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31
오늘도 8시간 버티기 하는 도중 4시반 쯤에 맘씨 고운 인턴이 간식을 가져다줬다. 세상에... 어제 먹은 거는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는데 그래도 이틀째라고 좀 마음이 편해진 모양인지 시상에나만상에나 이렇게 맛있다니...?! 달달한 빵쪼가리 쿠키 두개였는데 너무 행복해서 승천할 뻔... 1) 책상머리에 앉아있기 지긋지긋한데 2) 배는 고플 때 3) 남이 사다가 4) 감질맛 나는 만큼만 준 달다구리는 천상의 맛이었다. 저녁은 나도 모르게 집어온 맥주와 먹고 있다. 크아아아 맥주 크아아아 그리고 오는 길에 반디앤루니스에 들러 (...앞으로 뻔질나게 드나들 듯.) 필통을 샀다.
Mar 28
긴장을 하고 있긴 한지 요즘 9시-9시반이면 눈이 그냥 떠진다. (내겐 새벽 같은 시간임.) 그리고 밤에는 2시반-3시쯤 기절하듯 잠듦. 첫 출근 D-2 @_@
Mar 28
한 시간 쯤 전에 옆방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는데 너무 금방 끝나서 마음이 짠했건만 다시 모종의 소리와 신음이 들리고 있다. 기쁘구나 옆방의 용사여!
Mar 24
어젯밤 애인네 동네에서 오리와 술을 마시고 너무 시간이 늦어져서 애인네서 잤는데 너무 졸려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게 잠들고는 오리 꿈을 꿨다. 왠지 설레는 꿈이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한밤중에 이불을 다 걷어차고 자는 내게 이불을 다시 덮어주려는 애인의 움직임에 화들짝 놀라 깼다. 기분이 이상했다. 애인을 옆에 두고 꿈에서 바람을 피웠구려, 여인이여...-ㅅ- 이게 현실이야! 하는 느낌이 무지 이상했다. 쩝.
Mar 24
지원했던 다른 두 곳에서도 각각 서류 통과와 기술면접 통과 연락이 왔지만 면접은 안 가기로 했다. 일단 지금 가기로 결정한 이곳이 집에서 제일 가깝고 (...) 출근 시간도 제일 늦고 (...) 첫 출근날이랑 다른 두 곳의 면접일이 겹친다. 그냥 1년 3개월은 여기서 잘 다녀보세. / 좋아하는 친구랑 졸업 시험 전에 매주 스터디하고, 졸업 이후에도 스터디다 이력서 작성이다 뭐다 해서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린 카페에 오늘도 갔다. 둘 다 입사 직전이라 이런 평일 낮시간에 여기 오는 건 한동안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며. 그 똑같은 자리에서 면접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지금의 마음을 상상하지 못했다. 이런 변화는 셀로판지같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와 현재 사이 어느 지점에 면접이니 기회니 하는 이름을 단 변화가 슬쩍 끼어들어와서는막을 만들고 있는데, 너무도 쉽게 팡 뚫고 지나갈 수 있는 거다. 그렇게 팡 찢고 지나가면 크게 변한 건 없다. 사실 아무것도 없다. 평온함만 있을 뿐. / 얼마전에 국립외교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친구를 만나서 요즘 어떠냐 물었더니 겉에서 보기에 대단한 거라도 안에 들어오면 다 똑같지 않드나, 그런 말을 했다. 그 말이 딱 맞다. 며칠 전만 해도 학교 게시판, 센터 게시판, 외국계 채용 공고 게시판, 공공기관 채용 공고 게시판을 습관적으로 들락거렸는데 이제는 그런 게 있었나 싶다.
Mar 22
취직했으니 한턱 내주고 싶은 사람과 내라고 하는 사람은 여전히 겹치질 않는다... 끙. 진심이라고는 생각하기도 싫고 아마 그냥 언제 밥이나 한번 먹지, 처럼 그냥 하는 말 같은데 그래도 싫다. 때 되면 어련히 안 낼까?
Mar 21
초는 없지만 맛난 티라미수로 생일 축하를 했다. 혼자 와인 열심히 마시다가 저쯤에는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가 되었다...ㅋㅋㅋ
Mar 20
갑자기 백수 탈출함... 어제의 면접 결과가 나왔습니다. 금요일부터 출근합니다.
Mar 19
스프레이 범벅인 머리를 감고 화장도 지우고 일단 누움. 잠시 쉬자. 첫면접은 생각보다 덜 떨렸고 할 만했다. 뽑히는 건 내 손을 떠난 일.
Mar 18
금요일이 첫 면접이 될 줄 알았더니 내일도 급 면접 잡혀서 패닉 오브 패닉 중... 덕분에 금요 면접 생각이 안 나니 좋으다(?)
