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30, 2014
내일이 졸업시험인데 동기가 부친상을 당했다. 생리통 때문에 아침에 잠을 설쳤다. 아침 스터디 못 가고 약 먹고 기절했다. 점심 스터디를 했는데 한영이 전부 5분씩 나왔다. (시험 때 제한시간 4분 30초임.) 겨울 내내 선방했는데 감기 기운 때문에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애인한테 문자 한 통 없었다. 그 와중에 알바 가야 된다. = 우울의 레시피 완성. 그런 상태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기에에 연락했는데 이런저런 위로를 해주고는 전에 추천해 준 발랄한 노래를 들으며 귀가하라고 했다. 사실 그때 들어보고 내 취향이 아니어서 "경쾌하다!"고만 하고 특별히 좋다고 하지 않았던 노래였는데. 다시 들어본다.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널 응원해, 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좋다. 기분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The Vamps-Hurricane
Nov 29, 2014
"학생" 마지막 주.
Nov 28, 2014
뚜왓ㅠ_ㅠ!!!! 다큐 번역 기존에 얘기했던 요율보다 돈을 더 쳐줬다!!!! 왜 더 높게 책정해줬는진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5만원 더 들어왔다. 우와아아 ❤ 씬나~ 가습기 사야지~
Nov 28, 2014
1일에 저녁 먹고 잠. 6일에 저녁 먹음. 9일에 발보아 통역날 만남. 19일에 녹사평에서 저녁 식사. 정말 이것밖에 못 본 거야? 예전에는 못 봐도 통화는 거의 매일 했으나 이번 달은 거의 통화도 거의 안 함. 문자도 정말 가뭄에 콩 나듯 함. 이런 상황에서 한 일주일 내내 밤마다 온갖 전애인들과 오바마 대통령과(...) 친구와 가상의 남자와 연애를 했더니 이제 진짜 애인한테 연락이 오니 너 누구세요 싶게 어색하다. 에라이. 일단 시험이나 치자.
Nov 26, 2014
스터디 할 때 말고는 묵언수행이라도 해야겠다. 대체 시험 끝나고 바로 착수해야 하는 번역알바는 왜 받아놨으며 사은회 사회는 왜 보겠다고 했으며 온갖 송년회는 왜 잡혀 있고 이번달에 결혼식은 왜 두 개나 있는 거야. 짜증짜증짜증짜증짜증짜증짜증 버전의 내 마음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선배들한테 눈도장 찍어두는 게 중요하다잖아 따위의 말은 듣고 있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고 (뭐 틀린 말이겠냐마는.) 듣고 나서도 한동안 독처럼 내 안에 쌓여서 괜한 조바심과 불안감의 악취를 풍긴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강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딘가 싫다. 그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도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하나 해치우고 다음일 생각하고. 결국 내가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뿐인 걸. 요즘 짜증스러운 포스팅이 늘어나는 걸 보면 그냥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나보군... 아 그리고 고백하건대 애가 싫다. 예전에는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싫었지만 이젠 그 정도는 아니고 주변에 엄마들이 늘어나니까 그 고충을 조금은 생각할 줄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애가 예쁘다느니 귀엽다느니 천사같다느니 하는 소리에 들뜬 목소리로 동조하는 것만도 힘이 든다. 사실 별로 관심 없어서 다 꾸며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시험이 가까워오는 것도 있지만 그냥 같이 있을 때 완전히 편하지 않은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해서 더 짜증이 나고 있는 거 같기도 하군... 그래서 시험 끝나고 사람 만날 일들도 다 싸잡아서 짜증이 난 거구만.
Nov 26, 2014
순차랑 번역 스터디양을 늘렸더니 손이 아프다. 오른손이 쑤신다. 종종 느끼는 건데 아무래도 시험 끝나면 마우스는 왼손으로 바꾸도록 훈련해야겠다. 내 소중한 오른손...-ㅅ- 그리고 순차 자료 읽어주는데 영혼이 입으로 튀어나가는 줄 알았다. 이제 시험 시작까지 나흘. 첫날 영한순차부터 말아먹지 않게 영혼 관리 잘 해야겠다. 별로 뭐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해서 돌아버리겠다. 그리고 영어도 한국어도 튕겨내고 있어서 땅고 음악으로 힐링 중...
