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8
세미나 참석하고 부산 가려고 이동 중인데,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졸업식날 받은 꽃 물병에 꽂아둔 걸 못 치우고 나왔다는 게 기억났다. 솔직히 꽃을 받는 것 자체는 나쁠 거 없지만 다듬어서 물병에 꽂는 것과 그렇게 서서히 죽여가는 것을 싫어해서 꽃 받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받으면 그 마음 때문에 바로 버리기 뭐해서 꽂아두는데 이렇게 깜빡하고 집을 비우면 끔찍한 기분이 된다. / 기차나 비행기에서 우는 애들은 정말 미칠 거 같지만 그만큼 또 짜증나는 게 있다. 바로 웃는 애다. 우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웃는 경우 애가 혼자 오래 깔깔거리고 웃는 경우는 잘 없다. 옆에서 좋다고 웃기는 어른이 있다는 게 정말 악질이지. 저기요, 애 웃는 소리도 소음입니다.
Feb 28
땅고 스튜디오 온라인매니저로 번역과 기타 잡무를 돕고 있는데 동의할 수 없는 방침이 있어서 괴롭다.
Feb 26
어제 정말 간만에 번역 알바를 하러 갔다. 뉴스 시작에 맞추어 느긋하게 출근했는데도 1번 컴퓨터가 비어있었다. 어느새 내가 최고참 수준이 되어 1번 컴퓨터는 늘 내 차지가 됐다. 오랜만에 한영 번역이란 걸 하려고 앉아서 속도가 안 나올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냥 똑같이 신속하고 영혼 없는 번역이 가능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게로구나 생각했다. 알바를 마치고 나오는데 동료가 내 번역이 좋다고 칭찬해줬다. 잘 읽히는 번역이라 빠뜨린 게 없는지 확인하는데 내용은 또 다 들어 있더라고. 원문에 충실하고 가독성 좋은 번역이란 칭찬을 들어서 기분 나쁠 번역가가 어딨겠어...ㅋㅋㅋ 기분이 좋아서 기록해야지 생각했는데 어제 그러고 12시반에 동네친구랑 치맥하러 갔다가 기절해버렸다. 이제 기록.
Feb 25
돌아왔다. 인천에 착륙하고 폰을 켠 순간 밀린 문자 메시지 폭탄을 맞았다. 졸업식 미션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했다. 부모님 모시고 서울역에 갔다가 지하철을 탔는데 혼잡한 역사에서 사람들이 내 공간을 존중하지 않았고 그제서야 한국에 온 걸 실감했다. 다음 주 언제 만날 약속 같은 것들을 정하기도 했고 알바 제의도 받았다.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인 하나 하나가 숨이 막혀서 일을 거절하고 싶은 지경이 되어, 센터 요율 그대로 불렀더니 답이 없다. 그걸 맞춰주면 숨 막혀도 하겠지만 아니면 난 좀 쉬면서 일상에 천천히 적응하고 싶다. 눈을 뜨고 뒤척이면 꼭 끌어안아주는 애인의 품에 안겨 두어 번 다시 곯아떨어지고서야 일어나던 열흘은, 일상이 아니었어. 씻고 나오면 아침으로 파파야나 망고를 코코넛 요거트와 먹을 수 있던 그건 여행이었어. 김밥이 당겨서 사들고 들어와 컵라면이랑 먹는데 여전히 기분이 이상했다. 여행은 후유증이 이렇게나 큰 거구나. 런던에 있을 때 여행 다닌 후로 처음, 그러니까 3년 반 만에 해외 여행을 다녀왔더니 현실 적응이 안 된다. 그리고 런던 시절에는 여행에서 돌아와서 맞이하는 일상이라고 해봤자 그것도 크게 보면 긴 여행이었으니 이렇게 급격하게 푹 떨어지는 기분은 아니었는데.
Feb 18
그도 나도 자기 생각만 한다는 건 똑같은데 그는 그걸 숨기는 데 능숙하지 못한 것 같다. #여행_단상
Feb 13
내가 이 구역의 진상 고객이다! @쿠알라룸푸르국제공항. 천 단어 남았다. 결코 이 짐을 안고 태국 땅을 밟지 않으리.
Feb 12
내일 치앙마이로 떠나는데 표 끊을 때 너무 흥분한 나머지 뇌가 제대로 기능을 안 해서 졸업식날 아침에 돌아오는 걸로 끊어버렸다. 인천 도착하면 택시 타고 학교로 날라야 되는 지경인데 그렇다고 내일 졸업식 때 입을 옷을 입고 비행기를 탈 수도 없고 짐 늘리기도 싫고 뭐 방법 없나 했더니... 생각해보니 졸업식날 입을 옷을 미리 학교 사물함에 넣어놓으면 되는 거잖아?! 그런 고로 내일 아침에 외대까지 갔다가 공항 가야 하는 난리부르스를 떨게 생겼다. 비행기 연착만 안 되면 정말 무슨 미션 클리어 하듯이 졸업식 갈 예정이다. 연착이면...... 아니됨...
pink lotus 이미 학교에 들르셨겠지만... 겨울철 더운 나라로 여행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공항에서 두꺼운 겨울옷을 맡기고 갈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요. 상자인지 사물함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요.
Feb 11
며칠째 진짜 돈 안 되는 다큐 번역에 매달려 있다 보니 이제 일을 받을 때 생계 유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야지 용돈 벌이를 위한 알바라고 생각하고 받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뭐 생각이야 원래 했지... 몸으로 확 와닿지 않았을 뿐이지. 이런 요율로는 생계 유지가 안 된다. 땅고 에세이 번역이야 즐거워서 하는 취미고 봉사니까 돈을 안 받아도 행복하지만 일은 그런 자세로 하지 말아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회사에서 요율 협상한 얘기를 애인한테 했는데 한국 지사 사정을 모르긴 몰라도 그 회사 돈이 많아서 주체를 못 하는 데니까 더 청구해야 된다며 내가 번역을 제대로 해줄 테니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라, 지금 제대로 해주면 나중에 번역 때문에 큰 일 생겼을 때 막는 비용보다 덜 들 거다, 그런 태도로 나가라고 했다. 시장에서 굴러먹던 짬밥이 다르긴 다르구만... 아무튼 맞는 소리다. 협상은 언제나 힘들겠지만 내가 좀 더 내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일을 하긴 해야겠는데 집에서는 능률이 너무 떨어지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스벅은 화장실이 깨끗해서 좋긴 하지만 커피맛 생각하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 쪼끔 더 걸어서 전광수 커피 왔는데 조용하고 맛있다.
Feb 10
회사라는 공간에 발을 들인 건 오늘이 두 번째. 첫 번째는 지금 뉴스 번역하는 곳이고 그 다음이 이번이다. 회의실에 앉아서 번역할 자료를 보며 요율 얘기를 했다. 지금 하는 노동 착취 번역의 5배 요율을 부르는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져서 제발 겉으로는 너무 빨갛지 않기만을 바랐다. 말할 때는 좀 더 여지를 줘야 되나 생각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니, 그 정도는 받아야겠다 싶다. 엎어질 테면 엎어지라지. 아무튼 생애 첫 "협의"를 하고 왠지 갈증이 나서 생전 안 사먹는 콜라를 사들고 벌컥벌컥 마시는 중이다. 코카콜라가 나보고 "부자되세용"이랜다. ㅋㅋ
Feb 10
다시는 이 요율에 다큐 번역 받지 않으리... 라고 쓰고 센터 들어가보니 떡하니 이 요율에 영상번역 모집 공고가 떠있다. 어우 제기럴.OTL
Feb 9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번역ing)
Feb 9
물건에 대한 애착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애인이 자기는 "앞으로 나아가는(going forward) 데에만 관심이 있다"며 자기에겐 지금과 미래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당고님과 모아레님의 별자리툰 양자리편이 생각나면서 속으로 빵 터지고 말았다. 3월 21일의 양자리 남자는 정말로 전진, 전진뿐입니다! 반면 3월 20일의 물고기자리인 나는 (이게 별자리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과거 그리고 지금이 중요하다. 나는 너처럼 그렇게 달리는 때도 있지만, 그럴 땐 늘 어딘가 불편해. 어느 순간에는 꼭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아야만 해. 그래야만 내가 된 것 같아. 라고 답해주었다.
Feb 7
다큐는 영상 시간 당으로 일이 들어와서 그냥 50분이라고 받은 건데 예전에 했던 거랑 비교해보니 이번에는 같은 시간 동안 말을 한 두 배는 많이 한다. 아 멘붕...=ㅅ= 멘붕하는 와중에 조만간 치앙마이 놀러갈 거 생각하면서 숙소 사진 보면서 꾹꾹 눌러본다... 파일 받자마자 글자수 확인 안 해 보고 오케이 한 니 잘못이지 누굴 탓하랴. 그리고 한 1/3 정도는 예전에 했던 거랑 겹쳐서 어차피 남 주기 아까워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겠다고 했을 일이다... 걸음마 막 시작하는 '프로'는 오늘도 몸으로 때우며 교훈을 얻습니다.
Feb 7
흑... 오는 이가 많지 않아서 자주 찾던 카페에서 다큐 번역을 하려고 앉았는데... 이 앞 국시집이 수요미식회에 나오면서 붐비는 탓인지 식사 끝날 시간 되니까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이 카페 입장에서야 나쁠 거 없긴 한데 시끄러워서 좀 싫구나. 대학가 카페보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나이대가 높아지니 목소리 자체가 좀 더 큰 느낌이다. 우움... 다 그런 건 아니고 각 테이블마다 한두 명 정도 그런 사람이 있으니까 점점 시끄러워지고 그런 느낌~_~ 어쩌면 20대의 목소리에는 그냥 내가 익숙한 건지도 모르지. 그보다도 왜 또 다큐번역 한다고 했지... 그야 할 일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 으아아아
Feb 7
우주선 가습기가 자꾸 중간에 꺼져서 고장났구나 생각하며 그냥 안 쓰고 있었는데 애인이 와서 (나는 나는지도 몰랐던) 소리만 듣고도 뭐가 문젠지 알아차려서 좀 설렜다. 그리고는 신문을 끼워넣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갔다. 다시 보글보글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게 되었다. 좋아.
Feb 2
엄마고양이 엄마쥐 이렇게 하루종일 통역을 하고 와서 침대에 누웠더니 아... 어미고양이 어미쥐가 있구나 :D... 생각이 든다. 몇 번 말하다가 더 나은 단어가 생각나서 다음에 또 나올 때는 바꿔쓰고 뭐 그런 일이야 부지기수지만 이렇게 끝나고 나서야 생각나는 경우도 많다. 그럼 뭐 다~음에 글케 하겄지.
Feb 1
모래놀이 통역 이틀차. 5시간 통역 후의 현상태. 2시간 반 더라니 으아악.
Jan 31
오늘 통역에서 좋았던 부분 노트테이킹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려고 했으나 사진은 올라가지 않지, 참...ㅋㅋㅋ 간만에 통역하니 어찌나 설레고 좋은지 역시 웬만하면 통역이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렌다의 직관은 정말 뛰어나서 같이 밥먹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느낌이 든다. 지난번에 비해 왠지 내가 훨씬 덜 쫄아 있었고 그러니 대화가 더 잘 흘러갔다. 처음에 살짝 버벅였지만 곧 페이스가 돌아왔다. 하지만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모습도 몇 번 보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못 알아들은 티를 굳이 낸 것. 그렇다 뻔뻔하게 구라치는 것도 프로의 자세다.) 까지 쓰니 배가 너무 고프고 힘이 쪽 빠져서 타이핑을 더 못하겠ㄷ...
Jan 31
7시에 일어나서 분당에 모래놀이 통역 가야 되는데 시부럴 너무 늦게 자주시는 거지...OTL 너무 간만에 하는 통역이라 안 그래도 걱정되는데 피곤에 쩔어 가겠네. 당 보충할 거 사들고 가는 거 잊지 말아야지. 아아 뭐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지금부터 푹 자는 걸로.
Jan 30
와사비콩을 먹는데 왕건이가 걸려서 DX <-이런 표정으로 한참 코 막고 있었다. 흐아앙 따거. 알바 마치고 지하철역 자판기에서 과자 뽑아 먹으려고 했는데 잔돈이 없어서 못 먹어가지고 집에 오자마자 와사비콩을 너무 열심히 퍼먹긴 했지...
Jan 29
내가 일 처리하는 순서를 보면 뭐가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인지 알 수 있다. 해야할 일이 땅고 에세이 번역 말고는 딱히 없었을 때는 절대 그 번역에 손대지 않았는데 이제 이력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땅고 에세이 번역이 술술 된다(...) 아무튼 이렇게 손 놓고 지내는 생활도 슬슬 (아~주 슬슬) 청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만으로도 긍정적인 변화지 뭐야.
