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9

요즘 사무실에서 아주 조용히 지내고 있어서 한동안 내가 이렇게 낯을 많이 가렸나 스스로도 신기해하면서 '이 사람들은 내 진짜 모습을 모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 8시간씩 그 모습으로 보내면서 그게 진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얼마나 우스운가. 그게 아니라 이렇게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 나다. 남들이 이야기를 할 때 끼어들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나다. 선배나 연장자 앞에서 몸이 굳는 것이 나다. 그런 생각을 했다. /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지 며칠 뒤에 애인과 애인 친구들과 캠핑을 떠났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사케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데 두 아이의 엄마가 애 둘을 키우다보니 힘든 순간이 많아서 내 본색이 이런 거였구나 생각한다며 자괴감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듣고 있던 누군가가 그게 어떻게 본색이냐고,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건 밑바닥이지 본색이 아니라고 했다. ...까지 썼더니 번역할 꼭지 나왔네, .

 

Apr 27

그저께랑 어제 분명히 캠핑 가서 머리 비우고 행복하게 놀다 왔는데 오늘 번역 폭탄 맞아서 8시간 근무할 동안 내리 번역하고 잠시 비는 한 시간은 땅고 에세이 번역하고 뉴스 번역 알바까지 마쳤더니 어느새 뇌가 파업하기 직전인 그런 느낌이다. 뇌수명 단축되는 느낌. 하지만 문제는 자기 전에 네 장 더 번역해야 돼 이런 미친... 번역로동자의 하루.

 

Apr 16

원래 아침을 잘 안 챙겨먹는데 요즘은 꼬박꼬박 먹는다. 밥을 안 먹고 가면 뇌가 안 돌아서 통역 퍼포먼스에 지장을 받는데 내가 지금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 해도 될똥말똥 하니까...=_= 이거라도 챙기자는 마음으로 먹고 있다. 급하게 밥을 욱여넣다가 문득 어린 시절 엄마가 아침 챙겨주던 생각이 나더라. 엄마도 바빴을 텐데 그래도 밥 먹여서 학교 보낼 거라고 계란간장밥이나 김치국물에 밥 비빈 걸 구운 김에 싼 것 같이, 정말 쌀을 먹는 게 주 목적인 메뉴들을 준비했던 엄마. 이런 급하게 대충 먹는 것들 말고 "제대로 된" 아침도 많이 먹었지만 정작 생각나는 건 그 부실했던 밥상이다. 미션 수행이라도 하듯이 돌아다니며 한 숟가락씩 먹었던 그 밥. 엄마는 뭐든 맛있게 먹는 사람이라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처럼 호들갑을 떨며 먹곤 했다.

 

Apr 14

시작하기 전엔 할 만한 줄 알았다. 발싸개 같은 투잡. 갈 때마다 내 마음은 이 지랄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 가기가 너무 싫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pr 13

어젯밤에는 갑자기 펜을 들어 애인에게 두 번째로 카드를 썼다. / 근무지가 종각이고 알바가 시청이니 집에 들렀다 가는 것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지만 잠시라도 쉬고 싶고(...결국 집에서 땅고 에세이 번역을 마무리했지만) 비도 오니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싶어서 집에 갔다가 다시 나가는 길이다. 빌어먹을 투잡. / 오늘 콜이 있었는데 선배가 들어갈 수 있을지 자료 읽어보고 결정해서 말해달라고 했다. 자료가 딱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다 읽어본 뒤 한다고 했다. 글로 읽어서 통역이 느는 데는 어차피 한계가 있다. 논의했던 내용이 정리된 글은 빈칸이 많아서 머리로 채우면서 읽어야 하는데 채우기에는 내가 아는 게 너무 없다. 안 깔끔한 현장의 언어로 마구잡이로 들어야 뭐라도 이해가 된다. 영어 네이티브가 아닌 콜 상대방들의 악센트도 자주 들어서 귀에 익혀야 한다. 지금 안 깨지면 나중에 잘하는 건 없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고 봐줄 때 많이 깨져야 된다. 그리고 콜 시작 전 대기 시간에 실무자와 회의실에 앉아 이것저것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정말 귀중하다. 바쁜 사람들을 붙잡고 시도때도 없이 질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평소에는 웬만큼 눈치로 해결되면 궁금증을 그냥 안고 번역해서 넘기는데 그때 궁금했던 걸 짧게나마 물어볼 수 있다. 그렇게 들어도 이해 안 되는 것도 있지만=_=ㅋㅋㅋ 어쨌든 아무리 짧은 콜이라도 아는 게 쥐뿔도 없는 상태에서 늘 긴장이 되지만, 긴장되는 상태에 자신을 밀어넣는 걸 포기하면 통역사는 끝이 아닐까 한다.

