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 28

옆 부서에 여자 직원 또는 인턴을 새로 여럿 채용한 건지 요즘 화장실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나 정말 소위 "여대생 말투" 안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그 분위기도. 보고만 있어도 짜증이 나다니 성격이 더 까칠해지고 있는 탓인지 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선배가 너무 싸늘해서 괴로웠는데 이제는 저렇게 친해질 바에는 싸늘한 사람이랑 일하는 게 낫단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깨어있는 시간의 반을 보내는 곳에서 인간적 교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숨막혔지만, 사람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이런 식으로 숨막히는 게 낫다. 갈수록 까탈스러워지는 나를 견디느라 내가 고생이 많다. 말투와 목소리는 그 사람을 무엇보다 빠르고 가감없이 드러낸다. 또는 그 사람이 다른 이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를.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Oct 27

번역 지원 요청이 들어와서 잠시 지하2층 서고에 다녀왔다. 끔찍했다. 5층에서 주변 빌딩들에 가려 조막만해진 하늘만 보며 일하는 게 갑갑하다 생각했는데 지하의 갑갑함은 차원이 달랐다. 그곳에는 공기도 정체되어 있는 듯했다. 입사원서 쓰던 시절 미군기지 이전사업단은 들어가면 사무실이 지하라는 소문을 듣고 뭐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오, 절대.

 

Oct 26

진짜가 아니면 하고 싶지 않다. 진심이 아니면 펜을 들고 싶지 않고, 내가 충분히 마음을 쏟을 수 없다면 차라리 몰랐다고 하고 싶다. 무심코 말을 던지느니 말을 하지 않는다. 마음에 없는 말을 던질 때 가장 괴롭고 마음을 짜낼 때 가장 지친다. / 불편한 사람들을 연속으로 만나고 소개팅까지 했더니 끔찍하게 사람이 보기 싫어져서 취소할 수 있는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 그리고 한숨 돌리면서 인턴을 보러 갔다. 어제 본 키 큰 세 여자도 그렇고, 나이듦과 젊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을 연속으로 봤다. 영화는 특정 캐릭터에게 깊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잘 만들어지지는 않은 것 같지만 충분히 웃겼고 로버트 드 니로의 표정들은 무척 사랑스러웠다. 스무살에 아내를 만나 47년을 함께 했다는 대사에 눈물이 났다. 요즘은 오랜 시간 함께한다, 는 구상에 크게 마음이 움직이는 시절이다. 출입문이 높디높은 빌딩,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 그 안에서 필요한 과중한 업무와 약간의 자아도취, 빠른 페이스를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업무 환경 같은 것들을 보면서 반쯤은 동경하는 마음과 반쯤은 경멸하는 마음이 들었고, 또 반쯤은 그런 삶을 사는 나를 그려보고 또 반쯤은 내가 일흔 살 노인보다도 설렘을 갈구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설렘을 갈구하지 않는 마음에는, 그런 식의 설렘을 얻기 위해 평온한 나의 일상을 희생해야 한다면 나는 그런 건 원하지 않는다는 마음과, 설렘에 수반되는 불안정함이나 설렘 특유의 부주의함과 어설픔이 못 견디게 부끄럽다는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진심만을 원하는 사람의 함정은 진심이 아닌 것 앞에서는 조금의 행동조차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키 큰 세 여자의 세 사람, 26세와 52, 92세의 여자 A의 대사를 들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우선 흐려져가는 기억이었다. 이십대의 나레이션을 듣고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대답하는 오십대의 그녀와는 달리 구십대의 그녀는 그런 일이 있었던가, 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라는 대답을 자주 했다. 언젠가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리라는 전망이 슬프기도 했지만, 동시에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기억도 못할 지금의 슬픔과 고통에 그렇게 깊이 빠져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홀가분한 구석도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그 미래를 살아낸 사람의 여유를 한 무대에서 보는 것도 아주 큰 울림이 있는 경험이었다. 이십대의 그녀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를 궁금해하는 얼굴에 대고 "허리가 똑 부러진단다!"라며, "암 그렇고말고" 라며 수줍게 호호 웃으며 공모하는 오십대와 구십대의 그녀는 이십대의 그녀에게는 얼마나 낯선 타인인가 말이다. 하지만 두 여자에게 허리가 부러지는 사고는 이미 벌어진 일. 때로 웃지 않으면, 아무리 괴롭더라도 받아들이고 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일. 살기로 결정한 이상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손 쓸 수 없는 과거의 일. 그 여유로운 웃음을, 오십대의 나로부터 (구십대는 사실 아직 감이 잘 안 온다.) 받는 느낌이었다. 나는 지금 이미 꽤 많은 시간을 살아낸 것 같고 앞으로 새로운 일은 없을 것만 같은데 사실 나는 너무 어리고 고작 걸음마를 시작했을 뿐이고 세 나이 중 가장 공감할 수 없었던 26세의 그녀에 가장 가까운 나이고-사실 딱 그 나이고- 내가 그녀에게 공감할 수 없었던 이유의 일부는 내게 그녀의 모습이 너무 많이 있어서일 거라는 잔인한 현실이 내 가슴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Oct 24