Jan 29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스터디 하고 집에 들어가서 운동하고 알바를 가려고 했는데, 스터디 한 카페가 조용하고 한적하고 시간 보내기 딱인데다 마침 노트북까지 들고와서 여기 쭉 눌러 앉아 있을란다. 운동 빠이염... 그래도 역시 집에서 나오니 좋다. 좋단 걸 몰라서 안 나오는 건 아니고 나오려고 해도 집에는 묘한 마력이 있어서 잘 못 나오는 거지만. 자리 잡고 앉은 김에 국문 이력서 업데이트 했으니 땅고 에세이 번역 하나 끝내고 영문 이력서를... 제발 좀 쓰자 제에바알. 오늘 나 자신과 약속. 그리고 시역 좀 더 연습하고 가리라. / 부산에 있을 때 엄마랑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엄마에게 미리 알려줄 수 있는 걸 술 먹고 들어와서는 툭 던지듯이 늦게 알려줘서 곤란한 일이 있었다. 엄마가 아빠에게 조금 짜증을 내고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 모습을 봤다.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된 후 엄마가 내게 와서 하소연을 살짝 했는데 내가 아주 까칠하게 굴었다. 어떻게 그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결혼한 사람들 아주 대단하다며 비꼬는 듯이 얘기를 했는데 그러자 엄마가 그 말을 듣고 자기 감정이 상했다는 말을 솔직하게 해주었다. 거기에 대해 답을 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울고 있었고 말을 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내가 느낀 분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비꼬면서 다른 방향으로 얘기를 하고 있긴 했지만 나는 그냥 아빠의 행동에 화가 났던 거였다. 아빠가 그렇게 해서 화가 났어...라는 말을 하는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같이 화를 내지 않고 나를 보듬어줄 수 있었던 엄마의 화법이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기록.
Jan 28
손목은 물론 요즘은 팔꿈치 아래로 다 아리다. 스마트폰을 좀 덜 써야 되는데 쉽지 않네.
Jan 28
주말에 모래놀이 통역일이 들어왔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다. 땅고 수업이랑 애인 (그렇다... 못 헤어졌다...) 만날 약속이 있었는데 시켜만 주십시오 모드로 급 전환. 통역을 너무 쉬어서 하고 싶었고 이력서 한 줄 늘리고 싶었고 거절하면 다시는 연락 안 올 거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프리랜서는 노예랜서라더니 이런 마음 때문인 거겠지... / 어제 포장마차에서 소주 각 일 병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지하철 플랫폼에서 Remembranzas에 맞춰 땅고를 추고 모힝에서 와인 마신 후에 몇 곡 더 추고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헤어지는 걸 잊었다. 집에 가보니 정말 손톱보다 작을 때 봤던 바질과 코리앤더가 손바닥만큼 자라 있었다. 그걸 보니 우리가 얼마나 오래 못 만났는지 생각이 나서 미친듯이 대성통곡을 했다. 그리고 짐 챙겨 나오려고 갖고 갔던 천가방은 여전히 빈 채로 집에 왔다. 하하...
Jan 27
낮에는 할 일이 진짜 없는데 저녁에만 오지게 바쁘다. 일단 알바 두세 번이 고정으로 박혀 있고 땅고 수업이랑 밀롱가도 두세 번 가면 깔끔하게 5일이 차버리니까. 얼굴 한 번 보자는 사람 두 번만 있으면 일주일 끝인데 몇 주에 한 번씩은 단체로 사람 만날 일이 꼭 생긴다. 잉여백수 오브 잉여백수인데 늘 바쁜 티 내며 산다. 그래도 마침 시간 되는 날 한겨레문화센터 연기반 사람들이 만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얼굴 보기로 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일주일에 한 번 웃게 해준 사람들. 그러고보니 여기서 담배를 배웠군...
Jan 27
플라나리아(야마모토 후미오, 창해) 수록작 네이키드 Naked 마지막 부분.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 이번엔 성공할까 두근두근하며 일단 녹음. 헐 올라갔어. 자정을 훌쩍 넘긴 낭독클럽.
Jan 27
Do you think our relationship is working?으로 말문을 트자 전혀 아니라는 대답과 너털웃음으로 이어졌고 너와 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가 주는 공간에, 네가 그저 있음에 안도했던 나는 이제 그 공간이 지긋지긋하리만치 넓게 느껴진다. 너무 넓어서 네게 갈 방법을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말의 의미는 방법을 고민할 의향도, 방법을 궁리해내어 노력해 볼 의지도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내일 이별한다.
Jan 25
우연히 2012년 2월 1일의 일기를 찾았는데 지금의 나랑 상태가 똑같다. 기록을 보니, 이거 겨울병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나아진다. 괜찮다.
Jan 25
좋은 기억 하나 없는 연인이 어디 있겠냐.
Jan 25
내 설렘 세포 좀 사멸시키고 싶다... 근데 왠지 그냥 이게 내 팔자인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술 센 척도 좀 하지 말자... 언제까지 니 주량을 잘못 알고 있을 텐가??? 마실 때 멀쩡하다고 후폭풍이 없진 않다는 걸 이제는 좀 알 때도 안 되었나????? 그러나 나는 꾸준히 술 센 척은 혼자 다 하고 여전히 부대끼는 속으로 잠든다. 심지어 아무도 강요 안 하는데...OTL
Jan 25
나는 그냥 낯을 가리는 것 + 지나치게 진지해보이는 말투와 얼굴 탓에 말을 꺼내면 너무 딱딱해져서 말을 가리는 것일 뿐인데 얌전하단다. 얌전... 그래 내가 침착하고 단정하긴 하지... 그래도 아브라소는 안 얌전하고 싶다. 상대방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이 열고 더 많이 쏟아서 내가 얌전하지 않다는 걸 전해주고 싶다. 사실은 그렇게 쏟는 게 내가 얌전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쏟지 않으면 금방 차올라서 폭주해버리니까. / 가끔 겉으로 아무것도 몰라요 의 눈빛을 나도 모르게 발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나 스스로가 가증스러워 미치겠다. 생존 전략처럼, 신경을 안 쓰면 그냥 튀어나오는 그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나는 안다. 모르긴 뭘 모르세요. 사실 관심이 없는 데는 무디지만 조금만 관심을 두면 꽤나 감이 빠른데.
Jan 24
어제는 책장과 서랍을 갈아엎었다. 결국 정리 끝난 다음엔 시작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하게 갖다 버렸다. 내가 얼마나 상자랑 공병을 많이 모아놓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3년째 같은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언젠가 이사를 갈 거라고 생각하면서 짐 쌀 때 쓰려고 보관하고 있던 수많은 박스들. 어차피 있다는 걸 잊어버릴 거면서. 그런데 그 중에 몇 개는 어제 실제로 썼다. 낡고 비좁아진 편지함을 큰 상자로 바꾸고 필요 없어진 케이블을 버려서 전선통을 작은 상자로 바꿨다. 왠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도 상자를 모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 헝얏의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나서 그의 냄새에 대해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 냄새가 자꾸 생각난다. 으으, 그 남자의 냄새를 맡고 싶다! (?) 기억해 둘 것은 숨 쉬는 아브라소.
Jan 22
아브라소가 쓰다듬 쓰다듬 해주는 거 같다는 말을 들었다. 언제나 그것이 내 목표.
Jan 21
생각해보니 어제 일기를 안 썼다. 1월에 처음으로 스터디 했다. 11시부터 2시까지 수다를 좀 떨었으니 한 2시간 정도 한 것 같은데 나중에 목이 아팠다. 매일 할 땐 오히려 괜찮았는데 하도 안 쓰다가 갑자기 써서 그런가. 생각보다는 안 무너졌지만 역시 무너지긴 했다. 이 상태로 무슨 인터뷰를 보러 다닙니꽈... 다시 공부하자. / 집에 와서 잠시 쉬고 Joe를 만났다. 참 좋아하는 친군데 술을 안 마시기 시작하더니 당과 담배에 중독됐다...=.,=;; 술 좋아할 땐 만나면 나랑 길바닥에서 소주 까고 내 흑역사 제조에 적극 일조하던 친구였는데 난 단 것도 담배도 많이 안 좋아해서 조금 아쉽다. 2012년 봄부터 친구였는데 이번 애인에 대해 마음이 식은 얘기를 해줬더니 너 이쯤 되면 commitment issue가 있는 거 같다며 묘한 패턴이 보인다며 일침을 가했다. 맞는 말일세. 태국 여행 같이 가겠냐고 했는데 비행기표 알아보다 보니 하필 구정이니... 너 이러기니... / 테크니카 피구라 수업은 처음 들었는데 연습할 거리가 잔뜩 생겨서 기쁘다. 지난 토요일에 백스텝을 '스텝'이 아니라 무게 중심이 없는 발을 뒤로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 맥락에서 오초도 해야 하는 거였다. 상하체 분리 체조도 오늘 헬스장 가서 해야지 다짐했는데 벌써 4시반이라니... / 땅고에 아는 얼굴들, 친구들이 생기는 건 기쁜 일이다. 그렇다고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 빨리 오리랑 이과두주 놓고 번역 얘기 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Jan 20
이태원에서 일하고 싶다... 환승 없이 집에서 20분 거리, 엘불린까진 40분 거리라니 여기가 드림 스팟이로구나...
Jan 20
진짜 맘 잡고 번역하면 두 시간이면 떡을 치는 땅고 에세이 번역을 한 네 시간 붙들고 있었다. 물론 더 보라면 더 볼 수도 있다. 결과물이 반드시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보기만 하는 거라면 한참 더 들고 고칠 수 있다. 이래서 마감이 중요하다. 난 왜 취미로 번역을 할 때도 밤이 이렇게 늦을 때까지 씨루는가... / 편안한 아브라소가 중요하다는 걸 절절히 깨달은 이후 애인과는 더더욱 땅고를 추고 싶지 않아서 내일 밀롱가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거절했다. 땅고는 땅고고 사랑은 사랑일까?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을 때만 그렇다. / 오늘은 현영언니네 집에서 늘어지는 시간을 보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질수록 말하기가 쉬워진다. 요즘 내가 불특정 다수를 향한 스마일에는 매우 능하지만 정작 관계를 맺으려면 낯을 오지게 가린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Jan 19
간만에 가위 눌렸네... 기력이 쇠했나보다. 운동해야겠다. 가위 눌리는 동안 아빠는 이미 일어나셨을 테니 가위 풀리면 안방 가서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자취방이었다. 불을 켜고 서서 찬물을 마셨다.
Jan 19
그나저나 오리가 보고싶다. 꾸준히 자주 보고싶은 마음이 든다.
Jan 19
새해엔 매일 일기를 써야지! 생각했는데 벌써 한참 안 지켰다. 쩝. / 애인을 3주만에 만났다. 만나면 헤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왠지 짠한 마음이 들어 입을 떼지 못했다. 과거의 나는 대체 얼마나 독한년이었던 거냐... / 대화하다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은 오기 전부터 떠날 계획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유는, 영어 가르치는 게 아니면 비자 받기가 어려운데 영어 가르치러 오는 외국인은 주로 그 일을 돈 벌려고 잠시 하는 일로 생각한다는 것. 정책은 어떤 커뮤니티의 특성을 결정하는 데 미묘한 방식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 땅고 에세이 번역 오늘 마치려고 했는데 결국 내일 하겠다. 역시 뭐든 마감이 안 다가오면 절대 안 되는기라…
Jan 18
어제의 밀롱가는 가슴 뭉클할 만큼 행복했다.
Jan 16
정말 간단하기 그지없는 내용이었고 매우 짧았지만, 아무튼 간만에 통역했다. 땅고 쁘락 갔다가. 삼가주세요를 삼가해주세요 하고 틀리는 걸 싫어하는데 나도 실수로 그렇기 내뱉은 거...가 자꾸 기억나는 실수고 아무리 간단한 통역이라도 프로의 자세 잊지 말아야 하는데 사족을 좀 단 게 마음에 걸린다. 다음엔 그러지 말자. 첫 문장 말하고 나서 걷기 연습하는데 다리가 살짝 후들거렸다. 이 긴장감을 좋아한다.
Jan 10
선생님들께 감사 메일을 쓰고 있는데 하루에 정말 한 분 정도밖에 못 쓰겠다. 처음보다 조금 딴짓을 덜 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그렇다. 지금까지 겨우 네 분 썼다. 일곱 분 남았음... 어억.
Jan 9
졸업이다...ㅠ_ㅠ!
Jan 6
세 번째 병원에서 탄 약이 잘 받는지 앓을 만큼 앓은 건지 아무튼 좀 차도가 있어서 이제 설사 횟수도 좀 줄고... 조금 살 만하다. 그런데 그러자마자 집 문제 때문에 집안이 시끄럽네. 이 무른 사람들 어떡하면 좋으니... 그리고 나도 저런 무른 호구로 살 게 뻔해서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근데 우리집은 꾸준히 정말 꾸준-히 부동산 관련해서는 지지리 복도 없는데 이번에도... 아니다... 말을 말자... 아 아 대출.
Jan 6
씨발 아픈 지 삼 일 되니까 아프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 엄마가 친구분 가게 샵메이커즈에서 이것저것 사와서는 황홀해하는데 나도 정말 같이 황홀해하고 싶은데 황홀할 기력이 없어서 속상했다. 이런 거 같이 느껴줄 사람은 우리 가족 중에 나밖에 없는데... 근데 진짜 웃을 기력도 없다 엄마. / 역시 희망고문이 최악이다. 오늘 낮까지만 해도 곧 나을 것 같아서 기운이 반짝 났는데 몇 시간 뒤부터 다시 화장실행이 시작되고 배가 꼬이니 너무 화가 났다. 그리고 오늘 간 병원에서는 의사가 배를 눌러보더니 증상은 장염인데 왜 맹장 부위가 아프다고 하지... 초음파를 찍어봐야 되나... 이런 말을 남겨서 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나 지금 동네 병원에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거 맞는겨...?
