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어렴풋하게만 기억이 난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거니와, 점점 어떤 것을 악착같이 기억해야겠다는 마음도 없어지고 있다. 악착같이 기억하고 싶을 만큼 애착이 가는 것도 별로 없다. 요즘은 마음이 참 힘들다. 언젠들 안 힘들었을까? 힘든 매 순간을 기록하지 않아서 지금이 최악으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은 지금 가져봤자 거의 무의미하고,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생각을 해 봤는데 물론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기록을 멈추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닿았다. 내 삶에서 가장 많은 글을 생산해냈던 중학교 시절, 모든 것이 어렴풋한 가운데 한 가지 똑똑히 기억나는 게 있다면 내가 글을 쓰면서 많이도 울었다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어느새 쓰고 있고, 어느새 내가 느꼈으나 발견하지 못했던 감각을 짚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눈물을 짜내며 쓴 글을 그대로 업로드하는 데 두려움도 없었다. 중학교 때까지 분명히 어딘가 구겨진 부분이 있는 아이였는데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던 공로를 친구가 많이 생긴 것에 돌려왔는데 어쩌면 글 쓰면서 많이 풀어서 어딘가 스스로 많이 펴졌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 긍정적인 부분만을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지도. 여기까지 쓰는데 하도 중간에 정신 팔릴 일이 많아서 흐름을 다 깨먹었다. 헹.
오늘 W와 카톡으로 이런 대화를 나눴는데
나: 만나서많이웃자
W: 응 만나서웃기만하자
나: ㅋㅋㅋㅋ 그래 캬캬캬
W: 지금도소리내서웃어보자 하하하하하하하하
이런 감상적이고 비건설적이고 전혀 발전적이지도 않은 일기는 일단 오늘 밤에 마저 쓸 생각이 생기면 더 쓰도록 하자. 지금은 공부를 좀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옆테이블이 너무 시끄러워서 잡소리라도 아무것도 못 쓰겠다. 읽는 건 좀 가능할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