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8
세미나 참석하고 부산 가려고 이동 중인데,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졸업식날 받은 꽃 물병에 꽂아둔 걸 못 치우고 나왔다는 게 기억났다. 솔직히 꽃을 받는 것 자체는 나쁠 거 없지만 다듬어서 물병에 꽂는 것과 그렇게 서서히 죽여가는 것을 싫어해서 꽃 받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받으면 그 마음 때문에 바로 버리기 뭐해서 꽂아두는데 이렇게 깜빡하고 집을 비우면 끔찍한 기분이 된다. / 기차나 비행기에서 우는 애들은 정말 미칠 거 같지만 그만큼 또 짜증나는 게 있다. 바로 웃는 애다. 우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웃는 경우 애가 혼자 오래 깔깔거리고 웃는 경우는 잘 없다. 옆에서 좋다고 웃기는 어른이 있다는 게 정말 악질이지. 저기요, 애 웃는 소리도 소음입니다.
Feb 28
땅고 스튜디오 온라인매니저로 번역과 기타 잡무를 돕고 있는데 동의할 수 없는 방침이 있어서 괴롭다.
Feb 26
어제 정말 간만에 번역 알바를 하러 갔다. 뉴스 시작에 맞추어 느긋하게 출근했는데도 1번 컴퓨터가 비어있었다. 어느새 내가 최고참 수준이 되어 1번 컴퓨터는 늘 내 차지가 됐다. 오랜만에 한영 번역이란 걸 하려고 앉아서 속도가 안 나올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냥 똑같이 신속하고 영혼 없는 번역이 가능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게로구나 생각했다. 알바를 마치고 나오는데 동료가 내 번역이 좋다고 칭찬해줬다. 잘 읽히는 번역이라 빠뜨린 게 없는지 확인하는데 내용은 또 다 들어 있더라고. 원문에 충실하고 가독성 좋은 번역이란 칭찬을 들어서 기분 나쁠 번역가가 어딨겠어...ㅋㅋㅋ 기분이 좋아서 기록해야지 생각했는데 어제 그러고 12시반에 동네친구랑 치맥하러 갔다가 기절해버렸다. 이제 기록.
Feb 25
돌아왔다. 인천에 착륙하고 폰을 켠 순간 밀린 문자 메시지 폭탄을 맞았다. 졸업식 미션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했다. 부모님 모시고 서울역에 갔다가 지하철을 탔는데 혼잡한 역사에서 사람들이 내 공간을 존중하지 않았고 그제서야 한국에 온 걸 실감했다. 다음 주 언제 만날 약속 같은 것들을 정하기도 했고 알바 제의도 받았다.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인 하나 하나가 숨이 막혀서 일을 거절하고 싶은 지경이 되어, 센터 요율 그대로 불렀더니 답이 없다. 그걸 맞춰주면 숨 막혀도 하겠지만 아니면 난 좀 쉬면서 일상에 천천히 적응하고 싶다. 눈을 뜨고 뒤척이면 꼭 끌어안아주는 애인의 품에 안겨 두어 번 다시 곯아떨어지고서야 일어나던 열흘은, 일상이 아니었어. 씻고 나오면 아침으로 파파야나 망고를 코코넛 요거트와 먹을 수 있던 그건 여행이었어. 김밥이 당겨서 사들고 들어와 컵라면이랑 먹는데 여전히 기분이 이상했다. 여행은 후유증이 이렇게나 큰 거구나. 런던에 있을 때 여행 다닌 후로 처음, 그러니까 3년 반 만에 해외 여행을 다녀왔더니 현실 적응이 안 된다. 그리고 런던 시절에는 여행에서 돌아와서 맞이하는 일상이라고 해봤자 그것도 크게 보면 긴 여행이었으니 이렇게 급격하게 푹 떨어지는 기분은 아니었는데.
Feb 18
그도 나도 자기 생각만 한다는 건 똑같은데 그는 그걸 숨기는 데 능숙하지 못한 것 같다. #여행_단상
Feb 13
내가 이 구역의 진상 고객이다!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천 단어 남았다. 결코 이 짐을 안고 태국 땅을 밟지 않으리.
Feb 12
내일 치앙마이로 떠나는데 표 끊을 때 너무 흥분한 나머지 뇌가 제대로 기능을 안 해서 졸업식날 아침에 돌아오는 걸로 끊어버렸다. 인천 도착하면 택시 타고 학교로 날라야 되는 지경인데 그렇다고 내일 졸업식 때 입을 옷을 입고 비행기를 탈 수도 없고 짐 늘리기도 싫고 뭐 방법 없나 했더니... 생각해보니 졸업식날 입을 옷을 미리 학교 사물함에 넣어놓으면 되는 거잖아?! 그런 고로 내일 아침에 외대까지 갔다가 공항 가야 하는 난리부르스를 떨게 생겼다. 비행기 연착만 안 되면 정말 무슨 미션 클리어 하듯이 졸업식 갈 예정이다. 연착이면...... 아니됨...
pink lotus 이미 학교에 들르셨겠지만... 겨울철 더운 나라로 여행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공항에서 두꺼운 겨울옷을 맡기고 갈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요. 상자인지 사물함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요.