Jan 5
내 자취방은 벽 마감이 잘 돼 있고 주거 특성 상 옆에서 누가 크게 떠들지도 않아서 꽤 조용하다. 문이 벽보다 얇으니 복도에서 누가 말하는 소리가 잘 들린다는 거, 집 앞에 대학가 술집이 즐비하니 밤에 소란하다는 거 정도가 문제일까. (후자의 소음은 내가 즐긴다. 옛날 생각 나고.) 그래도 왠지 방 말고 "집"에 살면 지금보단 좀 덜 조심해도 될 거 같고 소음이 더 적을 거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이틀 간 동생 방에서 하루종일 누워 지내다 보니 아파트도 별반 다르지 않...다기보단 뭐야 이건 내 방보다 더 시끄럽잖아? 20층이니 도로 소음은 안 들리지만 옆집 애새끼들 소리와 윗집 걸음 소리가 매우 잘 들린다. 아 이래서 층간소음 층간소음 하는 거였구나. 세상에 자취방도 아닌데 이런 부분을 포기해야 하다니 뭔가 이상하다.
Jan 4
머리통 안에 뇌가 두 쪽인 게 느껴진다. 이히히히히...
Jan 4
아파.........orz 다행히 왜 아픈 건지는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건 아니야... 아오...
Jan 3
화요일부터 콧물, 근육통 등에 시달리다가 어젯밤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둘둘 감고 잤는데 밤새 어마무시 거창한 꿈을 꾸며 잠을 설치다가 배가 너무 아파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서 힘을 주고 있는데 식은땀이 쭐쭐 나고 메스꺼워져서 토할 뻔 했다. 침대에 다시 와서 누우니 별 생각이 다 드네. 일단 생리 시작 예정일 3일이 지났는데 왜 시작을 안 하나. 콘돔을 안 끼고 한 적은 없으나 하루라도 늦어지면 식겁하게 되는데 뭐 그럴 거 같진 않지만 설마! 이런 생각에서부터 방금은 에볼라 아냐?? 이런 생각까지 듦...=_=;; 아 아니겄지... 이런 느낌으로 아픈 건 또 처음이라 당혹스럽네.
Jan 3
할머니의 기억에 따르면 할머니가 나를 데려가신 건 20일. 5살까지 할머니댁에서 자람. 주례에서 이사 두 번. 8개월 때 엠비씨와 새콤달콤 등의 말을 하며 업혀다녔다 함. 전자 키보드를 신나게 갖고 놀고 노래도 좋아했음. 이후 진주에서도 잠시 살았는데 그때 엄마가 미술 선생님이란 걸 안 미술학원 선생님이 5살 짜리를 6살반에 넣고 나는 다 색칠하기 싫은 걸 면 채색을 다 하게 시켜서 한동안 그림 그리지 않음. 계곡에 놀러갔다 와서 다시 그리기 시작. 옛날 얘기 자주 듣는데 내 기억력이 너무 개똥이고 특히 숫자는 쥐약이라 이제부터 듣는 족족 써놓으려고 한다. 물론 그냥 어릴 때 얘기라서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고 그냥 기억을 엄청 못 함. 외숙모는 할머니랑 사이가 안 좋은데 일단 우리 할머니가 좀 별나시고(...) 생각해보면 신혼인데 시부모 모시고 사는 것도 싫은데 나 같은 혹도 같이 살았으니 얼마나 팍팍했을까. ~_~
Jan 3
연애는 그런 거거든. 숨기지 못하는 거. 계속 웃음이 나고 행복한 에너지가 넘쳐서 숨기려고 해도 들키고 마는 거. 오늘 엄마랑 동생 공항에 데려다주고 오는데 나와 애인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며 덧붙인 엄마의 말. (그랬는데 모아레님의 사자성어 심리테스트에 비슷하게 나와부렀다...ㅋㅋ) 네가 만난 여러 남자 중 널 그렇게 만든 놈은 하나밖에 없다며. 니가 일 년 단위로 애인을 갈아치우는 게 너한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널 싫증나게 하지 않는 놈을 못 만나서라고 단언하신 엄마는 진정 고슴도치데스네... / 글이고 나발이고 춥다. 집은 뜨신데 내가 감기에 걸렸다. 시발. 계속 아픔. / 머리가 아픈 와중에 동생이 계좌이체를 좀 대신 해달라고 부탁했다. 귀찮아 죽겠다며 짜증을 내면서 해주다가 결국 계좌이체 오류로 못했는데... 아 추워서 더 못 쓰겠다. 아무튼 동생이 그걸로 상처받았다는 걸 낮에야 알게 됐다. 할머니가 무릎에 물 찬 걸 빼고 연골주사를 맞고 오셨는데 몸이 아프다고 하셨다. 머리가 아프고 몸살 기운이 좀 있다고 짜증을 부린 내 모습을 기억했다. 할머니 성격이 좀 까칠해져도 어쩔 수 없는 건지도 몰라. 그렇다고 까칠한 부분까지 좋아할 순 없겠지만.
Dec 31, 2014
"처음에 친근하고 적극적으로 나오는 사람들 중에 금방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어쩌면 그 사람들도 아는 거 같기도 해. 자기가 곧 떠날 거라는 걸."
Dec 31, 2014
"행복했으면 좋겠고, 네가 활짝 웃기를 바란다."
Dec 31, 2014
곧 출산 예정인 친구를 만났다. 질외사정이니 주기법이니 하는 것은 피임법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덜컥 임신하게 된 친구의 부른 배를 눈으로 보니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튼 부디 잘 살길. 내일 아침 부산 갈 짐을 싸야 하는데 10키로 주문해서 다 못 먹은 귤이 한 짐이겠다. 일주일이 길지만 무지 짧은 시간이라 금방 흘러갈 테지만 서울 생활의 괄호 역할은 해주겠지.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놓아버리지 않고 지내다 오고 싶다. 생의 패턴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새해라서라기보다는 그 변화 속에 서 있기 위해서 꾸준히 쓰고 싶다.
Dec 31, 2014
밤이 되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느지막히 일어나 빨래를 돌리고 집을 나섰다. 동생 호주 달러 환전 대신 해주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판단 미스로 시간을 좀 날려 먹었는데 중간에 화가 좀 났지만 환전에 성공하니 곧 가라앉아서 당장 화를 표출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게 박인 바쁨의 인을 좀 빼낼 필요가 있다. 10월이 생일이었던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 선물을 이제야 챙겨주었다. 충동적으로 대학로에 가서 옷을 샀다. 길 지나가다가 본 짙은 보라색 니트가 며칠째 아른거려서 사러 간 건데 물어보니 그런 건 들어온 적이 없다고...-ㅅ-;; 내가 색깔을 잘못 봤나봉가... 대신 파란 니트를 하나 사들고 와서 친구 만날 때 입고 나갔다. 마치 이 만남을 위해 옷을 산 것처럼 되었지만 그런 건 아니고...
Dec 30, 2014
집에 가는 길, 학교 앞을 지날 때 교통 정리를 하고 있는 경비원 두 분을 버스 안에서 자주 본다. 예전에 보도사진실습 수업 들을 때 부탁드리고 사진 찍은 적이 있어서 얼굴을 알아본다. 그 때가 2011년 가을이었는데 오늘도 두 분은 그곳에 있다. 일을 한다는 것은.
Dec 30, 2014
화장하기가 싫다. 하는 것 자체도 귀찮거니와 계속 신경써서 고쳐줘야 되고 내 얼굴 마음대로 만지지도 못하고 피부에 좋지도 않다. 넌 원래 화장을 안 하고 다니니까 안 해도 어색하지 않아서 좋겠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속으로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좋아보이면 너도 그렇게 하지 그러니.) 어쨌든 겉으로는 니가 화장을 안 하고 다녀서 경멸해! 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화장해서 얼굴이 좀 더 또렷해지면 신기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 되는 건 싫다. 어느 정도는 장소와 상황에 맞추는 예의의 영역에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럴 땐 하겠지만 지금은 참 맘 편하고 좋구나.
Dec 29, 2014
지금 다니는 땅고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매니저(라고 쓰고 그냥 카페지기라고 읽음)를 맡게 됐다. 이런 걸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래서 늘 카페가 깔끔했던 거고 그 덕분에 (그리고 "안아 주세요"라는 말 덕분에) 1년 전에 아무 정보도 없던 내가 이 스튜디오를 선택했고 눌러 앉았던 거였지. 도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HY도 땅고오리도 좋아.
Dec 29, 2014
애인과 긴 이야기를 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무 생각 없는 줄 알았는데 나와 완전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생각을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제 하나도 마음이 안 복잡하냐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얘기해서 후련해졌고 나아졌다. 내게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누군가 그는 잘 있냐고 물었을 때 "살아 있어요."라고 답하는 관계가 나는 만족스러운가. / 갈등 봉합의 일환으로 오늘 찢어질 거 같은 목을 부여잡고 땅고 수업을 들으러 갔다. (송년회 때문에 저녁 8시부터 아침 7시까지 떠들었더니 목이 매우 아팠다.) 내가 지금까지 배워온 방식과 너무 달라서 살짝 멘붕...-_-; 땅고가 중요하긴 하지만 갈등 봉합도 시급한 과제이므로 일단은 몇 차례 더 시도해보기로 한다.
Dec 29, 2014
술 먹고 큰 실수를 한 뒤에 다시는 술을 안 마시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절제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실수를 해도 해도 술이 좋고 절제를 하려다가도 결국 고삐를 놓는 나로서는 참으로 신기하다. / 어제는 대학 때 학교 앞에서 자취하던 친구들 모임에서 송년회를 했다. 모두 나의 방탕한 과거사(...)를 잘 알고 있어서 마음이 참 편했다.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았던 시절 일주일에 5일씩 술 마시면서 저질렀던 온갖 병신짓(...) 덕에 지금도 웃고, 모든 집이 걸어서 몇 분 거리 안에 있었던 농밀한 동네 친구 세팅 덕에 지금도 만난다.
Dec 27, 2014
익산에 결혼식 가려고 새벽같이 나왔는데도 지하철에 사람이 많다... 내 새벽이 남들도 새벽은 아닌가벼...
Dec 27, 2014
정말이지. 사람은 1:1로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 땅고오리가 손을 잡아준 일, 안아준 일을 조각 조각 기억하고 있다. 따뜻한 오리다. / 내 취미는 연애다. 안타깝게도 그렇다. / 쓰다 말고 기절했구먼.
Dec 27, 2014
송년회가 전적으로 싫은 건 아니지만 밤이 돼서 누우면 지친다. 단순히 체력 문제가 아니다. / 이번 크리스마스에 카드 쓰고 싶은 사람이 워낙 많아서 여러 장 샀는데 겨우 두 개 썼다. 여유는 어디에. / "오늘 청소해서 깨끗한데 랩에 내 자리 보여줄까요?" 아무 생각 없이 됐다고 했다. 오늘 약속이 두 탕... 아니 2.8 탕 정도 되어서 시간이 넉넉지 않았고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시곗바늘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음 약속으로 이동하면서 순간 아차, 했다. 초대를 했을 때는 완전히 빈말이 아닌 이상에야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게 마련일 텐데. 봤어도 됐는데.
Dec 23, 2014
숙취에는 역시 초코우유+콜라+토마토주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술똥이렸다.
Dec 21, 2014
점수가 만료돼서 할 수 없이(...) 토익을 보고 왔다. 밤에 찔찔 짜고 지랄방정을 떨다가 일어나니 눈이 부어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런 류의 테스트는 중학생 때 워낙 많이 쳐서 한참 안 쳐도 만렙 포스로 절대 최초 입실 시간엔 가지 않는다(...) 근데 아침에 별 생각 없이 사은회 기념품으로 받은 에코백을 들고 나갔는데 다시 통대 가방 들고 토익 시험장 가니 왠지 아무도 안 보는데 좀 민망했다. 예전에 대법원 견학 가서 검은 연필이라니 예쁘긴 하지만 요즘 누가 연필 쓴다고 연필을 기념품으로 주냐고 욕하면서 받아왔던 연필이 처음으로 빛을 봤다. 리스닝 때 난방을 꺼서 미친듯이 추웠지만 만렙은(...) 그럴 줄 알고 따뜻한 차를 지참하였다. 오랜만에 교정을 가로질러 수험장에 가니 문과대학과 다람쥐길이 매우 반가웠다.
Dec 21, 2014
당신이 나를 silly girl이라고 부르던 걸 기억하나요. 하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바보같이 굴지 않게 되었어요. 때로 당신도 바보같이 굴어주길 내심 바라는데,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나 또한 바뀌지 않으니까요. 또 이렇게 같은 패턴으로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나를 멈출 수 없으니까요.
Dec 21, 2014
당신과 함께 숨쉬는 것만으로 행복할 때가 있었어요. 당신이 그저 있어주는 것만으로 나를 받쳐주던 때가. 당신은 우리가 예전만큼 가깝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너도 나도 바빴고, 그런 일시적인 이유 때문에 잠시 소홀한 것을 너무 깊이 파고들어 괜히 사실은 좋을 수 있는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야속했어요. 당신은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결정적으로 이 관계를 망쳐버렸노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조용히 있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Dec 16, 2014
하악... 설마 이름이 나오겠어 했는데 스태프롤에 번역도 나오는구나. 어머...;ㅅ;)♥♥♥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설레서 결국 끝까지 다 봤네. 다 아는 건데도. 근데 번역하면서 봤을 때가 더 재밌었다 ㅋㅋㅋ 아 얼른 자야지. 굿나잇!
