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긴 듯 짧은 듯 하다.
어느새 일어났던가 싶으면 어느새 누워 저 천장을 바라보게 된다.
매일 어떻게 잘 살아보고 싶은 욕심은 부풀어가는데 정작 그렇게 살고있나, 하고 멍하니 생각하다 잠든다.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잘해도 본전인 일을 하면서 칭찬에 목말라하지 않을까.
나는 짧은 순간 엄청나게 닥쳐오는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인 걸까.
나는 더 깊이 생각하는 것을 마다하고 내게 있는 것을 표현하는 데만 치중하게 되지 않을까.
나는 내 능력을 소모하면서 살게 되지 않을까.
나는 사교적인 인간이 되어 일감을 꾸준히 챙길 수 있을까.

나는 내가 무슨 일이든 하면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잘하게 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시간을 어디에 쓰면 좋을지, 그걸 모르겠다. 요즘은 누구나 그런 것 같지만.

오늘 개강해서 첫 수업을 들었다.
나는 '어딘가' 여긴 '누군가' 수준으로 그 공간이 낯설었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설렜다. 아 이번 학기엔 이런 걸 새로 배우겠구나.
학원에서 일주일에 3일이나 수업을 듣고 있지만 그 수업은 소일거리같은 느낌이라 이렇게 설레지 않는다.
새로운 내용을 접하긴 하는데 그뿐이다. 나에게 생각을 짜내고 에세이를 쓰고 뭐라도 지껄여보라고 하지 않는다.
방금 들은 말이 뭐였어요? 물을 뿐이다.
물론 기억이 오지게 안 나서 그마저도 두근거리면서 대답하긴 하지만 설레는 것과는 다르다.

나는 어쩌면 좋지.

이 방에서 내년 한 해 저 천장을 마주하며 잠들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려보다 보면 이 순간이 너무 비현실적이리만치 중요해 보여서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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