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어렴풋하게만 기억이 난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거니와, 점점 어떤 것을 악착같이 기억해야겠다는 마음도 없어지고 있다. 악착같이 기억하고 싶을 만큼 애착이 가는 것도 별로 없다. 요즘은 마음이 참 힘들다. 언젠들 안 힘들었을까? 힘든 매 순간을 기록하지 않아서 지금이 최악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은 지금 가져봤자 거의 무의미하고,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생각을 해 봤는데 물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기록을 멈추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닿았다. 내 삶에서 가장 많은 글을 생산해냈던 중학교 시절, 모든 것이 어렴풋한 가운데 한 가지 똑똑히 기억나는 게 있다면 내가 글을 쓰면서 많이도 울었다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어느새 쓰고 있고, 어느새 내가 느꼈으나 발견하지 못했던 감각을 짚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눈물을 짜내며 쓴 글을 그대로 업로드하는 데 두려움도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 분명히 어딘가 구겨진 부분이 있는 아이였는데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던 공로를 친구가 많이 생긴 것에 돌려왔는데 어쩌면 글 쓰면서 많이 풀어서 어딘가 스스로 많이 펴졌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 긍정적인 부분만을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지도. 여기까지 쓰는데 하도 중간에 정신 팔릴 일이 많아서 흐름을 다 깨먹었다. 헹.


오늘 W와 카톡으로 이런 대화를 나눴는데

나: 만나서많이웃자 

W: 응 만나서웃기만하자

나: ㅋㅋㅋㅋ 그래 캬캬캬

W: 지금도소리내서웃어보자 하하하하하하하하

시키는대로 하하하하하하하하 웃다가 심지어 저 '하' 갯수도 못 채운 것 같은데 눈물이 나기 시작해서는, 카페에 앉아서 질질 짰다. 기후변화당사국총회 기사에 딱 두 눈 만큼 떨어진 간격으로 눈물 자국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외롭기 때문이 아니냐고, J는 말했다. 당시에도 동의는 했지만 별로 열광적으로 반응한 것 같진 않다. 지금이라면 고개까지 격하게 끄덕여가며 맞다고 외로워 죽겠어서 그런 거라고, 비록 크게 마음을 써서가 아니라 일시적인 혹은 관례같은 관심에서라 할지라도 내게 나의 과거를 현재를 물어봐주고 나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아무래도 상관없기 때문에라도 너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겠노라 말해주는 목소리의 온기가 필요해서 그런 거라고 답해줄 텐데. 


이런 감상적이고 비건설적이고 전혀 발전적이지도 않은 일기는 일단 오늘 밤에 마저 쓸 생각이 생기면 더 쓰도록 하자. 지금은 공부를 좀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옆테이블이 너무 시끄러워서 잡소리라도 아무것도 못 쓰겠다. 읽는 건 좀 가능할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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