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7

내 안의 노래가 죽은 것 같은 하루였다. 바른 생활은 건강하지만 진이 빠진다. 평온하지만 피곤하다.

 

Aug 25           

제발 좀 한국어를 해라. 아니 인간의 말을 하라고. 제발 좀. 통역사로 근무하면서 돈을 받고 있지만 내 월급의 8할은 멍청함을 견디는 대가로 받는 것 같다.

 

Aug 23

누구도 끊어내지 않는다. 누구와도 언제라도 끝난 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누구와도 새삼스레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다.

 

Aug 20

이번 주에 술을 하나도 안 마시고 있다. (돈이 없어서.) 디톡스가 따로 없구만. 안 마시니 또 살 만하네.

 

Aug 19

스케줄러 정리하는데 주말마다 일정이 빡빡하다. 이번주는 동생이 서울 올라와서 사촌동생이랑 셋이 볼 거고, 다음주는 세종시, 그 다음 부산, 그 다음 진주, 한 주 쉬고나서 뉴욕(!), 또 한 주 겨우 쉬고 다낭으로... 소개팅 제안이 가끔 들어오는데 전애인을 잘 정리했느냐, 새 사람 만날 준비가 되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심 시간이 없고 나 사는 게 재밌어 죽겠어서 만나볼 생각이 안 든다.

 

Aug 18

그 문제의 게이 친구 오늘 본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는데 집에 와 보니 일전에 나한테 줄까 물어봤던 그림 뒷면에 커다랗게 편지를 써서 우리집 우편함 위에 두고 갔다. 어떻게 이렇게 깜찍한 짓을 할 생각을 다 한 거니 너. 잘 가. 또 만나.

 

Aug 18

최근에 읽은 책을 선물하고 있다. 아일랜드로 돌아가는 친구에게는 The Sense of an Ending(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밀롱가 DJ 데뷔하는 친구에게는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을 선물했다. 그리고 단골 술집에는 골리앗, 너 좋아한 적 없어, 그녀의 완벽한 하루, 수상한 연립주택, Bright-Sided(긍정의 배신), 미움받을 용기, 한 달 후 일 년 후를 갖다줬다.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이고지고 있어 뭐하나 싶어서 눈 질끈 감고 주기 시작하니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그리고 내가 그은 밑줄을 반가워하는 말 한 마디, 이렇게 좋은 책을 줘도 되냐는 인사 한 마디가 무척 기쁘다. 그리고 덕분에 책을 읽을 동기가 더 생긴 느낌.

 

Aug 17

같은 부서 선배 통역사를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로 취급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때때로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러는 나도 오늘 인턴한테 인사 안 하고 나왔다는 거.

 

Aug 13

아주 높은 곳에서 부들부들 떨며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는 꿈은 그리 낯선 꿈은 아니다. 그런 꿈을 꿀 때마다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과 동시에 나는 괜찮아, 떨어지지 않을 거야 라는 확신을 느낀다. 그런데 어젯밤 꿈에서는 그렇게 몇 차례 옮겨다니다가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저 깊은 곳으로 곤두박질치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하 뭐 별 수 없지 라고 1초 정도 생각했다가,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 걸 몰라 난 누구에게도 구조요청을 할 수 없어 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면서 소리를 한번 크게 지른 뒤 누구에게도 내 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란 절망감에 번쩍 눈을 떴다. 꿈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귀엽게 그려내준 인사이드 아웃에 매우 감사한 밤이었다.

 

Aug 13

오늘 내일 선배 휴가라서 선배가 들어갈 콜을 대신 들어갔는데 내가 발언(통역)하니까 상대쪽에서 선배의 이름을 불렀다. 물론 몇 개월 째 같은 시간에 콜 하는 멤버고 얼굴도 두어 번 본 사람이 있으니 그렇겠지만 거기에 선배 이름이 영어라는 점도 (미국 국적임) 한몫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이름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지라 영어로 얘기할 때면 늘 ''이라는 이름을 써왔는데 사실 이게 완전 영어 이름은 아닌지라 생경해하는 사람이 많다. ... 나도 영어 이름을 하나 만들면 대면 통역 아니라 콜에서도 이름을 불릴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예전에 추천 받은 이름으로는 Erin이 있다.

 

Aug 13

2008년에 수업 들을 때만 해도 2015년에 교수님과 우연히 같은 술집 단골이 되어 헤어질 때 비주를 하는 사이가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

 

Aug 10

워낙 얘는 게이니까 레이더에서 제외!의 마음으로 오래 봐서 그런가 잠을 잔 뒤에도 콩닥콩닥한 마음 같은 건 생기지 않는데 이 친구 자체보다도 그의 태도가 종종 떠오르곤 한다. 여체를 처음 접한 그 눈빛. 경탄과 찬미로 가득한. 다리가 너무 부드러워 라든지 가슴이 너무 아름다워, 같이 순수한 감동에서 터져나오는 단순한 말들이 가끔 마음에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Aug 8

저도 시류(?)에 편승하여 만들어봤어요, 성격페이지 :) http://char.guessing.me/26605 우붐을 설명하는 10가지 성격 골라주세요! XD

 

Aug 7

기묘한 일들이 자꾸 일어난다. 3년 된 게이 친구랑 잔다든지... 그런 눈빛으로 "여자의 가슴골이 예뻐보이는 건 처음이야"라니...