Nov 25, 2014
내일 아침 9시에 스터디가 있었는데 거의 매주 취소가 된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는 취소에 내 지분도 있었기 때문에 (한 10프로 정도?) 그리고 나도 정말 아침에 일어나는 거 싫기 때문에 별로 거슬리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는 시험 전 마지막주라 안 취소될 줄 알았더니 아니나다를까 취소. 그것도 내가 방금 물어봤는데 내일 그 시간에 시험 있다고... 저기요 그럼 말을 미리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내가 안 물어봤으면 언제 말해줄라 그랬냐 너... 그리고 스터디를 해도 크리틱을 너무 대충해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요즘. 불만 불만. 이건 그냥 내 느낌인 거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심정으로 소리질러보자면 너 솔직히 내가 작년에 통역 잘 못해서 나랑 스터디하는 게 좋았던 거지! 내가 실력이 쌓이니까 예전만큼 내가 좋지 않지? 질투나지? 이렇게 써놓으니 대따 유치한데 진짜 저런 느낌 받을 때가 있다...-ㅅ-) 퓅
Nov 25, 2014
생각해보면 내가 번역 첨삭할 때도 한국어 문법 틀린 게 자꾸 나오면 열 받는데 졸시 채점하는 선생님들은 같은 내용 보고 또 보고 하다 보면 관사, 철자, 기본적인 문법 실수는 진짜 꼴 보기 싫을 듯...
Nov 24, 2014
목포MBC에서 내가 번역한 다큐가 지금 방영중이겠다... 우왕... 씐기해. 전국 방송은 1월이라고.
Nov 24, 2014
몇 주 전에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다가 옆에 있던 통역 노트에 막 메모해놨는데 그 때 이후로 통역 노트를 여러 권 해치워서 대체 어떤 노트에 적어놨는지 모르겠다...-_-;; 그러고보니 고곤의 선물 연극 본 것도 통역 노트에 적어놨는데 그건 좀 더 옛날이라 도저히 못 찾을 것 같다.
Nov 24, 2014
피곤한 하루의 끝에. 시험이 다가온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날도 다가온다.
Nov 24, 2014
사은회에서 사회 보게 됐다... 교수님들한테 살랑살랑 이런 건 진짜 못하지만 =_= 이런 거 하겠냐고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하기 싫지만 결국 한다고 답하는 건 퍼블릭 스피킹은 결국 해봐야 느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고보니 이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강조했던 거였다. 그리고 나는 무대에 서는 거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지만 끝났을 때의 그 뿌듯함에 중독된 인간이기도 하다.
Nov 23, 2014
영한번역 선생님이 과제 검토한 파일 마지막에 ♡ 붙여주시면 인정받았다는 기분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침... 한영은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음... 흑흑...ㅋㅋ 이 학교 들어와서 내가 얼마나 영어를 못 하는지 하나는 기막히게 배웠다......
Nov 23, 2014
어젯밤 꿈에 오바마랑 땅고를 췄다.
Nov 23, 2014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땅고 수업 안 듣고 밀롱가 안 다니고 그러다보니 술도 덜 마시고 페디큐어도 안 받고, 친구도 별로 안 만나고 쇼핑도 안 했다. 그리고 알바비도 들어왔다. 늘 20일 좀 넘어갈 때가 되면 돈이 궁해지는데 이번달은 놀라우리만치 많이 남았다. 늦잠 자서 택시 탄 적이 많았는데도! 신난다. 시험 끝나면 코트 하나 장만하고 애인이랑 양갈비 뜯어야지. / 엄마와 동생이 응원차 집밥 한 끼 해주러 왔다갔다. 졸업시험이 그렇게 유난떨 일은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엄마가 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서 오시라고 했다. 요즘 집에서 밥을 전혀 안 해먹는데 집밥은 그냥 밥 맛부터 달랐다. 시험 끝나면 밥 자주 해먹어야지. 내게 요리는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는 지표다. 요리 초짜인 나는 뭔가 하나 해먹으려면 한참 뭘 해먹을까 고민하고, 어떤 재료를 사야 하나 생각하고, 그 재료 남은 걸로 뭘 어떻게 할까 구상하는 등 온갖 생각을 하느라 실제 요리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요리 생각에 한참 얽매여있어야 하기 때문에 뭔가 해 먹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써도 괜찮은 상태라는 걸 보여준다. 한국 온 후로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급속도로 사라지는 걸 경험했고 시간을 최대한 남겨서 뭔가 다른, 그 자체로 생산적이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일에 써야된다는 강박이 자라는 걸 느꼈더랬다. 아무튼 덕분에 밥 잘 먹었네.