Dec 15, 2014
오늘 밤 12시 10분 채널A에서 내가 번역한 "지구의 경고: 와일드 웨더" 3부가 방영된다. 두근두근하면서 예고편을 찾아봤는데 실제 내용이랑 느낌이 매우 다르다...ㅋㅋㅋ 일단 제목부터 좀 심히 다름. 내가 1, 2부는 못 봐서 앞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3부는 지구의 경고와는 정말이지 전~혀 관계 없다. 그렇게 타이틀 뽑은 줄 알았으면 번역할 때 좀 반영하려고 (물론 원문이 너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별로 할 수도 없었겠지만) 머리는 굴려봤을 텐데 나는 그냥 리처드 해몬드의 와일드 웨더라고 알고 번역했을 뿐이고. 아무튼 지난번 거는 아직 전국구 방송이 안 돼서 못 봤는데 이번에는 온에어로 봐야지. 흐흐.
Dec 9, 2014
다큐 번역하다가 Richard Hammond가 아따니체의 까를로스님 닮아서 혼자 빵터짐... 저 브이넥 티샤쓰랑 고단해보이는 얼굴이 닮았어...ㅋㅋㅋㅋㅋㅋ 물론 눈동자에 저렇게 초점이 있으면 안 되지만...ㅋㅋㅋㅋㅋㅋ
Dec 9, 2014
통번역 일 맡길 때 클라이언트측에서 '쉬울 것'이라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낮은 요율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둘러대는 말이거나 완전히 무지에서 나온 말이라 실제 세팅은 전혀 안 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니 신뢰하지 않거니와 무례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쉬워서 뭐 어쩔 건데...-_-;) 그래서 이번 다큐 받으면서 '지난 번보다 아마 쉽지 않을까 한다'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진짜 지난번보다 쉽다. 시험 끝나고 진짜 퍼지고 싶어서 집중 하나도 안 되는데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Dec 9, 2014
"Sometimes I feel like you're not in this relationship." 이까지는 가지 말걸... OTL 아오 그래도 내가 후회한다고 자는 애 깨워서 (대화도 아니고) "통화하고" 그러지 말자.
Dec 7, 2014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은사님 딸내미가 이제 고등학생 된다며 조언을(...) 부탁하셔서 말만 들었지 목소리는 첨 듣는 애랑 30분 통화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 기억 잘 안 나는데ㅎㅎ 통화가 끝나니 내 앞에 오랜만에 작은 카오스가! 원래 통화는 낙서와 세트인데 정말 간만이다. 생각해보니 옛날에는 전화기 옆에서 통화를 하니 주로 앉아서 전화를 받으면서 낙서를 했는데 요즘은 (메신저를 하지) 전화도 오래 안 하거니와 할 때 장소 제약이 없어서 주로 누워서 하니 낙서할 일이 없었네.
Dec 7, 2014
난감하게도 요구하는 데가 있다고 해서 토익 쳐놓으려고 신청을 하는데 한 네 번 결제 단계에서 실패하고 나니 빡쳐서 그냥 핸드폰결제 했다. 핸드폰결제 빚진 거 같아서 싫어하는데 크롬이 싫다는데 어쩌겠냐... 뭐 돈 낼 때마다 이지랄이야 이지랄은.
Dec 7, 2014
또 시작이다. 누가 그리운지도 모르게 그냥 그리운 이 기분. 사실 이럴 때 누군가 그리운 게 아니다. 그냥 불안하고 외로운 것일 뿐. 남이 발바닥 때를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인 거다. 발을 빼버릴 만큼은 아니지만 눈을 질끈 감고 참아야 하는 정도로 간지러운 불안. 점심 먹자는 친구와 파티 가자는 애인의 제안을 거절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힘을 그러모아 청소를 하고 잠시 눕고 또 힘을 내서 빨래를 하고 또 눕고 힘을 내서 씻고 눕고 갖은 게으름을 피웠다. 이제 번역 시작하자. 너는 아무도 그리운 게 아니야. 그냥 도망가고 싶은 것일 뿐. 이렇게 간지러워하는 시간을 좀 줄여야 스트레스 덜 받고 능률도 오를 텐데. 그리고 진짜 그리운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땅고다. 시험 끝났는데 슈즈를 신은 일이 없다니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느낌이다. // 게으름 부리다가 밥 사러 가면서 올리브영 들렀는데 세일 중이라 콘돔 충동구매. 사가미 익스트림 도트형. 과연 어떨까나.
비밀의 공원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이라는 시 제목이 가끔 떠올라요. 이 글은 마치 제가 쓴것 같은 느낌;) 이라고 하면 이상하려나요. 파티나 이런건 아니지만
우붐_부움 와... 제목 좋네요,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든든합니다. :)
Dec 6, 2014
토요일 아침, 마미몬의 습격. 나는 아침 일찍부터 설쳐서 애인 집에 폰 찾으러 왔는데 폰을 받아보니 식장으로 안 가고 우리 집으로 향하고 계시던 부모님. 나 집에 없으니 식장에서 뵙자했더니 하신다는 말씀이...ㅋㅋㅋㅋ
Dec 5, 2014
애인 집에 폰을 두고 왔다. 사실 폰이 없다는 건 좀 좋은 일이라 굳이 빨리 받고 싶지 않지만 내일 하필이면 부모님과 할머니가 결혼식 때문에 서울 오실 예정이라 문제다 =_=... // 가습기에서 물 끓는 소리가 계속 나니까 친구같고 좋다. // 날씨 다큐 번역 시작해야 하는데 역시 발동이 잘 안 걸린다. 그 와중에 마감은 당겨놔서 골 때리는구만... 일요일에는 꼭 카페로 들고 나가야지.
Dec 4, 2014
엄마가 애인 만나는데 뭐 먹냐 밥도 얻어먹고 차도 얻어마시고 돈 10원도 쓰지 마라~ 맨날 그러시는데 예전에는 발끈해서 싸웠지만 그래봤자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서 요즘은 건성으로 알았다고 하고 말지만 알았다고 하는데도 5절까지 가면 진짜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사실 오늘은 내가 살 거유.
Dec 2, 2014
사실 지금 '언제부터 망한 걸까...' '노트부터?' '아니 아마 브레인스토밍부터...' '아니 난 입학부터...' 이러고 있는 것도 재밌다. 다 좋았던 시절이 될 거야. // 그리고 오늘 가습기가 도착했다! 거대 우주선 모양 가습기! 과연 내일 아침에는 눈알이 빠질 거 같지 않을런지 기대가 크다. 다들 망한 지점은 다르겠지만 난 노트부터 망했음. nearly 50 years를 미리 시작한 거랑 We appreciate your support 매끄럽게 못 치면서 멘붕한 직후에 못 알아보는 노트가 나온 게 참 컸다...ㅋㅋㅋ 쳇...
Dec 2, 2014
오늘 낮에 목이 좀 나은 거 같길래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약 안 먹고 커피 마셨더니 (약사한테 물어보는 거 깜빡해서 약이랑 커피랑 같이 안 먹으려고.) 목이 살짝 아프네. 그래서 아까 올리브 추출액 먹었는데 거기에 목감기약 투척. 그런데 목이 마르네. 근데 물이 없네. 다 씻었고 나가기 싫네. 그래서 홍삼 농축액도 꿀꺽. 몸 안에서 건강보조식품 두 가지와 알약이 친하게 지내고 있길 바란다...-ㅅ- // 오늘은 산경번역시험 BA, AB 두 개 치고 한영순차 시험을 봤다. 어제 영한순차 시험 치고 장례식장 다녀오니 너무 피곤해서 뻗어버린 덕분에 정말이지 아~무것도 다시 못 보고 갔는데 이미 다뤄본 주제(일본 추가 양적완화)가 나와서 심봤다. 시험 장소가 춥거나 아니면 찢어지게 건조하면서 덥거나 모 아니면 도인 곳이라서 핫팩을 배랑 붙이고 자스민차를 보온병에 담아갔다. 자스민차가 좋다. 만만한 스벅에도 자스민차 있으면 좋겠다. 스벅 차 종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아 이게 아니지. 어제 다리가 쪼개질 거 같길래 오늘은 그냥 늘어나서 커진 청바지에 내복 껴입고 갔다. 건강이 장땡이지, 특히 시험기간엔. 심지어 밥 먹으러 갈 때도 머리 아플까봐 패딩 모자 뒤집어쓰고 다녔다. 허허. 마음씨 좋은 동기 언니가 손수 만든 레몬청이랑 종이컵을 시험장 앞에 차려주었고, 또 다른 언니는 사탕을 두고 갔고, 후배들은 합격떡을 돌렸다. 딱히 떡이 먹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합격'이라고 붙어있는 걸 보니 욕심이 생겨서 가져왔다. 번역 시험은 그냥 무난했다. 밥 먹고 커피 사들고 12시 10분 쯤 입실. 실제로 시험 보러 간 건 4시 40분 경이니 정말 한참 닭장 안에 있었다. 닭장 안에서 처음에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옆에서 노트테이킹 연습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자 나도 마음이 흔들려서 결국 한 챕터도 다 못 읽고 시험을 앞둔 긴장감에 굴복했다. 한 사람이 읽고 대여섯 명이 노트테이킹을 하고, 읽어준 사람이 시작!을 외치면 다들 중얼중얼 통역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세 꼭지 돌리고 좀 쉬고 또 좀 하다 쉬고 이런 식으로 있다가 머리 식히자며 빙고를 세 번 했다. 마지막 빙고 주제는 '통역 시험 주제'였다... 정말 같이 시험기간이니까 가능한 그런 웃픈 주제... 25칸 빙고를 '기후 변화', '한미 관계', '원자력' 뭐 이런 식으로 채우는 거다. 그 중에 '수자원'을 쓴 애가 있었는데 실제로 한영통역 주제로 나왔다. (시발.) 그리고 또 시간을 이래저래 보내고 있다가 이번에는 전부 (스무 명 좀 넘었겠지?) 아까 한대로 누군가 대표로 읽어주고 노트테이킹하고 혼자 통역하기 연습 두 차례. 사실 다른 것보다도 이 진풍경이 다시는 없을 것 같아서 간단히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교실 가득 웅성웅성거리면서 각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통역을 연습하는 거다. 그리고 4분 30초가 되면 어김없이 '그만!'을 외치고 말이다. 한 문장 덜 말했다며 좌절하고, 위로해주고, 이 표현 어떻게 했냐고 여기저기서 질문이 터져나오고 누군가는 답이 있고, 자판기라도 된 것처럼 한국어를 밀어넣으면 영어가 쏟아져 나오고, 뻔하게 연설문에서 나오는 표현을 서로 읊으면서 (I am honored to share the stage with so many distinguished guests라든지 Thank you for gracing this event with your presence라든지...) 낄낄거리고, 그런 시간이 왠지 다시는 없을 것 같아서. 결과적으로 한영순차는 망했지만. (다시 한 번 시발!) 사실... 시험 세팅이 좀 작위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퍼포먼스가 크게 흔들린다면 그냥 떨어지고 다음에 다시 시험 보러 오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미 내 손을 떠났으니 운이 억세게 좋기를 바랄 수밖에. (아무리 생각을 그렇게 하기로 했대도 다시 시험 보러 오기 싫은 건 싫은 거다.) 수자원공사 잊지 않겠다... (고 하지만 똥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통역하고 싶은데 사실 그게 제일 아쉽지 뭐.) // 내일은 과기번역 BA, AB 치는 날. 그러면 이제 한동안 정말, 학생 안녕이다. 아마도.
Dec 1, 2014
알바 끝나고 택시 타고 집에 오는 중인데 나도 모르게 한숨을 크게 푹 쉬었다. "왜 그렇게 한숨을 푹 쉬어요?" "큰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요." "그런다고 뭘 바꿀 수 있나요. 닥치는 대로 해야죠."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목소리라 순한 양처럼 설득되어 뒷자리에서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목탁 소리가 조용하게 울렸다. 그렇게 조용히 한참을 가다가 아저씨가 또 말을 건네셨다. "무슨 시험이에요?" "졸업시험이요." "졸업시험이면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을 거 아녜요." 그리고 또 한참을 조용히 달리는데 괜시리 눈물이 났다. 철저한 타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건넨 위로에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 2년에 대한 이미지가 전혀 없었기에, 나는 그 공백을 회상으로 오롯이 채웠다. 라디오에서 David Essex의 A Winter's Tale이 흘러나왔고 나는 오늘 일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Therapeutic taxi driver.
Nov 30, 2014
내일이 졸업시험인데 동기가 부친상을 당했다. 생리통 때문에 아침에 잠을 설쳤다. 아침 스터디 못 가고 약 먹고 기절했다. 점심 스터디를 했는데 한영이 전부 5분씩 나왔다. (시험 때 제한시간 4분 30초임.) 겨울 내내 선방했는데 감기 기운 때문에 하루종일 머리가 아팠다. 애인한테 문자 한 통 없었다. 그 와중에 알바 가야 된다. = 우울의 레시피 완성. 그런 상태에서 제일 좋아하는 동기에에 연락했는데 이런저런 위로를 해주고는 전에 추천해 준 발랄한 노래를 들으며 귀가하라고 했다. 사실 그때 들어보고 내 취향이 아니어서 "경쾌하다!"고만 하고 특별히 좋다고 하지 않았던 노래였는데. 다시 들어본다.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널 응원해, 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좋다. 기분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The Vamps-Hurricane
Nov 29, 2014
"학생" 마지막 주.