Feb 11
며칠째 진짜 돈 안 되는 다큐 번역에 매달려 있다 보니 이제 일을 받을 때 생계 유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야지 용돈 벌이를 위한 알바라고 생각하고 받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뭐 생각이야 원래 했지... 몸으로 확 와닿지 않았을 뿐이지. 이런 요율로는 생계 유지가 안 된다. 땅고 에세이 번역이야 즐거워서 하는 취미고 봉사니까 돈을 안 받아도 행복하지만 일은 그런 자세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회사에서 요율 협상한 얘기를 애인한테 했는데 한국 지사 사정을 모르긴 몰라도 그 회사 돈이 많아서 주체를 못 하는 데니까 더 청구해야 된다며 내가 번역을 제대로 해줄 테니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라, 지금 제대로 해주면 나중에 번역 때문에 큰 일 생겼을 때 막는 비용보다 덜 들 거다, 그런 태도로 나가라고 했다. 시장에서 굴러먹던 짬밥이 다르긴 다르구만... 아무튼 맞는 소리다. 협상은 언제나 힘들겠지만 내가 좀 더 내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일을 하긴 해야겠는데 집에서는 능률이 너무 떨어지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스벅은 화장실이 깨끗해서 좋긴 하지만 커피맛 생각하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 쪼끔 더 걸어서 전광수 커피 왔는데 조용하고 맛있다.
Feb 10
회사라는 공간에 발을 들인 건 오늘이 두 번째. 첫 번째는 지금 뉴스 번역하는 곳이고 그 다음이 이번이다. 회의실에 앉아서 번역할 자료를 보며 요율 얘기를 했다. 지금 하는 노동 착취 번역의 5배 요율을 부르는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서 제발 겉으로는 너무 빨갛지 않기만을 바랐다. 말할 때는 좀 더 여지를 줘야 되나 생각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니, 그 정도는 받아야겠다 싶다. 엎어질 테면 엎어지라지. 아무튼 생애 첫 "협의"를 하고 왠지 갈증이 나서 생전 안 사먹는 콜라를 사들고 벌컥벌컥 마시는 중이다. 코카콜라가 나보고 "부자되세용"이랜다. ㅋㅋ
Feb 10
다시는 이 요율에 다큐 번역 받지 않으리... 라고 쓰고 센터 들어가보니 떡하니 이 요율에 영상번역 모집 공고가 떠있다. 어우 제기럴.OTL
Feb 9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번역ing)
Feb 9
물건에 대한 애착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애인이 자기는 "앞으로 나아가는(going forward) 데에만 관심이 있다"며 자기에겐 지금과 미래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당고님과 모아레님의 별자리툰 양자리편이 생각나면서 속으로 빵 터지고 말았다. 3월 21일의 양자리 남자는 정말로 전진, 전진뿐입니다! 반면 3월 20일의 물고기자리인 나는 (이게 별자리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과거 그리고 지금이 중요하다. 나는 너처럼 그렇게 달리는 때도 있지만, 그럴 땐 늘 어딘가 불편해. 어느 순간에는 꼭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아야만 해. 그래야만 내가 된 것 같아. 라고 답해주었다.
Feb 7
다큐는 영상 시간 당으로 일이 들어와서 그냥 50분이라고 받은 건데 예전에 했던 거랑 비교해보니 이번에는 같은 시간 동안 말을 한 두 배는 많이 한다. 아 멘붕...=ㅅ= 멘붕하는 와중에 조만간 치앙마이 놀러갈 거 생각하면서 숙소 사진 보면서 꾹꾹 눌러본다... 파일 받자마자 글자수 확인 안 해 보고 오케이 한 니 잘못이지 누굴 탓하랴. 그리고 한 1/3 정도는 예전에 했던 거랑 겹쳐서 어차피 남 주기 아까워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겠다고 했을 일이다... 걸음마 막 시작하는 '프로'는 오늘도 몸으로 때우며 교훈을 얻습니다.
Feb 7
흑... 오는 이가 많지 않아서 자주 찾던 카페에서 다큐 번역을 하려고 앉았는데... 이 앞 국시집이 수요미식회에 나오면서 붐비는 탓인지 식사 끝날 시간 되니까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이 카페 입장에서야 나쁠 거 없긴 한데 시끄러워서 좀 싫구나. 대학가 카페보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나이대가 높아지니 목소리 자체가 좀 더 큰 느낌이다. 우움... 다 그런 건 아니고 각 테이블마다 한두 명 정도 그런 사람이 있으니까 점점 시끄러워지고 그런 느낌~_~ 어쩌면 20대의 목소리에는 그냥 내가 익숙한 건지도 모르지. 그보다도 왜 또 다큐번역 한다고 했지... 그야 할 일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 으아아아
Feb 7
우주선 가습기가 자꾸 중간에 꺼져서 고장났구나 생각하며 그냥 안 쓰고 있었는데 애인이 와서 (나는 나는지도 몰랐던) 소리만 듣고도 뭐가 문젠지 알아차려서 좀 설렜다. 그리고는 신문을 끼워넣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갔다. 다시 보글보글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좋아.
Feb 2
엄마고양이 엄마쥐 이렇게 하루종일 통역을 하고 와서 침대에 누웠더니 아... 어미고양이 어미쥐가 있구나 :D... 생각이 든다. 몇 번 말하다가 더 나은 단어가 생각나서 다음에 또 나올 때는 바꿔쓰고 뭐 그런 일이야 부지기수지만 이렇게 끝나고 나서야 생각나는 경우도 많다. 그럼 뭐 다~음에 글케 하겄지.
Feb 1
모래놀이 통역 이틀차. 5시간 통역 후의 현상태. 2시간 반 더라니 으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