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9

주말에 급한 번역을 부탁 받았다. 직원 사망 소식이었다. 사건사고 보고는 늘 하는 일이라 무덤덤하게 해서 보냈는데 보내고 보니 같은 층을 사용하는 다른 부서 사람이었다. 화장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여왕벌 같다고 생각한 젊은 여자분. 사망자의 이름에 얼굴이 붙자 그제서야 기분이 가라앉았다. 


Feb 29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력서를 보냈는데 연락이 안 와서 답답하다. 이걸 붙잡고 있느라 다른 데 알아보는 것도 시큰둥하다. 현재 직장에서는 회사 사정 상 1년 연장은 무리고, 3개월 계약 연장 얘기가 나오다 말다 한다.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어서 1년 채우면 나오려고 했는데도 정작 1년 기한이 다가오니 저런 황당한 제안에도 그냥 한동안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내가 웃긴다. 하지만 월급이 특별히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닌데 그게 없어질 걸 생각하면 겁부터 난다. 정확히는 월급이 특별히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월급을 당연시하게 되었기 때문에 겁이 난다. 금요일에는 이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 그리고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끊임없이 흘끗거리며 끔찍하리만치 재미없는 번역을 하다보니 퇴근할 즈음에는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 되었다.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사람도 만나기 싫어 죽겠는데 계속 만나야해서 돌아버릴 지경인데 또 안 만나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다. 웃기가 힘들다. 그냥 다 그만하고 싶다. 늘 그런 건 아니고 분명 웃는 때도 많고 한데 아무튼 이런 느낌과 싸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자주 온다. 오늘 하루종일 영화와 드라마를 봤는데 그나마 마지막에 본 예스맨이 겁나 웃겼고 그러고나서 플레이리스트를 돌렸더니 Whip It! 이란 노래가 꽤 흥을 올려줘서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걸 쓰고 자야겠단 생각까진 할 수 있게 됐다. 제-발 여기서 좀 한동안 벗어나서 지낼 수 있는 그 기회가 내게 떨어지게 해주세요. 라고 마음 속으로 빌고 있다.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다. 여러모로 자신감이 하락하고 있고 나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 통역사 일 년 간 허송세월한 것 같아." 정말 아무 의미 없는 말이었는데 계속 생각이 난다. 그리고 반박을 못하겠다. 저런 헛소리에 반박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된 지금 내 상태가 너무 싫어서 화가 난다. 아, 화가 나는 건가보다, 지금 이 상태. 아무튼 정말이지 지금은 웃기가 싫다. 아니면 정말 어마어마하게 아무 생각 없이 웃거나.


Feb 3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내 멋대로 망가지고 싶은 순간에도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달려가볼 수 없다는 것은, 내가 어디까지 망가질지 걱정하는 눈빛들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무게인가. 


Jan 28

사람 일이라는 게 너무나 신기한 것이 기운이란 게 있는 건지 그냥 그럴 때가 됐겠거니 해서 연락을 주는 건지 내가 이직 결심(및 완곡한 권유)을 하자마자 갑자기 일자리를 물어주려는 연락과 뜬금없는 동기의 연락이 줄을 잇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기회를 발견했을 때 알려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이 기쁘다. 다음 직장에도 평안히 안착할 수 있길.


Jan 20

7시 퇴근하고 7시 반에 집에 도착해서 한 거라고는 저녁 차려 먹고 설거지 한 것 뿐인데 벌써 9시다. 뭐 대단한 걸 해 먹은 것도 아닌데. 이러니 늘상 밥을 사먹는 거지... 어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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