Nov 28, 2014
뚜왓ㅠ_ㅠ!!!! 다큐 번역 기존에 얘기했던 요율보다 돈을 더 쳐줬다!!!! 왜 더 높게 책정해줬는진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5만원 더 들어왔다. 우와아아 ❤ 씬나~ 가습기 사야지~
Nov 28, 2014
1일에 저녁 먹고 잠. 6일에 저녁 먹음. 9일에 발보아 통역날 만남. 19일에 녹사평에서 저녁 식사. 정말 이것밖에 못 본 거야? 예전에는 못 봐도 통화는 거의 매일 했으나 이번 달은 거의 통화도 거의 안 함. 문자도 정말 가뭄에 콩 나듯 함. 이런 상황에서 한 일주일 내내 밤마다 온갖 전애인들과 오바마 대통령과(...) 친구와 가상의 남자와 연애를 했더니 이제 진짜 애인한테 연락이 오니 너 누구세요 싶게 어색하다. 에라이. 일단 시험이나 치자.
Nov 26, 2014
스터디 할 때 말고는 묵언수행이라도 해야겠다. 대체 시험 끝나고 바로 착수해야 하는 번역알바는 왜 받아놨으며 사은회 사회는 왜 보겠다고 했으며 온갖 송년회는 왜 잡혀 있고 이번달에 결혼식은 왜 두 개나 있는 거야. 짜증짜증짜증짜증짜증짜증짜증 버전의 내 마음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선배들한테 눈도장 찍어두는 게 중요하다잖아 따위의 말은 듣고 있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고 (뭐 틀린 말이겠냐마는.) 듣고 나서도 한동안 독처럼 내 안에 쌓여서 괜한 조바심과 불안감의 악취를 풍긴다. 주제를 가리지 않고 강하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딘가 싫다. 그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도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살고 싶다. 하나 해치우고 다음일 생각하고. 결국 내가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뿐인 걸. 요즘 짜증스러운 포스팅이 늘어나는 걸 보면 그냥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나보군... 아 그리고 고백하건대 애가 싫다. 예전에는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싫었지만 이젠 그 정도는 아니고 주변에 엄마들이 늘어나니까 그 고충을 조금은 생각할 줄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애가 예쁘다느니 귀엽다느니 천사같다느니 하는 소리에 들뜬 목소리로 동조하는 것만도 힘이 든다. 사실 별로 관심 없어서 다 꾸며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시험이 가까워오는 것도 있지만 그냥 같이 있을 때 완전히 편하지 않은 사람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해서 더 짜증이 나고 있는 거 같기도 하군... 그래서 시험 끝나고 사람 만날 일들도 다 싸잡아서 짜증이 난 거구만.
Nov 26, 2014
순차랑 번역 스터디양을 늘렸더니 손이 아프다. 오른손이 쑤신다. 종종 느끼는 건데 아무래도 시험 끝나면 마우스는 왼손으로 바꾸도록 훈련해야겠다. 내 소중한 오른손...-ㅅ- 그리고 순차 자료 읽어주는데 영혼이 입으로 튀어나가는 줄 알았다. 이제 시험 시작까지 나흘. 첫날 영한순차부터 말아먹지 않게 영혼 관리 잘 해야겠다. 별로 뭐 한 것도 없는데 피곤해서 돌아버리겠다. 그리고 영어도 한국어도 튕겨내고 있어서 땅고 음악으로 힐링 중...
Nov 25, 2014
내일 아침 9시에 스터디가 있었는데 거의 매주 취소가 된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는 취소에 내 지분도 있었기 때문에 (한 10프로 정도?) 그리고 나도 정말 아침에 일어나는 거 싫기 때문에 별로 거슬리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는 시험 전 마지막주라 안 취소될 줄 알았더니 아니나다를까 취소. 그것도 내가 방금 물어봤는데 내일 그 시간에 시험 있다고... 저기요 그럼 말을 미리 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내가 안 물어봤으면 언제 말해줄라 그랬냐 너... 그리고 스터디를 해도 크리틱을 너무 대충해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요즘. 불만 불만. 이건 그냥 내 느낌인 거지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심정으로 소리질러보자면 너 솔직히 내가 작년에 통역 잘 못해서 나랑 스터디하는 게 좋았던 거지! 내가 실력이 쌓이니까 예전만큼 내가 좋지 않지? 질투나지? 이렇게 써놓으니 대따 유치한데 진짜 저런 느낌 받을 때가 있다...-ㅅ-) 퓅
Nov 25, 2014
생각해보면 내가 번역 첨삭할 때도 한국어 문법 틀린 게 자꾸 나오면 열 받는데 졸시 채점하는 선생님들은 같은 내용 보고 또 보고 하다 보면 관사, 철자, 기본적인 문법 실수는 진짜 꼴 보기 싫을 듯...
Nov 24, 2014
목포MBC에서 내가 번역한 다큐가 지금 방영중이겠다... 우왕... 씐기해. 전국 방송은 1월이라고.
Nov 24, 2014
몇 주 전에 대통령의 글쓰기를 읽다가 옆에 있던 통역 노트에 막 메모해놨는데 그 때 이후로 통역 노트를 여러 권 해치워서 대체 어떤 노트에 적어놨는지 모르겠다...-_-;; 그러고보니 고곤의 선물 연극 본 것도 통역 노트에 적어놨는데 그건 좀 더 옛날이라 도저히 못 찾을 것 같다.
Nov 24, 2014
피곤한 하루의 끝에. 시험이 다가온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날도 다가온다.
Nov 24, 2014
사은회에서 사회 보게 됐다... 교수님들한테 살랑살랑 이런 건 진짜 못하지만 =_= 이런 거 하겠냐고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하기 싫지만 결국 한다고 답하는 건 퍼블릭 스피킹은 결국 해봐야 느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고보니 이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강조했던 거였다. 그리고 나는 무대에 서는 거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지만 끝났을 때의 그 뿌듯함에 중독된 인간이기도 하다.
Nov 23, 2014
영한번역 선생님이 과제 검토한 파일 마지막에 ♡ 붙여주시면 인정받았다는 기분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침... 한영은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음... 흑흑...ㅋㅋ 이 학교 들어와서 내가 얼마나 영어를 못 하는지 하나는 기막히게 배웠다......
Nov 23, 2014
어젯밤 꿈에 오바마랑 땅고를 췄다.
Nov 23, 2014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땅고 수업 안 듣고 밀롱가 안 다니고 그러다보니 술도 덜 마시고 페디큐어도 안 받고, 친구도 별로 안 만나고 쇼핑도 안 했다. 그리고 알바비도 들어왔다. 늘 20일 좀 넘어갈 때가 되면 돈이 궁해지는데 이번달은 놀라우리만치 많이 남았다. 늦잠 자서 택시 탄 적이 많았는데도! 신난다. 시험 끝나면 코트 하나 장만하고 애인이랑 양갈비 뜯어야지. / 엄마와 동생이 응원차 집밥 한 끼 해주러 왔다갔다. 졸업시험이 그렇게 유난떨 일은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엄마가 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서 오시라고 했다. 요즘 집에서 밥을 전혀 안 해먹는데 집밥은 그냥 밥 맛부터 달랐다. 시험 끝나면 밥 자주 해먹어야지. 내게 요리는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는 지표다. 요리 초짜인 나는 뭔가 하나 해먹으려면 한참 뭘 해먹을까 고민하고, 어떤 재료를 사야 하나 생각하고, 그 재료 남은 걸로 뭘 어떻게 할까 구상하는 등 온갖 생각을 하느라 실제 요리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요리 생각에 한참 얽매여있어야 하기 때문에 뭔가 해 먹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써도 괜찮은 상태라는 걸 보여준다. 한국 온 후로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급속도로 사라지는 걸 경험했고 시간을 최대한 남겨서 뭔가 다른, 그 자체로 생산적이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일에 써야된다는 강박이 자라는 걸 느꼈더랬다. 아무튼 덕분에 밥 잘 먹었네.
Nov 18, 2014
말이 많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게 점점 더 피곤해지고 있다. 그게 싫어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내 얘기를 너무 아끼게 되면 또 너무 의뭉스럽게 구는 것 같고 사람들을 쳐내는 게 아닌가 싶어서 조금 염려스럽기도 하다. 요즘 애인에게 좀 심드렁한데 사실 모든 사람에게 심드렁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을 보내는 면면을 살펴보면 여유가 없지도 않은데 내 마음에 여유가 없다.
Nov 16, 2014
카페에 나가서 스터디하고 공부하고 들어와서는 저녁 내내 길모어걸즈를 봤다. 으어. 이래서는 안 되는 건데 OTL... 그래도 귀여운 말을 하나 건졌다. "It's like having a perfect haircut every single day." // 로렐라이가 루크랑 헤어지고 he could've been the one 이라며 침대에서 찔찔 짜는데 나도 같이 눈물이 나는 것이... 슬픈 장면을 보고 가슴에 통증이 올 때가 있는데 꼭 특정 종류의 슬픔에만 반응한다. 드라마 보다가 느낀 건 오랜만이네. 헤어짐이 나를 그렇게 마음 아프게 한 게 대체 언제가 끝이었지. 이번주에 애인을 한 번도 못 봤는데 많이 아쉽지가 않다. 그리고 그와 헤어져도 내가 그렇게 괴로울 것 같지가 않다. // 드라마 보다가 문득 마우스 손목 받침대를 보게 됐다. 매일 쓰고 있지만 그걸 "보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지. 꿰맨 자국이 눈에 띄었고, 곧 내가 한 학기 하우스쉐어로 살았던 집 주인할머니가 내 방에 들어갔다가 옆구리가 터진 녀석을 보고 꿰매놓았던 게 기억났고, 그 당시에는 내 방에 들어간 게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지만 난 덕분에 손목받침을 계속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기억은 내게 매일매일 메일을 썼던, 그리고 인정하건대 내가 마음을 쏟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많이 사랑했던 구남친과 매일매일 굉장한 행복과 어마어마한 불행을 격정적으로 오가던 시기였다는 것으로 점철된다. 계속 녀석을 들여다보니 그때 내가 귀여운 닭 캐릭터를 꾸준히 좋아했다는 게 생각났고, 그는 내가 귀여운 닭 캐릭터를 좋아하는 게 귀엽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뇌를 공유하기라도 하는 양 귀신같이 내 취향을 알았다. 오늘 기억났으니 한동안은 아련하게 여기겠지만 곧 또 매일 쓰는 손목보호대로 전락하겠지.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
Nov 15, 2014
길모어걸즈를 보고 있는데 루크 아저씨 좋다. 원래 매사에 상냥한 사람이 아니고 로렐라이에게도 늘 상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덜 행복하고 덜 사랑하는 것 같지 않은 그 느낌이 좋다. 어제 시즌 5에... 에피소드 10? 정도였던 것 같은데 내가 아니라고 했으면 아닌 건데 왜 내 입장에서 생각 안 하고 니 입장에서 생각해서 내 말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일 때도 좋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자기도 로렐라이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좋았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남자를 만날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Nov 14, 2014
꺄르르르르르륵 자유의몸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드디어!!!!!!!!!!!!!!!!!!!!!
Nov 14, 2014
8분 분량 남았다^ㅂ^... 워메 힘든 거.
Nov 13, 2014
다큐 번역에 시간이 엄청 들어가면서 내 시급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ㅋㅋㅋㅋ 지금은 어디까지나 용돈 벌이에 연습이라는 느낌이고 재미도 있어서 괜찮지만 (내가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볼 수 있는 영한번역이란 이다지도 즐겁다!+ㅅ+ 친구가 편한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내 마음대로 쇼핑하는 즐거움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그렇다. 영어를 보는 순간 몇 가지 한국어 대안이 떠오르고 머리를 좀 더 쓰면 더 늘어나고, 아예 구조를 가지고 놀 수도 있고, 영상에 나오는 제스처에 맞게 순서를 가다듬으면서 뭔가 떠오르기도 한다. 매우 신남.) 나중에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할 때는 내 노동의 가치가 얼마인지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협상을 해야지 안 되겠다... 근데 식물다큐라 하다가 도저히 못 찾겠는 용어 같은 거 있을 때 디씨식물갤에 물어봤는데 바람처럼 답이 달리고 정확해서 매우 고맙다...ㅠㅠb 식물갤을 떠올린 내가 매우 대견하닼ㅋㅋㅋㅋㅋㅋ
Nov 12, 2014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번역일 받은 건 이번이 두 번째 밖에 안 되지만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정말 내 생각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든다. 이래서 영상 번역이 돈이 안 된다고 하는 거군...ㅋㅋㅋㅋㅋ 다행히 재미는 있다. 점점 내려놓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들었을 때 자연스러운, 좋은 번역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 일요일 통역이 수강생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연락이 왔다. 나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라 스탭 대화창에서 얘기한 걸 누가 캡쳐해서 보여준 거라 왠지 더 기뻤다. 그 내용 중에 "아무래도 본업이라"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내 '본업'은 쭉 학생이기만 했는데 이제 본업 이름표를 바꿔달 때가 얼마 안 남았네. // 토요일에 과제하고 일요일에 통역하고 번역 깨작거리고 월요일에 학교갔다가 번역 깨작거리고 오늘 아침에 번역하다가 학교갔다가 다시 와서 번역하고 있으니 만날 그렇게 일하는 내 애인이 참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면서 학교 다니는 동기들, 심지어 엄마이면서 다른 일을 하면서 학교 다니는 동기들(대체 이건 어떻게 가능한 거지)도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지만, 나는 대단하지 않아도 되니까 졸업 후에 일의 적정량을 찾아서 조율을 잘 해봐야겠다. 생각대로 다 되는 건 아니지만서도...
