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31, 2014

"처음에 친근하고 적극적으로 나오는 사람들 중에 금방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 어쩌면 그 사람들도 아는 거 같기도 해. 자기가 곧 떠날 거라는 걸."

 

Dec 31, 2014

"행복했으면 좋겠고, 네가 활짝 웃기를 바란다."

 

Dec 31, 2014

곧 출산 예정인 친구를 만났다. 질외사정이니 주기법이니 하는 것은 피임법이 아니란 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덜컥 임신하게 된 친구의 부른 배를 눈으로 보니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아무튼 부디 잘 살길. 내일 아침 부산 갈 짐을 싸야 하는데 10키로 주문해서 다 못 먹은 귤이 한 짐이겠다. 일주일이 길지만 무지 짧은 시간이라 금방 흘러갈 테지만 서울 생활의 괄호 역할은 해주겠지. 조급하지 않게, 그러나 놓아버리지 않고 지내다 오고 싶다. 생의 패턴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새해라서라기보다는 그 변화 속에 서 있기 위해서 꾸준히 쓰고 싶다.

 

Dec 31, 2014

밤이 되니 마음이 고요해진다. 느지막히 일어나 빨래를 돌리고 집을 나섰다. 동생 호주 달러 환전 대신 해주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판단 미스로 시간을 좀 날려 먹었는데 중간에 화가 좀 났지만 환전에 성공하니 곧 가라앉아서 당장 화를 표출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게 박인 바쁨의 인을 좀 빼낼 필요가 있다. 10월이 생일이었던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 선물을 이제야 챙겨주었다. 충동적으로 대학로에 가서 옷을 샀다. 길 지나가다가 본 짙은 보라색 니트가 며칠째 아른거려서 사러 간 건데 물어보니 그런 건 들어온 적이 없다고...--;; 내가 색깔을 잘못 봤나봉가... 대신 파란 니트를 하나 사들고 와서 친구 만날 때 입고 나갔다. 마치 이 만남을 위해 옷을 산 것처럼 되었지만 그런 건 아니고...

 

Dec 30, 2014

집에 가는 길, 학교 앞을 지날 때 교통 정리를 하고 있는 경비원 두 분을 버스 안에서 자주 본다. 예전에 보도사진실습 수업 들을 때 부탁드리고 사진 찍은 적이 있어서 얼굴을 알아본다. 그 때가 2011년 가을이었는데 오늘도 두 분은 그곳에 있다. 일을 한다는 것은.

 

Dec 30, 2014

화장하기가 싫다. 하는 것 자체도 귀찮거니와 계속 신경써서 고쳐줘야 되고 내 얼굴 마음대로 만지지도 못하고 피부에 좋지도 않다. 넌 원래 화장을 안 하고 다니니까 안 해도 어색하지 않아서 좋겠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속으로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좋아보이면 너도 그렇게 하지 그러니.) 어쨌든 겉으로는 니가 화장을 안 하고 다녀서 경멸해! 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화장해서 얼굴이 좀 더 또렷해지면 신기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 되는 건 싫다. 어느 정도는 장소와 상황에 맞추는 예의의 영역에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으니 그럴 땐 하겠지만 지금은 참 맘 편하고 좋구나.

 

Dec 29, 2014

지금 다니는 땅고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매니저(라고 쓰고 그냥 카페지기라고 읽음)를 맡게 됐다. 이런 걸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그래서 늘 카페가 깔끔했던 거고 그 덕분에 (그리고 "안아 주세요"라는 말 덕분에) 1년 전에 아무 정보도 없던 내가 이 스튜디오를 선택했고 눌러 앉았던 거였지. 도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HY도 땅고오리도 좋아.

 

Dec 29, 2014

애인과 긴 이야기를 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무 생각 없는 줄 알았는데 나와 완전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생각을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제 하나도 마음이 안 복잡하냐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얘기해서 후련해졌고 나아졌다. 내게 남은 질문은 단순하다. 누군가 그는 잘 있냐고 물었을 때 "살아 있어요."라고 답하는 관계가 나는 만족스러운가. / 갈등 봉합의 일환으로 오늘 찢어질 거 같은 목을 부여잡고 땅고 수업을 들으러 갔다. (송년회 때문에 저녁 8시부터 아침 7시까지 떠들었더니 목이 매우 아팠다.) 내가 지금까지 배워온 방식과 너무 달라서 살짝 멘붕...-_-; 땅고가 중요하긴 하지만 갈등 봉합도 시급한 과제이므로 일단은 몇 차례 더 시도해보기로 한다.

