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이 졸업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참새방앗간 같은 커피샵에 들러서 블로그 앱을 켰다. 집에서 노트북 같은 걸 챙겨올까 생각도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잠깐 세상과 단절되고 싶어서 그냥 들어왔다. 집에 있는 걸 정말 좋아하고 오늘 저녁은 집 밖에 나가지 않을 작정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정신이 산만할 때는 집에도 그 산만한 기운이 서려있는 느낌이다. 지난 주에 일 없다고 행복해하던 그 날 이후로 쭉 뭔가 들뜬 채로 시간을 보냈다. 사람을 만나야만 얻어지는 활기로 가득 찬 시간. 대학원 동기들을 만나고, 전혀 새로운 세팅에서 새로운 분야의 통역을 하고 (...망하고 심적 데미지도 팍팍 입었지...), 올드쉿을 만나 간만에 아침차로 집에 들어오기도 하고, 대학 친구의 직무 변경을 위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급 도와주고, 그 후에 간만에 연거푸 소주잔을 비우며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고, 크레이지뉴쉿 후보와 또 맥주며 위스키를 여러 잔 비우며 간만에 성적 긴장감이 충만한 시간을 보냈는가 하면, 다음 하루는 동생 찍사로 맹활약 후 부동산 투어를 다니고... 그리고 오늘 동생 졸업식 보호자로까지 활약하고 나니 이제 내 시간이 절실해졌다. 내가 정말 즐기는 활기, 내게 꼭 필요한 활기를 며칠 누렸으니 이제 이만 플러그를 뽑겠습니다. 잠시 잠수할게요. 오늘 내게 필요한 것은 조용하고 잘 정돈된 집, 깔끔한 드라이 빨래, 건조한 뉴스 팟캐스트, 따뜻한 물, 책장 앞 소파의 시간, 내 근육에 집중하는 필라테스 수업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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