Nov 10, 2014
가을 스카프는 다 세탁했는데 겨울 머플러는 아직 세탁을 못 한 채로 바람이 갑자기 차져서 급한대로 그냥 며칠 두르고 다녔더니 바로 뾰루지가 올라와서 간만에 짜고 패치 붙이고 누웠다. 흑. // 뾰루지 보고 있는데 문득 이번주에 있었던 어떤 일이 떠올랐다. 대학원 친구 일곱 명이서 신나게 닭 뜯은 날. 늘 렌즈를 끼고 다니는 친구가 안구에 상처가 나서 요즘 안경을 쓰고 다니고 있다. 처음 쓰고 온 날 정말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손에 들고 다니더니 이젠 그냥 쓰고 있다. 아무튼 뭔가 그 친구의 안경 얘기를 하다가 다들 안경 관련 에피소드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학교에 안경을 쓰고 오는 사람은 나뿐인데 알고보니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안경을 쓴 경험이 있고 두 명은 라섹을 했지만 나머지는 집에 가면 안경을 착용한다고 한다. 게다가 다들 눈이 꽤 나쁘거나, 나빴거나. 유럽 여행을 같이 다녀온 사람들이 있는데 서로의 안경 쓴 모습을 수줍게 공개하던 순간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안경 쓴 걸 보자마자 "빵 터졌던" 얘기. 부끄러웠다는 얘기. 자기가 학교 다닐 적에 안경을 쭉 썼는데 대학 가면서 렌즈를 맞췄더니 동생이 사람됐다고 했다는 얘기. 안경을 쓰면 정말 쌍꺼풀만 보여서 엄청 공부 열심히 할 거 같은 얼굴이 돼서 끔찍하다는 얘기. 렌즈를 못 끼는 상황에서 안경 쓴 모습을 애인에게 보여주지 않기 위해 보이는 척 밥을 먹느라 뭘 먹었는지도 모르겠고 거의 반봉사 같은 데이트를 한 얘기. 뭐 온갖 이야기들이 이어졌지만 주제는 "안경을 쓰면 너무 못난 나"였다.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듣고 있었지만 모두가 겪은 일인 만큼 공감은 공명하며 점점 커졌고 누군가가 안경을 쓴 자기 모습이 지하철 차창에 비친 걸 보고 너무 못생겨서 죽고 싶었다고 말하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여러분, 이건 너무 슬픈 일이에요."라고 불쑥 내뱉었다. 그리고 일단 내가 안경을 쓰고 있잖아요, 라고 말을 이었다. 그랬더니 내가 안경을 쓰니까 속상했다고 생각했는지 너는 잘 어울리니까 괜찮아! 안경이 이목구비 같은 사람이 있어! 그냥 내가 못생겨져서 그래!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아니, 나는 내 안경을 아주 좋아하고 여러분이 한 말은 내게 전혀 그런 의미로 상처가 되지 않아요. 그게 아니라 어떻게 여러분이 말하고 있는 그 "죄악과도 같은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을 바로 앞에 떡하니 두고도 이 얘기가 저 사람한테는 어떻게 들릴까를 고려해보지 않았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요. 이런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써 줄 수 없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면들에 대해서는 더 말해 뭐하겠어요. 그 점이 참 싫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안경을 쓴 "자기 자신"을 증오하게 됐어요? 여러분 얘기를 듣고 있으니 그냥 안경이 나한테 좀 잘 안 어울리는 물건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지 않았어요. 안경 쓴 "여자"는 못났다는 그 생각은 어디서부터 그렇게 강력하게 내재화돼서 여러분을 괴롭힌 거예요? 남자애들이 그렇게 말했다, 동생이 그렇게 말했다, 부모가 그렇게 말했다 같은 것들. 반박할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아까 나한테 안경이 이목구비 같은 사람이라고 했죠. 그건 그냥 내가 자주 안경을 쓰기 때문에 익숙해서 그런 거예요. 주체를 못하고 줄줄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 "언니, 우리가 진짜 심각하게 그런 말들을 받아들였으면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 못했지"라 말했다. 더 이상 분위기 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웃으면서 얘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생각은 더 공고해지고 누군가는 자기 생각보다는 좀 더 과장된 얘기가 오가도 마치 동조하는 것처럼 굴게 되고 그런 불쾌한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너도 누군가에게 툭 안경은 죄악이라는 메시지의 말을 내뱉게 될 거라고, 그리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거니까 불편해도 뭐라 말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질이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나도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 그래요 솔직히 예뻐보이고 싶을 때 웬만하면 안경을 벗어요. 나도 자유롭지 않다는 걸 인정해요. 어디까지가 괜찮은 선인지는 모든 문제에서 답을 내리기 힘든 문제예요. 답이라 할 만한 걸 내려면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그래도 나는 여러분이 얘기한 것 중에 많은 부분이 괜찮은 정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고 특히 (심각한 건 아니었겠지만 말이나마)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는 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Nov 9, 2014
발보아 강습 통역 끝. 지난번 린디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뜻밖의 복병은 사람 이름이다. (아, 그러고보니 교과서 때도 그랬구나. 그때는 사람 이름이랑 직책이 문제였지. 누가 질문을 했는데 그 사람 이름은 보이는데 직책이 안 보여서 그냥 ~~님으로 통역했던...) 지난번에는 프랭키였고 이번에는 맥시.. 둘 다 워낙 big name이라 당연히 이름은 알고 갔는데 오늘은 성이 잘 안 들리는 거다... Maxie Dorf인데 Maxie... Dwarf...? 이렇게 들려서 차마 성은 말을 못했다. 이럴 때는 shout in doubt 하라고 하는데 그것도 배짱이 있어야 하지 원.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시작 직전에는 어김없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오늘도 직전에 뭐 먹다가 체할 뻔. 끝내고 나오면서 애인에게 언제쯤 스트레스를 덜 받을까 물었다. 대답은... "너랑 나랑 하는 일은 다르지만 내 일을 기준으로 말해주자면, 시간이 지난다고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진 않아. 오히려 경력이 쌓이고 잘하면 잘할수록 기대치가 높아지니까 스트레스 더 받지. 관건은 스트레스 관리법을 익혀서 스트레스의 영향을 줄이는 거야." 맞는 말이다~_~ 그래서 이번에도 하기 직전에는 진짜 내가 왜 한다고 했지 엄청 후회했지만 다 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다. 내가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지 겪어보고 그 과정에서 내성도 약간씩 쌓아가는 거다. 그리고 애인의 스트레스 관리법은 "미리미리 해서 스트레스 받을 타이밍을 내가 정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Nov 8, 2014
세탁소에서 받아온 세탁증을 봤는데 내 이름을 말한 적 없는데 이름이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다. 손님이 한둘이 아닐 텐데 어떻게 기억하셨지? (하고 보니 6년 째 같은 곳을 이용하고 있긴 하지만...ㅋㅋㅋ) 그러고 나와서 집앞 이니스프리에서 핸드크림을 샀는데 직원분이 하명란 님 맞으시죠~ 하고 바로 적립을 해줬다. 아리따움에서 종종 눈썹 정리 해주시던 분! 허허. 그래도 이름을 기억하다니. 왠지 진짜 이 동네 주민 같은 밤.
Nov 8, 2014
“우리는 옛날에 손으로 막 써서 외우고 그랬잖아요. 요즘 애들은 시청각 자료로 보고 배우더라니까. 그래서 요즘 애들이 우리 때보다 더 창의적이라는 거지. 암기한 거는 그렇게만 딱 나올 수 있잖아요 왜. 그리고 우리는 그림 그리러 밖에 나가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사진 딱 찍어가지고 교실에서 보고 그리더라구요. 그리고 미술 시간에 클래식 같은 걸 틀어주다가, 요즘은 그걸 안 한대요. 아이들 음악 취향이 다 다르니까, 인권을 무시하는 거라고.” 머리 싸매고 번역하고 있는데 뒷 테이블에서 이런 얘기가 스멀스멀 들려서. 음... 음? 시청각으로 보고 배우면 어떻게 자동적으로 창의적이 되는 건지 잘 모르겠고, 밖에 나가서 그리는 것보다 사진 찍어 와서 띄워놓고 그리는 게 왜 더 좋은 변화인지 잘 모르겠고, 인권을 왜 저런 데서 찾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워졌다. 음...????? 아무튼 다시 음악을 들으며 번역해야...
Nov 8, 2014
토요일마다 스터디하러 오고 있는 카페. 오늘은 스모키하고 초콜릿 잔향이 두드러지는 커피를 내왔다. 안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었더니 오더를 깜빡해서 늦어진 게 미안하다며 과자를 같이 갖다 주셨다. 그렇게 늦은 줄도 몰랐는데! 하루에 커피 한 잔만 마시는데 그 커피가 맛있으면 기분이 좋다. 아침에 왠지 어두침침하니 날씨가 안 좋아서 마치자마자 집에 기어 들어가고 싶어졌는데 좀 버텼더니 다시 해가 반짝 뜬다. 안 가길 잘했다. 오늘의 목표는 일단 과제 두 개를 마치고 번역할 다큐 영상을 한 번 보는 걸로. 스터디하러 오는 길에 보니 이 부근 성북천 어드메에서 12월 초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다. 그때면 시험이 끝났을 때니, 가벼운 마음으로 (...과연?) 와봐야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니 오랜만이다!
Nov 8, 2014
영한번역 의뢰를 받아서 오늘 파일을 받았는데 수업 때 보던 포맷 그대로라서 신기하다. 그런데 수업 때보다 좀 더 길고, 좀 더 정확성에 대한 부담이 있고, 이걸 마치면 돈을 준다! 주제는 밑도 끝도 없이 식물이다. 통번역 일을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소마틱스, 린디합, 모래놀이, 교과서, 발보아, 이제는 식물 다큐라니. 들어왔다가 중간에 엎어진 것 중에는 김치랑 패션이 있었다.
Nov 7, 2014
엄마가 매년 사라고 성화였는데 괜히 짐 늘려 뭐하나 싶어서 안 샀던 미니 돌뜸. 왠지 요즘 잠자리 누웠을 때 으슬으슬한 게 싫어져서 못 이기는 척 샀는데 워메 좋은 거. 전기 장판 싫어해서 안 쓰는데 이거 딱 좋구만! 배가 뜨끈뜨끈하다아. // 어제 처음 헤어팩이란 걸 해봤는데 확실히 머릿결이 좋아지는구나! 동생이 선물해준 스크럽으로 몸도 문질문질하고 손톱 발톱 손질도 받았고 왠지 이런 사소한 것에 시간과 마음을 쓰면서 지내고 있다. // 영한미디어번역에서 손 댈 데가 없는 번역이라는 칭찬을 들어서 왠지 자신감 업 돼 있던 차에 마침 영한 다큐 번역 의뢰가 들어와서 냉큼 받았다. 재... 재밌겠지?
Nov 5, 2014
주말에 발보아 행사 통역 봉사 의뢰가 들어왔는데 고민하다가 한다고 했다. 봉사니까 대충 해도 되는 건 절대 아니지만 확실히 시작 전까지 긴장도는 많이 낮고, 그러면서도 스트레스 관리법 익히는 데는 적당히 도움이 돼서 아직은 실전 경험이 부족한 내게 좋은 연습이다. 그리고 예전에 생판 모르는 린디 통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발보아라. 이렇게 한번씩이라도 발을 담궈놓으면 다음에 언젠가 땅고 통역할 기회가 왔을 때 '그래 내가 안 추는 춤도 통역했는데 추는 춤이면 더 쉽지!'라며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맡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다.
Nov 5, 2014
갑자기 청소 발동 걸려서 싹 치우고 겨울 옷도 꺼냈다. 선물 받은 옷, 누구랑 어디서 같이 간 옷, 언제 입었던 옷 이런 식으로 기억들이 확 올라오는 그 감각 때문에 물건을 잘 못 버린다. 내놓고 입다 보면 익숙해져서 별로 생각하지 않게 되는데 옷 챙겨 넣고 꺼낼 때면 기억들이 이렇게 덮쳐온다. // 네이버 메일은 알림이 빠릿빠릿 오는데 지메일은 왜 알림이 안 오는 거냐, 앞으로 지메일을 주로 쓰려고 했는데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만져보는데 정말 간만에 옛애인의 메일 폴더가 눈에 들어와서 열어봤다. 8월부터 12월까지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빼곡하게 쓴 메일들이라니. 내 지난 애인들 중에 유일하게 지독히도 많이 싸웠던 남자. 세심한 남자는 내 마음결을 잘 어루만져주고 재밌지만 예민함도 동반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해준 사람. 에너지 소모도 엄청났고 결국 이를 득득 갈면서 헤어졌지만 생각해보면 나랑 제일 쿵짝이 잘 맞았었지. 아무튼 다 지난 일. 기록을 해놓는다고 늘 다시 꺼내보는 건 아니고 영영 안 보는 기록도 많겠지만 그래도 기록이 있어야 이런 우연한 상기도 있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블로그를 되살려야겠는데...-_-;; 마음만 먹고 실행이 안 된다. 가끔 긴 글도 쓰고 주단위로 피드 포스팅도 묶어놓고 싶은데 늘 마음만 있다. 쩝.