 

Dec 29, 2014

술 먹고 큰 실수를 한 뒤에 다시는 술을 안 마시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절제를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실수를 해도 해도 술이 좋고 절제를 하려다가도 결국 고삐를 놓는 나로서는 참으로 신기하다. / 어제는 대학 때 학교 앞에서 자취하던 친구들 모임에서 송년회를 했다. 모두 나의 방탕한 과거사(...)를 잘 알고 있어서 마음이 참 편했다.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았던 시절 일주일에 5일씩 술 마시면서 저질렀던 온갖 병신짓(...) 덕에 지금도 웃고, 모든 집이 걸어서 몇 분 거리 안에 있었던 농밀한 동네 친구 세팅 덕에 지금도 만난다.

 

Dec 27, 2014

익산에 결혼식 가려고 새벽같이 나왔는데도 지하철에 사람이 많다... 내 새벽이 남들도 새벽은 아닌가벼...

 

Dec 27, 2014

정말이지. 사람은 1:1로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 땅고오리가 손을 잡아준 일, 안아준 일을 조각 조각 기억하고 있다. 따뜻한 오리다. / 내 취미는 연애다. 안타깝게도 그렇다. / 쓰다 말고 기절했구먼.

 

Dec 27, 2014

송년회가 전적으로 싫은 건 아니지만 밤이 돼서 누우면 지친다. 단순히 체력 문제가 아니다. / 이번 크리스마스에 카드 쓰고 싶은 사람이 워낙 많아서 여러 장 샀는데 겨우 두 개 썼다. 여유는 어디에. / "오늘 청소해서 깨끗한데 랩에 내 자리 보여줄까요?" 아무 생각 없이 됐다고 했다. 오늘 약속이 두 탕... 아니 2.8 탕 정도 되어서 시간이 넉넉지 않았고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시곗바늘이 돌아가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음 약속으로 이동하면서 순간 아차, 했다. 초대를 했을 때는 완전히 빈말이 아닌 이상에야 와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게 마련일 텐데. 봤어도 됐는데.

 

Dec 23, 2014

숙취에는 역시 초코우유+콜라+토마토주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술똥이렸다.

 

Dec 21, 2014

점수가 만료돼서 할 수 없이(...) 토익을 보고 왔다. 밤에 찔찔 짜고 지랄방정을 떨다가 일어나니 눈이 부어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이런 류의 테스트는 중학생 때 워낙 많이 쳐서 한참 안 쳐도 만렙 포스로 절대 최초 입실 시간엔 가지 않는다(...) 근데 아침에 별 생각 없이 사은회 기념품으로 받은 에코백을 들고 나갔는데 다시 통대 가방 들고 토익 시험장 가니 왠지 아무도 안 보는데 좀 민망했다. 예전에 대법원 견학 가서 검은 연필이라니 예쁘긴 하지만 요즘 누가 연필 쓴다고 연필을 기념품으로 주냐고 욕하면서 받아왔던 연필이 처음으로 빛을 봤다. 리스닝 때 난방을 꺼서 미친듯이 추웠지만 만렙은(...) 그럴 줄 알고 따뜻한 차를 지참하였다. 오랜만에 교정을 가로질러 수험장에 가니 문과대학과 다람쥐길이 매우 반가웠다.

 

Dec 21, 2014

당신이 나를 silly girl이라고 부르던 걸 기억하나요. 하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바보같이 굴지 않게 되었어요. 때로 당신도 바보같이 굴어주길 내심 바라는데,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을 바꿀 수 없다는 걸 알아요. 나 또한 바뀌지 않으니까요. 또 이렇게 같은 패턴으로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나를 멈출 수 없으니까요.

 

Dec 21, 2014

당신과 함께 숨쉬는 것만으로 행복할 때가 있었어요. 당신이 그저 있어주는 것만으로 나를 받쳐주던 때가. 당신은 우리가 예전만큼 가깝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너도 나도 바빴고, 그런 일시적인 이유 때문에 잠시 소홀한 것을 너무 깊이 파고들어 괜히 사실은 좋을 수 있는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야속했어요. 당신은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결정적으로 이 관계를 망쳐버렸노라고 소리지르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었죠. 조용히 있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Dec 16, 2014

하악... 설마 이름이 나오겠어 했는데 스태프롤에 번역도 나오는구나. 어머...;;)♥♥♥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는데 설레서 결국 끝까지 다 봤네. 다 아는 건데도. 근데 번역하면서 봤을 때가 더 재밌었다 ㅋㅋㅋ 아 얼른 자야지. 굿나잇!

