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틀 현장 출근, 하루는 재택으로 가벼운 시작! 이었지만 한 달 이상 놀다가 복귀하는 거라 꽤 긴장했다. (긴장은 했지만 내용만 겨우 공부하고 딱히 통역 연습은 겨어얼국은 안 하고 일하러 갔다는 게 정말 나다운 부분…^^*) 번역은 손이 굳어서 시동 걸기가 좀 힘들었지만 의외로 통역은 공백이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번역이야 작업량과 시간을 보면 좀 더 객관적으로 퍼포먼스를 관찰할 수 있는 반면 통역은 명백하게 말아먹었거나 버벅거리지 않는 한 평가가 내 기분에 좌우될 여지가 있긴 하다. 그래도 첫날 출근할 때는 엄마의 명언 “욕이 살 뚫고 들어오겠나”를 되뇌이며 덜덜 떨었는데 끝나고 나서 통역이 듣기 좋았다는 피드백을 받았으니 일단 망한 건 아닌 걸로. 

* 놀랍게도 미디어 중독은 생각보다 쉽게 다스려지고 있다. 중독의 실체는 언제나 별 볼 일 없었다. 빠져들고 있을 때는 멈추기가 힘들지만 일단 멈추고 나면 사실은 별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것, 그게 중독이지. 

* 인스타그램 앱을 지운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고, 아쉽지만 이 기조를 좀 유지하려고 한다. 카톡 프로필사진을 만들려고 앱을 다시 깔고 업로드를 한 장 했는데 역시나 업로드를 하고 나니 습관처럼 앱에 들어가게 됐다. 누가 라이크를 눌렀는지 누가 댓글을 썼는지 알림을 꺼놨는데도 매 분마다 궁금했다. 한동안 안 쓰다가 쓰니 그쪽으로 정신이 팔린 게 더 잘 느껴졌다. 한 장 올리고나니 더 올리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지인들에게 사진으로 말 걸고 싶은 마음도 종종 들지만 좀 억제해보자. 

* 그렇게 앱을 깐 김에, 여차하면 계정을 지워버리더라도 아쉬울 것 없도록 텍스트만 블로그에 백업을 하고 있다. 과거부터 역순으로 거슬러올라오는 중인데, 처음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나를 팔로우하지 않고 미투에서 아는 사람들이나 드나들던 때의 포스팅들은 지금의 것들과 참 느낌이 달랐다. 그러니까 아무리 내가 그냥 일기로 생각하며 글을 쓰려고 한들, 독자가 있는 한 그게 완벽하게 될 수는 없다는 거다. 그리고 보는 사람들은 어땠는지 몰라도 글 쓴 나는 내가 이 글을 왜 썼는지―단순 기록용인지, 특정인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쓴 건지, 불특정다수의 관심을 끌고 싶었던 건지, 너무 외로워서 뭐라도 찌끄려 본 건지― 기억하고 있고 시기별로 경향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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