Nov 5, 2014
애인 폰에 있던 여름 사진을 이제야 받았다. 간만에 모아 보니 여름 햇살이 벌써 그립다... 끄흥. 좋은 시절이었구나. 지금도 분명 좋은 시절이겠지. // 사진이랑은 별개로, 한동안 그릇이란 그릇마다 찐득한 뭔가가 묻어나와서 이게 대체 뭔가 궁금해하기만 하던 것에 대한 답을 찾았다. 고무장갑이 낡아서 녹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건 또 처음이네. 말하자면 그릇마다 고무장갑 껍질이 찐득하게 붙어 있었던 거지. 칼 씻다가 왼쪽 고무장갑에 구멍이 나서 낱개로 파는 걸 산 건데 질이 안 좋았던 모양이다. ~_~ 아무튼 궁금증 해결. 애꿎은 스펀지만 바꿨네.
Nov 4, 2014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중에 스터디가 낮부터 시작하는 유일한 날, 화요일. 청소...를 할 수도 있는데 일단 돈 들어온 기념으로 벼르던 네일을 받으러 왔다. 목욕탕과 네일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왠지 목욕탕 갔다가 스터디 가면 몸에 한기 들 거 같아 ~_~)a 네일샵까지 나온 김에 세탁 맡길 옷도 들고 나왔다! 아 좋아. 하루라도 아침에 여유 부릴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Nov 3, 2014
지지난주 금요일이 알바였으니 방바닥 한가운데에 떡하니 종이더미가 쌓이기 시작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자료 분류하고 필요 없는 건 버리고 바닥 한번 싹 닦아야 하는데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적어져서 짬이 잘 안 난다. 발동 거는 데 한참 걸려서 청소 한번 하려면 집에서 최소 반나절은 뒹구는 날이어야 하는데 그런 날이 없음. 웬만한 짬은 다른 에너지 보충용 행위-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나 음악을 들으면서 널부러져 있거나-에 써버리기 때문에 매일 마음의 짐으로만 남아 있다. 이번주에는 꼭 치워야지. 하고 싶은 일은 보이후드랑 만추 보기, 목욕탕에서 때목욕하기, 네일 기본 관리 받기, 탱고 강습 듣기...인데 반만 하면 좋겠다. 스트레스 받으니 목이 뻣뻣한 게 느껴지고 몸도 무거워서 탱고를 한 달 정도 멀리하려고 했는데 엘불린 생일밀롱가 영상을 보니 너무 좋아서 가슴이 울렁거려...ㅠㅠ 아아...
Oct 30, 2014
ㅋㅋㅋㅋㅋㅋㅋ알바하는 거 사진찍혔는데 뽜워 아웃 오브 포커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쪽에 앉아서 찍사 아저씨한테 미안할 지경...
Oct 29, 2014
계좌 잔액이 핸드폰 요금보다 적으면 통신사에서 자동이체로 싹싹 긁어가고 0원이 남아있다. 그러면 다음 돈 들어올 때까지 한 일주일 정도 통신사에 몇 천 원에서 몇 만 원 빚진 상태로 살게 되는데 그 0원 통장이 되게 별로다. 11월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은 전혀 없지만 돈은 좀 빨리 들어오면 좋겠다~~
Oct 28, 2014
더 추워지기 전에 가을길을 걸었다. 나무가 우거진 길이 좋고 위치도 집에서 가까워서 하굣길에 있는 연구소들 중에 첫직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별헛생각을 하면서. (통역사를 안 뽑을 가능성이 더 클 걸...) 어제는 중간고사 피드백을 받았는데 "나무랄 데가 없다"는 나무랄 데가 없는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보면 내가 통역 좀 잘못했다고 뭔 큰 일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잘하면 칭찬도 해주는 학교란 건 얼마나 호락호락한 곳인지 원. (그래서 돈은 안 준다.) 요즘은 누가 그리운지도 모르게 계속 그립다. 대학가에 살아서 다행이다. 얼마전 길을 가다가 엄마 닮은 뒷모습에 눈물이 왈칵 났다. 시시콜콜 일상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더 입댈 것도 없이 나란히 앉아 따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친구도 자주 생각난다. 어제 알바하고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다 잡은 택시에서 쳇 베이커 I Get Along Without You Very Well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게 따스하게 기억에 남아서 오늘 노래를 몇 곡 받아 들었다. 그러고보니 어젯밤 꿈에 나는 레즈비언이었다. 상대방이 왠지 아는 사람인 거 같은데 기억이 흐려져서 잘 모르겠다. 한참 탱고 강습 자주 듣고 운동하고 애인이랑 가끔 스윙바도 가고 할 때는 음악 틀어놓으면 몸이 가벼워서 그저 덩실덩실했는데 이제 몸이 안 움직인다. 입 안에만 흥얼흥얼하고 몸까지 연결되려면 한참 걸린다. 이게 몸이 둔해지는 거구나. 내 생의 대부분은 둔한 채로 보내서 그 차이를 잘 몰랐다.
Oct 27, 2014
시부럴 생리통... 정직해도 너무 정직해주시는 거지. 런던에서 탱자탱자 살 때 내 생애 처음 생리통이 없어졌고 돌아오니 다시 생겼다가 대학원 들어오고 체력이 너무 달려서 운동 시작한 다음 없어졌는데. 요즘 운동 관둠+탱고도 거의 못함+스트레스 절정 상태에 알바 때문에 며칠 미뤄지기까지 했더니 생리통이 극강이네. 야 좀 자자. 조옴.
Oct 27, 2014
알바를 월요일 친구와 바꾸고 오늘은 늘어지는 하루를 보냈다. 어제 기력을 다 회복하지 못한 채로 친구 생일 축하 자리에 가서 극기훈련하는 기분으로 걸어다니다가 애인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퍼진 다음 오늘 하루종일 퍼졌다. 달기만 해서 와인으로는 맛이 별로지만 포도 음료라고 생각하면 꽤 맛있는 와인을 홀짝이면서 빈백에서 늘어져있다가 장난치고 섹스하고 그대로 기절했다가 올라가서 자려는데 추워서 전기장판 틀었다가 일어나서 껐다가 땀에 끈끈해진 채로 뒹글다가 일어나서 또 한참 꼼지락대다가 섹스하고 게임하고 뭐 그런 정말 게으르디 게으른 주말. 생리 할 때가 됐는데 계속 시작할 기미도 안 보이더니 그렇게 쉬니까 금방 시작되는 건 역시 몸이란 정직하다... 지금 정말 하고 싶은 건 뜨거운 욕조에 몸 담그기. (못하지만.) 알바 한 번 했다고 이렇게 너덜너덜해지다니. 아무튼 오늘 잘 쉬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너무 잘 쉬어서 지금부터 과제해야 함... 그리고 오늘 잘 쉰 덕에 내일 알바를 가야 하지...-ㅅ-) 아 그리고 안마 받고 싶다. 12월에 시험 끝나면 어디든 좋으니 애인과 비행기 타고 나가고 싶다.
Oct 25, 2014
학교 센터에서 들어온 첫 알바를 했다. 이게 정말로 처음 하는 알바였으면 포기 직전까지 떨렸을 거 같은데 다행히 딱 포기하지 않을 만큼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서 다행이다. 처음 남들 앞에서 통역한 건 무료 봉사였고, 다음은 친구가 소개해줘서 4명이라는 소수 인원 앞에서 순차 통역하는 거였다. 처음에도 꽤 떨렸고 (해보니 봉사자를 쓸 만큼 별 거 아닌 일이었지만) 다음번에는 돈 받고 하는 첫 통역이라 준비도 많이 하고 전날밤에 잠도 못 자고 했더랬지. 이번에는 심포지엄 수행통역이었는데 정말 가볍게 생각하고 받은 일인데 아뿔싸... 알고보니 9시간 가량 옆에 붙어 다니면서 위스퍼링하는 거였다. 게다가 심포지엄 세팅. 위스퍼링이라니...... 정신이 아득...ㅋㅋㅋ 죽으로 아침을 먹는데 토할 거 같아서 겨우겨우 물로 삼킬 만큼 떨렸다. 그래도 오찬, 만찬 밥통이 두 번 있는데 제대로 못 먹을 테니 뭐라도 먹고 가야 한다며 정말 꾸역꾸역 먹었다. 통역 관련해서 기억해놓을 것들은 다음에 다시 쓰고... 아무튼 어제 진짜 하루종일 엄청 집중해서 한국어 듣고 영어로 옮겼더니, 자축의 의미로 맥주 한 병 사들고 들어와 마시는데 진짜 한국어도 영어도 듣기 싫어서 드라마도 노래도 안 틀고 그냥 술만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세수만 겨우 약식으로 하고 기절. 그 기분이 참 신기했어서 적어 놓는다. 진짜 소리를 차단하고 싶었다.최근에 오른쪽 손모가지가 좀 아파서 (스마트폰+마우스+노트테이킹 탓) 와 이것도 신경써야겠구나 싶었는데 통역하고 살려면 귀도 좀 신경써줘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밥통하는데 정말 옆옆자리만 돼도 잘 안 들려서 힘들었다...=_= 그렇다고 대빵한테 크게 말해달랄 수도 없고. 그리고 내 옆자리에서 나한테 말 거는 사람이 너무 미웠음... 밥도 못 먹고 낑낑대고 있으니까 안쓰러워서 그러는 거 같은데 그 심성은 참 곱지만 당신이 한 마디 하면 난 다른 사람이 하는 말 한 마디가 안 들린다고요ㅜㅜ 그리고 점심은 먹고 왔다고 하면 그만인데 저녁은 분명히 내가 점심부터 같이 있었으니 안 먹은 게 너무 확실해서 그렇게 말할 수도 없고 다들 자꾸 먹으면서 하라는데 그럼 말을 하지 마시든가요 ;ㅅ;)?! 예전에 선생님이 코스 물리고 수프나 죽 같은 걸로 시켜서 앞에 두면 된다고 했는데 그걸 언제 말을 꺼내야될지도 모르겠고 ㅜㅜ 초짜는 어리버리해서 타이밍 잡기 어려웠다.
Oct 23, 2014
그저께 통역 자료를 받았는데 200페이지라 식겁하고 어제는 알고보니 위스퍼링이랑 밥통을 여러 시간 해야 되는 일이라 또 기절초풍하고 자료를 읽어보니 너무 재미가 없어서 좌절하고 있는데... 친구도 내일 통역 나가는데 오늘 490페이지짜리 자료를 받았단 얘기를 듣고......... 그냥 이런 동네구나, 여기. 싶어서 초연해졌다...
Oct 22, 2014
아침부터 여러모로 스트레스 받아서 마음이 약해진 날이었다. 왠지 일진이 좋지 않달까. 하루종일 비에 젖은 신발을 신고 다녔다. 통역 나갈 행사 자료를 열어보니 길이가 200페이지라 식겁하면서 도저히 더 버티지 못하고 계획보다 일찍 집에 들어와버렸는데 그렇게 들어와서 발을 뽀송하게 말리니 기분도 나아지고 꽉 막혀있던 일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애인의 목소리도 들었다. 최근에 내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전화도 제대로 못하던 차였다. 친구와 수다도 잠시 떨고. 그제서야 통역 나갈 때 뭐 입을까 고민이라 하자 우르르 조언을 해주고는 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챙겨주는 사람들의 얼굴, 참 다행히도 첫 일을 혼자가 아니라 동기와 같이 하게 된 그 소소한 행운 같은 것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내 마음을 받쳐줬다. 내일도 시험이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Oct 21, 2014
뉴스 번역 알바가 가끔 속 뒤집히는 뉴스 나오면 진짜 번역하기 싫어지긴하지만 아무튼 대체로 내용이 무난 & 다양하고 무엇보다 안정적 수입원이 되어줘서 때로는 고맙기까지한데 이게 한 3시간 정도 초집중 상태로 급속 번역을 하다보니 하고 나면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요즘 워낙 피곤에 쩔어있어서 알바 갈 시간쯤엔 기어서 갈 지경이라 조금만 하고 오면 쓰러져 잘 거 같고 더 길게 하면 번역에 기를 다 빨려서 탈진해서 기절할 거 같은데 뭔가 딱 원래 있던 피로는 마치 카페인 꽂은 것처럼 반짝 해소되고 번역에서 오는 피로가 어떤 수준에 도달하기엔 약간 못 미친 시간이라 그런 듯. 오늘 영한순차 시험을 쪼매 망했는데 그 주제랑 비슷한 단어가 왕왕 튀어나오는 ITU 전권회의 꼭지 번역을 두 개나 해서 계속 내가 시험 때 지껄이 개소리가 떠올라 하이킥 한 열 번은 했다. 워메... 하지만 번역 속도는 거의 신들린 속도였다. 박 대통령이 하는 말은 영혼 없이 번역하면 엄청나게 빠르게 번역할 수 있다. 아마 영혼이 없다는 공통점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덕분=_=에 진짜 놀랍게도 오늘 11시 반에 퇴근함.