Mar 17
금요일에 처음으로 입사 면접을 보게 될 텐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학원 친구랑 같이 보게 되었다. 어떤 분위기일지 상상은 전혀 안 되지만 아무튼 좋다. 눈길이라도 한번 교환하면 큰 힘이 될 거야. 늘 운이 좋았다. 교환학생은 제일 친한 학부 친구랑 같이 붙어서 갔었고, 대학원도 과는 다르지만 학부 친구랑 같이 잘 돼서 3월에 서로 의지했고, 첫 출퇴근 알바는 (남들이랑 다르게) 친구랑 같이 시작했고 첫 통역은 애인이 응원해줬고 첫 돈 받는 통역은 친구가 소개해준 거라 여러모로 많이 알려줬고 첫 빡센 통역은 친구랑 같이 수행 나갔다. 외롭지 않게 잡아준 손들이, 늘 있었다.
Mar 16
한겨레에서 알바 광고 메일이 와서 열어보니 "초벌번역가는 완성도 있는 번역을 위해 공정 초반 1차 초벌 번역을 담당하게 된다"고 하는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개소리도 이런 개소리가...
Mar 10
어제 옛 애인을 만난 후로 슬픔 방울이 가슴에 맺혀있는 기분이다. 간밤에 애인에게 기분이 이상하다며 전화를 했다. "나 정말 기분 이상했다... 직접 만난 게 아니라 스카이프로 헤어졌고, 2년 반동안 못 봤는데 갑자기 실체가 생겨버리니까. 어 그런데 있잖아, 사실 난 너한테 내 기분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니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 같아.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로 돌아오고 싶었던 건가봐." 애인은 그 말이 사랑스럽다 했다. 이미 많은 일상을 공유하고 있는 그와 실없는 소리를 하다 전화를 끊었다.
Mar 10
(대나무숲) 잘 못한 번역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모래알 씹는 기분이 든다.
Mar 9
요즘 옛애인주간인지, 또 다른 옛 애인이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미국에 간 지는 2년 반, 헤어진 지는 2년 만이다. 지금 살고 있는 바로 이 건물에서 만난 한국계 미국인으로, 무려 세탁기 사용법을 물어봤다가(...) 여차저차 친해져서 사귀게 된 거였는데... 아무튼. 곧 만날 텐데 얼굴 보면 어떤 마음이 들지 잘 상상이 안 된다.
Mar 7
간밤에, 지금은 친구로 지내는 옛 애인이 전화를 해서는 아직도 널 좋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가만히 있다가 허허 웃고 말았다.
Mar 7
예-전에 친구가 반 농담 반 진담으로 그려본 내 몇 년 후 모습은 이런 거다. 친구가 낮 정도에 우리집에 방문한다. 그러면 집에서 일하고 있던 내가 담배를 꼬나물고 반겨준다. 그런데 내 뒤에서 방문이 달칵 열리더니 반라의 연하남이(...) 등장한다. 반라남은 아무렇지 않게 눈인사를 살짝 하고 냉장고로 간다. 그러면 내가 친구에게 반라남에 대해 브리핑을 해주면서 어서 들어오라고 환영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심히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고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인 상상인데, 아무튼 이게 내 친구가 그렸던 내 미래상이다. 지금 내 모습은, 글쎄. 적어도 아무도 저런 미래를 상상해주지 않을 것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나저나 위로 나이차 많이 나는 남자들만 꾸준히 만나고 있는 나를 상대로 이 무슨 족보 없는 상상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몇 년 지나면 얘기가 또 달라지려나ㅋㅋㅋㅋㅋㅋ
Mar 5
친구가 전화 울리는 걸 보더니 흐아아아 (니가 옆에 있어서) 남자친구 전환데 못 받겠어- 나 영어 너무 못해ㅠㅠ 라며 울상이라 이어폰 끼고 음악 들어주는 중...ㅋㅋㅋ #흔한_통역사의_일상
Mar 5
애인이 연락을 뜸하게 한다며 섭섭함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는데 여행지에서 뭔가 깨달은 뒤로는 그런 마음이 별로 쌓이지 않는다. 와이파이 없인 먹통인 폰을 가지고 다니다보니 약속을 잡아도 아주 아날로그식으로 잡아야 했다.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나자, 하면 거기서 보는 거고 상대방이 없으면 눈에 보이는 자리에서 기다리는 식으로.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와이파이가 있는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나만 (졸업식에 깔끔하게 참석하기 위한 마지막 발악으로) 샤워하러 갔을 때, 샤워실 시설에 대해 카톡을 보내려는 나를 '발견'했다. 어차피 십여 분 뒤면 다시 볼 텐데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폰을 집어넣고 조용히 샤워와 화장을 한 뒤 애인이 있는 커피 테이블로 돌아갔다. 샤워실 생각보다 좋더라, 뜨거운 물로 씻으니까 개운해! 내 말을 들은 애인이 빙긋 웃었다.