Nov 18, 2014
말이 많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게 점점 더 피곤해지고 있다. 그게 싫어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내 얘기를 너무 아끼게 되면 또 너무 의뭉스럽게 구는 것 같고 사람들을 쳐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 염려스럽기도 하다. 요즘 애인에게 좀 심드렁한데 사실 모든 사람에게 심드렁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을 보내는 면면을 살펴보면 여유가 없지도 않은데 내 마음에 여유가 없다.
Nov 16, 2014
카페에 나가서 스터디하고 공부하고 들어와서는 저녁 내내 길모어걸즈를 봤다. 으어. 이래서는 안 되는 건데 OTL... 그래도 귀여운 말을 하나 건졌다. "It's like having a perfect haircut every single day." // 로렐라이가 루크랑 헤어지고 he could've been the one 이라며 침대에서 찔찔 짜는데 나도 같이 눈물이 나는 것이... 슬픈 장면을 보고 가슴에 통증이 올 때가 있는데 꼭 특정 종류의 슬픔에만 반응한다. 드라마 보다가 느낀 건 오랜만이네. 헤어짐이 나를 그렇게 마음 아프게 한 게 대체 언제가 끝이었지. 이번주에 애인을 한 번도 못 봤는데 많이 아쉽지가 않다. 그리고 그와 헤어져도 내가 그렇게 괴로울 것 같지가 않다. // 드라마 보다가 문득 마우스 손목 받침대를 보게 됐다. 매일 쓰고 있지만 그걸 "보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지. 꿰맨 자국이 눈에 띄었고, 곧 내가 한 학기 하우스쉐어로 살았던 집 주인할머니가 내 방에 들어갔다가 옆구리가 터진 녀석을 보고 꿰매놓았던 게 기억났고, 그 당시에는 내 방에 들어간 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난 덕분에 손목받침을 계속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기억은 내게 매일매일 메일을 썼던, 그리고 인정하건대 내가 마음을 쏟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많이 사랑했던 구남친과 매일매일 굉장한 행복과 어마어마한 불행을 격정적으로 오가던 시기였다는 것으로 점철된다. 계속 녀석을 들여다보니 그때 내가 귀여운 닭 캐릭터를 꾸준히 좋아했다는 게 생각났고, 그는 내가 귀여운 닭 캐릭터를 좋아하는 게 귀엽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뇌를 공유하기라도 하는 양 귀신같이 내 취향을 알았다. 오늘 기억났으니 한동안은 아련하게 여기겠지만 곧 또 매일 쓰는 손목보호대로 전락하겠지.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
Nov 15, 2014
길모어걸즈를 보고 있는데 루크 아저씨 좋다. 원래 매사에 상냥한 사람이 아니고 로렐라이에게도 늘 상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덜 행복하고 덜 사랑하는 것 같지 않은 그 느낌이 좋다. 어제 시즌 5에... 에피소드 10? 정도였던 것 같은데 내가 아니라고 했으면 아닌 건데 왜 내 입장에서 생각 안 하고 니 입장에서 생각해서 내 말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일 때도 좋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자기도 로렐라이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좋았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남자를 만날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Nov 14, 2014
꺄르르르르르륵 자유의몸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드디어!!!!!!!!!!!!!!!!!!!!!
Nov 14, 2014
8분 분량 남았다^ㅂ^... 워메 힘든 거.
