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깔끔함, 반복, 계획 같은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출근은 하지 않지만 8시-9시 사이에는 꼭 일어나고, 일어나서는 이불을 가지런히 정리한다. 여기서 퍼지지 않고 바로 샤워를 하고, 나가지도 않을 텐데 귀찮아 죽겠지만 머리까지 꼭 말린다. 잠자리에 들 때 입는 파자마와 집에서 생활할 때 입는 홈웨어는 따로 입는다. 커피나 차는 하루에 한 잔으로 제한하고, 끼니 세 번을 되도록 챙겨먹으며, 간식은 되도록 자제한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 때는 물을 두 모금 정도 마시고 화장실에 갔다가, 방에 들어와 블라인드를 먼저 내린다. 6시간 아래로 자고 일어나고자 할 때는 블라인드를 반만 쳐서 아침에 햇살이 조금 들어오게 하고, 마음 편히 잘 수 있을 때는 블라인드를 다 친다. 그 다음 자명종 시계를 맞추고, 이불 위에 개어져 있는 파자마로 갈아입고, 방문을 닫고, 두 겹의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간다. 그리고 핸드폰 알람을 자명종 앞뒤로 맞춘 뒤 유투브 따위를 뒤적거리다가 불을 끄고 ASMR을 틀고 잠든다. 모든 물건들은 자기 자리에 있을 것, 모든 쓰레기는 적절한 시기에 버릴 것, 모든 것들이 나의 통제를 받을 것. 이렇게 꼬장꼬장하게 지내고 있다. 

* 이번 주는 알바가 있는 주인데, 아침에 하는 게 능률이 훨씬 좋은 느낌이라 사흘 연속으로 5시에 일어나서 알바를 하고 6시에 다시 잠드는 생활을 했다. 일어나서 일하는 건 사실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하루는 '사실 이번 주 니가 일하는 거 아니래! 니 파트너가 한대!'라는 내용의 꿈마저 꾼 걸 보면 몸은 지쳤는지도. 그런 꿈을 꿨건 어쨌건 5시에는 눈을 떠서 기사를 스크랩하고 요약을 해서 보내야 했는데, 집에 과일이 풍성하게 있고 회심의 램프(!)도 드디어 장만해서 새벽 작업 환경의 질이 확 올라갔다. 밖이 어두울 때 램프를 켜고 일하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하고 집중이 잘 될 수가 없다. 너무 좋아서 돈이 생기면 침대 옆에 둘 단스탠드 램프도 하나 마련할 생각이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밤에 일을 해서 (원래는 쓰리 빌보드 보러 가려고 예매해뒀었는데 애매한 시간에 번역일이 들어와서 영화를 취소한 대신, 잠이라도 푸지게 자야겠다며 번역일 마치자마자 알바를 시작한 덕분이다.) 블라인드를 다 내리고 침대에 앉았다. 책을 읽을까하다가 방치해둔 블로그에 뭐라도 써야겠다며 왔는데, 별로 영양가 있는 얘기는 못 썼구만. 그래도 행복하다. 이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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