Oct 18, 2014
집앞 쿠트랩에서 이런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내일 볼까 생각 중...ㅋㅋㅋ 일어나자마자 예매부터 할까^.^?
Oct 18, 2014
어제는 스터디 하다가 하늘을 봤다. 이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야. 그런 생각을 했다. / 토요일 스터디는 한성대입구역에서 하는데 골목으로 들어오면 여기 분위기 참 한적하고 좋다. 스터디는 명분이고 점심 먹기 위해 만나는 기분 ㅋㅋㅋ 이것도 얼마 안 남았다. 아마 졸업시험 후에 좀 놀다가 다시 스터디 하긴 하겠지만.
Oct 17, 2014
애인이랑 통화하는데 간만에 회사 욕을 바가지로 들었다. 격앙된 상태라 영어만으로 블라블라 계속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국어 단어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Anyone with 눈치 would've known! 눈치ㅋㅋㅋㅋㅋㅋ 영어에 딱 맞아떨어지는 말이 없다는 그 단어ㅋㅋㅋㅋㅋ 암튼 애인은 "내일모레" 워크샵(=장기 회식)가자는 대표의 제안(or 압력)에 적당히 뭉개다가 간만에 외국인 카드를 꺼내들고 내일모레를 내일과 모레로 알아들었다며 발뺌했다 한다... 어머 내일모레 가자는 게 모레랑 그모레 가잔 거였어? 난 또 내일이랑 모레 가자는 건 줄 알았지~ 그럼 아쉽지만 안돼 미안~
Oct 16, 2014
널찍하게 써서 그런 거지만 요즘은 통역용 노트를 일주일에 한 권씩 써제끼고 있다. 진작 이렇게 했어야 됐나...ㅋㅋㅋㅋㅋ 예전에는 학교를 설렁설렁 다녔는지 이렇게 금방 닳지도 않고 밤이 되면 아무 택시나 잡아타고 집에 가고 싶다거나 너무 힘이 없어서 의자에서 침대까지도 한참 멍때리다 가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는데 요즘은 슬슬 힘이 달린다. 근데 일주일에 한 권이니 이제 한 여섯 권 쓰면 졸업시험이란 말이다. 아마 시험 가까워지면 스터디양을 늘릴 테니 한 여덟 권 정도가 될 수도 있지만. 노트랑 펜 사재기 하는 것도 한동안 안녕이겠구나.
Oct 15, 2014
비정상회담 보다가 속이 답답해서 한 세 번쯤 일시중지했다 다시 봤는데 이번 편은 그냥 여기서 그만 봐야겠다.
Oct 13, 2014
이번 학기에 운이 참 좋게도 계속 '아, 이거라면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할 때만 통역 지목을 당하고 있다. (아... 딱 한 번 예외가 있긴 했지만.) 덕분에 한영순차 선생님과 같은 반 친구들은 내가 늘 안정적으로 통역을 잘하는 줄 알고 있다... 오늘도 스터디 때 한영 4분 읽어준 걸 5분 30초씩 나와서 머리를 쥐어뜯었는데 수업 때는 3분 20초를 3분 15초로 들어오는 쾌거를~_~)a "굉장히 잘하시네요." "왜 이렇게 잘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통역 스타일이에요. 차분하고 속도감도 좋아요." "늘 들으면 속이 시원해져." 같은 말들을 들으면서 들뜨고 신바람도 나는데 동시에 매수업마다 굉장히 긴장된다. 내 실력이 뽀록날까봐~_~ 아무튼 오늘은 잘 넘겼다! 게다가 오늘 동시입문 수업에서는 전체 중에 이 부분만 사기야... 라고 생각되는 2분 정도만 선생님이 들으셨다=_= 나머지는 정말 폭삭 망했는데 말이다...ㅋㅋㅋ 전문순차 수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이어져 선생님이 나를 똘똘이라고 부르고 있다. 억세게 운좋은 학긴가보다. 졸업시험같이 한방에 당락을 결정하는 시험은 운이 정말 중요한데... 이 운이 졸시까지 계속되면 좋겠다고 바랄 뿐이다.
Oct 13, 2014
애인의 은사님이 13년 만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는 일감을 물어다줬다. 워커홀릭시키 또 한다고 했어... A 프로젝트는 B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고 C는 D에 도움이 되고 또 D가 A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뭐 그런 식인 모양. 간만에 은사님이랑 전화하면서 근황 얘기하는 걸 녹음했다. 남한테 영어로 말하는 거랑 나한테 영어 한국어 섞어서 말하는 거랑 말투가 약간 달라서 진짜 편하게 영어하면 섹시하다...ㅋㅋ 둘만의 작은 세상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주말이었다. 알바 다녀와서 불을 켜자 정말 간만에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맞아주었다. 오동통 젤리 같은 나의 그대.
Oct 10, 201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그라든다... 자기 살아온 얘기로 약 잘 파시네... 우리 엄마가 나에 대해 얘기할 때 수준으로 자기 얘기를 하시는데 정말 얼굴에 철판 깔고 저러는 것도 능력이다... 아 나는 왜 오늘 이어폰을 집에 두고 왔나... 새로 사야 되나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 여자는 진짜 궁금해서 자꾸 물어보고 있는 건가... 커피 적당히 마시고 슬슬 나가주면 참 기쁘겠는데 하루종일도 말할 거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계발서 랩 하시는 중)
Oct 10, 2014
침대 머리맡에 독서등을 달았는데 써보니 신세계다...❤ 내일 수업 자료 읽다가 스르르 누워서 불을 톡 끈 순간 소비의 달콤한 과실을 입 안 가득 베어문 기분이ㅋㅋㅋㅋ 캬
Oct 9, 2014
여느날과 다를 것 없이 학교에 간 날. 스터디를 하는데 언니 둘이 이제 (졸업시험까지) 일곱 번밖에 안 남았다는 걸 너무 몰아치듯이 얘기해서 숨이 막혀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번역스터디를 꾸역꾸역 끝내고 동기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랑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이제 일곱 번 남았으니까 후회 안 남게 해 보려고 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친구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긴 속눈썹을 팔랑이며 눈을 말끔하게 뜨고는 잠시 말 없이 밖을 바라봤다. 후회 안 남게. 그 말에 왠지 상쾌해졌다. 간만에 걸어서 하교할 짬이 나서 좀 걸었다. 마음에 걸리던 일들을 다 처리하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가로수가 빽빽한 하굣길에는 가을이 스미고 있었고 하늘은 넓고 높았다.
Oct 7, 2014
"오늘 우리집으로 올 거야?" "아니?" "그래? 그럼 맥주 한 잔 하고 가자." "뭐야~ 내가 집에 당연히 같이 갈 줄 알았던 거야? 같이 갔음 좋겠지?" "아니. 그냥 오는지 물어봤을 뿐이야." "하지만 내가 갈 거란 생각이 조금이라도 안 들었으면 그런 질문 자체가 떠오르지 않았을 거 아냐?" "아니 난 그냥 니가 올 거면 같이 집에 가고 안 올 거면 맥주 한 잔 하고 싶어할 거 같아서 물어본 것 뿐이라니까." "But where's you in that question then? It's only about what I want. What do YOU want?" "I wanted to know whether you were coming or not.” “Aaaargh, you’re such a programmer!" ...이런 대화가 오갔다. 결국 1. 나랑 같이 집에 간다. 2. 맥주 한 잔 한다. 3. 그냥 집에 따로 가서 쉰다. 셋 중에 가장 마음이 쏠리는 게 뭐냐고 나눠서 물어보고 3번이라는 답을 얻어서 지하철역에서 지하철 한 대 보내면서 데미소다만 나눠마시고 바이바이했다. 그런데 그가 물었다. "What do YOU want then?" 헉. "니가 원하는 거에 맞춰서 뭔가 하려고 했을 뿐"이라는 애인에게 그건 니가 원하는 건 아니잖아, 라고 닦달한 주제에 나도 결국은 "난 니가 원하는 거에 맞추고 싶단 말이야 니가 원하는 걸 말해!"라고 한 꼴이었던 게 아닌가...
Oct 7, 2014
내일 동기들이 플리마켓 같은 걸 하는데 도와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다. 들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관심이 전~혀 없었던지라 거기 앉아있을 시간에 혼자 커피나 마시고 싶은데 거기에 거절을 못해서 반나절을 끙끙댔다. 이런 거 물어봤을 때 거절보다 무응답이 더 짜증나는 걸 알아서 웬만하면 빨리 결정하고 답을 주는데 이거는 정말 하기 싫었어...... 하지만 결국 그냥 도와주겠다고 답을 보내고 말았다. 시부렁... 거절 그거 어떻게 하는 건가요...
Oct 7, 2014
오늘 동시 수업 주제가 인권이라 바로 이어 하는 스터디에 일다에서 성폭력 관련 자료를 들고 갔다. 성폭력 가해자를 인터뷰해 펴낸 괴물이 된 사람들 서평과 가해자가 생존자에게 다양한 의미망을 가진 인물일 수 있다는 점을 (아니, 사실 그런 인물이 가능성이 아무 관련 없는 인물인 것보다 높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편집해서 들고 갔다.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이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 항변하면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쉽게 얘기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한 성폭력 생존자의 기고글도 읽어보라고 들고 갔다. 한번 더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내 주변에서 혹은 나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걸 기억했으면, 그래서 말 한 마디도 좀 더 민감하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성폭력이 성욕 해소를 위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힘 권력 남성성 따위를 확보하려는 동력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데 결과는...거세를 해야 한다느니 (성욕 때문만이 아니라고 했잖아...), 가해자는 찌질이라느니 (멀쩡해보이는 사람도 저지른다고 했잖아...), 게다가 사회적으로 가해자를 공포의 대상으로 구성하는 게 과연 맞는 접근인가 문제제기를 한 텍스트를 방금 통역해놓고 그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좀 당황스러웠다.자료를 준비하면서 내가 바란 건 그저 내가 아니라도 내 바로 옆에 성폭력 피해자도 가해자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식해줬으면 하는 거였는데... (그 교실 안에도 있었을 수 있다고.) 왠지 오늘 반응을 보아하니 인식부터 fail...~_~ 오늘 수업 시작하기 전에 "내 주변에 요즘 다들 정말 애를 많이 낳는데 어디가 저출산이라는 건지 모르겠어!"하는 얘기를 누군가 하는 걸 들었던 터라 뭔가 더 괴리감이 컸다. 나도 사실 저렇게 농담처럼 생각할 때가 있긴 하지만. 그건 그냥 내 주위에는 애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사람들이 많은 거지 통계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다.
Oct 3, 2014
(MBTI ISFP) 약식 테스트로 뭘~ 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인터넷에서 해볼 때마다 같은 유형이 나오면 신기하다. 근데 모든 유형 중에 가장 소득 수준이 낮다니,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Oct 2, 2014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중계한다고 9시 뉴스가 미뤄져서 아직도 기다리는 중ㅋㅋㅋ 으아아~~~~~~ 택시 귀가 예약이오...
Oct 2, 2014
여행 선물을 두 개나 받았다! 왠지 오미야게라고 부르고 싶은 느낌ㅋㅋㅋ 그리고 뭔놈의 밀롱가는 이렇게 즐거운가. 우울함 다 잊고 옴. 그래 내일부터 하면 안 되겄나!! 하하하하하하!!!!!! 일찍 일어나야 되니 얼렁 자자... 아 맞다. 땅고 처음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까베세오를 해서 춤을 췄던 땅게로와 한 딴다 췄다. 어제는 애인이랑 놀다 늦게 자고 애인 출근 때문에 일찍 일어나고 오늘은 밀롱가로 늦게 자고 아침 스터디 때문에 일찍 일어날 거고 내일은 알바+부산 내려갈 짐싸기로 늦게 자고 기차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네. 기차에선 과제해야 함. 아 피곤하고 씐나넼ㅋㅋㅋ
Oct 1, 2014
망할 통역 같으니라고. 나흘 좀 해이했다고 바로 티가 확 난다. (하긴 하루만 쉬어도 안다니까 나흘이면 좀 길긴 하지만.) 망할. 10K 마라톤 할 때 듣던 쿵짝쿵짝을 들으며 러닝머신을 뛰다가 통역이랑 러닝머신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강약 조절을 할 수 있었던 마라톤과 달리 러닝머신은 일단 설정해놓으면 주구장창 같은 스피드로 움직이고 그 속도에 못 맞추는 순간 바로 위태하게 밀려난다. 진짜 늦으면 넘어지겠지. 속도를 늦추거나 발 구르기를 멈추면 70이 되는 게 아니라 0이 되어버리는 것. 그런 요망한 걸 돈도 안 받고 하고 있으니~_~ 근데 지금이야 말이 그렇단 거고 돈 받으면 더 괴롭겠지... 으악. 이제 졸업시험까지 이런 슬럼프 없도록 일단 안 쉬고 계속 긴장감 유지하는 게 중요한 거 같은데 내 멘탈이 버텨줄 수 있을까.
Oct 1, 2014
애인은 일하고 나는 꼬냑이나 마시면서 이코노미스트를 읽는 밤...ㅋㅋㅋ 아 왜 허구헌날 일이냐 이 불쌍한 영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