Nov 13, 2014
다큐 번역에 시간이 엄청 들어가면서 내 시급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ㅋㅋㅋㅋ 지금은 어디까지나 용돈 벌이에 연습이라는 느낌이고 재미도 있어서 괜찮지만 (내가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볼 수 있는 영한번역이란 이다지도 즐겁다!+ㅅ+ 친구가 편한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내 마음대로 쇼핑하는 즐거움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그렇다. 영어를 보는 순간 몇 가지 한국어 대안이 떠오르고 머리를 좀 더 쓰면 더 늘어나고, 아예 구조를 가지고 놀 수도 있고, 영상에 나오는 제스처에 맞게 순서를 가다듬으면서 뭔가 떠오르기도 한다. 매우 신남.) 나중에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할 때는 내 노동의 가치가 얼마인지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협상을 해야지 안 되겠다... 근데 식물다큐라 하다가 도저히 못 찾겠는 용어 같은 거 있을 때 디씨식물갤에 물어봤는데 바람처럼 답이 달리고 정확해서 매우 고맙다...ㅠㅠb 식물갤을 떠올린 내가 매우 대견하닼ㅋㅋㅋㅋㅋㅋ
Nov 12, 2014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번역일 받은 건 이번이 두 번째 밖에 안 되지만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정말 내 생각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든다. 이래서 영상 번역이 돈이 안 된다고 하는 거군...ㅋㅋㅋㅋㅋ 다행히 재미는 있다. 점점 내려놓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들었을 때 자연스러운, 좋은 번역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 일요일 통역이 수강생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연락이 왔다. 나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스탭 대화창에서 얘기한 걸 누가 캡쳐해서 보여준 거라 왠지 더 기뻤다. 그 내용 중에 "아무래도 본업이라"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내 '본업'은 쭉 학생이기만 했는데 이제 본업 이름표를 바꿔달 때가 얼마 안 남았네. // 토요일에 과제하고 일요일에 통역하고 번역 깨작거리고 월요일에 학교갔다가 번역 깨작거리고 오늘 아침에 번역하다가 학교갔다가 다시 와서 번역하고 있으니 만날 그렇게 일하는 내 애인이 참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면서 학교 다니는 동기들, 심지어 엄마이면서 다른 일을 하면서 학교 다니는 동기들(대체 이건 어떻게 가능한 거지)도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지만, 나는 대단하지 않아도 되니까 졸업 후에 일의 적정량을 찾아서 조율을 잘 해봐야겠다. 생각대로 다 되는 건 아니지만서도...
Nov 10, 2014
가을 스카프는 다 세탁했는데 겨울 머플러는 아직 세탁을 못 한 채로 바람이 갑자기 차져서 급한대로 그냥 며칠 두르고 다녔더니 바로 뾰루지가 올라와서 간만에 짜고 패치 붙이고 누웠다. 흑. // 뾰루지 보고 있는데 문득 이번주에 있었던 어떤 일이 떠올랐다. 대학원 친구 일곱 명이서 신나게 닭 뜯은 날. 늘 렌즈를 끼고 다니는 친구가 안구에 상처가 나서 요즘 안경을 쓰고 다니고 있다. 처음 쓰고 온 날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손에 들고 다니더니 이젠 그냥 쓰고 있다. 아무튼 뭔가 그 친구의 안경 얘기를 하다가 다들 안경 관련 에피소드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학교에 안경을 쓰고 오는 사람은 나뿐인데 알고보니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안경을 쓴 경험이 있고 두 명은 라섹을 했지만 나머지는 집에 가면 안경을 착용한다고 한다. 게다가 다들 눈이 꽤 나쁘거나, 나빴거나. 유럽 여행을 같이 다녀온 사람들이 있는데 서로의 안경 쓴 모습을 수줍게 공개하던 순간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안경 쓴 걸 보자마자 "빵 터졌던" 얘기. 부끄러웠다는 얘기. 자기가 학교 다닐 적에 안경을 쭉 썼는데 대학 가면서 렌즈를 맞췄더니 동생이 사람됐다고 했다는 얘기. 안경을 쓰면 정말 쌍꺼풀만 보여서 엄청 공부 열심히 할 거 같은 얼굴이 돼서 끔찍하다는 얘기. 렌즈를 못 끼는 상황에서 안경 쓴 모습을 애인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보이는 척 밥을 먹느라 뭘 먹었는지도 모르겠고 거의 반봉사 같은 데이트를 한 얘기. 뭐 온갖 이야기들이 이어졌지만 주제는 "안경을 쓰면 너무 못난 나"였다.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듣고 있었지만 모두가 겪은 일인 만큼 공감은 공명하며 점점 커졌고 누군가가 안경을 쓴 자기 모습이 지하철 차창에 비친 걸 보고 너무 못생겨서 죽고 싶었다고 말하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여러분, 이건 너무 슬픈 일이에요."라고 불쑥 내뱉었다. 그리고 일단 내가 안경을 쓰고 있잖아요, 라고 말을 이었다. 그랬더니 내가 안경을 쓰니까 속상했다고 생각했는지 너는 잘 어울리니까 괜찮아! 안경이 이목구비 같은 사람이 있어! 그냥 내가 못생겨져서 그래!