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손톱이 길었다. 일을 시작한 뒤로 더 빨리 기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만큼이나 길었을 때 '발견'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꽤 길어지고 나서야 '발견'한다. 지난 번 '발견'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만이 들 뿐.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고등학생 때부터 캐리어에 짐을 싸서 집을 오가곤 했다. 주말 내내 볼 책이며 공부할 자료까지 한 가방 가득 들고 왔던 고등학생 떄는, 주말이 그렇게 길었다. 대학생 때도 책과 누트북 같은 것을 지고 왔고, 대학원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내 주말이 얼마나 짧을지 알고 있다. 이번에는 A4 용지 몇 장 짜리 자료만 들고 내려왔다. 그마저도 펼쳐보지 않았다. 하긴, 펼쳐보지 않은 것은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손톱이 더 빨리 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나의 시간이 변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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