네일샵까지 나온 김에 세탁 맡길 옷도 들고 나왔다! 아 좋아. 하루라도 아침에 여유 부릴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Nov 3, 2014

지지난주 금요일이 알바였으니 방바닥 한가운데에 떡하니 종이더미가 쌓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자료 분류하고 필요 없는 건 버리고 바닥 한번 싹 닦아야 하는데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적어져서 짬이 잘 안 난다. 발동 거는 데 한참 걸려서 청소 한번 하려면 집에서 최소 반나절은 뒹구는 날이어야 하는데 그런 날이 없음. 웬만한 짬은 다른 에너지 보충용 행위-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나 음악을 들으면서 널부러져 있거나-에 써버리기 때문에 매일 마음의 짐으로만 남아 있다. 이번주에는 꼭 치워야지. 하고 싶은 일은 보이후드랑 만추 보기, 목욕탕에서 때목욕하기, 네일 기본 관리 받기, 탱고 강습 듣기...인데 반만 하면 좋겠다. 스트레스 받으니 목이 뻣뻣한 게 느껴지고 몸도 무거워서 탱고를 한 달 정도 멀리하려고 했는데 엘불린 생일밀롱가 영상을 보니 너무 좋아서 가슴이 울렁거려...ㅠㅠ 아아...

'미투데이&인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년 1월  (0) 2015.07.05
2014년 12월  (0) 2015.07.05
2014년 10월  (0) 2015.07.05
2014년 9월  (0) 2015.07.05
2014년 8월  (0) 2015.07.05
      미투데이&인스타  |  2015. 7. 5. 11:58



부움's Blog is powered by 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