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드디어 처음으로! 일회성 통역 출장을 다녀왔다. 식음료 공장이었는데 공장이야 늘 굴러먹던 환경이지만 비슷한 툴과 방법론이 인더스트리에 따라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는 건 왠지 설렌다. 너무 밑도 끝도 없이 새로워서 과하게 어렵진 않으면서 적당히 새로운 분야를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 이렇게 소프트랜딩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질 때 최대한 제대로 공부해 둬야지. 어느 순간에 분명 그 지식이 필요한 때가 올 테니까. 오늘 같이 일한 사람은 정말 kind, motivated, and smart한 중국계 미국인 컨설턴트였는데 이런 사람에게는 뭐라도 좀 더 얘기해주고 싶고 통역도 좀 더 열심히 해주고 싶어진다.

* 통역 하면서 액션 위주의 목표를 설정하고 어쩌고 하는 얘기를 근 2년 간 해왔으면서 나는 내 새해 목표에 그런 구체적 목표를 안 정한 것 같다. 일단 1) 내가 통역한 클라이언트 기업/ 대략적 내용 기록해두기 > 이력서 업데이트용, 2) 명함 만들기를 해야겠다.

* 프리랜서로 일하니까 왠지 시간이 많은 것처럼 보이고, 또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는데 오늘 생각해보니 이번 주는 거의 풀타임 일하는 거랑 비슷하게 일하는 듯...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안 한다 뿐이지 통역이든 번역이든 일하는 동안 한눈 파는 순간엔 단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 업의 특성이 바뀌는 건 아니라서 매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 파리에서 Y와 이별한 후 이제 한 달이 지났는데, 일을 시작하니 역시 이별을 애도하는 마음은 많이 희미해지고 있다. 문자를 하면 좀 성가시기도. 이별을 결심하는 데는 정말이지 많은 요소가 작용했는데 그 중에 뚜렷하게 자각하지 못했던 한 가지를 인식하는 중이다. 일 욕심. 내가 2년 간 나쁜남자회사에서 구르면서, 여기서 다른 일 받아서 해보는 걸 얼마나 꿈꿨는데, 이제 막 그럴 수 있는 시점이 왔을 때 홀랑 프랑스로 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유가 있고 차차 적어갈 예정이지만.

* 아무튼 오늘은 4시반에 일어난데다 통역도 하루종일 해서 너무 피곤하다. 저녁 먹고 뭐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하나도 못했으며 노트북으로 일기 쓰기도 괴로워서 스마트폰으로 대충 찌끄리고 있다. 아아, 자자. 다리 힘이 쏙 빠진 듯한 피로. 하지만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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