친구 결혼식 외국인 하객 (namely 신랑측 가족) 챙기러 아침 일찍 길 나서는 중인데 이게 뭐라고 내가 다 떨리냐... 하 결혼이라니이이이 결혼식이라니이이이이 이런큰일에내가도움을주러가고있다니이이이이이 전혀 알지 못하는 가족을 이렇게까지 대규모로 만나는 것도 처음 있는 일...

 

Oct 24

떠나온 것은 나인데 어째서 늘 떠나보낸 기분이 드는지

 

Oct 21

문득 오늘 날짜를 보니 월급날이었다. 0원이 찍힌 통장 때문에 동동거리며 입금을 기다리던 시절과는, 첫 월급이 벌써 들어왔으려나 설레며 출근 전에 잔액을 조회해보던 시절과도, 퍽 다른 느낌의 날이다. 지난 번 월급이 들어온 게 뉴욕으로 떠나던 날이었는데 그 사이에 하도 폭풍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더니 한참 전인 것처럼 느껴진다. 살면서 가장 단기간에 가장 많은 돈을 쓴 한 달인 듯도 하고. 그런데도 월급날이 되었는지 신경을 쓰지 않을 만큼 수중에 돈이 있다는 감각이 낯설지조차 않은 게 낯설다. 감각은 강력하고 지배적이지만 속이기 쉽고 변덕이 심하니 기록해야 한다. 감각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감각을 적지 않으면 삶의 이유가 뭔지, 삶이 뭔지 불분명해진다. 요즘 일이 재미가 없어서 내가 처음부터 그랬다고 착각할 뻔했다. 피드를 죽 읽어내려가다가 처음의 마음을 읽었다. 처음 출근할 때, 처음 면접 볼 때, 처음 요율 협의를 할 때, 처음 외부 번역을 맡을 때, 처음 돈을 받고 통역할 때, 처음 알바 출근할 때, 그런 처음의 마음들. 나는 이 일을 좋아했다. 무엇이 변했는지 짚어내야 한다.

 

Oct 21

어제 모종의 이유로 웬 처음 만난 남자와 맨오브라만차를 봤는데 나는 공연에 몰입해있는 순간을 빼놓고는 온통 그를 생각할 뿐이었다. Sleep No More 같이 배우랑 온 건물을 뛰어다니는 몰입형 공연 말고 얌전히 앉아서 보는 뮤지컬이나 연극도 같이 하나 볼 걸. 그가 옆에 앉아있는 세 시간은 어땠을까, 그와 시시덕거리는 인터미션은 어땠을까 그런 생각만 한참 했다. 다시 집 앞 펍으로 귀가하고 독주를 주문하는 나를 보면서 나는 그와 다시 이별하는 중임을 알았다. 이별이 나쁜 것은 아니고 이별의 과정을 모두 밟는 것은 중요하다. 치열하게 그리워하기만 해서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없으므로.

우붐_부움 어제 마신 건 잭다니엘, 우드포드 리저브 (버번), 비스뀌 (꼬냑) 였는데 아 뭔가 묘하게 속이 좋다...

vecaholic 내가 듣는 팟캐스트에 나오는 사람 가훈이 '주식 하지 말자, 섞어 먹지 말자' ......

@vecaholic 역시 섞어마신 것이 패착... 그 팟캐스트는 무엇입니까

vecaholic @ouboum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 나오는 '김도인'

 

Oct 12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빡치는 번역은 멍청한 애가 쓴 글을 번역하는 것이다. 어려운 글은 좌절스럽지 이렇게 빡치진 않아... 아 진짜 너 제발 좀.

pink lotus 없는 문맥이나 논리를 정리하는 페이는 따로 두 배로 줘야해요...

@pink_lotus 네 고통이 어마어마하니까요...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요..._

 

Oct 8

많이 좋아해서 여러 사람에게 선물했던 책이 있는데 이번에 또 선물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주문하려고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나는 이 책이 한 5만원 정도로 꽤 비싸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딱 그 반값이었다. 예전 내 씀씀이는 지금과 달랐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Oct 5

I feel fucked up enough today so don't mess with me.