 

Dec 15, 2014

오늘 밤 12 10분 채널A에서 내가 번역한 "지구의 경고: 와일드 웨더" 3부가 방영된다. 두근두근하면서 예고편을 찾아봤는데 실제 내용이랑 느낌이 매우 다르다...ㅋㅋㅋ 일단 제목부터 좀 심히 다름. 내가 1, 2부는 못 봐서 앞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3부는 지구의 경고와는 정말이지 전~혀 관계 없다. 그렇게 타이틀 뽑은 줄 알았으면 번역할 때 좀 반영하려고 (물론 원문이 너무 그렇지 않기 때문에 별로 할 수도 없었겠지만) 머리는 굴려봤을 텐데 나는 그냥 리처드 해몬드의 와일드 웨더라고 알고 번역했을 뿐이고. 아무튼 지난번 거는 아직 전국구 방송이 안 돼서 못 봤는데 이번에는 온에어로 봐야지. 흐흐.

 

Dec 9, 2014

다큐 번역하다가 Richard Hammond가 아따니체의 까를로스님 닮아서 혼자 빵터짐... 저 브이넥 티샤쓰랑 고단해보이는 얼굴이 닮았어...ㅋㅋㅋㅋㅋㅋ 물론 눈동자에 저렇게 초점이 있으면 안 되지만...ㅋㅋㅋㅋㅋㅋ

 

Dec 9, 2014

통번역 일 맡길 때 클라이언트측에서 '쉬울 것'이라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낮은 요율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둘러대는 말이거나 완전히 무지에서 나온 말이라 실제 세팅은 전혀 안 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니 신뢰하지 않거니와 무례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쉬워서 뭐 어쩔 건데...-_-;) 그래서 이번 다큐 받으면서 '지난 번보다 아마 쉽지 않을까 한다'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진짜 지난번보다 쉽다. 시험 끝나고 진짜 퍼지고 싶어서 집중 하나도 안 되는데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Dec 9, 2014

"Sometimes I feel like you're not in this relationship." 이까지는 가지 말걸... OTL 아오 그래도 내가 후회한다고 자는 애 깨워서 (대화도 아니고) "통화하고" 그러지 말자.

 

Dec 7, 2014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은사님 딸내미가 이제 고등학생 된다며 조언을(...) 부탁하셔서 말만 들었지 목소리는 첨 듣는 애랑 30분 통화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 기억 잘 안 나는데ㅎㅎ 통화가 끝나니 내 앞에 오랜만에 작은 카오스가! 원래 통화는 낙서와 세트인데 정말 간만이다. 생각해보니 옛날에는 전화기 옆에서 통화를 하니 주로 앉아서 전화를 받으면서 낙서를 했는데 요즘은 (메신저를 하지) 전화도 오래 안 하거니와 할 때 장소 제약이 없어서 주로 누워서 하니 낙서할 일이 없었네.

 

Dec 7, 2014

난감하게도 요구하는 데가 있다고 해서 토익 쳐놓으려고 신청을 하는데 한 네 번 결제 단계에서 실패하고 나니 빡쳐서 그냥 핸드폰결제 했다. 핸드폰결제 빚진 거 같아서 싫어하는데 크롬이 싫다는데 어쩌겠냐... 뭐 돈 낼 때마다 이지랄이야 이지랄은.

 

Dec 7, 2014

또 시작이다. 누가 그리운지도 모르게 그냥 그리운 이 기분. 사실 이럴 때 누군가 그리운 게 아니다. 그냥 불안하고 외로운 것일 뿐. 남이 발바닥 때를 밀어주는 것 같은 느낌인 거다. 발을 빼버릴 만큼은 아니지만 눈을 질끈 감고 참아야 하는 정도로 간지러운 불안. 점심 먹자는 친구와 파티 가자는 애인의 제안을 거절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힘을 그러모아 청소를 하고 잠시 눕고 또 힘을 내서 빨래를 하고 또 눕고 힘을 내서 씻고 눕고 갖은 게으름을 피웠다. 이제 번역 시작하자. 너는 아무도 그리운 게 아니야. 그냥 도망가고 싶은 것일 뿐. 이렇게 간지러워하는 시간을 좀 줄여야 스트레스 덜 받고 능률도 오를 텐데. 그리고 진짜 그리운 게 하나 있는데 바로 땅고다. 시험 끝났는데 슈즈를 신은 일이 없다니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느낌이다. // 게으름 부리다가 밥 사러 가면서 올리브영 들렀는데 세일 중이라 콘돔 충동구매. 사가미 익스트림 도트형. 과연 어떨까나.