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아니, 나는 내 안경을 아주 좋아하고 여러분이 한 말은 내게 전혀 그런 의미로 상처가 되지 않아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 여러분이 말하고 있는 그 "죄악과도 같은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을 바로 앞에 떡하니 두고도 이 얘기가 저 사람한테는 어떻게 들릴까를 고려해보지 않았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이런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써 줄 수 없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면들에 대해서는 더 말해 뭐하겠어요. 그 점이 참 싫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안경을 쓴 "자기 자신"을 증오하게 됐어요? 여러분 얘기를 듣고 있으니 그냥 안경이 나한테 좀 잘 안 어울리는 물건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지 않았어요. 안경 쓴 "여자"는 못났다는 그 생각은 어디서부터 그렇게 강력하게 내재화돼서 여러분을 괴롭힌 거예요? 남자애들이 그렇게 말했다, 동생이 그렇게 말했다, 부모가 그렇게 말했다 같은 것들. 반박할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아까 나한테 안경이 이목구비 같은 사람이라고 했죠. 그건 그냥 내가 자주 안경을 쓰기 때문에 익숙해서 그런 거예요. 주체를 못하고 줄줄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 "언니, 우리가 진짜 심각하게 그런 말들을 받아들였으면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 못했지"라 말했다. 더 이상 분위기 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웃으면서 얘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생각은 더 공고해지고 누군가는 자기 생각보다는 좀 더 과장된 얘기가 오가도 마치 동조하는 것처럼 굴게 되고 그런 불쾌한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너도 누군가에게 툭 안경은 죄악이라는 메시지의 말을 내뱉게 될 거라고, 그리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거니까 불편해도 뭐라 말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질이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나도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 그래요 솔직히 예뻐보이고 싶을 때 웬만하면 안경을 벗어요. 나도 자유롭지 않다는 걸 인정해요. 어디까지가 괜찮은 선인지는 모든 문제에서 답을 내리기 힘든 문제예요. 답이라 할 만한 걸 내려면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그래도 나는 여러분이 얘기한 것 중에 많은 부분이 괜찮은 정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고 특히 (심각한 건 아니었겠지만 말이나마)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Nov 9, 2014
발보아 강습 통역 끝. 지난번 린디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뜻밖의 복병은 사람 이름이다. (아, 그러고보니 교과서 때도 그랬구나. 그때는 사람 이름이랑 직책이 문제였지. 누가 질문을 했는데 그 사람 이름은 보이는데 직책이 안 보여서 그냥 ~~님으로 통역했던...) 지난번에는 프랭키였고 이번에는 맥시.. 둘 다 워낙 big name이라 당연히 이름은 알고 갔는데 오늘은 성이 잘 안 들리는 거다... Maxie Dorf인데 Maxie... Dwarf...? 이렇게 들려서 차마 성은 말을 못했다. 이럴 때는 shout in doubt 하라고 하는데 그것도 배짱이 있어야 하지 원.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시작 직전에는 어김없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오늘도 직전에 뭐 먹다가 체할 뻔. 끝내고 나오면서 애인에게 언제쯤 스트레스를 덜 받을까 물었다. 대답은... "너랑 나랑 하는 일은 다르지만 내 일을 기준으로 말해주자면, 시간이 지난다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진 않아. 오히려 경력이 쌓이고 잘하면 잘할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니까 스트레스 더 받지. 관건은 스트레스 관리법을 익혀서 스트레스의 영향을 줄이는 거야." 맞는 말이다~_~ 그래서 이번에도 하기 직전에는 진짜 내가 왜 한다고 했지 엄청 후회했지만 다 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내가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지 겪어보고 그 과정에서 내성도 약간씩 쌓아가는 거다. 그리고 애인의 스트레스 관리법은 "미리미리 해서 스트레스 받을 타이밍을 내가 정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Nov 8, 2014
세탁소에서 받아온 세탁증을 봤는데 내 이름을 말한 적 없는데 이름이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손님이 한둘이 아닐 텐데 어떻게 기억하셨지? (하고 보니 6년 째 같은 곳을 이용하고 있긴 하지만...ㅋㅋㅋ) 그러고 나와서 집앞 이니스프리에서 핸드크림을 샀는데 직원분이 하명란 님 맞으시죠~ 하고 바로 적립을 해줬다. 아리따움에서 종종 눈썹 정리 해주시던 분! 허허. 그래도 이름을 기억하다니. 왠지 진짜 이 동네 주민 같은 밤.