 

Oct 2

뉴욕 갔다 와서 뭔가 허한지 뭔가 자꾸 산다 ~_~) 안 먹던 디저트를 먹고 연극표와 영화표를 여러 장 끊었다. 어차피 다시 볼 날 기약도 없는데 그만 보고 싶어 해야지. 이제 그만하자, 그만.

 

Oct 1

그와의 마지막 섹스는 6분이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택시 예약 시간에 맞춰 설정해놓은 타이머를 발견하고 한동안 이 흔적은 건드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Sep 25

당신이 그리워지는 새벽 5시반, .

 

Sep 20

I smoke to impress.

 

Sep 19

낮술 먹으면서 고연전(...) 편파중계 시청했다. 아무 걱정 없이 낮술 하니 좋아서 돌 것 같다. 내가 죽기 전에 술을 싫어하게 되는 순간이 오긴 할까?

 

Sep 19

(지금 얼마나 중증이냐면...) 어제 친구를 만나서 뉴욕 갈 때 기내수화물만 가져갈 예정이라며 어차피 캐리어도 작은 것밖에 없다고 말했더니 친구가 자기 걸 빌려주겠노라 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사실 수화물 찾을 시간도 아깝다고 털어놓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너를 만나고 싶어

 

Sep 14

그만 설레고 싶다. 너무 간질간질해서 괴로워. 이렇게까지 감상적이어지고 싶진 않았는데 멈출 수가 있어야지. 그가 선물했던 옷을 꺼냈다. 한번도 입은 모습을 직접 보여준 적이 없는데도 이미 낡아버린 옷을. 어제는 편지함을 벌컥 열어서 그의 편지를 찾았다. 다른 편지들과 섞이지 않게 따로 담아둔 뭉치를 집어들자마자 그 두께에 헉 소리가 났다. 가장 앞의 편지는 그를 마지막으로 본 날 받은 것이었다. 그 편지를 읽다가, 처음 읽을 때도 남기지 않은 눈물 자국을 남기고 말았다. 이제 일주일.

 

Sep 14

금요일에 퇴근 직전에 상무님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하 통역사, 미안한데 거지떨거지는 영어로 뭐라고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덕분에 한 30분은 웃은 듯... 주말이라 회사 기억 셧다운 하고 있었는데 출근하니 다시 기억나네ㅋㅋㅋ

 

Sep 13

지금 나의 마음의 이미지는,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소녀의 드레스자락. 보고 싶은 마음이 새어나가지 않게 드레스자락이 펄럭여버리지 않게 꽁꽁 붙들고서 둥둥 떠 있다.

 

Sep 10

미친 번역을 드디어 마쳤고 이제 선배가 번역한 분량과 용어 통일하고 양식 맞추는 일만 남았다. 하 오늘 나한테 일 많이 주는 팀장님도 휴가니 오늘 파이어 해서 마무리해버려야지. 너 때문에 요즘 내가 힘이 없어 망할 번역아.

 

Sep 9

지금 사흘 째 회사 와서 (통역 없고) 번역만 하고 있는데 정말 이 번역을 집앞 카페에서 할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

 

Sep 8

아침에 알람 세 개를 연이어 끄고 이것만 다 듣고 일어나야지 하며 White Flag를 듣다가 중간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옛 다이어리들을 뒤졌다. 그 해 여름 나는 너를 만난 적이 정말 없었을까? 그리고 나는 널 며칠이나 "만났을까"? 그 해 여름 나는 정말 너를 만나지 않았고, 너와 보낸 여름날은 고작 24일이었다. 4년 전 일이다.

모아레 뭐죠 이건 뭔가 영화의 도입분데!

우붐_부움 ㅎㅎ 영화를 찍고 돌아오지요! :D

모아레 @ouboum 2주후! 개봉임박!

 

Sep 8

페북에 "또 다른 '바바리맨'(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4264)"이라는 제목의 칼럼에 어떤 아는 사람이 공감의 댓글을 단 게 떴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을까. 자신도 며칠 전 한 남자에게 같은 짓을 했다는 걸. 그녀가 그 남자의 몸에 대해 지적질을 해대는 방식을 보고 나는 구역질마저 났다는 걸.

 

Sep 7

2주 뒤 이 시간이면 뉴욕행 비행기에 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어제 맥주를 마시면서, 마음의 속도를 손이 따라잡지 못해 글씨가 마구 엉켜버린 편지를 썼다. 그리고 오늘 네게 부쳤다. 그 편지는 2-3주면 도착한다고 했다. 너는 언제 그 편지를 받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네가 너무 보고 싶어진다. 2주 뒤에, 만나요.

 

Sep 1

회사 다니면서 운동을 싸그리 접어서 이제 운동 쉰 지 어언 5개월. 몸에 반응이 온다. 요즘 자주 기절하듯 쓰러져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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