비밀의 공원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이라는 시 제목이 가끔 떠올라요. 이 글은 마치 제가 쓴것 같은 느낌;) 이라고 하면 이상하려나요. 파티나 이런건 아니지만

우붐_부움... 제목 좋네요,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든든합니다. :)

 

Dec 6, 2014

토요일 아침, 마미몬의 습격. 나는 아침 일찍부터 설쳐서 애인 집에 폰 찾으러 왔는데 폰을 받아보니 식장으로 안 가고 우리 집으로 향하고 계시던 부모님. 나 집에 없으니 식장에서 뵙자했더니 하신다는 말씀이...ㅋㅋㅋㅋ

 

Dec 5, 2014

애인 집에 폰을 두고 왔다. 사실 폰이 없다는 건 좀 좋은 일이라 굳이 빨리 받고 싶지 않지만 내일 하필이면 부모님과 할머니가 결혼식 때문에 서울 오실 예정이라 문제다 =_=... // 가습기에서 물 끓는 소리가 계속 나니까 친구같고 좋다. // 날씨 다큐 번역 시작해야 하는데 역시 발동이 잘 안 걸린다. 그 와중에 마감은 당겨놔서 골 때리는구만... 일요일에는 꼭 카페로 들고 나가야지.

 

Dec 4, 2014

엄마가 애인 만나는데 뭐 먹냐 밥도 얻어먹고 차도 얻어마시고 돈 10원도 쓰지 마라~ 맨날 그러시는데 예전에는 발끈해서 싸웠지만 그래봤자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서 요즘은 건성으로 알았다고 하고 말지만 알았다고 하는데도 5절까지 가면 진짜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사실 오늘은 내가 살 거유.

 

Dec 2, 2014

사실 지금 '언제부터 망한 걸까...' '노트부터?' '아니 아마 브레인스토밍부터...' '아니 난 입학부터...' 이러고 있는 것도 재밌다. 다 좋았던 시절이 될 거야. // 그리고 오늘 가습기가 도착했다! 거대 우주선 모양 가습기! 과연 내일 아침에는 눈알이 빠질 거 같지 않을런지 기대가 크다. 다들 망한 지점은 다르겠지만 난 노트부터 망했음. nearly 50 years를 미리 시작한 거랑 We appreciate your support 매끄럽게 못 치면서 멘붕한 직후에 못 알아보는 노트가 나온 게 참 컸다...ㅋㅋㅋ 쳇...

 

