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누구와 살 것인가 

캐런, 루이즈, 진 지음 (2013)

안진희 옮김 (2014)

심플라이프 


공부를 끝내고 '사회에 나와' 돈을 벌면서 '한 사람 몫'을 하기 전까지는 생활을 하면서도 생활의 무게를 느낄 일이 별로 없었다. 물론 가끔 돈이 떨어져도 집에 알리지 않고 며칠 정도 허리띠를 졸라맬 때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 순간 손을 안 벌렸다 뿐이지 애초에 수중에 있는 돈의 대부분은 집에서 나온 것이었다. 내가 돈을 벌어도 그건 어디까지나 더 풍요로운 생활을 위한 부가적인 수입이었고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월세와 기초 생활비는 꾸준히 '집'에서 나왔다. 혼자 나와 살고 있긴 했지만 내게 '집'은 부산에 있는 부모님댁이었고 서울의 거처는 '방'에 불과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 1년 2개월, 내가 월세와 생활비를 온전히 감당하기 시작한 순간 내 방은 매우 신속하게 내 집이 되었다. 물론 그 상황을 심정적으로 소화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리고 있다.

사회부적응자 마냥 도망치듯 거제도에 내려온 이후, 혼자 생각할 시간이 예전보다 조금 많아졌다. 

캐런은 출장을 자주 다니게 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런 생활을 계기로 나는 내가 얼마나 가족들과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위한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었고 그곳에서 충분히 행복하지만, 그 세계에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주는 따뜻함과 즉흥성이 결여돼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44)

사람에 질려서 거제에 내려와 혼자 있는 안락함을 대체로 되찾은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바와 일치한다. 

섀도론으로 이사를 들어오는 과정에서 발견한 내용을 서술한 부분에도 줄을 그었다. 

익숙함과 주관적인 시선 때문에 불필요한 집착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알고 나니 정말 놀라웠다. 넘쳐나는 물건들을 떠나보내고 남아 있는 물건들 대부분을 공유하고 나니 일종의 해방감마저 느껴졌다. 

나는 나의 물건이 아니다. (109) 

그리고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된 의외의 발견도. 

서로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게 서로를 가장 짜증나게 하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해보았겠는가? 결과적으로, 우리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나 상대가 도움을 요청할 때만 돕는 것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다소 어려운 문제는 누군가 어떤 일을 하는데 돕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게으름을 피우거나 자기 몫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집단으로 생활할 때 생기는 흔한 문제 중 하나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도와주지 말아줘, 부탁이야. 고마워.” (114)

이들이 서로가 어떤 관계이며, 어떤 관계가 아닌지 선을 긋는 내용에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 

> 항상 의견을 일치시킬 수는 없다. 

> 우리 각자는 어떤 일이 닥치든 긍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숙한 사람들이다. (135)

그리고 이런 지적도 있었다. 

모든 건강한 인간관계는 건강한 경계를 필요로 한다. (137)

물건이 파손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을 서술한 부분에서도, 이런 태도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불편한 마음을 꾹 참고 힘을 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최선을 다해 파손된 물건을 고친다. (143) 

불편한 마음을 꾹 참고, 그리고 힘을 내서. 

Note: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 The Bostonians 

서로의 차이가 부각될 때마다 우리는 서로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기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의 본질적인 부분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받으려 노력했다. (159)

협동주택에서 사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캐런은 1:1로 “유용한” 점심식사를 했다. 자신을 잘 알면서도 개인적 이익은 관련되지 않은 적절한 조언자와 2시간 가량 점심식사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 공감하기보다는 personalized advice를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단순히 하소연만 하고 심정적 지지만을 얻어가는 자리가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청취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좋은 팁이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고잉 솔로 

싱글턴 혼자 사는 싱글 

Co-housing communities

Homesharing 

Communal housing 

Cooperative householding

루이즈 

가족에게 기대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처음부터 이 파트너십이 영구적이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어떠한 일이나 어떠한 사람도 당연시하지 않는다. (253)


정리된 글로 쓰지는 못 했지만, 읽은 책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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