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사랑의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나를 느낀다.
연애의 끝이라고 해도 그만이지만
그냥 사랑의 끝이라고 해주고 싶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던 그 순간
나는 따박따박 당신이 오늘 어떤 잘못을 했는지 따졌지만
사실 더 중요한 말이 숨겨져 있었다.
"당신은 매사에 그런 식이야."
그리고 당신이 친구가 만든 노래를 들려준 순간
내가 당신에 대해 품었던 환상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어떤 기분이었는지
또 그 노래 속의 마음을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 얼마나 부러웠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M이 사랑스럽게 여겼던 나의 앞치마를 두른 모습을
몇번이고 당신에게 보여주었는데도 오늘에서야
귀엽다고 웃는 당신이 얼마나 야속하게 느껴졌는지 말하지 않았다.
당신에게는 정말로
내가 보이지 않았구나,
그런 확인이
아프지 않았다.
내가 이 관계를 포기한 지 오래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나는 온몸으로 달리고 있다.
우르릉 천둥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생각났다.
비 오잖아요 우산 들고가, 하고 우산을 내밀 줄은 알았지만
우산을 거절한 당신에게
그러면 내가 지하철역까지 씌워줄게요
할 줄은 몰랐다.
알고서 안 한 것이 아니라
생각도 못 했다.
사랑의 끝이라고 말하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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