Dec 2, 2014

오늘 낮에 목이 좀 나은 거 같길래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약 안 먹고 커피 마셨더니 (약사한테 물어보는 거 깜빡해서 약이랑 커피랑 같이 안 먹으려고.) 목이 살짝 아프네. 그래서 아까 올리브 추출액 먹었는데 거기에 목감기약 투척. 그런데 목이 마르네. 근데 물이 없네. 다 씻었고 나가기 싫네. 그래서 홍삼 농축액도 꿀꺽. 몸 안에서 건강보조식품 두 가지와 알약이 친하게 지내고 있길 바란다...-- // 오늘은 산경번역시험 BA, AB 두 개 치고 한영순차 시험을 봤다. 어제 영한순차 시험 치고 장례식장 다녀오니 너무 피곤해서 뻗어버린 덕분에 정말이지 아~무것도 다시 못 보고 갔는데 이미 다뤄본 주제(일본 추가 양적완화)가 나와서 심봤다. 시험 장소가 춥거나 아니면 찢어지게 건조하면서 덥거나 모 아니면 도인 곳이라서 핫팩을 배랑 붙이고 자스민차를 보온병에 담아갔다. 자스민차가 좋다. 만만한 스벅에도 자스민차 있으면 좋겠다. 스벅 차 종류 마음에 드는 게 없다. 아 이게 아니지. 어제 다리가 쪼개질 거 같길래 오늘은 그냥 늘어나서 커진 청바지에 내복 껴입고 갔다. 건강이 장땡이지, 특히 시험기간엔. 심지어 밥 먹으러 갈 때도 머리 아플까봐 패딩 모자 뒤집어쓰고 다녔다. 허허. 마음씨 좋은 동기 언니가 손수 만든 레몬청이랑 종이컵을 시험장 앞에 차려주었고, 또 다른 언니는 사탕을 두고 갔고, 후배들은 합격떡을 돌렸다. 딱히 떡이 먹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합격'이라고 붙어있는 걸 보니 욕심이 생겨서 가져왔다. 번역 시험은 그냥 무난했다. 밥 먹고 커피 사들고 12 10분 쯤 입실. 실제로 시험 보러 간 건 4 40분 경이니 정말 한참 닭장 안에 있었다. 닭장 안에서 처음에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옆에서 노트테이킹 연습하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자 나도 마음이 흔들려서 결국 한 챕터도 다 못 읽고 시험을 앞둔 긴장감에 굴복했다. 한 사람이 읽고 대여섯 명이 노트테이킹을 하고, 읽어준 사람이 시작!을 외치면 다들 중얼중얼 통역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세 꼭지 돌리고 좀 쉬고 또 좀 하다 쉬고 이런 식으로 있다가 머리 식히자며 빙고를 세 번 했다. 마지막 빙고 주제는 '통역 시험 주제'였다... 정말 같이 시험기간이니까 가능한 그런 웃픈 주제... 25칸 빙고를 '기후 변화', '한미 관계', '원자력' 뭐 이런 식으로 채우는 거다. 그 중에 '수자원'을 쓴 애가 있었는데 실제로 한영통역 주제로 나왔다. (시발.) 그리고 또 시간을 이래저래 보내고 있다가 이번에는 전부 (스무 명 좀 넘었겠지?) 아까 한대로 누군가 대표로 읽어주고 노트테이킹하고 혼자 통역하기 연습 두 차례. 사실 다른 것보다도 이 진풍경이 다시는 없을 것 같아서 간단히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교실 가득 웅성웅성거리면서 각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통역을 연습하는 거다. 그리고 4 30초가 되면 어김없이 '그만!'을 외치고 말이다. 한 문장 덜 말했다며 좌절하고, 위로해주고, 이 표현 어떻게 했냐고 여기저기서 질문이 터져나오고 누군가는 답이 있고, 자판기라도 된 것처럼 한국어를 밀어넣으면 영어가 쏟아져 나오고, 뻔하게 연설문에서 나오는 표현을 서로 읊으면서 (I am honored to share the stage with so many distinguished guests라든지 Thank you for gracing this event with your presence라든지...) 낄낄거리고, 그런 시간이 왠지 다시는 없을 것 같아서. 결과적으로 한영순차는 망했지만. (다시 한 번 시발!) 사실... 시험 세팅이 좀 작위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퍼포먼스가 크게 흔들린다면 그냥 떨어지고 다음에 다시 시험 보러 오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미 내 손을 떠났으니 운이 억세게 좋기를 바랄 수밖에. (아무리 생각을 그렇게 하기로 했대도 다시 시험 보러 오기 싫은 건 싫은 거다.) 수자원공사 잊지 않겠다... (고 하지만 똥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통역하고 싶은데 사실 그게 제일 아쉽지 뭐.) // 내일은 과기번역 BA, AB 치는 날. 그러면 이제 한동안 정말, 학생 안녕이다. 아마도.

 

Dec 1, 2014

알바 끝나고 택시 타고 집에 오는 중인데 나도 모르게 한숨을 크게 푹 쉬었다. "왜 그렇게 한숨을 푹 쉬어요?" "큰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요." "그런다고 뭘 바꿀 수 있나요. 닥치는 대로 해야죠."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목소리라 순한 양처럼 설득되어 뒷자리에서 가만히 숨을 고르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목탁 소리가 조용하게 울렸다. 그렇게 조용히 한참을 가다가 아저씨가 또 말을 건네셨다. "무슨 시험이에요?" "졸업시험이요." "졸업시험이면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을 거 아녜요." 그리고 또 한참을 조용히 달리는데 괜시리 눈물이 났다. 철저한 타인,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건넨 위로에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 2년에 대한 이미지가 전혀 없었기에, 나는 그 공백을 회상으로 오롯이 채웠다. 라디오에서 David EssexA Winter's Tale이 흘러나왔고 나는 오늘 일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Therapeutic taxi d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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