Nov 8, 2014
“우리는 옛날에 손으로 막 써서 외우고 그랬잖아요. 요즘 애들은 시청각 자료로 보고 배우더라니까. 그래서 요즘 애들이 우리 때보다 더 창의적이라는 거지. 암기한 거는 그렇게만 딱 나올 수 있잖아요 왜. 그리고 우리는 그림 그리러 밖에 나가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사진 딱 찍어가지고 교실에서 보고 그리더라구요. 그리고 미술 시간에 클래식 같은 걸 틀어주다가, 요즘은 그걸 안 한대요. 아이들 음악 취향이 다 다르니까, 인권을 무시하는 거라고.” 머리 싸매고 번역하고 있는데 뒷 테이블에서 이런 얘기가 스멀스멀 들려서. 음... 음? 시청각으로 보고 배우면 어떻게 자동적으로 창의적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고, 밖에 나가서 그리는 것보다 사진 찍어 와서 띄워놓고 그리는 게 왜 더 좋은 변화인지 잘 모르겠고, 인권을 왜 저런 데서 찾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워졌다. 음...????? 아무튼 다시 음악을 들으며 번역해야...
Nov 8, 2014
토요일마다 스터디하러 오고 있는 카페. 오늘은 스모키하고 초콜릿 잔향이 두드러지는 커피를 내왔다. 안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었더니 오더를 깜빡해서 늦어진 게 미안하다며 과자를 같이 갖다 주셨다. 그렇게 늦은 줄도 몰랐는데! 하루에 커피 한 잔만 마시는데 그 커피가 맛있으면 기분이 좋다. 아침에 왠지 어두침침하니 날씨가 안 좋아서 마치자마자 집에 기어 들어가고 싶어졌는데 좀 버텼더니 다시 해가 반짝 뜬다. 안 가길 잘했다. 오늘의 목표는 일단 과제 두 개를 마치고 번역할 다큐 영상을 한 번 보는 걸로. 스터디하러 오는 길에 보니 이 부근 성북천 어드메에서 12월 초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다. 그때면 시험이 끝났을 때니, 가벼운 마음으로 (...과연?) 와봐야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니 오랜만이다!
Nov 8, 2014
영한번역 의뢰를 받아서 오늘 파일을 받았는데 수업 때 보던 포맷 그대로라서 신기하다. 그런데 수업 때보다 좀 더 길고, 좀 더 정확성에 대한 부담이 있고, 이걸 마치면 돈을 준다! 주제는 밑도 끝도 없이 식물이다. 통번역 일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소마틱스, 린디합, 모래놀이, 교과서, 발보아, 이제는 식물 다큐라니. 들어왔다가 중간에 엎어진 것 중에는 김치랑 패션이 있었다.
Nov 7, 2014
엄마가 매년 사라고 성화였는데 괜히 짐 늘려 뭐하나 싶어서 안 샀던 미니 돌뜸. 왠지 요즘 잠자리 누웠을 때 으슬으슬한 게 싫어져서 못 이기는 척 샀는데 워메 좋은 거. 전기 장판 싫어해서 안 쓰는데 이거 딱 좋구만! 배가 뜨끈뜨끈하다아. // 어제 처음 헤어팩이란 걸 해봤는데 확실히 머릿결이 좋아지는구나! 동생이 선물해준 스크럽으로 몸도 문질문질하고 손톱 발톱 손질도 받았고 왠지 이런 사소한 것에 시간과 마음을 쓰면서 지내고 있다. // 영한미디어번역에서 손 댈 데가 없는 번역이라는 칭찬을 들어서 왠지 자신감 업 돼 있던 차에 마침 영한 다큐 번역 의뢰가 들어와서 냉큼 받았다. 재... 재밌겠지?
Nov 5, 2014
주말에 발보아 행사 통역 봉사 의뢰가 들어왔는데 고민하다가 한다고 했다. 봉사니까 대충 해도 되는 건 절대 아니지만 확실히 시작 전까지 긴장도는 많이 낮고, 그러면서도 스트레스 관리법 익히는 데는 적당히 도움이 돼서 아직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내게 좋은 연습이다. 그리고 예전에 생판 모르는 린디 통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발보아라. 이렇게 한번씩이라도 발을 담궈놓으면 다음에 언젠가 땅고 통역할 기회가 왔을 때 '그래 내가 안 추는 춤도 통역했는데 추는 춤이면 더 쉽지!'라며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맡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다.