 

Apr 11

문득 내가 사랑하는 것은 애인이 살아온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오래된 연인이란 함께한 시간을 사랑하는 관계가 아닐까.

 

Apr 10

이번 주말은 방전을 다짐. 아무리 일이 편해도 투잡은 좀 아니올시다.

 

Apr 8

음 이런 걸 개박살이라고 하는구나.

 

Apr 8

오늘은 선배가 휴가를 썼다. 보통은 내가 들어가지 않았을 컨콜 두 개가 잡혀 있다. 그래도 안 깨져보면 못 배우니까. 박진감 넘치는 하루가 되겠구만.

 

Apr 8

오늘 인턴 아가랑 둘이 점심 먹으면서 대화를 하는데 인턴 월급이 얼마인지를 들었다. 듣는 순간 제일 먼저 '헉 그 돈으로 어떻게 살아?'라는 생각이 스쳤다. 스쳐간 감각이 너무 낯설었다. 사실 그 액수는, 내가 뉴스 번역 알바를 해서 버는 한 달 수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심지어 첫 월급을 받기도 전에 몇 백만원짜리 인간이 되어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느끼고 있었다. 조금 무서웠다.

 

Apr 4

A "B는 이런 점 때문에 싫어"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 나는 'B에게 그런 싫은 구석이 있다니!'를 발견한다기보다는 'A는 그런 점을 싫어하는 사람이구나.'를 발견한다. 더불어 A가 그런 얘기를 하게 된 맥락이나 A의 성격이나 A와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Apr 4

1년 만난 남자는 니가 처음이야!는 아니고 두 번째긴 하지만 아무튼 네가 있어 좋아. 1주년 기념일의 초이스는 포장마차 닭꼬치에 소주로 J

 

Apr 3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조용히 있다보니 부작용이... 노래가 나온다... 말을 하고 싶어... 뭐라도 소리를 내고 싶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목이 아프곤 했던 대학원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ㅋㅋㅋㅋㅋㅋ 으앗촤

 

Apr 2

나한테 일을 자주 주던 두 분이 출장을 가셔서 오늘은 8시간 동안 번역도 통역도, 정말 단 한 건도 없었다...=_= 인터넷 다 막아놨지, 외부 이메일과는 메일 보내는 것도 받는 것도 안 되지 (혹시 가능하면 뭐라도 폰으로 메일로 보내서 컴퓨터로 읽거나 번역하려고 했거든),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아무리 바빠져도 일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그리워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orz 어마무시한 양의 글로서리가 있어서 공부를 하긴 했지만 맥락 없이 보면 재미는 없잖은가... 그래서 읽을 거리 뭐라도 포워딩 해달라고 했는데 없다 그러고 엉엉 ㅜㅠ 그래도 콜 들어가거나 하면 준비할 시간 따위 주지 않으니 지금 공부하겠어! 라는 굳은 마음으로 보고는 있었지만 정말 쉽지 않은 8시간이었다.

 

Apr 2

사무실에 앉아있다 보면 갑자기 한국 길바닥에 버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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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데이&인스타  |  2015. 7.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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