Mar 5
모래놀이의 세계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엄마에게 열변을 토했다. 여러 회기를 거치면서 내담자의 무의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내담자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들까지도 모래 상자에 펼쳐진다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엄마가 고개를 갸웃하며 끼어들었다. "너 가졌을 때는 발령 받고 결혼하고 온갖 일들이 일어나면서 정말 힘들었는데 민이 가졌을 때는 엄마가 정말 마음이 평온했거든..." 뭔가 이상다하는 투였다. 그게 다 영향이 있었던 거라면 왜 넌 많은 것을 이뤘는데 네 동생은 안 그런 거니, 하는 느낌으로. 엄마는 늘 내가 동생보다 더 '나은' 케이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글쎄, 태양 같은 미소를 짓고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내 동생보다 내가 잘난 거라고는 학력밖에 없는데 말이다. / 엄마가 옛날에 써준 크리스마스 카드. 엄마는 지금만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나를 친구라고 불렀다. 나는 정말 엄마를 친구로 여겼을까? 지금은 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엄마의 친구 소리에 서로 모르는 게 많은 친구지, 라고 씁쓸하게 생각했었다. 어른의 목소리로 말했지만 지금 보면 사실 엄마도 서른밖에 안 됐을 때였구나.
Mar 5
오랜만에 운동하고 눈썹 손질도 하고 알바도 했는데 길에서 산 대하장이 소주를 부르는 거 같아 편의점에 갔다가 차마 소주는 못 사고 맥주를 사려고 했더니 오감자가 눈에 밟혀서 같이 사고 흡입 중인데 역시 맥주가 너무 작다. 뭐 간에 기별도 안 가네. 그나저나 원래 소주맛을 혐오했는데 요즘은 종종 생각난다.
vecaholic 소주+레몬+토닉워터.. 짱 👍
Mar 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원이란 걸 처음 해봤는데 너무 떨면서 메일을 보내서 파일 첨부하는 걸 까먹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이버는 발송 취소 기능이 있지만 야후는 (요구해서 썼더니만) recall (영어로는 이렇게 쓴단다) 기능이 없단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 수 없이 사과와 함께 다시 메일 보냄... 아 텅텅 빈 이력서만큼이나 북흐럽습니다...OTL
Mar 4
졸업식 참석 때문에 미션 임파서블을 찍을 예정이라 부모님께 경유 공항에서 출발할 때 스케쥴 변동이 있지는 않았는지 알려드릴 거라고 했더니 애인이 그러지 말고 운항 정보를 볼 수 있는 사이트 링크를 걸어서 보내드리라고 했다. 나는 별로 소용없는 짓이라고 했지만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렇게 하면 확실히 확인하고 오실 수 있으니 더 편하다고 강조했다. 그 말에 설득당한 내가 링크만 보내는 게 아니라 언어를 한국어로 바꾸고, 정보를 입력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까지 하나하나 캡쳐를 해서 설명과 함께 보내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그가 몇 분 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입을 열었다. 나도 언젠가 기술을 이해하기 힘들 만큼 나이들게 될까. 아니나 다를까 우리 부모님은 그런 친절한 설명을 받고도 잘 도착하겠지~ 라며 전혀 그 정보를 활용할 마음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럴 줄 알았지 내가. 우리 부모님은 아마 내가 설명해드린 걸 찬찬히 읽으면 스케쥴 확인을 하실 수 있었을 거다. 다만 그런 머리 아픈 짓을 하기 싫으실 뿐. 하지만 할머니라면 한참을 읽어도 모르실 것이고, 옆에서 직접 눌러서 보여드려도 혼자서는 끝내 못하실 수도 있다. 나도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게 될까? 아마도. 지금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 조금 번거로워도 꾸준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술이 영원할 것이라서가 아니라, 그걸 건너뛰면 그 다음 기술까지는 마음의 장벽이 더 높아질 테니까.
Mar 3
어쩐지 어젯밤 알바 마치고 홀린 듯이 편의점에 가서 빼빼로를 집어나오더라니... 오늘이 생리 시작이로구나. 아 배 아퍼 망할! OTL
Mar 3
이런 무기력감 느껴본 적이 있다.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뿌리는 비슷한 것 같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 같아지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위험하다.
Mar 2
악세사리함을 정리했다. 수시 논술 보러 서울 올라와서 갔던 삼청동에서 엄마가 사준 에펠탑 목걸이, 옛애인 애기에게 선물받은 시계와 그와 같이 산 회색 리본 머리핀, 노지에게 선물받은 녀석을 비롯해 한때 열심히 하고 다니던 귀찌들, 첫 과외순이에게 선물받은 인디안핑크 장미 머리끈, 쭈비와 산 집게핀, 옛애인 왈왈이가 사준 청록색 리본 머리핀, 옛애인 마크가 준 탄피 (뭔가 사연이 있었는데 이젠 기억이 안 난다.), 옛애인 모기와 커플로 했던 팔찌를 버렸다. 기억 때문에 오래 버리지 못했던 것들. (물론 아직도 쓰잘데기 없는 것들 많이 남겨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