Nov 5, 2014
갑자기 청소 발동 걸려서 싹 치우고 겨울 옷도 꺼냈다. 선물 받은 옷, 누구랑 어디서 같이 간 옷, 언제 입었던 옷 이런 식으로 기억들이 확 올라오는 그 감각 때문에 물건을 잘 못 버린다. 내놓고 입다 보면 익숙해져서 별로 생각하지 않게 되는데 옷 챙겨 넣고 꺼낼 때면 기억들이 이렇게 덮쳐온다. // 네이버 메일은 알림이 빠릿빠릿 오는데 지메일은 왜 알림이 안 오는 거냐, 앞으로 지메일을 주로 쓰려고 했는데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만져보는데 정말 간만에 옛애인의 메일 폴더가 눈에 들어와서 열어봤다. 8월부터 12월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빼곡하게 쓴 메일들이라니. 내 지난 애인들 중에 유일하게 지독히도 많이 싸웠던 남자. 세심한 남자는 내 마음결을 잘 어루만져주고 재밌지만 예민함도 동반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해준 사람. 에너지 소모도 엄청났고 결국 이를 득득 갈면서 헤어졌지만 생각해보면 나랑 제일 쿵짝이 잘 맞았었지. 아무튼 다 지난 일. 기록을 해놓는다고 늘 다시 꺼내보는 건 아니고 영영 안 보는 기록도 많겠지만 그래도 기록이 있어야 이런 우연한 상기도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를 되살려야겠는데...-_-;; 마음만 먹고 실행이 안 된다. 가끔 긴 글도 쓰고 주단위로 피드 포스팅도 묶어놓고 싶은데 늘 마음만 있다. 쩝.
Nov 5, 2014
애인 폰에 있던 여름 사진을 이제야 받았다. 간만에 모아 보니 여름 햇살이 벌써 그립다... 끄흥. 좋은 시절이었구나. 지금도 분명 좋은 시절이겠지. // 사진이랑은 별개로, 한동안 그릇이란 그릇마다 찐득한 뭔가가 묻어나와서 이게 대체 뭔가 궁금해하기만 하던 것에 대한 답을 찾았다. 고무장갑이 낡아서 녹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건 또 처음이네. 말하자면 그릇마다 고무장갑 껍질이 찐득하게 붙어 있었던 거지. 칼 씻다가 왼쪽 고무장갑에 구멍이 나서 낱개로 파는 걸 산 건데 질이 안 좋았던 모양이다. ~_~ 아무튼 궁금증 해결. 애꿎은 스펀지만 바꿨네.
Nov 4, 2014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중에 스터디가 낮부터 시작하는 유일한 날, 화요일. 청소...를 할 수도 있는데 일단 돈 들어온 기념으로 벼르던 네일을 받으러 왔다. 목욕탕과 네일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왠지 목욕탕 갔다가 스터디 가면 몸에 한기 들 거 같아 ~_~)a 네일샵까지 나온 김에 세탁 맡길 옷도 들고 나왔다! 아 좋아. 하루라도 아침에 여유 부릴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Nov 3, 2014
지지난주 금요일이 알바였으니 방바닥 한가운데에 떡하니 종이더미가 쌓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자료 분류하고 필요 없는 건 버리고 바닥 한번 싹 닦아야 하는데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적어져서 짬이 잘 안 난다. 발동 거는 데 한참 걸려서 청소 한번 하려면 집에서 최소 반나절은 뒹구는 날이어야 하는데 그런 날이 없음. 웬만한 짬은 다른 에너지 보충용 행위-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나 음악을 들으면서 널부러져 있거나-에 써버리기 때문에 매일 마음의 짐으로만 남아 있다. 이번주에는 꼭 치워야지. 하고 싶은 일은 보이후드랑 만추 보기, 목욕탕에서 때목욕하기, 네일 기본 관리 받기, 탱고 강습 듣기...인데 반만 하면 좋겠다. 스트레스 받으니 목이 뻣뻣한 게 느껴지고 몸도 무거워서 탱고를 한 달 정도 멀리하려고 했는데 엘불린 생일밀롱가 영상을 보니 너무 좋아서 가슴이 울렁거려...ㅠㅠ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