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는 못 속인다더니, 내가 딱 그러고 있다. 최근에 라면이 너-무 당겨서 먹을 때면, 끓일 때부터 군침이 도는 동시에 뭔가 물린다. 그리고 몇 입 먹고 나면 정말 맛있는데도 이걸 내가 왜 먹고 있나 싶고, 다 먹고 몇 시간이 지나도 속이 불편한 느낌이 가실 줄을 모른다. 나의 정신은 라면을 무척 좋아하는데도 소화기가 라면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술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특정 메뉴를 생각하면 자연히 어울리는 술이 생각나고, 큰 일을 완료하고 나면 그 기분에 어울리는 술이 당기고, 한 모금 마시기 시작하면 바로 이거라며 흥이 차오르지만 술 깰 때 두통이 너무 심해졌다! 오 마이 간! 그리고 몸에서 안 받는다는 느낌이 예전보다 선명하다. 후.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 술과 관련해서, 최근에 예전 일기를 휘릭휘릭 넘겨보다가 발견한 건데, 그때는 일에서 술을 안/덜 마셔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고 적혀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실 일이 그런 이유가 되어주고 있다. 다음날 아침 9시가 되어도 몸에서 술의 영향을 불쾌하게 느낄 만큼 술을 마시고 싶지가 않다. 

* 요즘 내가 일하는 걸 보면 뭐랄까, '프리랜서로 전향하겠습니다!' 라는 선언이 마치 '언제 팝퀴즈를 낼지 모르는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하겠습니다! 퀴즈는 꼭 A를 받을 거고요!' 라는 선언과 같았던 거 같다. 팝퀴즈가 언제 잡힐지 모르고 일단 잡히면 전날 똥줄 타며 공부하는 뭐 그런 건데 팝퀴즈가 생각보다 좀 잦은 느낌...^^? ㅋㅋㅋㅋ 감사한 일이긴 한데 맘 편히 영화관에 간 게 벌써 한 달 전이라니 호락호락하지 않구만. (물론 영화관도 못 갈 정도로 바빴다기 보단 내가 게으름뱅이 쫄보였던 것도 있지만.) 내공이 좀 더 쌓이면 스케줄 관리를 좀 효율적으로 해서 영화관도 가고 A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 최근 세 번 연속으로 통역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었다. 내용은 별 거 없고 그냥 뭐 잘했다 그런 건데, 나의 기분(과 내가 생각하는 그날의 퍼포먼스)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 게 스스로 웃겨서 적어놓는다. 첫 번째 어떤 독일인 클라이언트. 당시 나는 왜 이렇게 통역을 못 하나 우울&쭈구리 모드였던 데다, 회의도 처음 보는 내용에 자료 양도 만만치 않아서 썩 만족스러운 통역이 아니었다. 아 이렇게 의자와 한몸이 되어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클라이언트가 굉장히 좋은 통역이었다고 말해줬는데... 고맙다고 웃으며 응대하면서도 내 속은 타들어갔다. ㅋㅋㅋ 아... 정말 거지같은 통역이라 불쌍하니 칭찬이라도 해주려는 건가보다, 라고 생각했음. 진심. 쭈구리 모드가 이렇게 위험합니다... 저 생각이 한 일주일 갔는데 지금 멘탈을 붙잡고 생각해보면 설마 그랬겠냐며. 하하. 두 번째는 컨텐츠 회사 클라이언트였는데 어쩜 이렇게 통역을 잘 하시냐고 본부장이 한마디하자 옆에서 실무가 명함 받아놨다고 너스레를 떠는 뭐 그런 아름다운 그림이 눈 앞에서 펼쳐졌는데 그냥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래도 말만이라도 참 감사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뭐 그런 심정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일본인 클라이언트. 이날은 왠지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가득차 있었던지라 와우, 통역 정말 잘하시네여! 이런 느낌의 칭찬을 들으며... 별 감흥이 없었다! 가장 멘탈에 이상적인 건 마지막 상태가 아닐까? 긍정적 피드백에 흔들리지 않는 상태 말이다. 이걸 적어두는 이유는, 1번처럼 생각하는 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3번처럼 생각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이상! 이제 팝퀴즈 공부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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