 

Aug 7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 아니 뭐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 사실 뭐 그래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Aug 5

격하게 할 일 없는 날 오늘로 사흘째...

 

Aug 4

어젯밤 단골 술집에서 벌어진 땅고판. 나는 마치 그 사건이 내게 "닥쳐온"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전말은 이렇다. 할 일 없이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룹이고 한국이고 온통 휴가라 아무도 일을 안 해서 통번역할 일도 없는 단비같은 시기임) 단골 술집에서 사진전을 열 것이며 오프닝에서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홍보글을 봤다. 그런데 작가 소개에 작가가 땅고를 춘다고 되어 있다. 그러고보니 이름이 낯이 익다? - 며칠 전에 친구의 페북에 태그된 사람이구나 정말 세상 좁네. 흥미가 생겨서 보러 갈 생각을 한다. 퇴근 후 방을 청소하고 샤워를 한다. 회사에서 화장이 무너져서 그대로 나가긴 싫으니까. 다시 화장을 할까 하다가 그건 너무 힘준 것 같아 싫다. 늘 동네 슈퍼 나가는 복장으로 가던 곳인데 이상하잖아. 혹시나 춤을 춰도 썩 불편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평소처럼 마실 나온 것 같은, 하지만 평범하지는 않은 옷을 골라입는다. 세탁소에 맡길 옷 바구니를 들고 길을 나서는데 평소에 늘 신고 가던 크록스를 신지 않는다. 샌들 정도면 땅고를 추려면 출 수도 있지만 크록스는 정말 거의 불가능이니까. 그렇게 집을 나서서 이런저런 일을 처리하고 단골 술집 문을 연다. 한참 혼자 앉아서 프로젝터로 띄운 사진을 본다. 들려오는 대화로 작가가 누군지 짚어낸다. 여러 번 같은 사진이 돌 때까지 앉아서 사진을 감상하다가, 맥주가 두 잔째로 넘어갈 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엽서와 방명록을 보러 간다.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사진이 엽서로도 있는 걸 보고 잠시 흡족해한 뒤 방명록을 뒤적인다. (이건 우연이지만) 몇 장을 한번에 넘겼는데 작가와 며칠 전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린 내 친구가 남긴 메시지가 바로 나온다. 에 설마했는데 여기까지 왔다갈 만큼 친한 사이였던 거야? 신기해하며 훑어본 뒤, 친구에게 연락하며 쿡쿡거린다. 사장이 묻는다 무슨 재밌는 일 있냐고. , 나 친구가 작가분이랑 아는지 왔다 갔나봐. 어떻게 아는 친군데? 땅고 친구. 그러고보니 너도 땅고 춘다 그랬지, 이 작가분도 땅고 춰. 알고 왔지만 놀란 티를 낸다. 작가와 인사를 나누고 마음에 드는 사진에 대해 얘기한다. 한 차례의 대화가 끝난 후 나는 자리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방금 대화에서 작가의 땅고 선생님이 방문할 예정임을 알게 되었다. 책 읽고 사장이랑 종종 대화도 하면서 맥주를 마신다.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그들이 왔다. 그리고 또 계속 책, 대화, 맥주. 시간이 늦어지자 다른 테이블이 하나둘 비고 사장은 입간판을 정리한다. . 그러다 갑자기 땅고 음악이 들린다. ?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사장이 저분들이 요청하셨어 바로 설명해준다. 그리고 작가가 내쪽을 보면서 혹시 땅고 추시는 걸 얘기해도 될까요 묻는다. 물론이죠. 사실 저기 계신 분도 땅고를 추신대요. 얼마나 되셨어요? 1년 정도요. 그런데 최근에 네 달쯤 쉬었어요.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먼 시야 속에 사장이 테이블을 미는 모습이 보인다. -. 그 땅고 선생님이라는 분이 다가온다. 한 곡 춰도 될까요. 세상에 내가 일부러 샌들을 신고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진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오랜만에 내 앞에 내민 손을 잡고, 다른 손을 뻗어 테이블에 안경을 올려두고, 그 손을 등에 올린다. 함께 무게 중심을 이동하면서, 첫발을 내딛는다. 아 오랜만이구나 생각하면서 춤을 췄다. 그리고 작가와, 또 다른 남자와도 춤을. 춤을 추고 나니 나는 어느새 그쪽 테이블에 앉아 있고 샴페인은 터지고 몇 시간 뒤에 한국을 떠날, 처음 만난 작가의 환송회가 무르익어갔다. 기묘한 밤이었다. 기묘한 밤이지만 이 밤은 내게 그저 닥쳐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게 훨씬 쉬운 설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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